“당신에게는 이상한 기운이 넘쳐나. 몰랐어?”
이때의 내 기분은...
우선 반말조로 다그치는 말투에 어떤 잘못을 저질러 수세에 몰린 기분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자에게 모든 것이 쏠려있지 않았던가.
예전에 봤던 영화, [디 아더스]나 [식스센스]의 결말처럼 마치 내 정체가 귀신으로 밝혀진 듯한 충격적인 멘트였다. 기분이 무척이나 더러웠다.
나에게 이상한 기운이 넘친다니, 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몰랐냐면서 되묻는 뉘앙스도 그렇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나만 모르고 있었다는.......
이상한 기운?!
차라리 농담처럼 오링의 기운을 말한다면 이해가 갔겠지. 생각해보면 그것만큼 이상한 기운이 또 어디 있으랴. 허구한 날 돈만 잃고 다녔으니깐. 그런 면에서 나는 이상한 기운을 타고난 세계 최고의 족속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에게 이상한 기운이 넘친다니요?”
“당신 어깨에 죽은 자의 기운이 머물러 있는 거 몰랐어? 알고 있었을 텐데.”
이쯤 되면 지금까지 나를 지배해왔던 찝찝함이나 두려움 따위도 죄다 사라진다. 이자가 애지중지하는 연고를 패대기치고 욕을 한바가지 해주려다가 겨우 참았다.
“이보세요, 보자보자 하니까! 지금 뭔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말 그렇게 함부로 해도 돼요? 죽은 자의 기운이라니...당신이 뭔데? 당신, 무당이야?”
“왜 화를 내고 그러시나? 무당은 아니지만...느낄 줄도 알고 볼 줄도 알지. 당신 아는 사람 중에 다리를 절거나 절뚝거리는 사람이 있었지?”
무당은 아니지만 무당 같은 존재라...
그래서 낮은 목소리로 나를 홀린 건가?
이자의 장단에 계속 맞춰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금세 머릿속 회로를 돌려 질문의 답을 찾고 있었다.
일시적으로 다리를 절거나 절뚝거리는 사람을 말하지는 않을 테고.
음.......!
그렇다면...장애인을 말하는 거다.
하지만 내 주위에는 이자가 말한 장애인은 없다.
“그런 사람 없어요.”
“없다고? 잘 생각해봐. 없을 리가 없어. 죽은 줄 알았지만 살아있었던 자가 분명 있었을 텐데?”
이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아니다. 눈과 입, 심지어 뇌까지 모두 일시 정지해버렸다. 뒤로 벌러덩 넘어갈 만큼 정곡이 찔린 기분. 과거의 어떤 사실이나 흔적을 족집게처럼 알아맞히는 점쟁이의 아우라가 아니었다.
이자가 그 사실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내 와이프와 아이들조차 모르는 사실이며, 우리 집 형제들 외에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대체 어떻게.......
이자!
어떤 존재일까?
일반 굴착기기사는 절대 아니다.
소름끼치도록 정말 무서웠다.
내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연이어 추궁을 했고 결국 실토를 했다.
“있긴...해요.”
“잡아뗀다고, 감춘다고 사라질 일이 아니야.”
“근데 그걸 어떻게...알았습니까?”
“어떻게 알긴...다리가 아픈지 당신 어깨에 걸터앉아 있구만. 목발을 옆에 놓고서.”
“네에? 뭐라구요?”
집안이 쑥대밭이 된 소꿉친구가 한명 있다.
나와 매우 친하게 지냈던 사이.
아주 오래 전에 가족들이 불의의 사고로 다 죽고 혼자만 살아남았는데, 그 후로 행방불명된 그 친구가 어느 날 저수지에 빠져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 당시, 어린 마음에도 참으로 안 됐다는 생각에 많이 슬퍼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몇 십 년의 세월이 흘러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친구가 아버지의 장례식 때 불현 듯 찾아왔다. 목발을 짚고서.
기절초풍할 일이었다.
처음에는 나만 그 친구를 알아봤다.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아니 죽었던 사람이 살아 돌아왔을 때의 기분을 아는가.
가족이 아닌 이상, 기쁨보다는 공포감이 배로 더 큰 법이다.
나에게는 그랬다. 나에게는!
어찌되었든 이자의 말대로라면 그 친구가 확실히 죽었다는 뜻이다. 아버지 장례식 후로 몇 번의 찝찝한 일들이 있어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분간이 되지 않았었는데.
“근데 말이야. 큰 걱정은 안 해도 돼. 당신에게 해를 끼칠 것 같지는 않아. 몇 번의 곤경에는 처하겠지만. 나이가 50에 들어서면 좋은 운수만 있겠어.”
“해를 끼칠 것 같지 않다면서 왜 곤경에 처해요?”
“그건...아마도 죗값일 것 같은데. 친구가 다리를 크게 다쳐 목발을 짚은 이유가 당신 때문 아니야?”
이 대목에서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이자가 말한 목발을 짚은 상황과 이유.
정황상 나로 인해 비롯된 일이다.
여전히 믿기는 힘들지만.
(친구와 관련된 얘기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 이쯤에서 끝낼게요.)
아무튼 50대 이후로 좋은 운수가 생긴다는 말은 두 명의 무속인들에게 들었던 사주풀이와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그 무속인들은 내 어깨에 친구가 걸터앉아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었다. 못 봤을까? 그렇다고 봐야겠지.
돌이켜보면 40대에도 나쁘지는 않았었다.
곤경에 처한 일을 굳이 꼽자면, 코로나가 터진 후 사업이 힘들어졌던 것이나 맨날 오링당한 일? 최근에는 랜드에 거의 가지 않아 오링당할 일도 없다.
“그러니까 나에게 이상한 기운이 넘쳐나서 등에 약 발라달라는 말을 나만이 들을 수 있다는 뜻이네요. 그런 거예요?”
“그런 셈이지.”
“그냥 편하게 와서 말로 해도 될 것을. 왜 이런 재수 없는 방법을 씁니까?”
“모르는 소리! 만약 그랬다면 당신이 내말에 귀 기울여줬을까? 그리고 등에 약 발라주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이게 무슨 해괴한 논리인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따져 묻기에도 그랬다.
이자 입장에서는 틀린 말도 아니니까.
“뭐, 좋아요. 나에 대해서는 그리 잘 아시는 분이 왜 자기 일은 해결 못 합니까?”
“후후!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잖아. 늘 그게 문제지.”
다시 대화가 끊겼다.
남은 연고를 몽땅 써서 등과 가슴팍에 대고 문질렀다.
이게 어떤 효험이 있는지.
판타지영화에 나오는 마법가루도 아닐진대.
플라세보 효과를 기대하면 모를까, 내가 보기에는 한낱 싸구려 연고에 지나지 않는데.
연고 바르는 작업이 다 끝났다.
“휴~~! 이제 한시름 놓았네. 고마워요.”
“이제 됐죠?”
내가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자,
“내가 왜 저주에 걸렸는지 알고 싶지 않아요?”
다시 공손한 투로 돌아왔다.
초면에 반말 투가 꽤 거슬렸었나보다.
사실, 썩 듣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나 그렇다고 거부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묘한 호기심이랄까?
그게 발동했다.
“시체를 만져서 그랬다면서요?”
“시체를 만졌다고 다 이렇게 되지는 않지요. 나갑시다.”
객장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웠다.
허겁지겁 빨아들이는 모습에서 초조함과 불안감이 진하게 묻어났다.
형사에게 쫓기는 범인처럼.
어느새 처음에 봤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첫댓글 세상에 이런일이~~
기다린 보람이 있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더라구요
좋은 하루 되세요 😊
캬~~~재미지네요 ㅎㅎ 👍 👍 👍 👍 👍
엄지 척을 다섯 번이나...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ㅎㅎ 오늘은 제가 1등^^
이렇게 재밌는 글에 댓글 1등으로 다는것도 무한한 영광이네요...
글쓴이께서 저랑 연배가 비슷하실거 같은데 저도 다리를 저는지라 그친구분이 혹시 제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ㅎㅎ
참고로 저는18살때 아무 이유없이 원인모를 마비증세로 지금까지 절고있고요 덕분에 한걸음더 천천히 간다해도 그리 늦지않음을 깨닭고 있습니다~
헉 쓰고나서 올리니 잠깐사이에 3등으로 떨어지다니....이글의 인기를 실감^^ㅋㅋㅋ
다인아빠님이 그 친구라면...
어휴! 진짜 공포특급입니다😱
현실을 긍정적으로 보는 마음자세가 귀감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
감추고 잇던 비밀을??
머니 이사람?
이 얄궂은 느낌은 또 머지요?
깊이 빠져든다 빠져든다~~~~~
으라으라님께서 깊게 빠져들고 계시는군요 근데 그래봤자입니다ㅎ 좋은 하루 되세요 😊
제 할아버지 해병2기 나이28에 아들 셋놓고 6ㆍ25참전 전쟁막바지에 포탄에 한쪽다리 절단 그나마 중공군한테 포로로 잡혀서 목숨부지
종전후 포로교환때 송환되어 오셔서 지금 같으면 젊은나이에 속하는 58에 돌아가셨는데 할아버지가 혹시 제 어깨에 계신건 아닌지 저도 점쟁이들이 50넘어야 풀린다 그래서요ㅎ
설마 할아버지가 해코지를 하겠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너무 세게 하는 도박습관이 문제일 것 같아요 저번에 보니까 잃은 돈이 만만치 않던데요 줄이세요^^
아이고 이건 거의 남량특집이네용....빨리빨리 올려주세요 넘 긍금합니다 미텨용
미치더라도 어쩔 수 없어요
오늘 밤에 5편 올라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낙랑툭집… ㅋ
올마전애도 비슷한 글을 누가 썻는데 해안선 냄 맞나요?
낙랑툭집...ㅎ
일부러 이렇게 쓰신 거죠?
얼마 전에 누가 비슷한 글을 썼나요?
카페에서 이 글은 처음 씁니다
@해안선 홍안작가님이 비슷한 글을 잠깐 언급 했었어요
친구 귀신 아야기만… 조금 바숫해요
와 👍 입니다
무서우면서조 몰입감 최고
가운데 손가락은 왜?
후다닥 ==33
베트남에서 공포물 읽는 느낌이 나쁘지는 않죠?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궁금 궁금 낼올리실꺼죠?
오늘 밤에 올려야죠
이제 거의 끝나갑니다
오늘도 날씨만큼이나 쾌청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해안선 오늘밤~~~기다리고 있을께용
워터파크가고싶은 날씨네용
ㅋㅋㅋㅋㅋ
신기가 있는사람 같아요 글이 아주아주 흥미진진 합니다 고맙습니다
신기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넘치는 사람이었죠
수석사랑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오늘도 안전운전입니다
@해안선 저는 평범한사람으로 영업 택시나하지요
너무 재밌게 글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글에 나오는 죽은 줄 알았던 친구 에피소드는 예전에 "홍안"님이 썼던 남량특집이랑 오버랩되는 것 같아요~ 혹시 해안선님이 홍안님이신가요?? 맛깔난 글솜씨도 비슷한 것이..ㅎㅎ
잘못 보신 것 같습니다
저는 홍안이라는 분을 모릅니다
이야기 얼개나 소재가 비슷할 순 있겠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
사기 같은데 궁금해지네요...
사기요?
사기일 수도, 아닐 수도 있겠죠
읽는 사람이 판단할 몫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와~ 필력이 상당하십니다요^^
너무 재밌어요 ㅋ
고맙습니다
카페에 읽을거리가 있으면 접속하는 재미가 생기죠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오전에 읽어서 다행이예용~
어제밤에 봤으면
음~~~~~~~~화장실 못갔을듯ㅋㅋ
넘 재밌습니다♡
이런 글은 아침에 읽기보다
밤에 읽어줘야 제맛이지요
랜드에서 약 발라달라는 사람 있으면 피하세요 ㅎ
@해안선 ㅋㅋ열시만되믄 자여ㅡㅡ
제가 한번 약 발라 달라고해바야겠어요ㅋㅋㅋ
@칼퇴요정 요정님이 약 발라달라고 하면
서로 한다고 하겠죠
요정 등짝을 볼 수 있는 기횐데..ㅋ
아휴 무셔
저도 홍안님의 글이 생각나네요
다음편 기대합니다 ^^
무섭나요?
사람이 무섭다면 이해는 됩니다
오늘도 화이팅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
궁금합니다...
오늘 밤 10시까지 기다리면 궁금한 점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오~ 신통한 굴착기 기사네요
저 정도면 무당을 해야겠어요
무당보다 훨씬 훠얼씬 뛰어납니다
꽤나 미스터리한 사람이었죠
좋은 하루 되세요 😊 💕 💛
해안선님의 회원정보를 보니
지금이 50대시네요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으시겠는데요.
그 기운을 받아 슬롯에서
잭팟 한 번 터트려보면
어떨까요?ㅎ
흥미진진하게 잘 읽었습니다.
땅콩님의 선한 기운을
버프 받았는지 일도 괜찮아졌어요ㅎ 더 날아오를 것 같아요 이게 저의 잭팟인 걸 왜 몰랐을까요? 카지노는 아주 가끔 가려고 합니다
모레부터 시작입니다^^
참 믿기지 않는 일이네요
전 사실 잘 믿지 않아요
그런말들을
무당 신끼 이런것들도 ㅎ
이틀 동안 슬롯에다 1800만원을 잃었다고 하면 누가 믿겠어요?
같은 이치겠지요
그러려니 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강물님 ~반갑습니다 ~^^
머나먼 타국에서 잘지내시죠?
압구리~번개가 그립습니다
이청준이요?ㅋ
에이, 사람들이 비웃습니다
암튼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5편 올렸으니까 보세요
뜨거운 주방 열기를 식혀주는글~감사드립니다
등골이 오삭합니다~
다음편이~빨리요~^^
5편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