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엄마는 시체 말로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시집을 왔다. 엄마 말로는 죽자 사자 따라 다니던 공군아저씨가 있었는데 너무 잘생긴 울아버지의 외모에 홀라당 넘어가서 정말 아무것도 없고 있는 거라곤 이글거리는 아버지의 뜨거운 사랑의 눈빛만을 믿고 도시락 싸들고 말리는 동네 사람들을 다 나몰라라 하며 결혼을 하셨다.
물론 아무것도 없는 집의 2대 독자라 하면 가히 상상이 간다. 없는 집안에 엄청난 기대를 등에 업고 자란 아버지는 너 아니면 난 죽어 버리겠다며 뽀얀 손 이끌며 데리고 온 아내를 살뜰이 챙길 여유가 없으셨나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언 손 호호 불며 애써 차린 밥상을 마당으로 휙 던져 버리고 술 한잔 먹으면 곤조 부리듯 없는 살림 살이룰 숟가락 몽댕이 하나만 남기고 싹 부셔버리는 시어머니의 심청에 나날이 시들어 가셨다.
무뚝뚝한 울아버지는 한번도 우리 앞에서 엄마와 다정한 모습을 보인적이 없다. 하지만 울엄마는 그런 아부지를 많이 짝사랑 하셨다고 난 생각 한다. 쓸떼 없이 멋쟁이신 울아버지는 바지줄을 파리가 앉다가 반으로 잘릴 만큼 세워야 외출을 하셨다.
한 여름에도 선풍기도 없이 다리미질을 하시던 울엄마는 줄을 바짝 세운 바지를 입고 내보낼 남편의 모습에 당신이 더 뿌듯 하셨을 듯 하다.
내리 딸 둘을 놓고 손이 귀한 집에 대를 끊어 놓으려고 작정 했냐며 머리채를 쥐고 흔드는 시어머니 등쌀에 나를 임신했을 때는 동네 소문난 점쟁이들을 다 찾아 간 끝에 아들이라는 소리에 부른 배를 의기양양 하게 내밀고 다니셨다. 하지만 낳아 놓으니 또 딸이 었다.
순간 정신이 나간 울엄마는 갓나은 딸내미를 이불밑에 쑤셔놓고 죽어버리라고 내버려두곤 밖으로 나가셨단다. 잠시 후 그제서 정신이 든 울엄마는 울면서 미친여자 처럼 집에 와 이불을 들추니 내가 쌕쌕 거리며 자고 있었다고 했다.
얼마나 속이 속이 아니어서 정신도 놓아 버리는 그 순간 까지 갔을지 짐작도 가질 않지만 가끔씩 어릴적 겁이 많고 가위에 잘 눌리는 딸을 볼 때마다 울엄마는 당신의 그 순간을 얼마나 후회 하셨을까? 가끔 생각 한다.
몇년전 암으로 세상을 달리 하신 울엄마!
"엄마! 괴안타! 내는 괴안타! 보고싶네, 사랑합니다. 울어무이..."
첫댓글 공감해서 눈물이 나는 건 연서님이 글을 잘 쓰셨다는 뜻이겠지요?
우리 인생이 치열하지 않아도 살아지는데, 아들이 아니어도 효도하며 더 잘 살아지는데 그 때는 다들 왜 그렇게 들 사셨을까요?
수필을 낭독하는 목소리가 너무 고와서 오래 기억하고 싶었어요.
숨은 글쓰기 실력을 뽐 내실 날이 멀지 않은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