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 마리 앙트와네트는 탬플 탑에 유배된 후 아이들과 함께 살다가 콩셀듀이 감옥으로 이송되었다.
그녀가 마지막까지 의지하던 두 아이들과 시누이와 결별을 하고 결국은 감옥에서 사형언도 날만을 기다렸다.
그녀는 검은 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군데군데 찢겨져 나가 형편없었다. 머리는 하얗게 세어버렸고 딸과 어린 아들과 헤어져서 그저 멍하게 허공만 바라볼 뿐이었다.
초라한 침대와 이불과 나무 의자, 테이블. 그리고 칸막이 변기... 그것이 왕비에게 마지막 주어지는 가구였다.
간수들은 죄다 왕비를 구경하기 위해 아침부터 몰려있었다. 왕비는 감옥 안에 앉아서 그들이 떠들든 말던 한곳을 바라보며 그저 가끔 흘러나오는 눈물을 꾹 참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밤이 되어 작은 창문으로 달빛이 비치게 되면 그녀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여 몰래 숨겨온 샤를 왕자의 머리카락과 초상화를 붙들고 남몰래 오열했었다.
그녀의 흐느끼는 소리는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콩셀듀이 감옥의 전체를 울렸다.
그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물을 흘리지 않은 자가 없었다.
마리 앙트와네트 왕비는 그렇게 한참동안 흐느껴 운 다음에 아침이 되면 곧 눈물을 닦고선 여왕의 풍채로 돌아가곤 했다. 아무도 인정해 주지는 않지만 그녀는 스스로 자신은 프랑스의 어머니이며 끝까지 여왕으로서 남아야 한다는 것을 가슴깊이 느끼고 있는 듯 했다.
간수들은 그녀에게 친절했다. 나중에 그들이 '너무 왕비에게 잘해줬다'는 이유로 자코뱅의 미움을 받아 연행되었다고 할 정도로... 그들은 이 아름답고 상냥한 왕비에 대해서 많은 호감을 보였다.
때때로 간수들은 꽃을 꺾어서 그녀에게 줄 때도 있었다. 왕비는 그때마다 웃으면서 감사의 표시를 했고 감옥 안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져 버려 어느새 왕비와 모두는 가족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잠깐, 간수들이 왕비에게 친절했다구요?"
페르젠이 잠시 로자리의 말을 끊었다.
로자리는 말을 중단하고선 페르젠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래요. 그들은 마지막까지 여왕으로 남았던 마리 앙트와네트 왕비님을 지나칠 정도로 잘해주었죠. 그것때문에 감옥에 가긴 했지만...."
"그랬습니까? 그렇다면 자코뱅은 가련한 한 여죄수에게 잘해줬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살이를 시킨 점이 자신들의 명성에 누가 될까봐 숨겼다는 겁니까?"
"아마도 그랬을 거에요. 어쨌든 그때의 로베스피에르는 굉장히 과격했으니까... 단지 잘해줬다는 이유로 죄를 물을 정도였으니까 상당히 그런 쪽을 많이 생각하고 있을 거에요."
"아아...."
페르젠이 로자리의 말을 듣고 있었고 베르날 역시 가끔 차를 끓여다주며 두사람의 이야기에 동참하였다.
마리 앙트와네트 왕비의 마지막 시중을 들었다던 베르날의 아내 로자리는 마지막의 그녀의 담담한 모습을 '마치 여신같았다'고 묘사했다.
페르젠은 그녀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고 있었다. 로자리가 말했다.
"재판을 받기 전까지 왕비님은 생리혈이 심해 발도 제대로 떼지 못하는 상태였어요. 극도로 추운 감옥의 공기와 협소하고 퀘퀘한 그곳이 심약해진 왕비에게 좋을 리가 없었지요. 어쨌든 그런 곳에서 앙트와네트 왕비님은 밤이면 초상화를 붙들고 흐느끼고 낮이면 힘없는 얼굴로 모두의 친절에 그저 경미하게 미소지을 수 밖에 없었죠."
"괴로웠겠군요..."
"예. 그렇지만 그녀는 달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어요."
"오늘은 어떤 머리로 해드릴까요, 마님?"
마리 앙트와네트는 작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고마워. 늘 하던 머리로 해줘."
로자리는 브러시를 손에 쥐고 앙트와네트의 머리를 빗었다. 가는 머리카락이 힘없이 빗겨졌다. 로자리는 그녀의 머리를 땋아 위로 올려서 고정시키고선 작은 핀을 꼽아 완성시켰다.
로자리는 왕비가 머리가 세기 전의 모습을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초상화나 파리 방문에서 보이던 그녀는 굉장히 우아한 금발머리를 갖고 있었다. 늘 화려한 깃털을 꼽고 무거워서 머리도 제대로 들지 못할만큼의 장식을 하고.... 모든 귀부인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던 왕비.
너무나 화려해서 보통 사람들은 꿈도 못꿀만한 드레스와 장식과 보석.... 때문에 그토록 베르사유의 왕실을 눈이 부시게 만들었던..
그러나 지금은 빛바랜 리본과 로자리의 작은 핀으로 그녀의 머리를 장식할 뿐이었다.
"다 됐어요. 마님."
왕비는 웃으면서 고맙다고 한번 더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찬모가 문을 열고 들어와서 시트를 새로 깔아주었다.
"호호...오늘은 유난히 바람이 차갑네요. 시트를 두껍게 깔아야 겠어요."
로자리가 찬모에게 말했다.
"아주머니. 마님께서 몸이 좀 안좋으신 것 같으니까 신경을 좀 써주세요."
"어머나, 괜찮으세요?"
왕비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녜요. 신경쓰지 말아요."
"이거 윗분들에게 불평좀 해야겠는데요. 마님을 이런 추운 곳에다...."
그녀는 그렇게 말했지만 왕비가 이곳을 나가는 날이란 사형언도의 날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로자리는 애써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호호..아주머니의 입김으로는 여러 남자 때려눕히지요."
"그럼! 왕년엔 잘나가는 여장부였다구."
찬모는 로자리와 수다를 떨다가 시트를 갈고선 전 시트를 팔에 끼고 나갔다.
그때마다 왕비는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으며 힘겹게 그곳에서의 생활을 해나가고 있었다.
"내 아들....내 아들 샤를.. 잊지 말아.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프랑스는 너의 것이다. 절대로 잊어선 안돼....."
밤마다 계속되는 그녀의 흐느낌과..
아들의 초상화에 머리를 묻고서 수없이 속삭이는 말.
아이가 그리워서 미칠것 같은 이 여성은 어서 이곳에서 나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어서 남편 곁으로 불려지기만을...
마침내 10월 13일에 재판이 시작되었을 때도 그녀는 몸이 많이 안좋았다.
"윗분들에게 부탁해서 재판을 늦춰달라고 할게요. 그러니...."
"괜찮아요. 언젠간 해야 할 일인걸."
로자리는 눈물을 흘리며 그녀를 지켜보았고 그때마다 왕비는 로자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울지 말아요. 로자리..나때문에 당신이 울면 아마 당신까지 안좋은 일을 당할지도 몰라요."
왕비는 조용히 로자리를 달랬다.
"예...예. 마님..."
로자리는 눈물을 훔쳤다.
재판당시 하루에 15시간씩이나 앙트와네트는 법정에서 서있었다.
잠시도 앉지 못한 채 그곳에서 고목처럼 뻣뻣이 서있었다고 한다. 수많은 눈길을 받으며..
앙트와네트는 그저 한마디 말없이 서있었다. 판사가 묻는 질문에 그녀는 당당하고도 짧게 대답했을 뿐이다.
15일. 결국엔 사형이 언도되어 마지막 밤을 감옥 안에서 맞은 다음..
로자리가 가져다준 수프를 잠깐 입에 대고선 곧 숟가락을 내려놓은 그녀는 한번 작은 창문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리 앙트와네트 조세피아 잔느 드 로레에느 오드리슈."
그녀의 긴 이름이 불려졌다.
"나오시오."
그녀는 눈물을 흘리는 로자리를 한번 쓰다듬은 다음에 발을 억지로 떼어서 밖으로 나갔다. 한번 뒤를 돌아본 다음에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찬모와 로자리와 간수들에게 미소를 지어준 다음에 곧장 나갔다.
로자리는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꼈다.
누가 뭐라든 간에....
인간으로서 흘리는 눈물에 그 누구도 죄를 물을 수는 없다.
"아아..마님.....흑흑.."
찬모가 로자리 옆에서 함께 울먹거렸다.
왕비는 당당하게 최후를 맞으러 가는 것이다.
"왕비님...."
누구보다 고귀하고 아름다운 여성..
프랑스의 마지막 왕비 마리 앙트와네트.. 루이 16세의 미망인.
그저 하얗게 머리가 센 한 여성으로서, 그리고 국모로서 신의 곁으로 당당하게 불리어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해서 15일 정오에 기요틴에서 최후를 맞게 되셨지요."
"끝까지 지켜보았겠군요."
로자리가 대답했다.
"예. 그랬어요. 마치 그것이 나의 사명 같았으니까요... 최후의 왕비를 모시게 되어서 나는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마지막까지 왕비 마리 앙트와네트의 시중을 들며 왕비의 마지막 모습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었다. 감옥안에 있던 모두가 투옥되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로자리만은 투옥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녀는 샤를 왕자나 마리 테레즈 공주에 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는 듯 했다. 그들이 어디로 이송되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았다.
베르날은 어느새 그 두사람에게 차를 끓여서 내왔다. 페르젠은 그가 내민 따뜻한 차를 받아들고 한모금 마셨다.
"왕비가 살아나기를 포기했는 때는 남편을 잃고 아이들까지 잃었을 때였던 것 같아."
베르날이 말했다.
페르젠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 이제는 적자부인이라고 불리었던 왕비에 대해서 더이상 이야기하지 않지."
"그래. 물론 왕자와 공주에 대해서도 말야."
"루이 16세는 단 한표 차이로 사형에 처해졌어. 그때 상 쥬스트가 연설을 했지. 그것이 계기가 되어 많은 의원들이 사형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었다."
"단 한표 차이로 자신이 죽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리스의 정치가 테메시스클라토스도 한표 차이로 추방당했다구."
로베스피에르가 승리한 국왕이 처형된 날. 그날은 단순히 한 남자의 처형이 아니라 몇백년간 이어져온 국왕의 불가침성과 신성이 모두 죽음을 당하는 날이었다. 다수결이라는 정의대로 국왕은 그의 시민들에 의하여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급격하게 변했다. 그후로....
구세대의 모든 것이 루이의 처형으로 말끔히 사라진 이후부터
사회는 또다른 사상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유'였다.
모든 사상이 자유로워 진 것이다. 더이상 국왕의 종교를 강요받지 않아도 될 것이고 더이상 국왕의 잣대로 전프랑스가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생각의 자유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현정부는 그 프랑스 국민들이 새프랑스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책임을 지지 못하였다. 형편없이 한꺼번에 무너진 체제로 인해 우왕자왕하고 있는 지배세력과 혼란한 시대를 틈타 더욱 재화를 벌어들이는 부유한 평민들.
「내 아들 샤를.. 잊지 말아.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프랑스는 너의 것이다. 절대로 잊어선 안돼.....」
안되었군. 마리 앙트와네트 왕비....
이제 국왕은 죽었소.
그와 동시에 프랑스를 지배하던 불가침성 또한 단두대에서 사라지게 되었지.
당신의 아들은..
아마도 시대의 희생양이 되어 왕당파들에게 이리저리 이용당하고 결국엔 자신의 끔찍한 처지와 세상을 원망하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될 것이오.
6월 4일 프랑스의 황태자 조제프 왕자가 척추 카리에스로 목숨을 잃고 한달쯤 뒤에 루이 샤를 왕자의 황태자 책봉 의식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과히 수수하기 그지없었다. 의식이라고는 하나 겨우 몇몇 귀족들과 왕족들이 모였을 뿐이다. 조제프왕자의 장례식에는 이미 국고가 텅 비어서 은식기와 보석을 팔아 겨우 할 수 밖에 없었으며 황태자의식도 역시 그러하였다.
겨우 7살밖에 되지 않은 그는 어째서 사람들이 이렇게 모였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채 황태자의 왕관을 받았다.
그렇지만 그는 예법대로 무사히 의식을 마쳤으며 무거운 왕관을 머리에 쓰고선 당당하게 고개를 들었다. 그가 프랑스왕국의 황태자로서 자각이 있었는지는 알기 힘들었지만 그의 그런 당당한 모습에 모두 다음번 프랑스의 국왕에게 조금은 기대를 하고 있는 듯 했다.
삼부회가 한창 진행되는 가운데 루이 샤를은 회의에 몇번이나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이 국왕의 뜻인지, 샤를 자신의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린아이의 눈으로, 귀로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회의를 차근차근 지켜보았다. 이해하지도 못할 만큼의 머리아픈 내용이 줄곧 회의를 흐르고 있는데도 그는 단 한번이라도 지루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그 후로 5년이나 흘렀지만 그는 여전히 아이일 테지. 어딘가에서 귀족들의 보호를 받으며..."
베르날이 페르젠의 옆에 앉아 말했다. 페르젠은 계속해서 베르날의 기록들을 보고 있었다. 그중에는 흥미로운 것이 많이 발견되었다.
예를 들어 국왕이 어떤 식으로 삼부회의 때 성의없는 모습을 보였는가 같은 사실이나 왕비가 화려한 복장으로 회의장에 드러섰는데도 아무도 박수치는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 같은 거였다.
"그런 것들은 기록은 했으나 신문에는 싣지 못했던 글들이야."
그랬을 것이다. 과연 그는 정확하고도 세밀하게 묘사를 했지만 아무래도 그런 글들은 기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겠지....
그의 기록은 방대하고 정확했다. 혁명당시의 국왕내외의 일은 물론, 자코뱅클럽과 로베스피에르에 관한 일까지 없는 사실이 없었다.
페르젠이 그 이야기를 하자 베르날이 웃으면서 말했다.
"후후...글쎄. 로베스피에르의 사생활에 대한 것은 알지 못했어."
"사생활이라...그가 과연 그런 거나 있기는 있는걸까?"
"꽉 막힌 사람이라..글쎄."
"그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어느 여배우와 스캔들 하나 없는 사람이니...."
베르날은 그말에 공감했다.
"그의 애인은 아마 집무실의 서류들이 아닐까?"
"하하"
페르젠은 자신이 읽고 있었던 방대한 양의 서류들을 잠시 튕기면서 말했다.
"그말은 맞는 것 같아. 몇시간째 이런 빽빽한 글씨들만 읽고 있으니 머리가 이상해지는 것 같네."
"잠시 휴식을 취하는게 낫겠어. 자넨..."
그말에 페르젠과 베르날은 밖으로 산책을 나갔다.
페르젠은 그와 한참동안 걷다가 잠시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리고 참, 자네는 어떻게 해서 아내와 만나게 된거지?"
베르날은 쑥스러워 했다. 이런 냉소적이고 철저한 기자선생이라고는 하지만 아내를 사랑하고 가정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큰 남자였다.
베르날이 회상하듯 말했다.
"그녀는 14살이 되던 해에 부모를 잃었어. 파리의 거리에서....."
"........"
"누구 도움 하나 없이 부모의 무덤을 만들고 찾아온 몇몇 지인들 사이에서 하염없이 울고만 있었지. 그때 마침 연루되었던 나는 그저 위로해 줄 수 밖에 없었네. 하루아침에 집을 잃고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고 파리에서 떠돌고 있었던 것을 몇년 후에 내가 발견했네."
베르날은 잠시 말을 쉬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거지. '이건 운명이라고....' 또다시 그녀를 만났을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네."
페르젠은 그런 그에게 "자네, 이제보니 로맨티스트로군."이라고 말하자 베르날이 쑥스럽게 웃었다. 자신이 말하면서도 쑥쓰러워 얼굴조차 빨개졌다.
"사실 로자리는 성격이 매우 드세서 결혼하기까지 내가 고생 꽤나 했다네. 아마 도움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싫었나봐.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세상을 개척해나가려던 중이었으니.... 그렇지만 정말로 내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는 내 이야기에 승락 했네."
'흐음...그랬단 말이지...'
페르젠은 흥미롭게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베르날이라는 남자도 역시 이 혁명의 시대에서 끊임없이 자기의 행복을 찾아가려는 남자임에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페르젠은 베르날이 존경스러워 졌다.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한 세계를 탄생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이니까 말이다.
'가정이라....'
베르날이 말했다.
"페르젠 백작. 자네는 아마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말야..."
".......?"
"남자는 가족이 생기면 훨씬 부드러워 진다네. 그리고 동시에 정말로 자기자신을 찾게 되지. 단순히 거리의 빵가게를 지나가게 될때도...자기 외에 다른 사람을 생각하게 되는 거네. 가족을.... 내가 지켜줘야 하는 사람을 말이야."
가족....
가족이라...
"자네도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네. 진심으로..."
페르젠은 대답하지 않고 한참동안 생각에 빠졌다.
베르날은 확실히 훌륭한 남편이자 아버지였다. 밖에선 툭툭거리며 가끔 성질을 건드리긴 해도 집에만 들어가면 그는 한없이 부드러워 진다. 아마 가족이 있어서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그는 훨씬 행복한 것이다.
페르젠은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
베르날이 의아하게 그를 쳐다보았다.
페르젠이 말했다.
"위험한 행동은 그만두게. 베르날.... 로자리가 걱정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겠지?"
베르날은 쑥스럽게 그의 어깨를 탁 치며 말했다.
"뭐야,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가.."
"후후..."
그들은 잠시동안 말없이 계속해서 가을의 파리 거리를 걸었다.
낙엽이 하나둘씩 떨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