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p. "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
너희는 여기에 남아서 나와 함께 깨어 있어라." (마태26,38)
아아, 그때 느낀 마음의 위로는 얼마나 강렬했던지......
하느님의 외아드님이신 주님도 '근심'과 '번민'에 싸여 괴로워 죽을 지경이라고 고통을 호소했는데,
그렇다면 나의 고통과 두려움은 얼마나 당연한 것인가.
64p. 5년에 걸친 투병 생활 중에 내가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글을 쓸 수 없는 허기였다.
피어나지 않으면 꽃이 아니고, 노래 부르지 않으면 새가 아니듯, 글을 쓰지 않으면 나는 더 이상 작가가 아니다.
그러나 창작은 고도의 집중력과 체력이 요구되는 극한의 정신노동과 같은 것이다.
항암치료로 지칠대로 지친 육체와 황폐한 정신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해낼 수 없는 불가능한 희망이었다.
나는 내가 작가가 아니라 환자라는 것이 제일 슬펐다.
나는 작가로 죽고 싶지, 환자로 죽고 싶지는 않았다.
77p. 기도는 하느님과 통화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핫라인이다.
이 긴급 직통전화를 통하지 않고서는 하느님을 만날 수도, 기도를 청할 수도, 대화를 나눌 수도 없다.
기도는 하느님께 "살려 달라"고 구조 요청을 할 수 있는 유일한 SOS의 모스부호이다.
111p. 이제야 나는 알게 되었다.
최후의 유언으로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는 말씀을 남긴 주님께서
나와 함께 계신 곳은 바로 '내 마음(心)' 속임을......
**하느님께 가까이 가는 길은 이층에 간 어머니를 찾아 우는 아기처럼 하면 된다. (성녀 소화데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