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세월호 참사 기억 프로젝트 1 - 아이들의 방’ 부산 순회전
지난 4월 16일 이후 아이들은 없습니다. 아이들이 없는 방에서, 주인이 없는 아이들의 물건에서 아이들을 만져봅니다. 우리는 아직 함께 가라앉아 있습니다.
사진가들이 아이들이 없는 방을 찾았습니다. 아이들이 사라진 방에 아이들의 물건들만 숨죽이고 있습니다. 사진가들이 아이들이 없는 방에서 아이들을 만져봅니다. 사진가들이 기록한 ‘아이들의 방’을 세월호 참사 1주기에 안산, 서울, 제주에서 전시하였습니다. 아이들을 만나러 갔던 팽목항 가족들의 피울음 서린 이불들도 나란히 전시하였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제 부산의 민주공원과 부산가톨릭센터에 아이들의 방을 풀어놓으며 전국 순회 전시를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특별법 시행령 제정은 어른들의 거짓과 속임수 사이에 떠다니며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없는 방이 우리 ‘아이들의 방’입니다. 우리는 아직 함께 가라앉아 있습니다.
Ⅰ. 전시 개요
○ 제목 : ‘416 세월호 참사 기억 프로젝트 1 - 아이들의 방’ 부산 순회전
○ 장소. 일시
- 민주공원 기획전시실 / 2015. 7. 18.(토) ~ 8. 16.(일) 09:00-17:00 월요일 휴관
- 부산가톨릭센터 대청갤러리 / 2015. 8. 18.(화) ~ 8. 30.(일) 10:00-18:00 월요일 휴관
○ 주최 : (사)416가족협의회
○ 주관 : 416기억저장소, 기억공간 re:born, 류가헌, 세월호를 생각하는 사진가들,
오마이뉴스,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산가톨릭센터,
천주교부산교구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사회교리실천네트워크
○ 참여작가
- 사진 : 김민호, 김신, 김흥구, 노순택, 박김형준, 박승화, 성동훈, 이우기,
이재각, 임태훈, 점좀빼, 정영구, 조우혜, 조진섭, 최형락, 허란
- 걸개그림 : 김영아, 김형대, 박경효, 박재열, 방정아, 엄경근, 이정순, 전기학, 전영주
- 입체 : 박경효
○ 전시 내용
- 아이들의 방, 유품을 촬영한 사진 117점
- 유족들의 이부자리 56점
- 부산 ‘세월호참사희생자1주기추모제’ 현장에서 제작한 걸개그림 10점
- 민중미술 2015에 출품되었던 세월호 조형 설치 2점
○ 문의
신용철(민주공원 큐레이터) / 051-790-7414, 010-2828-8154
정면(부산가톨릭센터 기획팀장) / 051-462-1870, 010-3832-9752
Ⅱ. 전시 자료
세월호 참사 기억프로젝트 1. ‘아이들의 방’ 기록전시회
2014. 4.16 – 12. 31.
1. 프로젝트 내용
1)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개인기록물 수집 사업
2014년 4월 16일,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목격했다. 304명(실종자 9명 포함)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된 이 사건 이후 가족과 생존자는 끔찍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억을 앗아가는 모든 것들에 맞서 기록관리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기록 수집에 함께 나섰다.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기록물이 416기억저장소에 모이기 시작했다. 이런 힘을 한데 모아 지난 해 12월 304명의 희생자 모두의 기록을 수집 위해 ‘개인기록수집팀’이 꾸려졌다. 세월호 참사 1주기까지 100명의 희생자 개인기록 수집이 1차 목표다.
그 첫 번째 성과로 세월호 참사 1주기에 맞춰 안산, 서울, 제주에서 56명의 희생자 기록을 먼저 공개한다. 12월에는 희생자 100명의 개인 기록을 모아 기록집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민간영역에서 시작된 기록수집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희생자를 기억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이 사업은 억울하게 희생된 304명의 모든 희생자와 가족을 만날 때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2) 세월호 참사 1주기 기록전시회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개인기록물 수집 사업>에 참여한 16명 사진가들의 작품 110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수학여행의 출발지인 안산과 도착 예정지였던 제주, 그리고 서울 등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었다. 안산과 서울 전시에는 단원고 희생 학생 54명의 빈방 사진이, 제주에는 56명 학생의 유품 사진이 전시되었다.
3) 전국 순회 전시 프로젝트
7월18일 개최되는 부산 전시를 시작으로 광주와 인천 등지로 이어지는 전국 순회전시가 개최될 예정이다. 전국순회전시는 세월호 참사 1주기 전시 때 미처 선보이지 못한 희생자들의 개인 기록물이 계속 추가되어 진행된다.
4) 기록집 발간 프로젝트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개인기록물 수집 사업> 1차 단계에서 수집한 100명의 희생자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기록집 1권을 출간한다. 이 기록집에는 희생자의 개인기록물과 유가족의 증언, 사진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다양한 분야 전문가와 시민의 글이 수록될 예정이다.
2. ‘아이들의 방’ 전시 서문
벌써 1년이다. 세월호 참사를 직접 목격하고, 가족의 고통을 옆에서 지켜보며, 온 국민이 슬픔을 함께한지 벌써 1년이다. 수많은 사건사고가 일어났다 사라져 간지 벌써 1년이다. 진도체육관에서, 국회로, 청운동을 거쳐 계속 기다리며, 광화문에 자리 잡은지 벌써 1년이다. 그리고 1년 동안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금요일엔 돌아오겠다’며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는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왜 그렇게 됐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말해줄 수 있는 사람도 없다. 그 이유를 알고 싶다고, 알아야겠다고, 알려달라고 애원하지만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되돌아 올 뿐이다. 여전히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답답한 세월이 지나고 다시 찾아 온 잔인한 사월이다. 기억해 온 사람들과 잠시 잊은 사람들, 그리고 한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변함없이 다시 찾아 온 사월이다. 움츠려졌던 어깨가 펴지고 고운 꽃망울이 올라오는 봄이다. 우리 아이들만 다시 볼 수 없는 잔인한 사월이다.
벌써 1년이다. 아이들의 방은 주인을 잃었다. 빈방에는 ‘주인 잃은 침대’와 ‘주인 잃은 책상’·‘주인 잃은 교과서’·‘주인 잃은 컴퓨터’·‘주인 잃은 인형’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행복한 일상을 정리하던, 아이들의 방은 우리에게 그들의 부재(不在)만 강력히 각인시켜주고 있다.
오늘. 희생된 아이들은 그들이 남긴 흔적으로 가득 찬 빈방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빈 방의 흔적만으로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것이 비극적 참사와 잔인한 사회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현재 남아 있는, 유일한 실재적 모습이다.
희생된 아이들에게도, 살아남은 우리에게도 참 잔인한 사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