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Krabi Thailand
신병건
태국 크라비 등반은 2017년에 이어 6년만이다. 코로나 3년으로 해외등반을 엄두도 못내다가 이번 겨울에 급하게 감행했다. 어디든 멀리가서 클라이밍을 하지 않으면 병이 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급하게 준비하다보니 항공료, 숙소 모두 예전보다 가격이 높았다. 그래도 비행기표를 구하고 숙소를 구한 게 어디냐 싶어서 그대로 진행. 급하게 가느라 교대 산악부에는 말도 못꺼내고 같이 등반하는 원식과 단촐하게 두사람만 출발. 방콕에서 환승을 하는데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서 위탁수하물 찾는 시간을 없애려고 기내수하물로 들고 갈 배낭 하나에 모든 짐을 넣었다. 60m자일 1동, 퀵드로 10조, 그리그리, 초크백, 초크1통, 셀프빌레이, 클라이밍 테이프 2개, 캠핑의자 그리고 옷가지 정도만 챙겼다. 태국 기내 항공사는 기내수하물 무게가 7kg이었는데 배낭하나만 들고 있어서 그런지 무게를 따로 검사하지는 않았다. 항공료와 비행기 시간을 맞추고 부산에서 출발하려다 보니 1월 8일 일요일 저녁 출발에, 1월 19일 목요일 아침 부산 도착으로, 매일 등반한다면 10일간의 등반일을 본의 아니게 확보할 수 있었다. Again Krabi의 목표는 5.11c/d이상 루트 10개에서 20개 정도 완등하기. 5.13루트도 하나 프로젝트로 해보기 정도로 잡았다. 등반 영상도 찍어서 유튜브에 탑재하는 것도 포함이다. 급하게 오다보니 영상 기기로 휴대폰만 준비한게 좀 아쉽기는 하다.
크라비에서 만난 대구팀에서 푸켓을 거쳐 배를 타고 톤사이로 바로 오는 것도 좋다고 들었는데 항공권을 검색해보니 부산에서의 직항은 없고 부산에서 가려면 방콕에서 환승해야 되고 시간도 더 많이 걸리고 항공료도 별로 저렴하지가 않다. 우리가 선택한 부산(진에어)-방콕(타이 에어아시아)-크라비 노선이 제일 적당했던 것 같다. 왕복 항공료는 1인당 861,305원. Trip.com에서 예약.
숙소는 2017년에도 묵었던 드림밸리 리조트. 예약한 사이트는 Tripbtoz에서 9박에 583,757원.
1월 8일
부산(19:40)-태국 방콕 수완나품공항(23:40)
저녁 7시 40분 비행기로 부산을 출발 방콕 공항에 밤 11시 40분에 도착했다. 부산 태국은 진에어. 저가항공사라 그런지 비행기 좌석은 정말 좁고 기내식도 없으며 물만 제공한다. 그래도 여행 수요가 넘쳐나는지 빈자리는 하나도 없다. 국제선 공항을 빠져나와 다시 국내선 공항으로 옮겨야했다. 찾을 짐이 없으니 번거로운 일이 하나 줄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12를 훌쩍 넘겨서 크라비 비행기 티케팅을 마치고 대기 장소로 왔다. 크라비행 비행기가 새벽 6시 출발이라 공항 의자에서 적당히 노숙. 의자 옆에 전원 충전하는 곳도 있고 의자에 칸막이(?)가 없어서 길게 누워서 잘 수 있어 좋았다.
1월 9일
태국 방콕 수완나품공항(06:00)-크라비 공항(07:30)-Ao Nam-동라일레이-서라일에이-톤사이비치
Don Quijote De La Mancha(7a/5.11d) 2회. 완등, Wake and Bake(7a+/5.12a) 2회. 완등.
대충 자는둥 마는둥하고 크라비행 비행기 탑승. 1시간 30분만에 크라비 공항에 도착. 공항을 빠져나오니 Ao Nang 가는 봉고차를 소개(?)해 준다. 1인당 150바트. 동승객들과 함께 공항을 빠져나와 아오낭까지 쾌속 질주. 아오낭 선착장에 내리니 롱테일보트를 바로 탈 수 있었다. 1인 100바트. 그런데 2017년의 아오낭과 방향이 반대쪽이다. 나중에 지도를 다시 보니 봉고차가 도착한 선착장은 Ao Nam Mao Beach였다. 아오낭과 아오남이 발음이 비슷하고 라일레이 간다고 했더니 그냥 여기다 내려준 것 같다. 어쨌던 여기서는 동라일레이 비치만 간다고 해서 가이드북도 살겸 탑승.
태국의 멋진 바다풍경을 감상하면서 동라일레이에 도착. 표지판대로 서라일레이로 이동. 중간에 클라이밍 장비 파는 곳에서 가이드북을 구입하려고 했더니 톤사이비치에만 판다고 한다. 이럴 것 같으면 라일레이를 거쳐 올 필요는 없었는데. 오전인데도 벌써 덥다. 라일레이 해변 가게에서 선글라스, 모자를 하나 사고 기모 청바지를 벗고 반바지로 갈아입었다. 점심도 여기서 해결하고 라일레이 비치를 걸어서 Tiger Wall과 Tyrolean Wall 앞으로 나있는 숲길을 넘어서 Ton Sai 비치로 넘어갔다. 톤사이 해변에는 세계 각국의 클라이머들이 클라이밍에 여념이 없다. 한국에서 자주 만났던 울산, 대구 지역 클라이머들도 열심히 등반을 하고 있었다. 먼저 톤사이 리조터 레스토랑 옆에 있는 Rock Shop에서 2023년판 Thailand Pocket Guide북을 구입했다. 800바트. 다른 물품에 비해 비싸다. 숙소는 나중에 체크인하기로 하고 일단 클라이밍부터.
제일 먼저 등반한 루트는 Dum's Kitchen Wall의 Don Quijote De La Mancha(7a/5.11d). 아쉽게 온사이트는 놓치고 2번만에 완등. 크럭스 구간을 과감하게 아니 본의 아니게 런지를 해서 돌파. 개인적인 별점. 3개중에 2개. 오랜만이라(?) 바위가 미끄럽다.
해변으로 햇볕이 들어와서 시원한 곳을 찾았다. 2017년에는 몰랐는데 Dum's Kitchen Wall의 왼편으로 숲과 오버행으로 둘러싸인 시원한 곳이 있었다. 루트도 5.11에서 5.13까지 10개의 다양한 루트들이 있었다. 이런 곳이 있는 줄을 몰랐네. 오버행과 직벽이 만나는 디에드르에 멋진 크랙 루트가 있었다. Wake and Bake(7a+/5.12a). 그런데 크랙에 재밍은 잘 안되고 밸런스 잡기가 어렵다. 2번만에 겨우 완등. 별점 3개.
저녁으로 톤사이베이 리조터 식당에서 간단히 저녁과 맥주를 1병씩 먹고 드림밸리 숙소에 체크인. 107호가 2인용 침대라서 각 1인용 침대로 바꾸려했더니 2층이라서 그냥 2인용 침대에 수영장 바로 앞 숙소로 결정. 숙소의 상태는 2017년과 별 다를 바가 없다. 더 악화된 것은 조식을 안준다는 것. 식당이 아예 운영을 하지 않는다. 숙소에서는 와이파이가 간당간당 잡혔다. 등반 영상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면 아침에 일어나면 탑재가 되기는 했다. 전기가 0시부터~00까지 안들어옴. 낮에 숙소에 들어와서 쉬는 게 안될 것 같았는데 아침에 등반하러 나가면서 에어컨을 켠채로 두면 한낮에 숙소로 왔을때도 시원함이 유지되고 또 그늘이라서 그렇게 덥지도 않았음. 야외에서 쉬는 것 보다는 숙소에 들어와서 쉬는 게 효과적이었음. 타올과 샴푸, 비누는 필요할 때마다 프론트에서 받아서 사용 가능함. 치약, 칫솔은 제공하지 않아서 치약은 별도로 구입함. 물은 그럭저럭 따뜻한 물이 나왔음. 청소는 몇일 간격으로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열흘 머무는 동안 한 번 해줬음. 작은 냉장고가 있고 매일 500ml 생수를 1인당 하나씩 아침에 배달을 해줘서 냉동실에 얼려서 아침에 출근할 때 요긴하게 사용함. 이태리 타올을 안가져와서 후회를 많이 했음. 옷은 매일 갈아입고 손으로 간단히 세탁해서 베란다 널어놓으면 다음날 말끔하게 말라서 입을 수 있어서 각 3벌 또는 2벌씩만 준비해도 충분할 것 같음. 크록스 보다 샌달이 좋다는 말을 듣고 등산화와 샌달을 챙겨왔는데 샌달이 모래도 잘 안빠지고 잘 마르지도 않아서 해변 가게에서 파는 쪼리 슬리퍼를 샀는데 탁월한 선택이었음. 모래도 잘 빠지고 잘 마르고 톤사이비치와 티롤리안 월 정도까지는 쪼리 신고 다녀도 편안했음. 파이어월이나 프라낭 비치 쪽은 어프로치가 있어서 등산화를 활용하고 쪼리 신고 빌레이보고. 쪼리를 난생 처음 신었는데 생각보다 편안함.
1월 10일
Lion King(6c+/5.11c) 재등. Tiger Queen(7b/5.12b) 1회 등반. Playing with Fire(6b) 온사이트, Burnt Offerings(7a+/5.12a) 1회 등반.
6시 30분에 기상. 어제 첫날부터 너무 열심히 해서 그런지 벌써 온몸이 뻐근함. 그래도 꾸역꾸역 짐을 챙겨서 숙소를 나와 근처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함.
오전에는 Dum’s Kithchen Wall에서 등반하기로 함. 아침 9시인데도 벌써 클라이머들이 많다. 인기 루트인 Lion King(6c+/5.11c)에는 줄이 섰다. 2017년에 완등한 루트인지만 영상 촬영을 위해 다시 등반. 2017년에는 루트가 엄청 미끄러웠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미끄러운 줄을 모르겠다. 어렵지 않게 첫시도에 재등.
Lion King 바로 오른쪽에 있는 Tiger Queen(7b/5.12b)을 시도했다. Lion King과 대비되는 이름도 멋지고 유튜브에서 본 등반 영상도 멋져서 시도했는데 첫 번째 크럭스를 넘지 못하겠네요. 오른손으로 잡는 동그랗고 작은 크림프 홀드가 미끄럽기도 하고 손끝의 힘이 부족해서 그런지 제대로 잡히질 않는다. 일단 포기. 우리보다 덩치가 더 큰 외국인들이 하는 것을 보니 런지를 해서 잡지 않고 오른발을 오른쪽 턱에 많이 올려 손을 뻗어서 잡는다. 다음에는 저 동작으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Lion King이 있는 Dum’s Kitchen Wall이 가장 햇볕이 일찍 들어온다.
햇볕을 피해서 어제 등반했던 숲속의 Dum’s Kitchen으로 이동했다. 만만해보이는 Unknown(6c+/5.11c) 루트를 등반했다. 첫 번째 시도에서 숨어있는 홀드를 제대로 못찾아서 추락. 2번 시도에 완등.
한낮이 되니까 여기도 햇볕이 들어오고 덥다. 일단 그늘에서 휴식.
3시쯤 Fire Wall로 이동. 동굴 천정을 지나고 톤사이비치가 배경으로 나오는 멋진 루트 Burnt Offerings(7a+/5.12a)로 갔다. 톤사이비치에서 바로 갈 수 있을 것 같은 길을 따라갔다가 한참을 헤맨 끝에 겨우 Burnt Offerings 루트를 찾았다. 나중에 하산 길에 보니 그냥 Fire Wall 가는 길로 가서 왼쪽으로 길이 잘 나와 있었다. 2017년에는 Fire Wall에서 모기에 뜯긴 기억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모기는 적었다. 경치를 보러 온건지 트레킹을 하러 온건지 현지 가이드와 아가씨 2명이 동굴안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몸풀기로 Playing with Fire(6b)를 등반했다. 동굴 오른쪽으로 트레버서하는 루트인데 한구간이 살짝 까다롭고 전체적으로는 쉬운 루트였다. 등반하면서 보는 주위 경치가 일품이다. 그러나 2번째 등반하는 사람이 퀵드로를 회수해오려면 조금 고역이다.
크라비의 루트들은 완등 앵커가 개폐가 되지 않는 링으로 되어 있어서 퀵드로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셀프 빌레이나 여분의 퀵드로를 더 챙겨가야 한다. 외국의 클라이머들이 하는 방법이 매우 신박했다. 우리만 몰랐던 건가? 완등 앵커에 도착하면 뒤쪽의 로프를 잡아당겨서 앵커 링에 통과시킨 다음 8자 매듭을 해서 본인의 안전벨트와 안전카르비너로 연결한다. 최초의 8자(또는 볼라인) 매듭을 풀고 앵커의 퀵드로를 회수한 다음 하강한다. 뒤쪽의 로프를 잡아 당겨서 매듭을 만들었기 때문에 꼬랑지같은 매듭이 길게 나와있다. 이 긴 꼬랑지를 이용해서 오버행의 퀵드로를 회수한다. 오버행에서 퀵드로를 회수할 때 붙잡을만한 것이 없으면 퀵드로 회수하기가 참 곤란한데 이 꼬랑지를 볼트(크라비의 볼트는 우리나라와 달리 아래 위로 D자 모양으로 되어 있다.)에 통과시켜 잡아 당겼다가 퀵드로 회수 후에 줄을 놓으면 비교적 쉽게 회수가 가능했다.
동굴을 차지하고 있던 트레커들이 가고 나서 Burnt Offering루트 첫 번째 시도. 다행히 퀵드로가 모두 걸려있다. 동굴 바깥쪽 천정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로지른 다음 동굴 위쪽으로 다시 5,6m를 더 등반해야 하는 루트여서, 동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휴대폰 카메라를 하나 설치하고 동굴 바깥쪽 먼 곳에 휴대폰 카메라를 하나 더 설치해서 동시에 영상을 찍었다. 동굴 왼편으로 시작해서 동굴 바깥쪽 천정으로 오른쪽 다리를 힐훅을 걸면서 전진했다. 천정의 반 이상을 지난 다음에는 몸의 방향을 바꿔서 다리를 먼저 보낸 오른쪽벽으로 이동. 천정에 있는 홀드들은 좋은 편이다. 그러나 동굴 꼭대기에서 온몸이 둥둥 떠 있다보니 심리적인 불안감으로 지나치게 힘이 많이 들어간다. 오른쪽 벽에 붙어서 바깥쪽으로 나와 이제 직등해야 하는데 홀드가 잘 안보인다. 초크칠이 많이 되어 있는 왼쪽의 크림프를 잡고 버둥거리다 결국 추락. 크림프 위쪽으로 손이 쏙들어가는 좋은 홀드가 있는데 거리가 좀 멀다. 쉬었다가 위쪽의 그립 홀드로 런지. 그 위쪽으로는 지름이 1m쯤 되는 구멍(?)이 있는데 요게 참 요상하게 생겨서 테두리가 두루뭉술해서 조금씩 흐른다. 억지로 잡아당겨서 올라서니 그 위쪽은 그렇게 어렵지가 않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하산하면서 보니 2017년에 우리가 등반했던 Fire Wall 오른쪽에는 등반하는 사람들이 많다.
1월 11일
Babes in Thailand(7a/5.11d) 온사이트, Stlagasaurus(6c+/5.11c) 온사이트, Burnt Offerings(7a+/5.12a) 2회 등반.
벌써 3일째. 오늘은 클라이머들이 가장 많은 Ton Sai Beach Wall 이다. 첫 번째 루트는 제일 만만해보이는 Babes in Thailand(7a/5.11d). 한국의 자연암벽에는 없는 재미있는 투파 홀드를 적절히 활용해서 무난하게 온사이트 완등.
두 번째 루트는 Stlagasaurus(6c+/5.11c). 큼직한 홀드에 적당한(이 동네에서는 각이 작은 편이다) 각도. 온사이트 완등.
낮에는 숙소에서 쉬다가 오후에 다시 Frie Wall로 갔다. Burnt Offerings 2번째 시도. 동굴에서 직벽으로 나가는 부분의 왼손 그립 홀드를 런지로 잡으려 했는데 정확하게 구멍을 못찾아서 결국 힘이 빠져 추락. 쉬고 있으니 배가 툭 나온 캐나다 총각이 아가씨와 함께 등반하러 왔다. 먼저 하라고 했더니 몸매와는 다르게 여러번 해봤는지 부드럽게 등반을 잘한다. 동굴 천정을 지나서 오른쪽 벽면에서 작은 종유석에 머리를 대고 쉰다. 올커니 저렇게 쉬는 방법이 있었네. 아 그런데 그 장면을 본게 오히려 독이 되었다. 3번째 시도에서 캐나다 총각처럼 쉬어보려다가 오히려 힘만 더 뺐다. 크럭스를 못넘고 결국 추락. 어설프게 따라하는 것보다는 본인의 무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저녁은 톤사이베이 리조트 식당에서 해결. 현금이 떨어져가는데 여기는 카드가 된다. 애초에 톤사이비치 해변 바로 앞에 있는 톤사이베이 리조트를 예약하고 싶었는데 가격이 비쌌다. 1일 10만원 정도. 드림밸리는 6만원 정도. 그래도 여기는 조식 뷔페 가격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 조식 뷔페가 퀄리티가 상당히 좋았음. 6개월 전에 톤사이베이 리조트를 예약한 부산에서 온 청년 두 사람은 1일 4만원 정도에 예약했다고 해서 배가 많이 아팠음. 아침 조식을 먹고 조식의 일부분을 남겨서 점심까지 해결하려고 했는데 계획이 어긋났음. 다른 식당에서 아침을 몇 번 먹다가 환전해온 현금이 부족할 것 같아서 톤사이베이 리조트 조식을 카드 결재로 먹기 시작했는데 1인 250바트. 카드 수수료 3%를 포함하면 257.5바트. 우리 돈으로 1만원 정도인데 남는(?) 음식으로 점심까지 자체 해결했으니 가성비가 매우 좋았음. 다음에는 조금 더 일찍 예약해서 조식도 중식(?)도 해결이 되는 톤사이베이 리조트를 숙소로 잡는 게 좋을 것 같다. 여기는 TV도 있고 와이파이도 너무 빵빵하게 잘 터진다고 한다. 해변의 암장과 어프로치도 코앞이고.
1월 12일
Sweatin Mekong(6c+/5.11c) 3회 등반, 완등. White hot Hernias(6b+/5.11a) 플래시. Fire Show(6c+/5.11c) 온사이트
등반 4일차. 마음은 쉬어야할 것 같은데 몸은 등반을 하러 간다. 오늘부터는 조식을 톤사이베이 리조트 레스토랑 조식 뷔페를 먹기로 했다. 여기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화장실에 들런 다음 레스토랑 바로 앞에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는 루트를 해보기로 했다. 여기도 클라이머들에게 인기가 많다. 사다리를 올라가는데 약간의 줄서기가 필요하다. 히말라야 등반도 아닌데 사다리를 이용하다니. 첫 번째 루트는 Sweatin Mekong(6c+/5.11c). 몸도 풀겸. 온사이트도 하고. 다른 루트도 해보고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크럭스에서 계속 힘이 빠지면서 2번이나 실패. 다른 사람들이 등반하는 걸 보니 투파 홀드에 니바를 건다. 아~ 또 어설프게 따라하다 힘만 빼는 건 아닌지. 3번째 시도. 힘이 딸리다보니 자연스럽게 니바를 걸었다. 힘이 비축되었는지 무브가 다 풀려서 그런지 3번만에 완등.
그러나 계획과는 다르게 오전이 다 가버렸다. 거기다가 3번째 완등 영상이 햇볕이 들어가서 보기 흉하게 되어버렸다.
오후에는 다시 Fire Wall. 몸풀기 겸해서 White hot Hernias(6b+/5.11a)를 플래시로 등반.
Fire Show(6c+/5.11c)는 스타트가 크럭스였는데 홀드를 못찾아 조금 고전했지만 무난하게 온사이트 했다.
또다른 6c+루트인 Fire Show(6c+/5.11c)를 등반하려고 했으나 물기도 있고 모기같은 곤충들이 홀드에 가득해서 여기는 포기. 체력도 떨어지고 Burnt Offerings는 다음에.
매일 등반을 하고 매일 맥주를 1병씩 마신다.
1월 13일
Don’t Buy Toys(7a/5.11d) 온사이트, New Way(7a/5.11d) 1회 등반, Princese Eyes(6c+/5.11c) 완등. Princese Eyes(6c+/5.11c) 1회 등반.
연속 등반 5일째. 오늘은 쉬어가는(?) 의미로 프라낭 비치로 갔다. 톤베리랑(톤사이베이 리조트 레스토랑)에서 조식을 먹고 중식을 챙겨서(?) 톤사이 비치-서라일레이비치-동라일레이비치-프라낭비치로 이동했다. 길치다 보니 서라일레이비치 끝가지 갔다가 다시 백. 동라일레이비치 끝에서 왼쪽으로 가면 1,2,3 Wall 나오고 오른쪽으로 가면 Phra Nang Beach가 나온다.
해변의 풍광은 프라낭 비치가 최고인 것 같다. 아침 일찍 갔을때는 사람이 없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온다. 현지 가이드들이 운영하는 클라이밍 체험도 있고, 프리솔로 등반과 슬랙라인 실력을 뽐내는 흰수염의 할아버지가 볼거리를 제공한다. 유튜브에서 보던 거대한 이구아나(?)도 한 마리 해변을 어슬렁거려서 카메라에 담았다. 2017년에 천정에서 뻗어내려온 종유석에 올라타는 볼더링을 열심히 해서 결국 올라탔었는데 여전히 그 자리에 종유석 기둥이 있다. 그런데 밑에 나무 둥치들을 갖다놓아서 떨어지면 다칠 것 같아서 올라붙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한 번 매달려보니 어렵고 안된다. 2017년에 등반 능력이 더 좋았던 건가?
첫 번째로 고른 루트는 Don’t Buy Toys(7a/5.11d). 스타트 부분은 같고 위쪽으로 2개의 루트가 되는 재미있어 보이는 루트다. 스타트가 크럭스 같은데 하나만 되면 one plus one 루트 아닌가. 그리고 한국에서 루트 정보를 검색했을 때 가덕도 해벽의 어항(5.10c)루트처럼 여기도 중간에 들어가 앉을 수 있는 큰 구멍이 있었다. Don’t Buy Toys 스타트가 크럭스가 맞긴 맞다. 작은 핑거 포켓이 많아서 어느 게 좋은 홀드인지 여러번 더듬다가 온사이트를 했다. 중간 구멍에서 들어가보려다가 들어갔다 나오는 게 힘들 것 같아서 그냥 전진.
그런데 원플러스원으로 생각했던 New Way(7a/5.11d)는 온사이트로 올랐던 스타트에서 계속 추락해서 실패. 이건 뭐지 피곤해서 그런가.
작전을 바꿔서 2017년에 등반을 했던 것 같은 Princese Eyes(6c+/5.11c)를 등반. 2017년에는 가이드북에 정확한 이름과 난이도가 없어서 그냥 등반만 했던 것 같은데 2023년 가이드북은 자세하고 친절하게 잘 안내되어 있다.
퀵이 걸려있고 이름도 무브도 멋진 Half Dragon(7b+)을 1회 시도했지만 중단부를 못넘고 추락. 훗날을 도모하기로.
1월 14일
New Way(7a/5.11d) 4회 등반. 완등.
어제 못한 원플러스원을 하기위해 어게인 프라낭비치. 40분 정도 소요되는 어프로치가 힘겹다. 그래도 아침에는 라일레이로 넘어가는 바닷길이 열려서 수월한 편이다.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어제보다 사람들이 더 많다. 클라이밍 체험자도 많고 이반 클라이머들도 많다.
New Way(7a/5.11d)를 빨리 끝내고 다른 루트를 해보려고 했는데 번번이 스타트를 넘지 못하고 추락. 온사이트 한 곳을 계속 떨어지다니 어이가 없다. 스타트를 넘어섰더니 의외로 트레버서 루트에서 또 떨어진다. 오마이갓. 결국 오전에 2번 오후에 다시 2번을 더 하고서야 완등을 했다.
원플러스원에 욕심을 내다가 원데이원이 되어버렸다. 연속 등반 6일차의 피곤함때문이라고 위로를 해본다.
1월 15일
Tidal Wave(7b+/5.12c) 6번 이상 시도.
오늘은 골(개인적으로 5.11c이상의 루트를 300개 완등하기로 프로젝트를 세우고 실천 중이다. 루트를 하나 완등할 때 골을 넣었다고 표현한다. Goal이 목표라는 뜻이니 목표한 루트를 완등한 것과 잘 어울리기도 한다. 하루에 2개를 완등하면 멀티골, 3개를 완등하면 헤트트릭)을 못넣어도 프로젝트 루트를 하나 하기로 했다. 5.13루트도 해볼 생각이었으나 남은 기간으로는 어림없을 것 같고. 남은 4일 안에는 될 것 같은 7B+/5.12c 난이도의 Tidal Wave를 프로젝트로 잡았다. 지나다니면서 보니 이 루트도 인기 루트로 쉼없이 많은 이들이 등반을 한다. 유튜브에서도 많이 봤고 직관도 많이 하다 보니 머릿속으로 무브는 다 풀려있다. 가이드북에는 별이 4개가 달려있다. 그리고 A very popular overhan route on Ton-Sai Beach with nice sloping jugs. This tsunami is shaped Route is pumpy. 라는 설명이 적혀있다. 가이드북 설명 그대로 인 것 같다. 오른쪽에서 시작해서 왼쪽으로 휘어져 올라가는 비교적 좋은 슬로프 저그 홀드로 이루어져 있는데 홀드를 잡고도 계속 떨어진다. 첫 번째, 두 번째는 초반에 추락, 3번째 시도에서는 부분적으로 무브를 모두 풀기는 했다. 그런데 이후로 4번째, 5번째, 6번째는 더 높이 못갔다. 대신에 필요없는 무브를 줄이고 많은 사람들이 하는 무브이지만 나한테 맞는 것으로 일부 무브를 변경했다. 이제 3일밖에 안남았는데 과연 완등할 수 있을까?
1월 16일
Tidal Wave(7b+/5.12c) 5번 이상 시도, Burnt Offerings(7a+/5.12a) 1회 등반. 완등.
연속 등반 8일째. 이제는 쉬는 날을 잊어버렸다. 등반할 날이 점점 줄어들다보니 쉬고자 하는 마음보다 조금이라도 더 등반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오늘은 2마리 토끼를 잡기로 했다. 오전에는 Tidal Wave. 오후에는 Burnt Offerings. 오전 토끼는 5번 이상 시도했으나 결국 놓쳤다. 그래도 2번째 시도에서 가장 높이 올라가기는 했다. 결국 완등의 핵심은 지구력인 것 같다.
오전 등반을 마치고 숙소에서 휴식.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오후에는 Fire Wall로. Burnt Offerings 동굴앞에 가니 난감하다. 걸려있던 퀵이 모두 사라졌다. 회수하기 힘드니까 고정으로 퀵이 걸려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애고 퀵까지 걸고가면 더 힘들텐데. 그래도 별수 있나 가야지. 크라비 오기 전에 가장 해보고 싶었던 루트 중의 하나라서.
스타트와 천정 트레버서는 무난히 통과. 동굴 오른쪽에서 캐나다 총각처럼 머리를 박고 쉬지는 못하겠고 저그 홀드를 잡고 적당히 휴식. 계속 추락을 일삼았던 조금 먼 그립(포켓에 가까운) 홀드를 다행히 잘 잡고 위쪽 홀(?)로 전진. 모서리 슬로퍼 홀드를 잡고 나니 벌써 힘이 빠진다. 애고 여기서 또 추락인가. 애고, 추락할 때 하더라도 한 번 힘이나 써보자 하는 심정으로 홀 안으로 왼쪽 다리를 구겨 넣었다. 무릎으로 니바를 거니까 조금 쉬어진다. 전완근에 휴식을 조금 주니 위쪽으로 전진할 힘이 생겼다. 홀을 넘어서는 곳에서 또 다리를 벌리니 휴식이 가능하다. 마지막 힘을 모아서 앵커에 줄을 걸고 완등. 이제는 퀵드로 회수가 문제. 위쪽은 별 문제가 없었지만 천정 트레버스 직전 구간에서 퀵드로 회수가 잘 안된다. 일단 허공으로 시원하게 바이킹을 타면서 하강. 다시 등반을 한 번 더 해서 퀵드로 회수 그리고 짜릿한 바이킹 타기. 완등을 해서 바이킹 놀이가 말할 수 없이 짜릿하고 재미있고 뿌듯하다. 멋진 등반 영상과 동굴 천정을 통과하는 짜릿한 무브와 그림같은 톤사이해변의 풍광을 보려면 Burnt Offerings 강력 추천합니다. 2마리 토끼 중에 한 마리는 잡았으니 오늘도 맥주 1병이 필요하다.
1월 17일
Tidal Wave(7b+/5.12c) 6번 이상 시도
연속 등반 9일째. 이제 등반할 수 있는 날은 이틀. 오늘은 Tidal Wave를 완등해야 다른 루트들도 등반해볼텐데. 아침부터 해가 지고 컴컴해진 7시까지 6번 이상을 시도했다. 결과는 실패. 지금까지 한 것 중에는 가장 높이 올라갔다. 5번째 시도에서는 상단 턱 위로 막 진출하려다가 아쉽게 펌핑으로 추락. 한 번만 더해보면 완등할 것 같은 느낌이 온다. 주위가 컴컴해진 7시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시도. 그러나 마음과는 다르게 몸은 추락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제는 특별히 힘든 구간이 없다. 센터에서 지구력 루트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전에는 이게 완등이 될까 싶었는데 이제는 곧 완등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날도 저물었고 마음과는 다르게 몸은 파김치가 되었으니 내일로 미루고 철수.
많은 한국팀들이 이제 떠났다. 대구팀, 부산팀, 서울팀. 서울에서 또 한팀이 새로 들어오기도 했다. 클라이머 꿈나무들로 이루어진 일산 클라이밍팀은 아직도 10일 이상 더 등반을 한단다. 어린 친구들의 등반을 보면 경이롭다. 5.13 루트들도 얼마나 쉽게 하는지.
1월 18일
톤사이비치-아오낭 비치-크라비 공항(21:25)-방콕 수완나품 공항(22:50)
Tidal Wave(7b+/5.12c) 완등, Lai Bab(7a+/5.12a) 온사이트, Jugs for Jumping(6c+/5.11c) 온사이트.
연속 등반 10일째.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앞으로 이런 날이 올까. 조식을 먹기 전에 Tidal Wave를 시도하기로 했다. 이른 시간이라 시원하기도 하고 등반하는 사람도 적고. 시간도 많이 확보할 수 있고. 피로가 누적되기는 했어도 첫 번째 등반이 손끝도 살아있고 힘도 많이 비축되어 있지 않을까.
아침 7시 Tidal Wave 출발. 오늘이 마지막날이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니 조금 떨린다. 익숙한 스타트 부분의 포켓에 왼손 중지를 끼우고 오른손으로 위쪽의 저그 홀드. 왼손으로 비교적 좋은 크림프 홀드. 오른손으로 왼손 바로 앞에 있는 사선의 조금 안좋은 크림프 홀드. 왼발을 종유석(고드름?) 조금 높은 곳에 딛고 오른발 힐로 종류석 아래를 살짝 걸어서 밸런스 잡기. 왼손으로 위쪽의 크랙에 난 저그 홀드. 오른손 크로스 해서 종유석 윗부분의 동그란 홀드 랩으로 잡고 클립. 왼손으로 종유석 언더 잡고 오른손으로 위쪽의 저그 홀드. 오른발 종유석 위에 올리고 왼발 발등 훅 걸기. 왼손을 오른손 옆 저그 홀드. 오른손 왼손 옆으로 조금 이동. 왼손으로 주름 살짝 핀치. 핀치 잡을 때 오른손을 미끄러지듯이 왼쪽으로 이동. 이렇게 하면 힘을 세이브할 수 있음. 투테이크로 사이드 저그 바로 잡기. 왼발은 가로턱에 재밍(?) 오른발은 아래쪽 스탠스에 이동시킨 다음 클립. 오른손을 위쪽 저그와 포켓이 섞인 홀드에 왼쪽 포켓에 오른손 검지만 넣고 오른쪽 포켓에 중지부터 약지까지 넣고. 오른발 스탠스에 이번에는 토훅을 살짝 걸고, 왼손을 오른손 검지 넣은 곳에 같이 살짝 모았다가 왼손을 다시 위쪽 저그 홀드로 전진. 오른손도 위쪽 저그 홀드로. 왼손 오른손 바로 밑 저그로 따라오고 오른손으로 클립. 왼손을 상단 턱위의 저그 홀드 잡고 오른손도 상단 턱 저그 홀드. 오른손은 바로 위 다시 핀치 홀드 잡고 왼손 사이드성 언더 잡기. 오른발 힐훅 으로 올리고 오른손 위쪽 사이드 홀드. 왼발도 턱까지 백스텝으로 끌어올리고 왼손 상단 가운데 투파, 더 위에 투파로. 발을 턱까지 모두 올린 다음 왼발로 왼쪽 옆에 있는 종유석(고드름)을 옆차기. 많은 사람들이 이 옆차기를 하던데 굳이 옆차기 안해도 투파만 잡고 클립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힘이 빠지니까 이 동작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이렇게 안했으면 아마 마지막 클립하다가 펌핑으로 추락했을 것 같다. 크라비 등반 마지막날에 가까스로 완등을 했다. 유종의 미를 남길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식전에 완등을 해서 편안하고 맛있게 배불리 아침을 먹을 수 있어 더욱 좋았다. Tidal Wave는 딱히 크럭스라고 할 부분이 없는데 각도가 세다보니 24개 정도의 무브를 연속적으로 이어나갈 지구력이 필요한 것 같다. 귀국해서 영상으로 시도 횟수를 살펴보니 스타트부터 새로 시작한 횟수가 무려 22회. 시도 횟수가 늘수록 무브가 정리되고 줄어들고 힘이 세이미브 되면서 루트에 맞는 지구력도 생긴 것 같다. 10일 연속으로 등반을 하느라 체력이 점점 떨어지기는 했어도 적절한 시점에 완등을 할 수 있어 기뻤다.
편안하고 맛있는 아침 식사를 마치고 별책부록같은 느낌으로 마지막날의 등반을 즐겼다. 톤사이비치에 있는 Lai Bab(7a+/5.12a)을 온사이트 했다. 종유석과 비교적 좋은 홀드로 재미있게 구성된 루트였다.
마지막 루트는 Jugs for Jumping(6c+/5.11c). Dum’s Kitchen의 숲속에 있는 루트다. 스타트가 점프다. 오버행 턱에 점프를 해서 턱을 꺽어오르는 매력이 있는 루트다. 루트가 2개로 갈라지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루트 하나는 사라지고 없었다.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3시가 지나서 톤사이비치에서 롱테일보트를 2명이서 6인분 배삯을 내고 아오낭비치로 이동했다. 톤사이해변과 아오낭비치 가는 바다쪽에도 멋진 암벽들이 즐비하다.
상가들이 많고 활기가 넘치는 아오낭 비치에서 기념품을 조금 사고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먹었다. 햄버거가 태국 음식보다 더 비싸다. 툭툭으로 기억하는 봉고와 트럭의 중간쯤 되는 차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먼저 타고 있던 호주 청년, 중간에 탄 여학생 한명을 모두 내려주고 크라비 시내를 돌아서 공항에 내려줬다. 시간이 한참 걸렸지만 시내 구경은 잘했다. 공항으로 오면서 보니 육지에도 바위산들이 많다. 가이드북에 있는 Chong Plee, North Wall 등은 아마 육지 쪽에 위치해 있는 것 같다. 공항에서 또 한참을 대기한 끝에 크라비 공항을 떠났다.
1월 19일
방콕 수완나품 공항(00:50)-부산(08:00)
방콕에서 환승을 하는데 2시간밖에 없다. 그래도 기내수하물 밖에 없어서 그런지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다. 마지막으로 태국 음식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부산에 도착하니 엄청 춥다. 출발할 때 갖고 간 파카를 잃어버려서 더욱 추웠다. 추운 날씨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6년만에 갑작스럽게 감행한 크라비 등반이었다. 출국 전에 등반 계획서를 만들고 등반할 루트 목록을 뽑았다. 5.11c/d 이상의 루트를 10개에서 20개 정도 완등을 하고 5.13루트도 하나 프로젝트로 등반해보고. 영상을 찍으면 멋질 것 같은 Burnt Offerings루트도 해보고. 10일 머무는 기간인데 욕심은 많았던 것 같다. 그래도 욕심을 낸 덕분에 10일 연속 등반이라는 기록도 세우고 목표에 근접한 성과를 얻었다. 2017년에는 영상을 찍을 생각을 안했었는데 이번에는 휴대폰이지만 그래도 등반의 전과정을 영상으로 찍어 기록으로 남겼다. 영상으로 찍으면 좋은 점 중의 하나는 어렵고 힘들고 무서운 루트를 시작하려고 할 때 선뜻 출발하기가 쉽지 않은데 일단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나면 의무감에서라도 출발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조금 전에 등반을 해도 어떻게 무브를 풀었는지 기억을 못할 때가 많은데 영상이 많은 도움이 된다. 사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프로젝트는 100개국에서 클라이밍 해보기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라면 한 번 갔던 태국 크라비 보다는 라오스 같은 다른 나라를 등반하면 더 좋았는데. 라오스는 루트에 대한 정보도 적고 클라이밍 지역까지 가는 어프로치 시간이 많다는 단점이 있어 크라비를 선택했다. 크라비를 한 번 갔지만 영상으로 기록이 없었다는 아쉬움도 있었고.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크라비를 간다면 숙소는 톤사이베이 리조트. 한국 출발하는 날 아침까지 고민했던 기타. 다음에는 위탁수하물로 기타를 갖고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태리 타올 꼭 챙기기. 커피믹스. 치약. 빗. 와이파이 도시락을 대여해갔다. 등반 중에도 숙소에서도 적절히 잘 사용했다. 와이파이 잘 터지는 숙소를 잡는다면 필요없을 것 같다. 책을 달랑 1권 들고 갔는데 아쉬웠다. 다음에는 조금 더 많이. 달랑 1권의 제목은 소설가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 클라이밍 투어를 하면서 읽으니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아껴서 읽으니 더 감질맛도 나고. 촬영 기구를 조금 더 다변화하면 좋을 것 같다. 해변에서 보니 드론을 갖고 온 사람들도 제법 있다. 등반할 루트들은 이번에 했던 등반과 비슷하게 목록을 간추릴 것 같다. 처음에는 루트들이 한국보다 요세미티 알파벳 그레이드로 2단계 이상 어려운 것 같았는데 조금 적응하고 나니 그렇게 많은 차이는 없는 것 같다. 다음에는 꼭 5.13루트도 프로젝트로 해보고 싶다. 그리고 이번에 완등못한 숙제들도 해결해보면 좋겠다.
함께 등반을 해준 원식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주원식의 등반을 보려면 유튜브 ‘달에 취한 나비’를 보면 됩니다. 많은 부분 같은 루트를 등반했지만 서로 다른 루트들도 많다.
10일 연속 등반을 했더니 10손가락의 지문이 다 사라져서 출국할 때 지문이 나오지 않아서 조금 고생을 했다. 한국에서 다시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오는 데는 일주일이 걸린 것 같다. 사라진 지문들은 지금 궂은 살로 돌아왔다. 크라비 등반 잘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