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필명 몽보(夢甫)·구보(丘甫)·구보(仇甫)·구보(九甫)·박태원(泊太苑). 서울 출생. 경성제일고보, 도쿄[東京] 호세이[法政]대학 등에서 수학하였다. 1926년 《조선문단(朝鮮文壇)》에 시 《누님》이 당선되었으나, 소설로서의 등단은 30년 《신생(新生)》에 단편 《수염》을 발표하면서 이루어졌다.
33년 구인회(九人會)에 가담한 이후 반계몽, 반계급주의문학의 입장에 서서 세태풍속을 착실하게 묘사한 《소설가 구보(仇甫)씨의 1일》 《천변풍경(川邊風景)》 등을 발표함으로써 작가로서의 위치를 굳혔다.
그의 소설에 있어 특기할 사항은, 문체와 표현기교에 있어서의 과감한 실험적 측면과, 또 시정 신변의 속물과 풍속세태를 파노라마식으로 묘사하는 소위 세태소설의 측면이다. 이러한 특징은 그가 예술파 작가임을 말해주는 중요한 요건이다. 일제강점기 말에 발표한 《우맹(愚氓)》 《골목 안》 《성탄제》 등에도 비슷한 경향을 잘 드러내었다.
8.15광복 후에는 조선문학가동맹에 가담함으로써 작가의식의 전환을 꾀한 바 있고, 6.25전쟁 중 서울에 온 이태준(李泰俊)·안회남(安懷南) 등을 따라 월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술된 작품 외에 단편소설 《사흘 굶은 보름달》 《애욕》《피로》 《5월의 훈풍》, 장편소설 《태평성대》 《군상(群像)》 등이 있다.
***요점정리
-갈래 : 장편소설, 세태소설
-배경 :
.시간 - 1930년대 어느 해 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공간 - 청계천변을 중심으로 한 서울
-성격 : 모더니즘 계열
-의의 : 세태소설 혹은 경아리(서울) 문학의 대표작.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특히, 카메라 아이(eye)의 기법이 돋보임.
-제재 : 청계천변을 중심으로 한 서민들의 일상사.
-주제 : 1930년대 서울 중산층과 하층민들의 삶과 애환.
-인물 : 70여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이 소설에는 특정한 주인공이 없다.
.재봉이 : 15-6세 가량인 이발소 사환. 이발소와 빨래터 골목에서 일어나는 대소사(大小事)를 상세히 목격한다.
.민 주사 : 재력 있는 50대의 사법 서사. 안성집과 취옥 사이를 오가며 주색 잡기(酒色雜技)에 골몰함.
.하나꼬 : 스무 살의 카페 여급. 손 주사, 은방 주인, 강 서방 등의 표적이 되어 있는 여인.
.이쁜이 : 천변 사람들의 축복 속에 결혼했으나 친정으로 쫓겨남. 점룡이가 짝사랑한 인물.
.금순이 : 순박한 시골 색시로 가족들과 헤어져 기미꼬, 하나꼬와 함께 살아가는 물.
.만돌 어멈 : 포악한 남편과 사는 행랑 어멈.
.창수 : 꾀 많은, 한약국집 사환.
**구성 :
* 이 작품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마찬가지로 '발단-전개-위기-절정- 결말'이라는 일반적인 소설의 구성 방식을 따르지 않고 있다. 다만, 청계천변을 중심으로 그곳에 사는 여러 인물들이 빨래터, 이발소, 한약국, 이쁜이 네집, 포목점, 행랑집, 카페 등지에서 벌이는 여러 가지 유형의 일상사들이 작가에 의해 세밀하게 관찰될 뿐이다.
이해와 감상
1936년 <조광>지에 연재된 장편 소설.
어느 해 2월 초부터 다음해 1월까지 꼭 1년 간 청계천변에 사는 사람들의 여러 가지 에피소드의 나열로 된 이 소설은 1930년대 모더니즘 소설의 대표적인 작품일 뿐만 아니라 작가 박태원의 대표작이다. 당시 모더니즘 소설의 특징인 도시성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세태 소설'의 진수(眞髓)를 맛보게 된다.
{천변 풍경}은 1936년 8월부터 10월, 1937년 1월부터 9월까지 <조광>에 연재한 박태원의 대표적 장편소설이다. 기교 작가나 모더니즘 작가로 평가되기도 하는 박태원은 이 소설을 통하여 단순하고 미묘한 것까지도 가장 풍부하고 흥미 있게 이야기해 줌으로써 작가적 역량을 확인시켜 준다.
이 작품은 2월 초부터 다음해 정월 말까지 1년 간 청계천변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서민의 생활 모습을 50개의 절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70여 명의 인물이 등장하여 다양한 삶의 생태와 음영(陰影)을 드러내므로 특정 주인공은 없다. 이는 이 소설이 특정 화자에 의하여 서술되지 않았으며, 다양한 서술 양식을 수용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소설의 구심점을 잃기 쉬운 이 소설은 삽화적 이야기를 다중화할 수밖에 없었다고 볼 수 있는데, 영화에서 쓰이는 카메라 아이(eye)의 기법을 통해 상이(相異)한 장소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여 줌으로써 시간성과 공간성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특히, 작가는 이를 여인들의 집합소인 빨래터와 남성들의 시교장인 이발소를 중심으로 초점화시킴으로써 사람들의 일상적 생활 양식과 생태를 재현시키는 데에 성공한다.
행랑살이 어멈, 신전 주인, 이발사, 포목전 주인, 한약국과 양약국 주인, 부의회 의원, 사법 서사, 금은방 주인, 카페 여급, 기생, 미장이, 첩, 여관 주인, 당구장 보이, 아이스케이크 장수, 전매청 직원, 공장 노동자 등 1930년대 서울에 거주하던 각종 직업의 인물들이 모자이크식으로 등장하는 이 소설에는 실제의 거리와 지형, 동명, 건물들과 같은 도시의 물리적 사실들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으며, 전통적인 인습과 근대적인 문물이 혼재(混在)되어 그려져 있다.
그러나 세태 소설이라는 평가나 도시 소설이라는 논의는 세태나 도시의 풍속을 세밀하게 묘사하였다는 점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세밀한 세태의 묘사를 통하여 당대적 진실을 추구하려 한 작가 정신에 근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줄거리
일정한 줄거리는 없다. 1년 동안 청계천변에 사는 약 70여 명의 인물들이 벌이는 일상사가 그 주된 내용이다.
민 주사, 한약국집 가족, 포목전 주인을 제외한 재봉이, 창수, 금순이, 만돌이 가족, 이쁜이 가족, 점룡이 모자(母子) 등은 모두 청계천변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점룡이 어머니, 이쁜이 어머니, 귀돌 어멈을 비롯한 동네 아낙네들은 빨래터에 모여 수다를 떤다. 이발소집 사환인 재봉이는 이런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결코 권태를 느끼지 않는다.
민 주사는 이발소의 거울에 비친 쭈글쭈글 늙어 가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한숩짓지만, 그래도 돈이 최고라는 생각에 흐뭇해 한다.
여급 하나꼬의 일상, 한약국집에 사는 젊은 내외의 외출, 한약국집 사환인 창수의 어제와 오늘, 약국 안에 행랑을 든 만돌 어멈에 대한 안방 마님의 꾸지람, 이쁜이의 결혼, 이쁜이를 짝사랑하면서도 이를 바라보기만 하는 점룡이, 신전집의 몰락, 민 주사의 노름과 정치적 야망, 민 주사의 작은집인 안성집의 외도, 포목점 주인의 매부 출세시키기, 이쁜이의 시집살이, 민 주사의 선거 패배, 창수의 희망, 금순이의 과거와 현재, 기미꼬와 하나꼬의 여급 생활, 금순이와 동생 순동이의 만남, 하나꼬의 시집살이와 이쁜이의 속사정, 재봉이와 젊은 이발사 김 서방의 말다툼, 친정으로 돌아오는 이쁜이, 이발사 시험을 볼 재봉이 등으로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