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산행은 2020 탑 산악회의 시산제가 있는 날이었다.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목욕재계를 하고, 장미 할매를 챙기고 나니 시간이 오전 6시 30분.
버스 도착 시간이 7시 10분이라 6시 50분쯤 집을 나서면 되겠는데, 외출할 때 마다 양배추를 줘 버릇을 들인
장미할매가, 양배추가 담긴 그릇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며, 왜 안나가냐고 눈까리를 굴리는 통에 등 떠밀리 듯
양배추를 놔 주고 현관문을 나섰다.
천천히 가서 따뜻한 커피나 한 잔 하고 있으면 버스가 오겠거니~~ 하며 슬슬 걸어 퇴계원역 앞을 지나고 있는데
오잉~~?? 선두 대장님~~??
꾸벅~ 인사를 하니 선두대장님 환히 웃으시며, 너무 일찍 도착했다 하신다.
그러시면서 바보는 왜 이렇게 빨리 나왔냐고 물으신다.
장미할매에게 등 떠밀려 나온 이야기를 하며 퇴계원역을 지나 후니님 집 근처를 가고 있는데,
갈 길 잃은 승용차에서 고갤 내밀며 인사를 하시는 한 분, 오잉~~?? 저 분은 황소님~~??
주차할 곳을 찾고 계신 황소님이 수다 삼매경의 우릴 먼저 발견하신 거다.
이에 선두대장님, 저~~쪽 일자 주차한 곳의 빈자리에 주차를 하라 알려주신다.
잠시 후 어느 편의점 안, 선두대장님, 황소님, 장미바보 셋이 커피 두 잔을 사서 거의 다 마셔가고,
그 즈음 나타나신 후니님, 버스가 15분 늦는단다. 그제야 핸폰을 들여다보는 셋.
친절한 하늘바라기님의 메시지가 조용히 들어와 있었다.
히힛 ^^
(09:3957) 버스 하차 ^^
버스가 오고 버스에 올랐는데, 이번에 자리에 앉아계신 분들의 면면이 지난 산행과는 다르다.
버스가 장현 출발이 아닌 구리 출발이라 이미 앉아 계신 분들 역시 구리에서 타시는 분들이니 당연하겠다.
늘 뵙는 분, 오랜만에 뵙는 분, 처음 뵙는 분도 계시고....웅성웅성한 가운데 내 뒷자리에, 육체이탈님 손자도
함께 타고 있었다.
인사를 하고, 버스는 내각리와 장현을 거쳐 운악산 휴게소에 멈췄다.
벌써 3월이라고 2월의 그 기온이랑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따뜻한 봄기운을 실어 온 바람에 콧구멍이 절로 벌름거려지며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가 쫘악 펴진다.
다시 출발한 버스는 온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 대며 광덕고개를 올라 여기저기에서 차멀미를 호소하게 만들더니
어느새 눈 쌓인 산길을 오르고 있다.
그리고 9시 40분 즈음 화악터널 주차장에 멈췄다.
예정보다 40여분 늦게 도착했기에 곧바로 하차, 시산제 행사 준비를 위해 산행을 접으신 정예요원 몇 분의
배웅을 받으며 화악산 산행 들머리로 향한다.
화악산은
경기도 가평군 북면과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경계에 위치한 1,468m 높이의 산으로,
감악산, 관악산, 송악산, 운악산과 함께 경기 5악 중 하나이며
위치가 38선 바로 아래라서 6.25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있었던 곳으로,
당시 중공군 부대를 섬멸 한 것을 기념하는 화악산전투전적비가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에 세워져 있다.
현재 화악산 정상은 출입통제 중이라 중봉이 정상역할을 대신하고 있으며,
그래서 오늘의 목적지 역시 이곳 화악터널에서 중봉까지 왕복 산행으로 소요시간 3시간이 계획되었다.
(09:4016) 들머리 : 출발~
버스기준 좌측으로 도로를 건너 산행 들머리에 서니 눈앞에 펼쳐진 것은 흰 눈 가득 쌓인 산로...!!!
육체이탈님은 아이젠이 필요 없을 줄 아시고 댁에 놔두고 오셨다는데,
여길 초등학교 4학년이 운동화만 신고 올라가기가 쉬울 리 없다.
그래도 초입의 낮은 경사도의 길은 그럭저럭 갈 수 있었는데, 가다가 수로를 건너며 만나게 되는 급경사의 눈길은
어지간한 어른 산꾼도 스틱이나 아이젠 없이 오르기엔 힘든 곳이었다.
할 수 없이 우리의 총대장님표 아이젠이 손자 신발에 장착되기에 이르렀고,
아이젠을 장착한 손자는 총대장님과 함께 벌써 저만치 앞서 오르고 있다.
그렇게 20여분을 낑낑거리며 오르자 시멘트 포장 임도로가 나타났다.
여기서부터는 구불구불 거리는 임도를 따라 계속 올라야 하는데, 총대장님과 손자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졌고,
대신 이제 막 임도에 올라서신 산이슬님과 육체이탈님의 환한 미소가 핸폰 안으로 들어온다.
찰칵~~
(09:5947) 두 분의 환한 미소
예상보다 따뜻한 봄 날씨에 바보는 이미 걸쳤던 조끼를 벗어 배낭 안에 넣었고,
임도 가장자리에 쌓인 눈이 녹아 도로를 적시고 있었고,
양쪽으로 세워진 철망 울타리엔 색색의 산악회 리본이 팔랑이고 있었다.
두 분을 뒤로하고 바보는 슬슬 속도를 내어본다.
오늘 땀 흘릴 수 있는 구간이 여기서부터 중봉까지의 짧은 거리로, 이 때 부지런히 움직여 땀 빼지 않으면
시산제 후 먹게 될 음식의 칼로리를 감당 할 수 없을 것 같으니....
심장에 알피엠 올라가는 느낌, 아니까~
기분 좋게....부아아앙~~~~
열심히 가다보니 앞에 영산홍님, 아롬님, 처음처럼님이 가고 계신다.
뭔 이야기가 그리 재밌으신지...
정작 부러운 것은 그리 이야기를 나누며 가심에도 전혀 힘든 게 없어 보이시는 세 분~
이것이가 바로 탑님들의 퀄리티임을 새삼 깨닫는다.
바보는 언제 저런 체력이 될지....
입꾹~
대신 심장에 알피엠을 조금 더 올려본다.
부아아앙~~
구불...구불...포장 임도를 따라 올라가는 길이 점점 지루해지기 시작하려는데, 저 앞에 낯익은 모습들이 보인다.
다름 아닌, 산이좋아대장님, 소나무님, 황소님 그리고, 예의 앞서기 시작했던 육체이탈님 손자다.
그렇게 다섯이 되어 임도를 다시 한 구비 돌아서서 오르자 중봉가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10:4557) 대장님과 손자
이곳엔 차량 서너 대가 주차되어 있었고, 그 끄트머리에 산사람들 여럿이 둘러앉아 식사 중이었고,
우리가 올라선 방향 뒤쪽 봉우리엔 군 시설물이 들어서 있는 게 보인다.
그 시설물을 배경으로 대장님과 손자를 한 장 찍어드리고, 바보도 황소님 손을 빌어 한 컷 찍혀본다.
귀엽게 만들어진 중봉 표지판에서 손자도 한 장 찍어 준 후에야 중봉으로 향한다.
음....
확실히 악산은 악산이다.
이 짧은 200여 m의 구간이 이리 험난하다니....!!!
손자는 미끄러지기도 하고 다리가 꼬이기도 했음에도 불평불만 없이, 징징거림도 없이 잘 올라간다.
그러고 보니, 산행 내내 손자는 육체이탈님을 한 번도 찾지 않는다.
산이좋아 대장님의 리드아래 안전하게 갈 수 있다는 확신이 선 모양이다.
대장님 뒤만 졸졸졸~~~ ^^
그렇게 얼음길, 바위길, 눈길이 뒤죽박죽 섞여있는 200여 m의 길을 10분정도 올라서니 중봉이다.
(10:5948) 나 스스로 대견해~
돌아가며 중봉 인증 샷을 찍고 소나무님이 준비하신 간식을 나눠먹다 보니 태평소님을 비롯해 영산홍님
일행이 올라서신다. 좁은 중봉 일대에 많은 사람이 북적이니 이제 우리가 방을 뺄 차례가 되었는데,
육체이탈님이 아직 도착 전이시다.
산이좋아 대장님과 소나무님이 중봉을 내려서시려 하자 손자도 따라 내려가겠다는 것을
할아버지 오시는 거 보고 가야지~~ 했더니 할아버지 안 보고 그냥 내려가면 안 되냐고 한다.
히힛~
오늘 할아버지는 남보다 못하신 분이 되셨따~~!!
할아버지랑 사진 찍고 가야한다고 말하며 겨우 붙잡고 있는데 산이슬님과 육체이탈님이 도착하셨다.
얼른 서시라 해서 할아버지 손자 인증 샷을 찍고 나자 손자, 잽싸게 산이좋아 대장님에게로 뛰어간다.
다시 예의 그 얼음길, 바위길, 눈길이 섞여있는 길을 내려서니 아까의 그 식사 중이던 사람들이 아직도
그대로 있고, 날은 더욱 따뜻해 졌으며, 바보의 배도 뭔가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일 잔 하고 가요~~
바보의 말에 모두들 동감에 공감, 한쪽에 모두 모였다.
산이슬님표 이스리에 산이좋아대장님표 쥐포, 바보표 곶감이 배낭에서 나와 땀 흘린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찐~맛을 즐기게 해 준다.
마침 내려서시는 산신령님까지...따뜻한 햇살 아래 모두의 표정이 편안할 뿐이다.
잠시 후,
시산제가 있으니 마음을 적실 정도로만 이스리 나눔을 행한 일행은 바로 배낭을 챙겨 일어선다.
(11:5459) 이 어우러짐, 어쩔~
가벼운 발걸음, 즐거운 대화.......
함께하는 시간의 편안함이 카메라 앵글 안에서도 충분히 느껴진다.
어느덧 다시 홀로 열심히 걷고 있는 바보.
가다보니 추사님 일행을 만나게 되고,
다시 앞질러 걷다보니 산이좋아 대장님과 그 일행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곧 임도를 버리고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눈밭 길 내리막이 시작되었다.
이번엔 바보표 아이젠을 손자에게 빌려준다.
대장님들 발 보다는 바보 발이 좀 작으니 덜 크겠지~~ 하는 마음에.
대신 총대장님 아이젠을 산이좋아 대장님과 바보가 한 짝씩 나눴다.
조심조심...살금살금....
드디어 저 아래로 들머리였던 날머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날머리를 통과, 오늘의 산행은 마무리가 되었다.
(12:3100) 날머리 통과 후 뒤돌아 본 눈길, 그새 눈이 많이 녹았다.
남양주 2020 탑 산악회 창설 이래 처음으로 초딩이 함산을 한 날에,
정작 보호자였던 육체이탈님은 산에서 손자에게 1도 보탬이 안 되시고,
수석대장님, 황소님, 소나무님 사이에서 펄쩍펄쩍 뛰며 따라 다니는,
용감무쌍한 손자를 볼 수 있었던 유쾌한 날이었다.
첫댓글 산악회 활동중 미래 새싹과 함께한 보람있는하루 였습니다 어린칭구가 산행할려는 의지와 어른들에겐없는 꾸밈없는 쾌활한성격 오랜만에 동심을 본듯하여 좋았습니다 갑장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도 모처럼 해맑은 아이의 얼굴, 목소리, 표정,....
우리도 저 나이땐 그랬겠지요??
어느덧 위선이 사알~~ 짝(???) 덮어버린, 바보의 가증이 발견 될 땐, 사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사는 게 꼭 그렇지는 않을 수 있음을 생각해 봅니다.
헌작을 혼자 하게 하시는 육체이탈님을 뵈며 역시~ 했습니다...바르게 말하는 손자는 할아버지의 가득한 사랑 덕분일 겁니다.. 아이들이 어른에게 주는 행복함은 정말 큽니다....
강윤이 생각에 웃음꽃 피어난 아침입니다...
장미바보님~ 수고 많으셨고
따뜻한 글 감사합니다~~~^^..
추신: 아이들이 잘 따르는 어른들이 있는데.. 짱~(^^) 대장님 이셨군요...역시~~👍~!!!
수고는 하늘바라기님이 하셨지요~
에필로그...
손자는 그날 집에가서 엄마아빠에게 온갖 자랑을 한 모양입니다.
그러면서 다음에도 꼭 가야 하고, 할배할매이모들이 준 용돈으로 등산화랑 배낭을 사야겠다고...
산이슬님과 육체이탈님~
커플룩(?)ㅋㅋ
빨간색이 넘 잘 어울리세요^^
육체이탈님 벌써 저리 큰 손자가 있으시다니요^^
장미바보님~~ 즐겁게 읽었습니다 ㅎ
수고 많으셨어요^^
이번 산행은 너무 짧아서...산행 후기 쓸 게 걱정이었는데,
마침 육체이탈님 손자가 등장하는 바람에 쓸 거리가 생겼지요
즐겁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늘 건강 조심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