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춘향뎐의 이몽룡 잊고 돈 호세에 푹 빠졌어요"
뮤지컬 '카르멘'으로 대학로 돌아온 영화배우 조승우
22살 난 이 배우에게는 과거가 많을 것만 같다. 타고난 끼와 외모, 주사위처럼 굴러갈 미래보다 그의 '왕년'을 궁금케 하는 배우, 조승우(사진). 영화 '춘향뎐'의 이몽룡 역으로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이래 '클래식'까지 벌써 5편의 영화와 4편의 뮤지컬 주역으로 출연했던 조승우다. 맑은 웃음과 사색적인 그늘이 묘하게 공존하는 귀공자풍의 얼굴에서 순수와 연륜이 동시에 느껴지는 배우. 어느새 다섯번째 창작뮤지컬 작품 '카르멘' 연습에 한창인 그를 서울 혜화동 연습실에서 만났다.
"고2 때 아파트에 살았는데,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쳤어요. 제가 노래만 불렀거든요. 그래서 이중유리창으로 바꿨다가 아예 청계천 가서 석고로 된 계란판을 사다가 방음벽 만들고, 스피커에 마이크까지 갖춰 놓고 노래연습을 했어요." 사람들 앞에 나서면 식은땀부터 흘리던 내성적인 소년을 바꿔놓은 것은 계원예고 진학과 뮤지컬이었다. 예고 선배였던 누나의 '돈키호테' 피날레를 보면서 난생 처음 남 앞에서 엉엉 울어버렸다. 그 누나는 '하드록카페'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등에 출연한 뮤지컬배우 조서연씨다. 누나에게 이끌려 들어간 예고 연극영화과에서 만난 선생님이 뮤지컬 배우 남경읍씨다. 하루에 4∼5시간씩 뮤지컬 MR(반주 테이프)를 구해 노래를 불렀다. '레 미제라블'은 뮤지컬 넘버 전곡을 다 외울 정도로 좋아했다
자석처럼 뮤지컬에 빠진 고교시절 이후 단국대 2학년 때 얼떨결에 오디션에 붙은 게 영화 '춘향뎐'이었다. 그러나 "춘향뎐을 끝내고 나니 조승우 이름 석자가 아닌 이몽룡으로 남더라"고 회상한다. 데뷔작의 대성공이 차기작에 대한 자신감 상실로 이어진 때, 그가 택한 길은 다시 뮤지컬이었다.
'의형제'의 거지에서 '명성왕후'의 고종, '지하철 1호선'의 잡상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베르테르까지 창작 뮤지컬에 몰두해온 건 우연일까. "창작이란 타이틀이 붙으면 외국산 블록버스터와 자연히 비교되는 것 같아요. 창작 뮤지컬의 질을 높이기 위해 배우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뛰어다니는 열의를 보면 수입 뮤지컬 우대 풍토가 곧 바뀔 거라고 믿습니다."
영화 고르는 기준이 까다로운 그지만 이번에 출연하는 '카르멘'은 초연 때부터 점찍어놨던 작품이다. 제작 이전부터 '카르멘'의 음악을 듣고는 막무가내로 시켜달라고 졸랐단다.
"힘들어요. 돈 호세라는 인물은 감정의 기복이 심하거든요. 소리지르고 광분하는 게 아니라 심리적으로 지치게 만드는 역이죠. 한없는 기쁨과 슬픔, 흥분과 집착, 살인과 죽음의 욕망을 오르내리는 인물을 정리하느라 힘듭니다. 아니죠. 정리가 되면 안되죠. 저, 분열돼야 해요."
'카르멘'이라는 서양의 고전을 창작 뮤지컬로 만들 때는 정서적으로 걸러줘야 하기 때문에 배우들의 힘이 곱절로 든다고 토로한다. 뮤지컬 배우로서의 그의 매력은 영화 '후 아 유'에서 엿볼 수 있다. 기타를 들고 컴퓨터 앞에 앉아 메들리를 부르며 사랑을 호소하는 장면에 반한 여성팬들이 많다고 했더니 "사람들의 희망이 담겨 있어서 일 것"이라고 답한다. 사람들이 모니터 앞에서 누군가 (자신을 위해) 그렇게 불러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솔직히 그 장면 찍을 때 이재수 버전을 주문받았어요. 뮤지컬 섭외 안 들어오면 감독님이 책임지라고 그러고 노래했지요." /김은진기자
첫댓글 캬~~~~넘 멋진 배우에요~~후아유에서 정말 괜찮았는데~~^^ 아직도 기억나네요~ 모니터 앞에서 기타들고 노래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