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잉글랜드, 웰즈, 스콧트랜드 등 3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고 국토의 연면적은 24만3천키로, 인구는 5천8백만명을 약간 상회한다.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9백2십만명으로 전체인구 대비 15.7%이다. 평균수명은 남자 74.5세이고, 여성은 79.5세의 장수국가이다. 전체 노인중 94.2%는 개인주택에 거주하고 있는데 그중 독거노인은 35.0%, 노부부끼리 세대를 구성하고 있는 비율은 38.0% 내외이다. 196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독거노인은 21.0%, 노부부세대는 33.0%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지난 40년간 가족해체현상이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이 나라에는 80세 이상의 고령후기 노인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1980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중 80세 이상의 노인비율은 7.0% 수준이었던 것이 1998년에는 그것이 12.0%로 증가했다. 사회적인 수발의 필요성이 증가하는 고령후기 노인들의 대부분은 여성노인들인데 이들은 남성노인보다는 경제적인 자립도가 약할 뿐 아니라 그들 중 많은 비율은 독거노인이라는 점 때문에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영국에 있어서 노인을 위한 근대적인 복지서비스관련 정책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라고 보아야 한다. 1946년에는 국가의료서비스법(National Health Service Act)에 의해서 전 국민에게 무료로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했고, 1948년에는 사회보장법(Social Security Act)과 국가보조법(National Assist Act)을 제정하여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들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영국의 행정기구는 중앙정부 밑에 카운트(County)라고 불리는 광역자치단체가 있고, 그 산하에 디스트릭트(district)라는 기초자치단체가 있다. 영국의 지방자치단체는 독자성이 매우 강하므로 지역마다 정책이나 행정의 내용이 크게 차이가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영국은 전통적으로 노동당과 보수당이 서로 번갈아 가며 집권을 하는 나라이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이나 행정도 어느 정당소속의원이 지방의회의 다수파를 점하느냐에 따라 그 내용이 많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노인복지와 관련된 정책이나 행정에 있어서도 예외일수 없다.
중앙정부내에 설치되어 있는 사회복지관련 부서로는 보건성, 사회복지성, 그리고 환경성 등이 있다. 보건성은 의료보장과 사회복지서비스부문을 담당하고, 사회보장성은 소득보장과 관련된 연금부문을, 그리고 환경성은 주택공급과 관련된 업무를 관장한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주로 정책을 개발하여 지방자치단체에 시달하고 그것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여부를 점검, 또는 조언하는 역할만을 수행할 뿐 모든 행정의 운영주체는 지방자치단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앙정부의 정책은 대부분 큰 테두리만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정책이나 방침을 실천하고 옮김에 있어서는 해당지역의 특수사정에 부합되도록 별도로 세부규정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운영의 묘를 기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인 카운티 또는 기초자치단체인 디스트릭트 등에서는 의회의 의장이 해당 자치단체장을 겸임하고 행정업무는 의회 산하 기구인 각 위원회내에 설치된 행정부서에 의해서 수행된다. 예를 들어 복지서비스와 관련된 행정은 사회서비스위원회 산하의 사회서비스국이 담당하고, 주택행정은 주택위원회 산하의 주택부가 담당한다.
영국 노인복지의 기본방향은 커뮤니티케어개념(community care concept)의 적용 또는 탈시설화정책의 추구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노인으로 하여금 가능한 한 그들이 살고 있는 주택에 그대로 머물러 생활할 수 있도록 국가나 사회가 도와줌으로써 시설수용을 가급적 억제해 보자는 데 있다. 이러한 정책을 추구하기 위하여 영국은 재가노인복지사업에 많은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영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재가노인복지사업으로는 사회적 서비스(Social Work Service)와 가정봉사원 파견서비스의 두가지 유형이 있다. 전자는 문제를 지닌 노인 당사자 또는 그 가족에 대해서 문제해결을 위한 상담과 사전평가 등을 행하는 서비스이고, 후자는 노쇠현상의 심화 등으로 인해서 자력으로는 일상생활을 해나가기 곤란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가사지원 또는 신체적 수발 등을 해주는 서비스이다.
중앙정부는 1972년에 가사지원서비스의 기준을 정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한바 있는데 그 기준에 의하면 첫째 서비스 종사자의 배치는 인구 10만명당 150인, 그리고 65세 이상 노인 1천명당 12인을 배치한다. 둘째 서비스 종사자의 근로조건은 1일 5시간, 주당 5일간 근무한다. 그리고 종사자에 대한 근무수당은 서비스를 받는 노인들 개인이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본인부담의 능력이 없는 노인들에게는 그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하는것으로 되어 있다. 현재 재가서비스를 받고 있는 노인중 38.0% 내외는 서비스 이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방비보조에 의존하고 있다. 영국에는 현재 재가노인복지서비스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종업원수가 63만명 내외인데 앞으로 10년후에는 약 30만명의 인원이 더 보충되어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가노인복지사업의 유형으로는 가사지원서비스, 신체수발서비스, 주간휴식처 제공서비스, 배식서비스, 신체보조기구 대여서비스 등이 있다. 가사지원서비스는 취사, 세탁, 청소 등을 돕는 일이고, 신체수발서비스는 입욕, 배설, 투약, 그리고 보행을 돕는 일이다. 주간휴식처 제공서비스(Day Care Service)는 마을단위로 설치되어 있는 주간휴식처(데이센터)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레크레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업이고, 배식프로그램은 독거노인들에게 하루 한끼씩 영양가가 높은 식사를 배달해 주는 서비스이다. 신체보조기구 대여서비스는 지방행정구역단위별로 1개소씩 설치되어 있는 신체보조기구센터로 하여금 해당지역 노인들에게 휠체어, 보청기, 보행보조기구, 병상용 침대 등을 유상, 또는 무상으로 대여해 주는 서비스이다.
영국의 노인들은 대중교통수단인 시내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할 때 무료 또는 할인혜택을 받고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시내버스를 이용할 때 아무런 제한없이 요금을 안받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고, 어떤 지역에서는 저소득 노인들에게만 무료혜택을 주고 있다. 런던의 경우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아침 9시 이후, 그리고 주말과 공휴일에는 시간제한 없이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무료로 제공한다. 그리고 영국관광공사가 직영하는 고속버스는 영국내에서는 물론이고 유럽대륙을 여행하는 노인에게까지도 탑승요금의 30.0%까지 할인해 주고 있고,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관광버스 등에서도 노인에 대해서는 20.0% 내외의 할인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영국의 국영철도청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노인철도카드(Senior Rail Card)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카드의 소지자는 국내는 물론이고 다른 유럽국가를 여행함에 있어서도 철도요금과 여객선 탑승요금의 50.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영국항공사(British Airways)는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국내노선 이용시에는 탑승요금의 50.0%를 할인해 주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박물관은 노인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고, 극장과 미술관 그리고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각종 시설에서도 노인에게는 입장료의 할인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영국은 사회복지가 가장 잘 발달되어 있는 나라중의 하나다. 이 나라의 사회복지는 수혜대상을 국민 중 일부계층에 국한하지 않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주의의 원리(universal concept)를 채택하고 있다는데 그 특징이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영국의 사회복지를 말할 때 이 나라는 요람에서 무덤에 이르기까지 사회복지가 완벽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라고들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영국의 이러한 제도는 오늘날 세계 모든 국가가 근대적 사회복지의 기본틀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영국의 사회복지가 오늘에 이르기까지에는 그간 여러단계의 발전과정을 거쳐야 했다. 19세기 말까지만 하더라도 영국에는 구빈사업은 있었지만 사회복지개념에 입각한 복지정책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당시의 구빈사업은 대부분 자선단체 또는 종교단체가 주도했고 국가는 단편적 또는 케이스별로 그들의 사업을 지원하는 형태를 취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국가가 사회복지정책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1908년에는 노령연금법(Old age Pension), 1911년에는 국민보험법(National Insurence Act), 그리고 20년대와 30년대에는 산업재해보상법과 실업보험법 등도 뒤이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당시 제정된 노령연금법은 70세 이상의 노인으로서 20년 이상 영국에 거주한 자로서 일정소득 이하인 경우 국가가 조세부담에 의해서 최저생계비를 지급하는 제도였고, 국민보험법은 수혜자의 갹출을 근거로 하여 복지혜택을 부여하는 사회보험방식이다. 그러나 당시에 실시되었던 이러한 사회보장과 관련된 제도들은 타 제도와의 연계성의 결여, 제도 자체의 결함 등 많은 문제를 내포한 상태여서 운영면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그러므로 영국에서 근대적 사회복지제도의 기본틀이 마련된 것은 1940년대에 들어와서부터라고 봐야 한다. 사회복지제도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한 영국정부는 1941년 베버리지(William Beveridge)경을 중심으로 한 사회정책개발위원회를 구성하고 사회복지정책의 개혁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도록 한바 있었는데 동 위원회가 2년간에 걸친 작업을 통해서 마련된 것이 그 유명한 사회보험과 관련서비스(Social Insurance and Allied Services)라고 불리는 대정부권고안이다.
당시 베버리지경이 중심이 된 위원회에서 제시한 사회보장체계는 국민보험을 근간으로 하여 공적부조, 완전고용, 국민건강서비스, 그리고 가족수당을 구성요소로 하고 있었는데, 그 중 국민보험의 기본원리로는 적용대상의 전국민화, 모든 위험에 대한 포괄적인 적용, 최저생계를 지탱할 수 있는 급여수준의 보장, 갹출(contribute)에 대한 권리로서의 급여혜택의 보장 등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일명 「베버리지보고서」라고도 불리우는 이 대정부정책건의안이 발표되자 일반대중의 폭발적인 지지와 조속한 실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드높았고 서점가에는 이 보고서를 입수하려는 군중들로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의 수상이었던 처칠(Winston Churchill)경은 이 보고서의 정책건의 내용중에는 유토피아와 같은 허구적인 측면이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민들은 별반 큰 기대를 갖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권고안의 채택은 일시 보류상태에 놓이기도 했었다.
그러자 당시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았던 영국의 경제학자인 케인즈(Maynard Keynes)를 위시해서 훼이반학파의 사회주의자인 코올(G.D.H Cole)교수와 토오니(R.H. Tawney)교수, 그리고 정치학계의 거두인 라스키(Harold Laski)교수 등의 적극적인 지지에 힘입어 이 권고안은 국가정책으로 채택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제2차대전 막바지단계인 1944년에 국민보험법이 제정되었고, 이듬해인 45년에는 가족수당법, 그리고 1946년에는 국민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자에 대한 구제대책으로 조세를 재원으로 하는 공적부조법(Public Assistant Act)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영국의 연금제도를 규정하는 국민보험법은 46년에 법이 제정되기는 하였지만 제도를 발족시킨 것은 48년도부터이다. 국민보험법은 발족당시에는 균일갹출 균일급부(flat rate pension)제도였으나 그후 수차에 걸쳐 제도수정이 가해져서 현재는 이것이 두가지 형태로 분리·시행되고 있다.
그중 첫 번째 형태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도로서 이것은 기초연금만이 지급된다. 그리고 두번째 형태는 기초연금에 소득비례를 가산한 형태로서 이것은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 유사한 성격의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연금의 수급 개시시기는 남자는 65세, 여자는 60세부터이고, 연금의 수급액은 기초연금에 있어서는 단신은 190파운드(380,000원), 부부의 경우는 320파운드(640,000원)이다. 직장근무자인 경우에는 기초연금에 소득비례연금(earnings-related pension)분까지 포함시켜 지급받을 수 있으므로 그 수급액은 대체로 종전소득의 50.0%에서 60.0%에 이른다.
영국은 현재 65세 이상 노인중 19.0%에 해당하는 1백7십2만명이 공적부조법에 의해서 국가로부터 최저생계비를 수급받고 있다. 캠브리지대학 사회학과의 워커(Walker)교수가 실시한 노인대상 조사에 의하면 영국의 노인가운데 상당수는 공적부조법에 의해서 국가로부터 생계보조비를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신청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것을 받기 위해서는 자격조건심사(means test)에서 당하게 되는 치욕감과 이용가능한 혜택에 대한 정보의 부족이 그 이유라고 했다.
영국의 의료보장제도 최대의 특징은 그 재원의 대부분을 세금에 의해서 충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노인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젊은이들도 병원비 또는 약값을 자부담하지 않는다. 국가가 의료를 공급하는 국민보건제도(National Health Service)가 바로 그것이다.
이 제도는 1946년 노동당정권 당시 제정된 국민보건서비스법에 의해서 1948년부터 실시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인 장치에 의해서 모든 국민은 질병의 치료와 그 예방, 간병과 간호, 그리고 리헤비리테이숀까지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보건의료 서비스를 무료로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국민보건의료제도(NHS)의 내용은 가정의(家庭醫) 서비스, 병원서비스, 지역보건서비스 등 3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가정의 서비스의 내용으로는 주민들은 해당지역의 일반의사 중 1명을 가정의로 선택하고 이를 가정의 위원회에 등록한다. 가정의는 해당자를 정기적으로 검진·예방·접종 또는 건강상담 등을 행하는 한편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는 자에 대하여는 전문병원을 소개한다.
주민들은 여행이나 응급치료가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정의에게만 가야한다. 병원에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정의의 소개가 있어야 한다. 지역에 살던 노인이 양로시설에 입원했을 경우라 하더라도 등록된 가정의의 왕진을 받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양로시설에서는 별도의 의사를 고용할 필요가 없다.
병원은 가정의로부터 소개받은 환자에 대하여 전문적인 의료행위를 한다. 병원의 대부분은 국영이고 의사, 간호사 등 직원은 모두 국가공무원이다. 지역보건서비스사업은 재가노인과 보다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역단위(district)로 설치되어 있는 지역보건국 소속의 간호사, 간병사 등은 간병과 간호를 필요로 하는 모든 노인들을 대상으로 침구의 교환, 붕대교환, 주사, 투약, 혈압검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국은 커뮤니티케어(community care)라는 새로운 개념을 사회복지정책의 일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것은 노인들은 가급적 시설에 입소시키지 않고 지역사회에 그대로 머물러 살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개발된 개념이다. 시설에 입소하는 노인들은 대부분 대인서비스를 받아야할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주택에서는 그러한 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시설을 택하게 된다.
노인들은 가급적이면 자신이 지난 오랜 기간 생활해 오면서 정들었던 지역사회에 그대로 머물러 있기를 원한다. 그곳에는 가족과 친척이 있고 평소 가깝게 지내고 있는 친구와 친지들도 있어 고독이나 고립감을 느끼지 않고 노후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인들은 자신이 지금까지 살고있는 지역에 그대로 머물며 생활하면서 자신이 필요로 하는 각종 대인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여건만 마련된다면 구태여 시설에 입소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므로 영국정부는 커뮤니티케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재가노인들이 필요로 하는 각종 대인서비스를 가정으로 전달하는 지원망 구축에 전력을 투구하고 있다. 가사지원서비스, 가정간호사 파견사업, 노인이 사는 주택으로 식사를 배달하는 프로그램, 재가노인들을 대상으로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프로그램, 그리고 노인들이 일반주택에서 생활하기에 편리하도록 하기 위한 주택개조사업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것도 모두가 시설에의 입소를 극소화시켜 보자는 정책의 일환이다.
영국정부가 커뮤니티케어의 정책을 구현하기 위해서 심혈을 기울이는 또하나의 이유는 복지재정의 절감과도 상관관계가 있다. 재가노인복지서비스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설에 수용하는 것보다 복지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을 시설에 입소시키기 위해서는 시설건축비와 유지관리비, 인건비 등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지만 재가노인서비스의 경우는 우선 시설비가 들지 않고 대인서비스 프로그램을 운영함에 있어서도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기존의 자원, 즉 가족과 친지, 그리고 자원봉사자 등 비공식자원의 효과적인 활용을 통하여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잇점이 있어 시설수용보다는 비용이 50.0% 이상 절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어느 동네에 가나 쉘터드하우징(shelterd housing)이라고 호칭되는 노인보호주택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지역단위로 설치·운영되고 있는 이 보호주택은 대체로 적게는 10인, 큰규모의 것은 20인 정도가 입주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실내의 구조로는 침대, 응접셋트, 취사시설, 화장실 등이 구비된 원베드룸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이곳에 입주한 노인들은 75세 이상 연령층이 주류를 이루지만 식사, 세탁, 청소 등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노쇠현상이 심한 노인들의 경우는 마을단위로 설치되어 있는 가사지원센터에서 파견되는 홈헬퍼의 도움을 받는다. 매월 일정액의 주택임대료와 관리비를 내야 하지만 이것은 대부분의 경우 정부로부터 지급받는 주택보조수당으로 충당된다.
영국정부가 노인보호주택 건설에 중점을 두는 정책을 펴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이후부터의 일이다. 영국이 이러한 정책을 펴게된 동기는 당시 가족관계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았던 타운젠드(Peter Townsend)교수가 주도하는 탈시설화 운동의 대두가 그 배경을 이룬다. 그에 의하면 노인들이 양로시설에 들어가게 되는 것은 주택의 결여, 사회적 고립, 가족들로부터 원조를 받기 어렵게된 피치 못할 사정이 있기 때문이지, 결코 그곳이 좋아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노인복지적인 관점에서도 노인을 시설에 수용하기보다는 가급적 지역사회에 그대로 머물러서 생활하도록 해드려야 한다는 것이 이 운동을 일으키게 한 동기이다.
노인용 보호주택은 양로시설보다는 건축비, 운영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재정면에서도 크게 도움이 된다는 점도 고려되어 1960년대초에서부터 1970년대 후반에 이르는 동안 영국의 공용주택부문에서는 임대용 노인보호주택 건설을 매년 증가시켜 나갔다. 그러나 대처정권이 들어선 80년대 초부터는 작은 정부(small government)를 표방하게 됨에 따라 그때까지 국가재정을 투입해서 임대용으로 지었던 보호주택 중 많은 비율을 입주자들에게 매도하는 한편 보호주택을 신규로 건설하려던 계획도 모두 취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고령화사회의 진전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당시 영국의 실정이었으므로 보호주택을 필요로 하는 고령자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데 이와 관련된 주택건설은 중단됨으로 인해서 노인사회로서는 심각한 주택부족현상을 나타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보호주택공급주체로 새로이 등장한 것이 민간의 건설회사 또는 부동산회사들이다. 민간기업에 의한 보호주택의 건설은 대처정권의 또하나의 슬로건인 민영화정책(Privatization Policy)과도 관련된다.
현재 구입을 전제로 하는 보호주택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1990년대 초의 각종자료에 의하면 민간기업은 연간 5천세대에서 8천세대 정도의 보호주택을 신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나 주택협회 등 공공주택부문에서 공급하던 보호주택은 그 대부분이 임대용이었다는데 비하여 민간부문에서 건축하고 있는 보호주택은 거의 모두가 구입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데 그 특징이 있다. 이 구입제도는 소유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설로 이동했을 때에는 그 보증금을 환불받는 리즈계약(lease contract)에 의한 것이다.
필자가 영국에 들렀을 때 그곳 최대의 노인주택전문건설업체로 알려진 BUPA라는 건설회사의 주선으로 사우스테임즈(South Thames)지구 주택가 중심부에 위치한 노인보호주택 한곳을 방문한 일이 있다. 그 보호주택은 연건평 520평 내외로 추산되는 규모였는데, 입주노인은 22인, 평균 연령은 82세, 3인만 남성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여성노인들이었다.
직원은 건물관리인(Warden)한사람뿐이었다. 관리인의 역할은 시설관리 이외에도 입주노인들이 건강상 문제가 있을 경우 서비스관련 담당기관, 예를 들어 가사지원센터, 방문간호센터, 또는 해당 노인의 자녀들에게 연락을 취해주는 일들이라 했다.
영국의 사회보장성이 1997년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영국노인중 일반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는 노인은 88.0%로써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노인보호주택의 입주자는 8.0%, 노인홈(assist living facility)에는 0.5%, 요양시설에는 2.5%, 노인병원에는 1.0%로 집계되고 있다. 이러한 시설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직영하는 것도 있고 자선단체 등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것, 그리고 민간기업이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있다.
노인보호주택인 경우 전국적으로 1만3천여개소인바, 그중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시설은 2천1백5십개소, 자선단체 등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것이 1천8백2십개소인데 비하여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시설은 9천8백개소를 상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