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차의 향기는 말로 그 냄새를 설명할 수가 없다.아득한 먼 전설에서 신선이 맡았을 것같은 그 향기를 마음에 품고 시를 쓰고 사색을 하는 시인 용 미자, 그가 옮기는 사뿐한 발걸음마다 허브향기로 가득차고 그가 쓰는 시는 허브 향기 냄새로 충만해 있어서 그의 시를 읽기도 전에 향기에 취해 그만 정신을 잃어버릴 것과 같은 그 많은 어휘들이 우리들의 눈과 귀와 오감을 어지럽게 만든다.
그러나 용미자 시인은 이렇게 향기만 뿜는 향수와 같은 시인만이 아니다.우리들의 삶을 고단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문제를 여성 특유의 감각으로 예리하게 노래한 많은 시들은 그 향기보다 더 짙은 감동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항상 외로운 것과 같은 그의 영혼에 샘물같은 시들이 넘쳐남으로서 그는 외롭고 소외되고 황폐한 가슴을 가진 많은 사람들의 친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영혼이 외롭다는 것은 누구인가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넘쳐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배고픔을 아는 사람들이 육신이 건강하듯이 그는 외롭기 때문에 영혼이 건강한 것이다. 이렇게 건강한 영혼으로 쓴 시들은 역시 영혼의 시가 아닐까 생각을 한다.
*허브농원에서/용미자
허브농원에서
한잔의 허브차를 마시면
나도 따라 한포기 허브가 된다
봄기운 가득한
허브나라에선
신비로운 향에 취해
사람도 향기로운 말만 한다
허브농원에서
작은 화분 몇 개 사다
어두운 골목에 놓아두고
유리잔에 허브차를 준비해
봄을 잊은 사람들과 마주하고 싶다
이 한편의 시처럼 그는 외로운 사람들의 빈 영혼을 채워주는 메신저로서 그들에게 뭔가 아낌 없이 주고 싶은 것이다.삶의 형태가 몹시 피곤한 사람들에게 그의 허브차를 선물하고 싶은 것이다.봄을 잊고 계절을 잊고 낭만과 순수를 잃고 살아가는 감성이 증발이 된 수많은 현대인들에게 그는 옛날 식 다방으로 끌어들여서 그들이 잊고 있었던 아름다운 전설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것이다. 그런 시들을 쓰고 싶은 것이다.
시란 장르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맡고 잇는 특수한 구역이라고 할 수 있다.마음이 강퍅해서 남의 약점을 노리고 그리하여 남의 눈물을 자신의 기쁨으로 아는 사람들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절대 시인은 되지 못한다. 그래서 용 미자 시인은 천생 시인인 것이다.허브 차를 아낌 없이 딸아주는 시인의 손길이 아름답다는 것은 외롭고 공허한 마음을 채워주는 마음이 가득하기에 화장으로 단련된 섬섬옥수(纖纖玉手)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다.
그의 시를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허브차의 향기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황폐한 공간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봄 앓이 / 용미자
알몸으로 겨울벌판에
주검처럼 서 있었다
모두에게 잊혀진 채
하늘빛 촉촉한 봄기운에
기지개를 켜니
살갗 찢어지는 고통
뿌리의 자맥질로
연초록 눈이 트이고
꽃망울 부풀어 올라
온 몸 열꽃으로 뜨겁다
새들아 나비들아 벌들아
날개를 손질해두렴
그대들 위해 꽃 피우리니
매우 감성적인 노래요 시이다.나이가 들수록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온 경력에 의지한채 남들과의 대화를 잊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시인은 시로 노래하는 가수이고 마음을 그리는 화가이기도 한다.용미자 시인의 봄 앓이는 마음을 활짝 열고 누구인가를 기다리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데 따른 아픔이다.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그는 많은 선물을 준비해뒀지만 그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 아니 벌나비들의 외면은 그에게 영혼의 외로움을 한결 더하게 만들고 이것이 아픔이 되고 눈물이 되는 것이리라.
*외로움 / 용미자
혼자
불을 끈다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건지
혼자
눕는다는 것이
얼마나 서글픈건지
외로운 별들
창문에 박혀
나를 흔들어대면
지독한 외로움에
별들 털어내고
암흑 속에 눕는다
차라리
눈 감으면
찾아오는 사람
가슴 벅차
베갯잇이 흥건하도록
행복하여라
새벽을 거부하고
밤을 가두고 싶다
무릇 인간으로 태어난자 외롭지 않은 자가 어디잇겟냐만 유독 시인의 외로움이 더헌 것은 외로운 사람들의 외로움을 대신 더 감당하기 때문이 아닐까.잠못 이루는 밤을 지새본 사람들만이, 그 생명의 병을 앓아본 사람들만이 느껴보는 불면의 밤을 시인은 그렇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양파 / 용미자
부드런 손끝으로
얇은 허물 벗겨
하얗고 매끄런
살 오른 속살
흐르는 물에 씻어
물기도 마르기전
도마위에서
칼질을 당해도
붉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이 세상에 날 때부터
그대 앞에
제물로 정해졌기에
그렇게
마음이 벗겨지고
온 몸 통째로 난도질당한다 해도
깊게깊게
속살까지
달작지근 매콤함으로 가득 찬
나를
그대에게 드립니다.
양파의 속살같은 마음을 사랑하는 님에게 고스란히 바친다는 사랑의 시이다.사랑은 핑계가 없고 사랑은 모든 것을 원하고 겸손해야한다는 사랑의 원칙을 잘 표현한 시이다.성경의 고린토 전서 제 13장에 나오는 사랑의 정의보다 한결 더 진보한 것과 같은 용미자 시인의 님그리운 마음이 잘 나타나있는 애가(愛歌)가 아닐 수 없다.
양파의 껍질은 벗기면 벗길 수록 보드랍고 연해진다. 이 연한 살을 아낌 없이 바치는 시인의 마음은 사랑으로 가득차 있다.
감마롭고 윤기나는 사랑의 시를 읽는 독자들은 함께 허브향내에 취해서 잠이 들것만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꽃은 나비를 기억하지 않는다 / 용미자
꽃과 나비가
사랑을 한다
나비는
꿀샘에 취하고
꽃은
갈증에 시들고
나비는
잎새 뒤
알을 숨기고
날아가고
꽃은
상처가 아물어
씨앗으로 맺힌다
꽃은 나비를 기억하지 않는다
꽃의 아름다움을 먹고 날아간 나비는 절대로 그 꽃에 다시 오지 않는다.그것을 꽃은 알고있다. 나비들은 이꽃 저꽃에 바람둥이 처럼 옮겨 다니면서 단물을 빨기에 정신이 없다.용 미자 시인은 매우 은유적인 시를 씀으로서 남녀간의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 하고자 했다.
*꽃샘바람 / 용미자
나쁜 것
꽃샘바람은
난폭한 폭군
설레던
작은 꽃잎
바람에 떨고
꽃잎 속에
숨은 벌
잉잉 울고 있다
착하고 이쁜
봄처녀의 꿈
눈물이 되고
움트던 새싹
눈을 감았다
나도 모르게
여리고 고운 것들에게
꽃샘바람은 되지 말자
어디 바람뿐인가.사람도 그렇다.꽃샘바람은 봄이 오는 것을 막아보겟다는 바람의 몸부림이다. 그러나 어김없이 봄은 온다.사람도 그렇다. 남이 잘되는 것을 시기하면서 안되기를 바라는 심술궂은 사람들, 그들의 마음속에 시심이 있을리 없다. 용 미자 시인은 이런 세태를 힐란하면서 사랑의 아름다움과 저마다의 행복을 가꿔가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의 행복은 자신이 쓴 시대로 사람들이 즐거움을 갖고 살아가는 것을 보는 일이다.용 미자 시인은 바로 그런 일을 앞장서서 하는 시인이다.
용씨 성을 갖고 있는 용 태영변호사처럼, 그는 법률로서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서 함께 잘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했지만 용 미자 시인은 시로서 많은 사람들의 설움에 젖은 가슴을 말려주는 따뜻한 손길을 보내주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 홍천 출생
2004년 가을호 시인과 육필시 신인상 등단
한국육필문인협회 회원
충남시인협회 회원
서안시 문학회 회원
충남문인화협회 회원
첫댓글 얄미운 꽃샘 바람도 심술부리다 지치면 잠을 잡니다.
그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