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9일(토), 고교 총산악회의 제42차 정기산행일로 전북 부안의 내변산을 가는 날이다. 160명 정도의 동문과 동문가족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어 전세버스 4대가 동원되었고 우리 동기(24회)에서는 7인(남 5인, 여 2인)이 참가하였다.
내변산[內邊山]은 전북 부안군 변산면에 위치한 명산으로 “한국의 산하”는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특징, 볼거리
전북 부안의 변산반도는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수많은 절경이 이어지는데 이 일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변산은 바다를 끼고 도는 외변산과 남서부 산악지의 내변산으로 구분한다.
내변산 지역의 변산은 예로부터 능가산, 영주산, 봉래산이라고 불렀으며 최고봉인 의상봉( 510m)을 비롯해 쌍선봉, 옥녀봉, 관음봉(일명 가인봉), 선인봉 등 기암봉들이 여럿 솟아 있고, 직소폭포, 분옥담, 선녀당, 가마소, 와룡소, 내소사, 개암사, 우금산성, 울금바위 등이 있다.
내소사 절 입구 600m에 걸쳐 늘어선 하늘을 찌를 듯한 전나무숲도 장관이다. 내변산 깊숙한 산중에 직소폭포는 20여m 높이에서 힘찬 물줄기가 쏟아지고 폭포 아래에는 푸른 옥녀담이 출렁댄다. 이외에 개암사, 개암사, 북쪽에 솟은 두 개의 큰 바위인 울금바위(높이 30m,와 40m), 울금바위를 중심으로 뻗은 우금산성, 서해를 붉게 물들이는 '월명낙조'로 이름난 월명암과 낙조대도 명소다.
외변산으로 부르는 이 반도 해안에는 가장 경사가 완만하다는 변산 해수욕장을 비롯해 고사포해수욕장, 격포해수욕장 등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여름철 휴양지가 많다. 특히 오랜 세월 파도에 씻긴 채석강과 적벽강은 변산반도의 트레이드마크가 되고 있다. 변산은 산행과 관광을 즐길 수 있고 여름에는 해수욕을 겸할 수 있다.
아침 7시반경 잠실벌을 떠난 버스는 경부고속도로 동천역에서 분당, 수지지역 동문들을 싣고 냐려가는데 천안-논산 고속도로에서 정체를 만나 늦어졌다. 호남고속도로를 통해서 부안IC로 나가서 A코스 산행 시작점인 내변산 탐방지원센터의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이 11시 40분 경으로 집행부의 계획보다 50분 정도 늦은 셈이었다.
잠시 기념사진을 찍고 A코스 산행자들이 직소폭포-관음봉 삼거리-관음봉(선택사항)-내소사로 산행을 시작했다. 20여명 되는 B코스(사실상의 풀코스) 산행자들은 버스를 타고 5km 정도 떨어진 남여치 매표소로 가서 산행을 시작하였는데 나도 풀코스 욕심에 남여치(藍與峙 : 남여는 지붕이 없는 가마)에서 산행을 시작했다.(C코스 산행자들은 내소사앞 주차장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코스를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다가 원점 회귀하도록 계획이 되어 있었다.)
12시 2분 남여치 매표소(현재는 국립공원 입장이 무료이기에 표를 팔지 않고 있음)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숲으로 난 언덕길을 올라라가기 시작했다. 날이 무더운데 바람이 적어서 땀이 쏟아졌다. 더위 때문인지 힘이 나지 않고 자주 쉬게 되고 다른 동문들을 다 보내고 꼴찌로 천천히 올라갔다.
400m가 넘는 고개마루에 오르니 월명암이 0.3km 라는 이정목이 서있었다. B코스와 A코스의 차이점은 해발 460m 정도되는 이 쌍선봉을 넘느냐 마느냐의 차이점인데 다행히 쌍선봉은 넘은 셈이다. 조금 내려가니 월명암 마당 평상에서 앞질러 갔던 동문들이 점심 식사를 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나도 같이 어울려 식사를 하려고 배낭에서 먹을 것을 꺼냈다. 그러나 산을 넘느라 힘이 들어서인지 식욕이 돋지 않아 미국산 씨 없는 포도만 꺼내서 먹었다.
월명암은 주변 경치가 뛰어난 곳으로 대웅전과 전각, 종루가 있고 요사채가 있었는데 이름은 암자이지만 작은 절의 기능을 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특히 앞 쪽으로 내변산의 봉우리들이 보이고 희게 보이는 바위 절벽을 볼 수 있어서 훌륭한 조망장소라고 할 수 있었다. 식사를 끝내고 다음 목표인 직소폭포로 가는데 먼저 갔던 동문들이 근처에 식사를 끝냈기에 10여명이 같이 움직였다.
길은 아래로 내려가게 되어있어서 크게 힘든 구간은 아니었다. 한참을 내려가 A코스 길과 합치는 지점을 지나가니 계단이 보이고 길은 위로 향해 나있었다. 그런데 이때 사단이 발생했다. 직소폭포기 얼마 안 남았는데 위로 향한 계단을 보자 내 몸에 힘이 빠지더니 더 이상 가기가 곤란해졌다. 앞에 있는 관음봉으로 가려면 먼저 겪었던 쌍선봉 넘을 때 정도의 힘이 더 필요할 터인데 지친 몸에는 무리일 듯 생각되어 되돌아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마침 여기서 힘이 들어서 산행을 접기로 한 동문 한 분을 만나 두 사람은 동료들과 작별하고 돌아섰다. A코스 합류점으로 돌아 가보니 A코스의 출발점이었던 주차장까지는 1.4km 밖에 안 되는 데에다 길도 잘 나있었는데 오르내림이 없고 거의 평탄한 길이었다. 두 사람은 더 이상 힘들이지 않고 잘 꾸며진 길을 천천히 걸었는데 부안 실상사지를 지나서 주차장에 쉽게 도착할 수 있었다.(14:58)
이미 내소사 주차장에 도착해 있던 우리 버스(1호차)를 불러서 연회장인 내소사 앞의 산촌식당에 도착하니 오후 4시 15분 밖에 안 되었다. 그런데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동문들이 이미 술과 음식으로 판을 벌이고 있었다. 산행 그룹을 A, B, C, 세 그룹으로 나누었기에 연회장인 음식점에 도착하는 시간이 서로 다르고 시간이 길게 늘어져서 잔치도 오래 열어야 했다. 총산회장의 인사와 집행부 소개가 있었고 특별한 분들의 멘트가 있었다.
오후 5시 50분경 모두 주차장에 모여 교가를 부른 다음 6시경 4대의 버스에 분승하여 서울을 향했다. 갈 때와는 달리 올 때에는 도로 사정이 괜찮아서 밤 9시 반경 양재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집행부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 후기 -
금번 총산악회의 명산기행인 내변산 산행은 집행부의 잘 짠 계획대로 별 착오 없이 진행되었고 동문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어 다양한 산행을 즐겼다. 그런데 나는 계획대로 완수하지 못하고 중도에 코스를 바꾸어야 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가 보다. 70을 넘어서 중반이 되니 하루하루 점점 쇠약해져 가는 듯하다. 그 동안 수십 년 간 산행을 즐겨 왔는데 그것도 이제 얼마 안 남은 듯하다.
다행히 8년 반전인 2015년 4월 25일에 내변산에 와서 풀코스를 산행했던 기억(그때 촬영한 산행사진)이 있어서 다시 꺼내어서 반추해 보았다. 그 때만 해도 체력 저하 같은 것 전혀 신경 안 썼었다.(그때까지도 나의 산에서의 리즈시절은 계속되었었다.) 여느 때처럼 시 한 수를 써 보았다.
내변산에서의 미완성
오늘은 좋은 날
부안의 명산 내변산으로
순례 가는 날
삼각산 후예들과
동반자 됐다
탐방지원센터 주차장에서
A코스 팀 보내고
B코스 시작하는 남여치에서
풀코스 도전한다
엘리트 산 꾼들과
같이 할 욕심
초장부터 조여 오는
급경사의 압박
날씨는 더워 도움이 안 된다
460 고지를
허위단신 올라가서
월명암으로 간신히 내려왔다
달이 밝은 암자
여기가 선경이다
봉우리들이 눈앞에 도열하고
희게 빛나는 바위벽
산들로 이어지는 파노라마
피안을 꿈꾸게 한다
언덕을 내려가니 지소폭포 전
몸이 힘들다고
반항을 한다
더 이상의 진행은 거부한단다
산행은 직소폭포 보고
재백이 고개서 관음봉으로
이어져야 하고
내소사 내려가선
문 창살 조각도
감상해야 하는데
서운한 발길
접고야 만다
나이는 숫자 뿐이라던 말
믿을 수 없네
산신령의 충고
너의 리즈시절은 끝났다고
어찌 해야 합니까?
산에 못 가면 제 인생도 끝입니다
강으로 가라
그 길은 평탄하리니
그게 답이 될까?
우문현답인가?
▼ 뒷 부분에 내가 밟지 못한 직소폭포에서부터 내소사까지의 경로를 살피기 위해 2015년 4월 25일 촬영한 사진을 소환해서 실었다.
▼ B코스(풀코스) 경로이다.
▼ 내가 갔던 산행 코스(변형 트랙, track)이다.
▼ 여기부터 [직소폭포 - 관음봉 -내소사] 구간의 사진은 2015.04.25.촬영한 사진을 가져와서 보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