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릇한 조형, 그럼에도 적절한 공간
새롭게 건설되는 신도시에서 모범적인 개척과 내실 있는 성장을 거듭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고상한 현대적 교회당마저 완성한 예인교회(담임: 김진영 목사)의 건축을 바라보면서, 이 교회당이 지닌 여러 가치들을 찾아본다. 예인교회는 수원 영통 신도시 경희대 캠퍼스 건너편 빌딩 상가에서 개척을 시작하였다가 가까운 곳에 부지를 매입하고 최근 교회당을 완성, 입당하였다. 비록 약간 생경스러운 듯한 현대적 외관을 지녔으나 교회 구석구석의 공간들을 다녀보고 사용해보면 점점 더 풍요로운 가치들을 접하게 되며, 이 교회 구성원들 대부분은 교회 건축물에 대해 만족하며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인 요소만으로 고상한 조형과 풍요로운 공간 창출
오랜 건축의 역사 속에서 미학적인 논의의 중심에 위치하였던 장식이나 일체의 형식적인 가치들은 기능과 실용이 우선되는 근대시기로 넘어 오면서 그 중요도를 상실하였다. 그리하여 기본적으로 건축물을 구성하는 데 있어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 즉, 벽이나 기둥이나 창문이나 천장, 바닥 그리고 계단만으로 건축물을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과거의 건축물들보다 훨씬 그 효과가 추상적이고 군더더기 없이 단순한 형태와 공간으로써 필요를 채워야 했기 때문에, 이런 유의 건축물은 언뜻 비어있고 건조한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잘 구성된 현대 건축물은 공간의 주인이라기보다 사용자의 쓰임새를 지원하는 종이며, 삶 가운데서 건축물이 중심이라기보다는 사용자의 삶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에 약간은 모자란 듯 비어있는 것이 정상이다. 왜냐하면 빈그릇에 음식이 채워지듯 그 빈 공간 속에 사람들이 들어와 기뻐하고 즐거워하면서 삶과 사랑으로 채워지고 풍요로워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인교회당은 불필요한 장식 없이 건축물 구성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만으로 형태와 공간을 구성하여 교회당의 기능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균형 잡히고 아름답다. 특히 가장 인상 깊은 이 교회의 건축요소는 건물 전체를 가로지르는 큰 벽이다. 안팎에서 내외부를 효과적으로 규정하는 상징적인 벽. 마치 그리스도의 삶이 신구약 성경을 가로지르듯이, 선택된 석재로 마감된 가장 고상한 벽 하나가 이 교회의 주요 공간을 구획하고 결정지으며 전체를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짓는 듯한 강한 상징성을 갖는다. 그리고 그 끝에는 독립된 십자가 탑이 우뚝 서 있다.
이 벽은 교회 밖의 부산한 가로와 교회 안쪽의 고요한 정원공간을 자연스럽게 구획하는 벽이기도 하지만, 밖으로부터 교회 내부영역으로 안내하는 듯한 상징적 게이트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벽은 현관의 캐노피(canopy)와 더불어서 실외에서 실내로 방문자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역동적 장치이다. 특별히 이 벽면이 아름다운 것은 실내외를 넘나들고 상하부층을 자유자재로 가로 지르는 연속성에 있다. 여러 층, 여러 복도, 여러 방들이 복잡하게 얽혀 모여 있지만 아마 이 벽으로 인해 우리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알고, 어디가 이 교회 만남의 중심홀인지를 감지하게 된다. 단순한 하나의 벽, 하나의 건축요소가 이렇게 다양한 역할을 담당해낸다는 것은 작은 제스처로 큰 효과를 일구어내는 건축가들(건축사사무소: 경영위치)의 끈질긴 노력에서 오는 것이리라.
저렴한 비용의 시공, 그러나 누추하지 않다
예인교회는 필자가 판단하기에 아주 경제적으로 시공된 작품이다. 비록 저렴한 재료로 시공하였지만 일관된 색깔로 통일하여 그 재료를 고상하게 만들고, 간헐적으로 귀한 재료를 내외부에 도입함으로 건축물 전체의 가치를 함께 격상시키고 있다. 필요에 따라 건물의 일부에만 돌을 사용하였고 대부분 인공재료들을 사용하고 있으나, 자연재료에 비해 결코 값싸 보이지 않도록 조성한 것이 바로 건물이 지닌 세련된 가치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아마 이 건물이 값비싼 재료를 남발하지 않고 공간을 넓게 나누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풍요롭게 느껴지는 데는 아마 넉넉한 공간의 적절한 배치로부터 오는 듯하다. 1층과 2층 사이에 오픈된 공간은 1, 2층 홀을 크게 하나로 만들고 서로 소통하게 한다.
투명함과 진실함, 그리고 주저하지 않는 노출
이 교회의 대지 형상은 반듯하지 않고 오히려 야릇하다. 그러나 그 형상이 문제 되지 않음은 못난 모서리 땅에 계단실을 잘 끼워 넣어 모서리 공간이 살아나고, 그로 인해 생긴 네모지지 않은 방들도 아무 부담 없이 실용화할 수 있게 배려되었기 때문. 또한 흔히 감추기를 애쓰는 무대 쪽의 스피커나 스크린 박스를 숨기려 하기 보다는 오히려 과감하게 노출시켜 디자인 요소로 적용하였다. 즉, 인테리어에서 겪는 오디오 비주얼 도구의 산만한 콤플렉스를 효과적으로 극복한 듯하다. 그리고 이 교회는 투명함의 가치를 주변 도시에 드러내는 것 같다. 각 층의 로비는 바깥으로 활짝 열려있고 모든 계단실도 밖으로 밝게 트여 있다. 하지만 본당 내부는 그 지혜로운 벽면과 강단의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천장을 향해 난 밝고 큰 창이 너무 밝아서 집회의 용도에 따라 밝기를 제어하기 힘들 수 있다는 아쉬움은 있다. 교회가 재정적 여유를 좀더 가진다면 자동으로 개폐가 가능한 장치를 덧붙일 수 있겠다.
끝으로, 이 교회는 외장재료 사용에 있어서도 무리를 하지 않았다. 일부는 석재마감을, 일부는 저렴한 외장재료인 드라이비트로 마감을 했으며 지붕은 그 형태와 기능에 맞게 징크 철판을 사용하였다. 이 모두가 하나같이 알뜰하고 적절한 재료의 분배로 느껴진다. 오늘날 좋은 교회당 건축은 그 실용성에 있어 모자람이 없어야 하고, 재료의 사용에 있어서도 너무 궁핍하지 않아야 하며, 비록 넓은 면적이 아니더라도 여기 예인교회처럼 공간의 느낌만이라도 풍요롭게 획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은석 | 200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