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대담 - 납골시설 운영실태 사찰-신도 규모 고려하지 않은 대형화가 부실 불러 납골시설 터부 의식 개혁에 종단이 앞장서야 보 광 스님〈동국대 선학과 교수〉 법 천 스님〈다보정사 주지〉 납골시설 건립에 관한 사찰과 스님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납골시설의 규모와
형태, 건립과정 등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종단이나 권위있는 교계 단체 어느 곳에서도 납골시설에 관한 통일된 기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 보건복지부가 입법 예고한 매장 및 묘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개정안의 시설 규모 제한 조항에 대해 교계 안팎에서는 긍부정의
다양한 시각들이 제시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동국대 선학과 보광
스님과 다보정사 주지 법천 스님을 초대, 불교계 납골시설의 현황과
바람직한 모델 등을 짚어보았다. 사회자 -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에서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교계에서 운영하고 있는 납골시설의
44.4%가 석탑과 부도형의 영탑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러한 형태의 납골시설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어떤 문제점을 낳을 수 있습니까. 법천 스님 - 납골탑의 모습이 석가탑 등 탑의 모양을 따르는 가장 큰 이유는 재가자들의 납골시설에 대한 통일된 모델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영탑 모델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거나 조성하기엔 제작 원가라는 경제적 부담도 크기 때문에 원가를 고려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모양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광 스님 -
부처님 사리를 모신 불탑이나 스님들의 부도탑은 전해져 내려오는 모양이 있으며 그 모양 또한 교리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인도에서도 불탑은 부처님이 사용하시던 발우와 일산의 모양을 반영해 만들어졌고 스님들의 부도 역시 발우를 엎어놓은 종 모양의 소박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일부 고승 대덕 스님들의 부도에 화려한 장엄이 돼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불탑과는 다른 팔각기둥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재가자의 영탑이 불탑의 모양을 따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입니다. 또한 획일적인 모양의 영탑을 대량으로 설치하는 것은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습니다. 법천 스님 -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비용의 문제를 고려 할 때 다양한 형태의 영탑을 조성하는 것은
경제적인 부분 외에 관리에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보광 스님 - 재가자들의 영탑은 연꽃 모양 등이 적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연꽃은 아미타
신앙의 교리에서 연유된 것이므로 교리적으로도 적절하고 비용도 지금의 석탑 모양과 비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입니다. 법천 스님 -
재가자들은 영탑 하나에 가능하면 많은 유골을 모실 수 있는 형태를
선호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 2층 3층의 사용이 가능한 석탑형을 찾게 됩니다. 보광 스님 - 영탑에 지하 공간을 만들어 많은 유해를 모실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연구해 볼 만합니다. 일본의 경우 사찰에 있는
납골시설의 대부분이 지하를 활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법천 스님 - 대부분의 신도들은 지하의 납골시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다보정사에도 실내에 납골시설이 갖춰져 있는 지장전이 있지만
이용자들은 그곳보다는 야외의 영탑을 더 선호하는 것도 그 단면입니다. 지하 납골시설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됩니다. 보광 스님 - 종단 차원에서 꾸준한 지도를 통해 그러한 인식을 바꿔 나가야 합니다. 일본의 경우 사찰의 주변과 지하를 모두 납골
시설로 이용함으로써 묘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자 - 종단차원에서 교리에
입각한 납골시설의 모양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점에 두
분의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습니다. 모양만큼이나 현재 쟁점화 되고
있는 부분은 납골시설의 규모를 30평 이하로 제한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입니다. 보광 스님 - 보건복지부가 이번에 입법 예고한 법률의 골자는 납골시설 설치를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는 것입니다. 신고제는
납골시설 설치 절차를 크게 완화하는 조치지만 동시에 납골시설이 난립할 우려도 있습니다. 30평 이하라는 시설 규모 제한은 이러한 사설
납골시설의 난립을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법천 스님 - 사설 사암의
납골시설 규모를 30평 이하로 제한한 것은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규제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납골시설은 사찰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설 납골시설입니다. 또한 30평 이하의 규모로 납골시설을 만들
경우 봉안 가능한 기수가 적어 납골시설 건립에 들어간 공사비를 맞추기에도 어렵다는 점을 배제해서는 안됩니다. 사회자 - 그렇다면 법안이 잘못 됐다는 점을 교계에서 제기해야 하지 않습니까 보광 스님 -
공청회 등을 통해 다각도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습니다. 납골시설의 난립을 막기 위한 법적인 장치는 필요하지만 그 규모를 30평으로 제한하는 것은 실질적으로도 너무 작다는데 동감합니다. 사회자 - 그렇다면
바람직한 사찰의 납골당 규모는 어느 정도로 볼 수 있습니까 보광 스님 - 그것은 일률적으로 제한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사찰 납골시설의 의미 자체가 신도를 위한 복지 시설이라는 차원에서 그 사찰의 신도 규모에 맞게 조성돼야 합니다. 납골시설을 대규모로 지어 아파트
분양하듯 팔아 돈벌이를 하겠다는 생각은 뿌리 뽑아야 합니다. 법천
스님 - 하지만 신도들은 자신이 다니는 사찰에 납골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그리 반기지 않습니다. 납골시설이 있다고 하면 발길을 꺼리는
신도들도 많습니다. 보광 스님 - 사찰은 어디까지나 수행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사찰 내에 납골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납골만을 위한 별도의 영탑 사원이 조성돼야 합니다. 영탑이 수행공간 안에 들어서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법천 스님 - 공감합니다. 하지만 별도의 영탑 사원을 조성하다 보니 자연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공사비용조차 나오지 않아
영탑 사원 조성 후에 운영 난으로 허덕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사회자 - 일부에서는업자들이 대형 납골시설 건립을 미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입니까 보광 스님 - 스님들이 사찰과 신도의 규모는 고려하지 않은 채 대규모 시설 건립에만 치중한다는데 일차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법천 스님 - 정부에서는 납골시설 건립에 재정적 지원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막상 지원을 받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조건도 까다롭고 여러 가지 제약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행정에 어두운 스님들에게 이러한 일을 대신 해주겠다면 접근하는 납골시설 건립 사기가 일어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회자 - 이런
사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과 납골당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스님들께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시길 바랍니다. 보광 스님 - 사찰의
납골시설은 신도들에게 자연스럽게 재적사찰을 갖게되도록 유도하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납골시설은 어디까지나 포교와 신도에 대한 복지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이뤄져야지 절대 상업성을 목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됩니다. 법천 스님 - 아직까지는 납골시설에 대해 종단은 물론 정부도 통일된 입장을 갖지 못하고 있는 시점입니다. 그런
만큼 지금 납골시설 건립에 뛰어든 사찰과 스님들이 겪는 고충은 의외로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종단만이라도 납골시설에 대한 제도와 운영 원칙을 정해 스님과 신도들이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는 경우를 막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