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넘어 1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1년 반 정도의 짧지 않은 준비기간을 거친 후에
올해 3월 17일
안산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꿈에 그리던 무궁화동산을 조성했습니다.
비록 4년간의 짧은 자원봉사 경력이지만
돌쇠같은 체력에 4년간 10여차례 쓰러질 정도의 열정으로 달려왔습니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지난 40년간 살아오는 동안
제가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한 건 자원봉사입니다.
물론, 미친놈 소리 들어가며 나홀로 쓰레기 줍는 일부터 시작해서
100여명의 안산시민들과 연합봉사를 하는 시화방조제 대청소와 같은
대규모 봉사로 발전되어 더욱 보람된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순수한 봉사라면 모든 봉사가 소중하기에
봉사에 있어서 경중을 따진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지만
제게 있어선 무궁화동산은 '사명'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동산도 아니고 척박한 폐기물 매립지에
야생화인 철죽들도 반정도는 죽어나가는 야생화 단지를 제시받았을때
정말 이곳엔 소중한 무궁화를 심고 싶지 않았지만
무궁화동산 부지를 제공해주겠다는 말 한마디에 뛸듯이 기쁜 마음이었습니다.
200품종의 무궁화를 심고 열흘간에 걸쳐 전지작업을 마치고
동산 외곽 곳곳에 수천개의 꺾꽂이 무궁화를 심었는데
동산위엔 수도가 없고 동산아래 수도가 아닌 물탱크가 있었습니다.
물탱크에 정기적으로 물을 대줘야만 물탱크로부터 100여미터 떨어진 동산위로
용량도 부족한 펌프와 농사용 호스를 이용해
동산위에 2톤짜리 수조를 설치해놓고 물을 채운 후
쫄쫄 흘러나오는 물로 물주기를 해야하는
어이없는 나라꽃 무궁화동산 가꾸기를 해야했으며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4월 중순까지 수조마저 설치되기 전엔 동산위 배수로 집수정 구정물을 퍼서
뿌리도 없는 막대기인 꺾꽂이 만이라도 물을 주기위해 수없이 집수정 철제 트렌치를 열어
머리를 쳐박고 흙탕물을 퍼서 꺾꽂이 묘목에 눈물겹게 물주기를 해야 했습니다.
아사달계 영역의 서너평의 여유로운 부지가 있어 꺾꽂이 묘목밭을 제대로 만들고
그나마 그곳의 꺾꽂이만이라도 살려보려해서 퇴비도 주고 물주기를 게을리 하지 않아
다행히 500여그루에서 싹을 틔우고, 줄기가 되어 꽃봉오리가 생기고,
꺾꽂이에도 꽃을 피우게 되었습니다.
나머지 대부분의 꺾꽂이들은 제때 물을 주지 못해 대부분 타죽었습니다.
무궁화동산엔 아직도 수도가 없습니다.
수자원공사와 인계인수 문제로 요즘들어 수도 설치를 긍정적으로 협의중이라지만
3월부터 계속 협의중입니다.
타들어가는 척박한 대지위에 삽으로 파면 잡석과 때로는 건축 폐기물까지 나오는
무궁화동산에서 170여일동안 하루도 멈출 수 없었습니다.
평균 70세에 이르는 귀한동포연합총회 어르신 봉사자부터
초등학생 고사리 손까지 무궁화동산에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를 하는데
힘들다고 하루도 쉴 수가 없었습니다.
힘들때마다 늘 상상했습니다.
어린이들의 동심으로 들어가 순수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200품종의 무궁화동산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모습을 상상하면 정말 지치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힘든건 곡해하는 주위 사람들로 인해 상처받는 마음이었습니다.
교대근무라서 야간근무를 마치고 동산으로 달려가
점심 먹을 시간도 아까워서 해가 지고 밤이 된 후에
서둘러 씻고 저녁 식사를 하고 출근한 적도 한두번이 아닙니다.
때론 삼각깁밥과 우유를 사서 파고라 아래 의자에 놓고 몇시간을 일하고
배가 고파 돌아와 보니 까치가 다 파먹은 적도 있었지요.^^
어제도 직장 동료가 이런 말을 합니다.
네가 좋아서 하는 무궁화동산이 아니냐? 네가 고집했으니 감당해야 할 몫이다.
너무도 서운하고 폐부를 찌르는 가슴 아픈 말입니다.
아프고 쓰러질 듯 하고 때론 멈추고 싶지만 사명감 때문이지
아프고 힘들면 하기 싫어지고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며칠 전 무궁화 축제를 위해 문화관광과에서
6면짜리 브로슈어 1천부를 제작해주었습니다.
무궁화에 대한 열정에 탄복했고 안산시 명소를 만들어주어 고맙고
향후 적극 지원해주겠다고...
사람이란게 간사하고 사람 일이란 모르기에
저도 어디까지 앞만 보고 달려갈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무궁화에 대한 열정이 식을때까지
초심의 순수함이 퇴색해질때까진 멈추진 않을 것입니다.
축제를 마치고 지난 6개월간 가정에 소홀했던 일들을 챙겨보려합니다.
지칠만도 한데 하염없이 믿어주고 큰 힘이 되어주고 조언까지 해주는 아내에게,
아직은 챙겨줘야 할 일이 많은 초등학생 아들과 딸녀석에게도,
주말에 놀러가자면 무궁화동산만이 아닌 다른 곳도 놀러가고 ^^
아들녀석이 그렇게 원하는 아빠와의 축구도 자주 하고
아빠가 만든 요리가 그립지만 어느새 철이 들어 바쁜 아빠에게 조르지 않는 녀석들에게
맛난 특선 요리도 가끔 해주고 싶습니다.
오늘을 위해 달려왔습니다.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무궁화동산에서
더욱 많은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고 무궁화를 바로 아는 자연학습장이 되길
마음속으로 기원해봅니다.
축제를 위해서 이젠 잠시 쉬어야겠네요.
첫댓글 경로인 본인도 늦게 시작한 노인 자원봉사에 힘이 겹지만 이렇게 열심한 무궁화 지기를 보면 절로 힘이 납니다. 모니터 요원으로서 오늘 10시에 축제에 갑니다. 1시간정도는 시간이 있어 품종별로 사진도 찍고... 참 220송이 무궁화 사진은 받으셨는지요 ㅎㅎ
선생님 축제 때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그전에 200송이가 넘는 너무 아름다운 홍단심계 무궁화 사진과 연꽃 사진을 소포로 보내왔을때 너무 감동했습니다. 너무 바빠 전화도 드리지 못했습니다. 축제장에서 선생님 뺨에 멋진 무궁화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동심처럼 웃는 모습이 너무 멋졌습니다.^^
무궁화지기님의 따뜻한 사랑에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장문의 글을 읽어 내려오면서 자웜봉사를 향한 우리들의 열정이 식지않았음을 느낍니다.말뿐인 사람들도 너무나 많은데 님의 실천과제수행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삶의 방향설정에 지침이 되기를 소망합니다....늘 건강하십시요....
때론 봉사자들끼린 마음이 잘 통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두번 보고도 너무도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자원봉사자! 추구하는 방향이 비슷하기에 서로 쉽게 이해하고 쉽게 친해질 수 있는가봅니다. 담에 소주한잔 하시지요^^
비오는날 회사에서 참여했지만, 글을 읽으면서 나는 아직도 한수 아래구나 ㅋㅋ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열정~~ 도전~~ 정말 대답합니다. 많은 도움은 주지 못하지만 힘껏 밀어 주겠습니다.
별말씀을요. 'KT 사랑의 봉사단' 너무 훌륭한 봉사를 많이 하고 있고 한다솜이 따라갈 수 없는 봉사에 부럽기도 합니다. 울트라 마라토너 한준기 회장님뿐 아니라 지사장님도 함께하는 스포츠 댄스는 너무 멋집니다.^^ 축제때 KT 사랑의 봉사단 회원님들 꺾꽂이 묘목 화분에 담는 봉사 고생 많으셨습니다.
대단 하십니다. 머리숙여 존경함을 표 합니다
무궁화동산 앞에서 선생님의 사물놀이 공연 신명나는 한판이었습니다. 비록 비가 와서 많은 천막아래서 공연을 했고 많은 관람객은 아니었지만 빗소리를 뚫고 무궁화동산에 울리는 풍물소리는 어느 공연도다 최고의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감사 또 감사드립니다.^^
늘 멀지만 가까이 뵙는 듯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괜히(?) 관심 있는 척(?) 하면서 여기저기 카페를 기웃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더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길을 가시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정말 마음이 아프네요.ㅠㅠ 아이들이 아빠를 너무도 자랑스러워 합니다. ^^ 정말 멋진 삶을 살고 계시는구나 생각을 해 봅니다. 저는 그 끝자리라도 잡고 따라가 볼까요? ㅎㅎㅎ 조금 쉬시면서 건강도 생각하시길... 무궁화도 아빠의 건강을 바랄것 같네요.
가까이 있으면서 함께 동산가꾸기를 자주 가질 못하네요. 담에 시간내서 아이들과 함께 가요 선생님^^
어디서부터 어떻게 위로와칭찬을드려야할지모를만큼 무궁화동산을이뤄내시고 제1회무궁화축제까지 숨은노력으로탄생되었음을 짐작케되니 모르고못도와드린점까지도죄송할따름이구요,무궁화동산만들기에 "헌신과도전열정" 에 머리숙여존경합니다!!
송구스럽습니다. 이 모든것이 안산시민들의 힘이며, 자원봉사의 저력입니다. 전 단지 자리를 마련했을뿐입니다.
무구화지기님의 땀과수고,열정과패기,고생과 아픔,남모르는 눈물과절망,이러한점들이 없었다면 안산호수공원의무궁화동산은탄생하지않았을겁니다 무엇보다 건강잃지마시고 항상 건승하세요
지금까지 달려온 길보다 더 험난할 지도 모르지만 더욱 강한 각오로 열심히 해야겠지요. 회원님들의 단합된 힘이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