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운경 제6권
[12인연을 잘 안다]
선남자야, 보살에게 다시 열 가지 법이 있으면 12인연을 잘 안다고 한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모든 법의 체상이 공함을 잘 아는 것,
찰나의 법임을 잘 아는 것,
견고하지 못한 법임을 잘 아는 것,
그림자와 같음을 잘 아는 것,
물에 비친 달과 같음을 잘 아는 것,
메아리와 같음을 잘 아는 것,
법이 허깨비와 같음을 잘 아는 것,
법이 번개와 같음을 잘 아는 것,
법이 불꽃과 같음을 잘 아는 것,
인연으로 생긴 법은 모두 공해 한 찰나도 견고하지 못한 법이지만 이와 같이 나아가 인연으로 생긴 그 법이 생기면 또한 생긴다고 보고 머물면 역시 머문다고 보고 변해 무너지면 역시 변해 무너진다고 보는 것이다.
보살은 이와 같이 사유한다.
‘어떤 인연으로 생기고, 어떤 인연으로 없어지는가?’
보살은 다시 또 이렇게 사유한다.
‘무명(無明)으로 인해 모든 법이 생기고, 무명의 힘으로 인해 모든 법이 나온다.
일체 모든 법은 무명이 인도하고 일체 모든 법은 무명에 의지한다.
무명에 의지하므로 행(行)이 생기고, 행에 의지하는 까닭에 식(識)이 생기며, 식이 인연이 되어 명색(名色)이 생기고, 명색이 인연이 되어 6입(入)이 생기며, 6입이 인연이 되어 촉(觸)이 생기고, 촉이 인연이 되어 수(受)가 생기며, 수가 인연이 되어 모든 어리석은 중생이 수에서 곧 약간의 염애(染愛)를 일으키게 된다.
애(愛)가 인연이 되어 취(取)가 생기고, 취가 인연이 되어 유(有)가 생기며, 유가 인연이 되어 태어남이 생기고, 태어남이 인연이 되어 늙음과 죽음이 있다.
사람이 늙어 죽으면 죽음이 인연이 되어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번민하는 많은 괴로움이 모이게 되고, 이런 인연으로 커다란 고음(苦陰)이 생긴다.
그러므로 깊은 지혜로 정성을 다해 방편을 써서 무명을 끊고 무명의 뿌리를 뽑아야만 한다. 무명을 없애면 무명과 상응한 법 모두가 다 없어진다.
비유하면 마치 목숨의 뿌리가 없어질 때 모든 근도 모두 다 없어지는 것과 같다.
무명이 다 없어질 때 무명에 의지하고 있던 모든 법도 모두 다 없어진다.
무명이 없어지므로 모든 번뇌가 없어지고, 번뇌가 없어지므로 생사의 원인이 다 없어지며, 생사가 없어지므로 열반에 가까워진다.’
선남자야, 이러한 열 가지를 갖추면, 이를 보살이 12인연을 잘 아는 것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