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재건축 추진에 따른 이주가 본격화하면서 이들 자치구의 빌라(연립·다세대)의 몸값도 오르고 있다.
재건축 사업의 마지막 관문인 관리처분 인가가 나면 해당 단지의 세입자 등 거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하는데, 아파트보다 저렴하고 상대적으로 물건 구하기가 쉬운 빌라 매매가 아파트 전세의 대체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2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9월(23일 기준) 서울시 전체 빌라 매매거래량은 4만467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4% 늘었다. 하지만 재건축 단지가 많은 강남구(40.1%)와 서초구(43.3%), 송파구(46.0%)의 빌라 매매거래량 증가폭은 이보다 더 컸다.
서울 송파구 신천역 일대 빌라촌에서 한 시민이 거리를 바라보고 있다. /김지호 기자
강남구에서 빌라는 1년 전 840건 거래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9월 현재까지 1404건이 거래됐다. 서초구도 769건에서 1358건으로 증가했고, 송파구 역시 1490건에서 2763건으로 늘었다.
특히 강동구는 서울 전체 25개 자치구 중 빌라 거래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이다. 강동구 빌라는 지난해 1~9월 923건 거래에서 1년 만에 53.8% 늘어 올해 1~9월에는 1999건을 기록했다.
가격도 뛰고 있다. 서울시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송파구 가락동 산천빌라 전용 56.16㎡는 지난해 9월 2억39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7월엔 2억5400만원에 실거래가가 신고됐다. 강동구 길동 보람빌라 72.86㎡도 지난해 4월 2억7400만원이었지만, 올 7월엔 2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이런 현상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9월부터 내년까지 재건축 추진에 따라 강동구에서만 1만2252가구가 이주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강남구에서도 3970가구, 서초구와 송파구도 각각 3749가구, 2613가구가 이삿짐을 싸야 한다.
김재언 KDB대우증권 부동산세무팀장은 “아파트 거래 시장이 살아나면서 빌라 시장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며 “강남권 아파트 재건축이 속도를 내면서 세입자들과 일부 투자 수요자들이 빌라를 사들인 것도 시세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재건축 이주 계획에 따라 세입자들이 주변 주택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데 전세 물량이 귀하다보니 아파트 전세 대신 빌라 매매를 선택하기도 한다”며 “서울 입주물량이 2017년은 돼야 이주 수요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빌라 강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