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 맞을 짓 미숙이 때문에 서울 나들이를 하겠다는 어머니의 연락을 받고 서울역에 나갔다. 지방대학의 무용과에 다니는 미숙이가 여름방학 동안 서울에서 학원에 다니며 발표 작품을 받고 연습을 해야만 2학기 무용경연대회에도 나가고 학교에서 창작 발표도 한다는 것이었다. 계집애니까 굳이 대학교에 보낼 필요가 없다고 할 때만 해도 무용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며 고개를 내젓던 어머니였다. 대학교 나와서 그까짓 시집 잘 가 봐야 그 타령이지 별수 있느냐던 어머니를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계집애를 가르치면 여우 꼬리가 길러지는 거라고, 당신은 여우 언문이라고 평생을 잘 먹고 잘 살았노라고 버티었다. 그러다가 미숙이 등록금이며 하숙비까지 대 주겠다는 내 주장과 앞으로 선생님이 될 수 있는 사범대학엘 보내 나중에 학교 선생님이 될 수 있게 하겠다는 말에 어머니의 마음은 돌아섰었다. 어머니가 끔찍하게도 선생님을 존경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어머니는 가르쳐서 사람 만드는 일을 하는 선생님이라면 무조건 신뢰하고 있었다. 오히려 판사나 국회의원, 장관, 재벌, 심지어 그것보다 높은 거라도 선생님을 더 알아 주는 편이었다. 어머니 논리는 단순했지만 기분 좋은 것이었다. 이 세상에 선생님이 없었다면 그런 것들이 생겨날 리도 없고 선생님이 없으면 세상이 거꾸로 그 이유 가운데 학교 다니며 숱하게 말썽한 피었던 나를 꺾어 앉힌 것이 선생님 때문이라고 믿는 것과 이만큼 사람 구실을 하게 만든 것도 모두 선생님 덕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선생님을 좋아하는 여러가지 이유 가운데 또 하나는 우리 옆집에 살던 부부 선생님 때문이었다. 순박한 젊은 부부의 생활에서 어머니는 여러가지를 느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착한데다 어머니 일을 이것저것 도와 주던 모습을 나도 기억하고 있었다. 아무튼 딸자식이라고 내팽기칠 것처럼 하던 어머니의 미숙이 뒷바라지는 내게 하던 것 만큼이나 열성이었다. 어머니 말로는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니까 제 딸 하나니까 그렇게 마지막 하나 남은 거라고 강조할 필요가 없을 일인데도 굳이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미숙이의 대학 진학을 반대했던 당신의 입장을 옹호하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피서철이어서 임시열차 운행으로 안내방송은 계속 연착을 알려주고 있었다. 어머니는 도착 예정시간보다 십여 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가방을 걸멘 미숙이 뒤에서 어린애처럼 손을 흔들던 어머니가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안 나올 줄 알았다." "제가 왜 안 나와요. 어머니가 오신다는데." "바쁠테니께." 내가 전혀 바쁜 생활, 얽매인 생활을 일부러 하는 말이었다. 그래서 어머니를 편하게 해 주려면 취직을 해서 바쁜 사람이 되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었다. "요즈음 좀 괜찮아요." 나도 일부러 어머니 말에 맞추어 대답했다. 그동안 돈 버느라 바빴지만 요즈음 철을 타서 서울역으로 어머니 마중 나오는 시간 쯤은 생겼다는 투였다. 미숙이도 모자간의 말투가 어떤 의미를 담은 채 오간다는 걸 아는지 가볍게 웃기만 했다. "장가 안 갈텨?" 자동차 뒷좌석에 앉자마자 어머니가 큰소리로 물었다. "천천히 가죠, 머." "지금 니 나이가 몇 살인디?" "저런저런...... 지 나이두 모르냐? 지 정신이 아니냐?" 어머니는 한 번도 만으로 따지는 서양식 나이로 나를 보아 준 적은 없었다. "맞아요, 엄마." 미숙이가 이렇게 거들었다. "얼레, 이 지지배두...... 정신을 어따 꽈박고 사냐? 넌 이눔아 스물 일곱여, 꽉 찬 겨. 니 뺄가둥이 친구들은 학부모여, 이눔아." 어머니의 과장법은 익히 아는 터라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어머니의 나이 계산법은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도 여전했다. 내 고향 친구들이 벌써 학부모가 되어 있을 리도 없었고, 옛날 같지 않아서 그렇게 일찍 장가 가는 녀석도 없었다. 어머니가 음력으로 섣달에 태어나서 보름쯤 지나 두 살박이가 된 것을 그대로 계산하는 거였다. 호적초본에 등재된 날짜가 태어난 날과 맞지 않는다는 걸 역산해 본 것이 있어서 아는 것이지만 어머니는 섣달 그믐날 태어나더라도 정월 초하루가 되면 어김없이 두 살로 계산하고야 마는 성미였다. 지금이라도 양력이라면 오랑캐 달력이라며 한사코 모든 것을 음력으로 따지고 있었다. "괜찮은 색시감 있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그 샥시?" 다혜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어머니는 다혜에 대해서 그리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는 편이었다. 어머니의 느낌에는 다혜가 '여수 같은 지지배'였던 것이다. 크다거나 속눈썹이 길며 손가락이나 팔목의 굵기, 목이 길어서 시원해 보이는 따위는 어머니 표현으로 대비상이었다. 균형잡힌 이마와 얇은 귓볼까지도 어머니의 시빗거리였다. 그런 여수같은 지지배는 언젠가는 탈을 낼 거라고 어머니는 믿었다. "예." 나는 눈치보며 대답했다. "미국인가 갔다는디 뭐러 간 겨?" "미국이 아니라 불란서라고......" "하여간 코 큰 눔덜 사는 디 아녀?" "예." "코 큰 눔한티 멀 얻어먹겄다구 간 겨?" "공부하러 갔지요, 머." "혀 꼬부라지는 공부여?" "그게 아니고....." 지지배는 그저 품에서 길러야는디. 그런 지지배는 되려 코빼기는 높아지는 겨, 이눔아. 에미 말이 시방이사 시답잖겄지만 니 신세 생각해서 하는 겨. 알겄어?" "차암......"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더 이상 얘기를 해 봤자 어머니의 고집만 더 정당하게 만들어 준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생긴 걸 너무 까탈스럽게 따지는 편이었다. 펑퍼짐해서 애새끼들이나 매년 퍼질러 대고 철푸더기 앉아서 식식거리며 젖이나 펑펑 먹이며 시어머니 앞에선 고양이 만난 새앙쥐처럼 움씬 못하는 그런 며느리가 최고라는 거였다. 남편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하면 안될 줄 빤히 알면서 무조건 고분고분 따라가는 다혜가 아무리 한복을 풍성해 보이도록 입고 눈을 착 내리뜬 채 고분거려 보았자 어머니 눈엔 여우 짓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거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은주 누나네 집까지 오는 동안 어머니는 한시도 쉬지 않고 시골얘기를 했다. 옆집에 살던 병석이네가 가랑이 쩍 벌리고 자전걸 타고 주살나게 돌아다니더니 그예 장터에서 계란 파는 가게로 쑤셔박혀 계란부침처럼 망신을 당한 얘기며 촐삭쟁이 염서방네 마누라가 읍사무소 뒷골목 담벼락 아래서 방뇨를 하다가 순경에게 잡혀가 고생한 얘기며를, 안 봐도 시골 동네 사정이 훤하도록 얘기해 주었다. 나는 그냥 건성으로 들었다. 맞장구 치느라고 묻거나 거들었다가는 사건이 커진다는 걸 알기 미숙이는 방학 동안 학원에 다니기 편하도록 은주 누나네 집에서 같이 지내도록 했다. 어머니 자존심에 그냥 밥 얻어먹게 하진 않겠지만 피붙이도 아닌 은주 누나에게 신세 지는 게 싫어 서울에 있는 동안 하숙을 시키겠다는 어머니를 설득하는 데도 시외전화료가 꽤 나왔을 것이다. 은주 누나가 괘념치 말고 보내라는 말을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방학 동안 미숙이가 먹을 쌀을 미리 부친 뒤 올라온 양반이었다. 집에 일찍 들어온 은주 누나와 우리 식구들은 오랜만에 식구답게 둘러앉아 식사를 했다. 피곤할 테니 일찍 주무시라는 말을 몇 차례나 했지만 지난 번에 사람들이 심보를 고쳐먹은 얘기며를 또 늘어놓았다. 그러다가 어머니는 내 귀를 번쩍 뜨이게 하는 말을 했다. "아랫장터 바느질집 순딩이 엄니 아냐?" "예." "죽었다 살았다." "왜요?" "산 목심이긴 하지만 혼백은 나갔을 겨. 순딩이 엄니가 생긴 건 그래두 독한 디가 있는 여편네니께 목구멍으로 다 밥알캥이 넴기구 숨을 쉬지 우덜 같으면 그렇게 놀래믄 기신두 못할 거구만. 독해두 그렇게 독한지는 이차미 알았다." "얘들 가르치고 먹고 살려면 독한 데가 있어야죠." "그게 아녀. 야는 대수론 생각하나 본데 꺾였으니 망정이지 그렇잖았으면 큰 곡소리 났을겨. 그렇게 착하게 산 덕을 본 겨. 아이구 끔직도 해라." 어머니는 얘기를 하며 당신이 먼저 몸서리를 쳤다. "무슨 일인데 그래요?" "말도 마라. 이 얘긴 혼자만 알고 있으야는 겨. 그 여편네 지레 죽을 일이니께. 말 나면 안된다." "무슨 얘긴지 알아야 말이 나든 말이 숨든 할 거 아녜요." "그려." 무슨 말인가 몹시 망설이는 눈치였다. 순딩이 엄니라면 나도 아는 여자였다. 막노동꾼 정씨 벌이로는 얘들 고생만 시킬 집안이었는데 그 여자 천성에 눈썰미와 주워들이다가 소문이 퍼져 아랫장터에 방 한 칸 달린 가게를 얻어 삐뚤삐뚤 바느질집이라고 간판을 달아 남편을 편하게 해 놓은 여자였다. 제법 여문 솜씨여서 대갓집 혼수까지 맡을 정도로 딴딴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 예편네 간이나 제대로 붙어 있는지 모르겄다." 이쯤 되면 궁금한 건 내 쪽이었다. 웬만한 얘기를 가지고 그렇게 뜸 들이는 성미가 아니기 때문에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빨리 하세요." "해두 될라는지 모르겄다. 내 입 무거운 거 알고 속 터진다구 한 말인디 말이다." "하세요. 여기 누가 있다구." "그려." 또 그렇게 말하고 침을 꿀꺽 삼키던 어머니는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사람 죽이는 걸 보구두 멀쩡한 사람이 있겄냐?" "누가 죽여요?" "순딩이 엄니가 봤뎌." "글쎄 누가 누굴 죽이는 걸 봤냐구요. 답답해서." "말할라니께 내 가슴이 뛴다. 그러니 그 예편네는 오죽이나 간이 졸아붙었겄냐." "답답해서 못 듣겠네요." "나두 그려. 말 못하는 그 예편네 심정이사 오죽하겄냐. 다 이해해야만 하는 겨. 니 에미가 그 꼴 당했어두 벨수 있었겄냐. 사람 죽이는 걸 봤으면 당연지사 신고를 해야겄지만...... 새끼들하구 이제 싶어서 그렇게 간이 졸아 붙었지." 좀처럼 말뜸을 들이지 않는 어머니 말이 길어지는 것은 쉽게 얘기하기 어려운 사정이나 남에게 입조심하겠다는 약속을 한 탓일 것 같았다. "그럼 관두세요." 내가 한 말이었다. "입이 근질근질해서 말은 해야겄고 그 예편네 입장 생각하믄 혀라도 깨물어야겄고." 결국 어머니는 그런 말로 당신의 입장을 옹호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순딩이 엄니가 무슨 일인가 볼일이 있어서 산촌에 갔었다. 어쩌다가 밤이 늦어서 그 지독한 예편네가 택시를 탔다. 생각혀두혀두 별일이랴. 급한 일루다 타 본 건 첨이랴. 산촌에서 읍내루 나오다 보믄 다리 있잖여. 그 다리목을 막 지났는디 시커먼 사람한티루 택시가 칵 달라들더랴. 아이구 끔찍두 혀라. 간이 콩알만해지지 않고 배겼겄냐?" "그래서요?" "나라믄 그때 기절초풍했을 겨." "죽었대요?" "가만 있어. 니 에미 숨 넘어가지 않으니께. 그러니께 택시가 물컹하면서 비명소리가 나더랴. 안 그렇겄냐? 사람이 밑창으로 깔렸는디." "그래서 어찌 됐대요?" "택시가 저만큼 가더니 급작 서더랴. 흘끔 뒤를 보더니 글씨 그 빌어쳐먹을 눔이 빠꾸를 하더랴. 쓰러져 있는 사람들 뒤루다 쥑일 눔! 천벌을 받지." 어머니는 진저리를 치더니 나를 가만히 응시했다. "너두 밤길에 차조심 잘혀." "알아요." "운전할 때두 뒤에서 지랄하든 말든, 서울 거리가 맥히든 말든 천천히 혀야 한다." "알았어요." "그러더니 다시 속력을 놓아서 또 깔아뭉개더랴. 하나님이 뭐하는지 모르겄다. 그러니께 순딩이 엄마가 워쨌겄냐." "세 번씩이나요?" "그렇다니께. 아마 논에서 일하다가 마악 올라와서 담배를 한 대 피우던 사람였내벼. 밤에 물꼬 보구 나서 집으로 갈 자빠져 있는 사람을 얼핏인가 봤더니 그 옆에 자전거두 있더랴." "그랬겠어요." "깜깜하구 사람 하나 없는 후미진 길바닥으로 끌어내서 쥑이믄 죽는 거밖에 더 있겄냐. 그러더니 불 끄고 무식하게 읍내 쪽으루다 달리더랴. 산 모퉁이 돌아설 때 둠병에다 쳐박아 쥑일라나 부다 싶었다. 생각혀 봐. 그 예편네가 몇십 년 감수 안 했겄나. 읍내 불빛이 비치는 철둑 건너 쭉 오더니 운전수 그눔이 그러더랴. 아줌니가 어디 사는 누군지 아니께 입만 벙긋하면 죄 쥑인다더라. 무조건 고개를 꾸벅꾸벅 하면서 살려만 주믄 절대루다 아무한테 말 않겄다구, 천지신명께 맹서하겄다구 싹싹 빌었댜. 안 그렇겄냐? 나라믄 여태 못 그러더랴. 얘들두 잡아다 쥑이구 집에다 불두 지를 거구...... 숭한 눔의 시상......" "그러구 말았어요? 택시 번호도 모른대요?" "그럴 정신이 있겄냐? 다리목쟁이쯤 서더니 뒤돌아보지 말구 가래더랴. 차비두 안 받구 말여. 택시가 서비스 공장 있는 디루 내달리더랴. 순딩이 엄니는 걸음아 나 살려라고 뛰긴 뛰어야겄는디 오금이 달싹두 않더랴 글씨. 엉금엉금 기어서 뚝방 아래께로 내려가니께 옷이 땀으루다 젖었는디 옷 입은 채 목간한 것 같더랴. 징한 꼴 봤으니께 그렇겄지만 기신두 못하구 며칠을 누어 있었댜. 금방이래두 애덜 잡아가는 거 같구, 집에 불 싸지르는 못했을 거 아니냐. 곽란한 사람마냥 메칠 동안 눠 있다가 엊그제 겨우 정신이 좀 들었다면서 순딩이 엄니 말루다 저 살은 건 고마운디 죽은 사람 생각하믄 가슴이 아퍼서 못 살겄댜. 그렇기두 하잖겄냐. 택시 번호두 모르지 바루 신고두 못했지, 서방 죽은 식구덜 울음소리는 귀에 쟁쟁 들리지...... 이제사 신고할라니께 운전사 그눔 얼굴두 가물가물하지, 더더구나 신고하기만 하믄 다 쥑인다는 말은 들었겄다, 저 죽는 거야 괜찮지만 애덜 납치해다 쥑인다니까 가슴이 철거덩 내려앉지...... 그 예편네 귀신 씌었던 거지." "그렇다고 그냥 있으면 어떻게 해요. 그 여자 남편이 치여 죽었다면 어쩔 뻔했어요? 드러날 텐데, 그때 가서 운전사가 어떤 여자가 알고 있다고 불어 대면 그때는 진짜 감옥살이 한단 말예요." "아서라. 오죽하겄냐, 이 에미가 그런 징한 꼴 봤다믄 워쩔래?" "신고하면 괜찮아요. 잡아야 돼요." "얼래, 니가 누구 쥑이려구 이러냐?" 어머니 얼굴은 금세 후회의 빛으로 가득 찼다. "어머니, 만약에 우리 식구가 그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해 보셔야 해요." 나는 조심스럽게 어머니 눈치를 살피며 이렇게 말했다. "끔찍한 소리를 하구 있냐." 어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재수 없는 소리한다는 표정이었다. 나왔든 부인도 있을 거고 애들도 있을 거 아녜요. 늙은 부모가 살아 계실지도 모르고...... 그런데 그렇게 죽어 버렸을 때 가족들은 어떻게 되겠어요. 얼마나 당황 하겠어요. 순딩이 어머니가 얼마나 당황했는지도 알아요. 그러나 그대로 둘 일이 아녜요. 이젠 죽은 사람 생각도 해야지요." "그거사 누가 모르겄냐만...... 그눔이 식구덜을 몰살시킨다잖냐. 좁은 바닥이라 어디 사는 누군지를 죄 아니께 저 살라고 무슨 짓은 못하겄냐. 순딩이 엄니가 그눔을 알기만 하믄 저눔이다 하구 일 저지르기 전에 잡아넣을 수 있다믄 몰라두 말이다. 그러나저러나 내 입이 방정이다." 어머니는 말 꺼낸 것을 후회하는 것 답답해서 믿거나 얘기한 것이기 때문에 어머니 입장이 난처해진 것이었다.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냥 넘어가기에는 아무래도 가슴 아픈 일이었다. "지금이라도 전화를 거셔서 신고하라고 하세요. 비밀을 지켜 줄거고 좁은 바닥이라 금방 잡을 수 있어요." "안돼." 어머니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사람 죽인 운전사를 그냥 두면 다음에 또 누굴 죽일지 몰라요. 한 번 죽였으니 밤길에 사람을 치면 또 몇 번이고 죽을 때가지 깔아뭉갤 거 아니겠어요. 다치더라도 살도록 해야지 증거를 없애려고 앞뒤로 그렇게...... 생각해 보세요, 어머니." "처음에 치었을 때 병원으로 옮겨 주기만 하면 살 거 아녜요." "그러니까 치가 떨리지." "그러니까 지금 당장 전화 거세요." "뭐라고 한다냐?" "서울 와서 아들과 상의했더니 언제 잡혀도 잡힐 사람인데 지금 신고해서 잡아야지 나중에 그 운전사가 잡혀서 그때 뒤에 타고 있던 누구였다고 불어 대면 정말 감옥살이 한다고요. 그러니 경찰서에 찾아가서 사실대로 얘기하고 비밀리에 꼭 잡아 달라고 하면 된다고 하세요." "그 집 식구덜 괜찮겄냐?" "잡아야 돼요." "내가 무신 낯으루다 말하냐? 아무한테도 말 않겄다구 약조를 했는디 말이다." 그런 짓을 한단 말예요. 아시겠어요? 어머니가 아셨으니까 그냥 덮어두면 안 돼요." "그래서 나두 첨에는 데리구 신고하러 가려구 졸랐지. 웬만히 버텨야 입이라두 벙긋할 거 아니냐. 하기사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보면 나두 할 말이사 ㅇ다." 어머니는 그동안 순딩이 엄니라는 여자와 사이에 있었던 얘기들을 죄다 털어놓았다. 내가 들어도 바느질집 여자가 며칠을 앓아눕고 조심스럽게 자신이 겪은 일과 죽은 사람에 대한 죄책감, 또는 자신을 살려 주며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 알기 때문에 신고를 하면 가족을 몰살한다던 운전사의 말 때문에 신고도 못한 자기 자신에 대한 미움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그렇다고 해서 그냥 덮고 지나갈 수는 없었다.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고민을 하고 있었고, 바느질집 여자는 어떻게 처신할지 몰라 혼자 속병을 앓고 있었다. 나는 전화나 어머니의 설득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머니의 입장도 편케 하고 바느질집 여자 마음에도 죄책감을 씻어 주면서 잔혹한 운전사를 잡아내는 일만이 모두를 편케 해 주는 방법 같았다. 내가 섣불리 운전사를 잡으려 드는 것도 문제가 있었다. 택시가 사람을 치었으니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쯤은 흔적을 감쪽같이 없앤 뒤 태연하게 운전대를 잡고 있을지도 모른다. 바느질집 여자가 바로 신고하지 않은 탓이긴 하지만 마당에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도 문제였다. "그렇다면 제가 일단 내려가서 상황을 보고 결정할게요." 내 결론은 그렇게 내려질 수밖에 없엇다. "그래 봐라. 난 애시당초 모르는 일루다 생각하구 말이다." "어머니 입장은 곤란하지 않게 해 드릴 테니까 염려 마세요." "내 입장이사 뭐가 되든 상관 말구 순딩이 엄니 처지가 워떻다는 걸 알아 줘얀다. 너무 나무라두 안 되구...... 니가 어련히 알아서 하겄냐만......" "하루가 급한 일이니까 내일 아침에 내려갈게요." "나는 여기 있을란다. 순딩이 엄니 얼굴 여자가 됐다만...... 워쨌거나 그런 눔은 잡아야지. 시상이 아무리 험악하구 얄ㄱ어터져두 사람을 생으루다 쥑인 눔을 그냥 둬선 안 되잖겄냐. 니 말마따나 그눔은 또 죄 읍는 사람 쥑일 거구." 나는 그제서야 어머니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나한테 이런저런 일이 있으니 해결해 달라고 말하기가 자식이지만 거북살스러우니까 말을 이리저리 돌려서 내가 나서 주기를 은근히 기대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렇게 ㄱ은 일을 자식이긴 하지만 떠맡기기가 미안해서 그렇게 말을 돌려가며 내 눈치를 떠본다는 걸 알았다. "이제사 말하겄는디 순딩이 엄니가 첨에 팔팔 뛸지 모른다. 이해혀야 한다. 오죽허겄냐. 그러다 종국에는 입을 열 하다가 다리 쭉 뻗은 예편네지만 속으로는 바라고 있을 거니께. 나중에 정 안 되믄 내 말을 해 버려라. 순딩이 엄니두 너무 착하다 보니께 그렇게 혼자 끙끙거리는 겨. 밤에 자꾸 죽은 귀신이 나타나서 찍어누르는 모양인디, 사람이 그래 가지구 살겄냐? 먹은 게 살이 되겄냐 피가 되겄냐. 그러저나 순딩이네 식구덜 해꼬지 못하게 막을 힘 있냐?" "걱정 마세요.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어머니는 일이 끝나면 내려오세요. 제가 끝나는대루 연락할 테니까요." "이눔아, 내 손으루다 농사 짓다 말면 누가 우덜 밥 멕여 주냐?" "하루 이틀이면 돼요." 어머니는 많지 않은 농토지만 당신이 데가 있었다. 아랫장터 바느질집엔 순딩이 엄니 혼자 뿐이었다. 마름질하다 만 한복이며 손질하기 위해 널려놓은 옷감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내 얼굴과 마주치는 순간 순딩이 엄니는 화들짝 놀랐다. "접니다. 총찬입니다." 내 얼굴을 모를 리 없는 순딩이 엄니의 표정에서 나는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어머니가 무슨 말을 했거나 그 운전사에 대한 공포가 너무 커서 착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어머니가 미리 연락을 해서 내가 내려올 것을 알면서도 막상 눈앞에서 닥치자 겁을 먹었는지도 모른다. 반색을 했다. "왜 그렇게 놀라셨어요?" "젊은 남자만 보면 가슴이 덜컥 한다니께."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절 보고 놀라실 만한 일이라두요." "날 놀릴라구 하내벼. 알구 있는 디 멀 그려." "제가 올 줄 알고 있으셨단 말예요?" "총찬이 엄니가 올라가서 아들 내려보낸다구 신신 약조를 했는디 멀." "뭐라구요?" "증말여. 아침절에 전화두 해 주셨는디." 어머니는 자식 내려보내서 일 시키는 일이 민망해서 그렇게 능청을 부린 시키기 미안해 할 만큼 깔끔한 양반이었다. "어머니께서 뭐라고 하셨어요?" "그 양반이사 먼 죄가 있겄어. 지가 이러구저러구 하니께 워쩌면 좋쥬, 라구 하니께 우리 아들내미가 나서기만 하면 될 거라구 하시드만. 올라갈 때두 나더러 시치미 뚝 따구 총찬이 내려오믄 미적미적 하다가 마지못해서 하듯 하라셨는디. 자식한티두 머리 크니께 미안할 때가 있으시다믄서 말여." 더 듣지 않아도 어머니가 어째서 그렇게 시치미를 뗀 채 얘기를 했는지 알 수가 있었다. 순딩이 엄니는 자리를 내주고 미싯가루 물을 한 잔 가득 내놓았다. 결루 현상 때문에 컵 바깥쪽에 차가운 물방울이 돋는 시원한 것이었다. 밤낮없이 바느질 먹어 가는 여자였다. 기궁한 살림이지만 궁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늘 웃음을 담고 사는 여자라는 인상이 많이 지워진 얼굴이긴 했지만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그러면 처음부터 얘기를 해 주시지요. 어머니한테 대충 듣기는 들었는데 당사자한테 듣는 것만 하겠어요." "누가 안 듣나 모르겄네." 작은 소리로 말하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혹시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서 한 녀석을 데리고 내려오긴 했지만 왠지 싱거운 생각이 들었다. "들을 사람이 어디 있어요. 마음 놓고 말씀하세요." "그게 안 그런 겨. 그눔이 언제 웬만해서 이러건남. 지금도 가슴이 벌렁벌렁 한다니께. 생각해 보믄 총찬이 학생두 알 거시구만. 죽은 사람 입성 입힐 때두 무서워하는 내가 내 눈깔루 사람을, 그것도 생사람을 깔아 쥑이는 걸 봤는디 말여, 그눔이 그래놓구 나를 살려 줄 테니께 입을 뻥긋하믄 우덜 식구 죄 몰살한다잖여. 몸서리가 쳐져. 사람이 떨구 사는 것두 한도가 있잖겄어." "정말 번호판도 못 봤어요?" "무슨 정신이 있어서 그걸 봤겄어. 봤어두 머리통에 글씨 한 개라두 남었겄어? 눈 앞에 뵈는 게 하나두 읍더란 말여. 캄캄한 게 죄 귀신덩어리 뿐였어. 나 죽네 생각하니께 세상에 증말 그렇게 뵈는게 ㅇ어지는 건가 싶대." "운전사의 얼굴은요?" "뵐 턱이 있겄어? 깜깜하다니께. 증말 사람 말 못 믿내벼." "처음에 탈 때라든지, 사람 칠 때는 봤을 거 아녜요." "봤지. 젊은 사람였어. 그것밖에는 생각나는 게 없다니께. 이마빼기에 뿔이 났었던 것두 같구 터럭이 대갈빼기에서 발목쟁이까지 덮은 것두 같구 말여. 당최 모르겄어." "몇 살쯤 됐어요?" "스무 살두 같구 서른 살두 같구......" "하나도 기억이 안 나요?" "그려. 그냥 깜깜했다니께." "내릴 때두요?" "더구나......" "어디서 내렸어요?" 있잖여." "그 택시 어디로 갔어요?" "뚝방 밑으로 내려왔는디 오금이 따악 붙어 가지구 한 발짝두 떨어지질 않더란 말여. 그란디 택시가 샛길로 해서 써비스 공장으로 가는 것 같더란 말여. 잘못 봤을 겨. 내 정신 빼놓구 있었으니께." "그래두 뭔가 기억나는 거 있었잖겠어요. 읍내에서 마주치면 알겠어요?" "모를 겨, 그눔은 나를 알더만. 아랫장터 바늘질집이란 것까지 말여." "그걸 어떻게 알았겠어요? 읍내서 마주치는 사람이 아니면요." "그거사 그렇지만...... 뭐가 뭔지 하나두 모르겄어." "생각해 내서야 해요. 무엇이든 그날 밤에 있었던 일을 말예요. 택시 모양이나 색깔이나 뭐든 말예요." "그건 그려. 목소리는 들으면 알 것두 같은디...... 나더러 음쩍하믄 쥑인다구 했구, 우덜 죄 쥑인다구 했으니께 그눔 목소리는 알겠지만, 그란디 그눔 목소리를 워디서 듣겄어." "또요?" "돈 올라가는 기계 말여. 그 옆에 동전 빼 주는 요만한 게 달렸었구, 뒤에 앉았었는디 앉을깨가 새 거였어." "운전사 옷이나 모자 같은 건요?" "몰라." "더 생각해야 됩니다. 뒷머리도 좋고 신발도 좋구요." "머리가 총산이 학생 만큼이나 길었지, 아마." "몰러." "그럼 큰 차였어요?" "그런 것두 같기두 하구 작은 차 같기두 하구...... 당최 모르겄네." 순딩이 엄니는 안타까운 듯 머리를 저었다. 참으로 난망한 일이었다.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그 택시 운전사가 농부 차림으로 보이는 사람을 먼저 친 후 다시 완전하게 죽이기 위해 두 번씩 못된 짓을 한 다음 실내외 등을 모두 끈 채 도망갔다는 사실과 운전사가 순딩이 엄니에게 겁을 주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가족을 몰살하고 불을 질러 버리겠다는 무지막지한 것이었다. "만약을 몰라서 아주 똘똘한 애를 하나 데리고 왔습니다. 그 애는 아주머니 집을 마시고 있는 그대로, 느낀 그대로 말씀해 주세요. 며칠 지났으니까 차분해지셔서 생각나는 게 있으실 거예요." 나를 믿지 못해서 아직도 감추는 게 있을지 몰라서 이런 말까지 해 주었다. 데리고 온 녀석은 눈치 채지 않게 숨어서 순딩이네 집을 감시해 줄 것이다. "그눔이 워낙 독혀서...... 빨리 잡지 않으믄 우덜을 증말 쥑일 겨." "제가 책임 지고 그런 일을 막겠습니다. 정말 걱정 마세요." "죽고 나서 책임지믄 뭐 할 것이여, 이러다 보니께 나만 살자구 떼 쓰는 거 같네. 기실은 그게 아녀. 누가 그러는디 그쪽 산골에서 초상치르는 걸 봤다잖여. 글너 소리 들으니께 내가 쥑인 거 같고, 그래서 엄니한테 찾아가서 사정 말씀 드린겨. 경찰서 찾아갈라니께 도저히 자신이 없어서 말여. 워째서 바루다 신고 안 했냐면 할 말두 ㅇ구, 나쁜 년이라구 감옥에 보낼 것 같구 말여. 새끼덜 갈키구 목구멍 풀칠 할라믄 내가, 여그 앉아서 일을 해야잖겄어. 못 배우구 아는 거 없는 년이구, 그렇다구 감출 수 없는 일이구...... 내가 나쁜 년이지만, 죄 받아 마땅한 년이지만......"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 없었다는 얘기를 했다. 이해가 안되는 상황은 아니었다. 며칠 지나서 경찰서에 신고하는 일도 겁을 냈지만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는 경찰서, 그 옆에 지나가는 것도 어쩐지 으스스해져 비켜갈 정도로 순박한 여자가 말할 기회도 안 줄 것 같고 나처럼 이해도 안해 줄 것 같아서 속으로 앓고 있는 것이었다. 신고를 한 뒤에 오라가라 귀찮게 하는 것쯤이야 참을 수가 있지만 경찰관이 조사하는 사이에 그 무지막지한 운전사가 겁을 준대로 애들한테 해꼬지를 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경찰관도 앞뒤 사정을 듣고 비밀리에 수사를 하겠지만 순딩이 엄니는 이상하게 경찰관을 불신하고 있었다. 그것은 옛날부터 가지고 있던 어떤 선입견일 것이고 경찰서에 가는 것은 좋은 일로 가는 경우가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순박한 시골 사람의 공통점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눈 앞에 데려다 놓으면 그땐 "그렇겄지 머. 다시 보긴 싫지만서두 뵈 주믄 알 거구만." "그럼 꼼짝하지 마시고 집에 계세요. 제가 빨리 돌아다닐게요." "내가 원제는 돌아댕기남." 대충 상황을 마음 속으로 점검한 나는 점심 같이 하자는 순딩이 엄니 말을 피해 밖으로 나왔다. 어디선가 그 운전사가 내 행동을 주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경찰서에 찾아가 내가 대신 전후사정을 말해서 수사를 진행시키는 방법이 있겠고, 순딩이 엄니의 간곡한 부탁처럼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직접 뛰어 다니는 방법이었다. 나는 수사의 방법이나 어떻게 조사해야 하는지를 잘 생각나는대로 조사를 하며 돌아다니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경찰관이라면 이런 일을 어떻게 조사해야 제대로 풀리는지 알 것이다. 자칫 나 혼자서 일을 꾸미다가 그 운전사가 줄행랑을 치거나 오리무중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인연을 통해 경찰관을 만나 사건 얘기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나는 협조자로 뛰는 것이 가장 현명할 것 같았다. 몇 군데 전화를 해서 상봉이를 찾아낸 것은 점심 시간이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급히 쫓아온 상봉이 얼굴은 살집 좋은 몸매만큼이나 혈색이 좋았다. 그렇게 부지런한 녀석이 어떻게 그리 살이 찔 수 "뭔 일여? 총찬이가 사람 부를 때두 있내벼." "있으니께 불렀잖냐." 나도 시골에 오기만 하면 짙은 충청도 사투리를 쓰게 마련이었다. 처음엔 서울놈들에게 기 죽기 싫어서 서울 말씨 흉내를 내 본 적도 있었지만 더 어색하기만 했었다. 촌놈은 별수 없이 촌놈답게 구는 게 상책이라 생각하고 그 다음엔 일부러 충청도 사투리를 짙게 쓰곤 했었다. "뭔디 그려? 내놓을 거면 후딱 내놔. 설마 나 잡으러 온 건 아니잖겄어." "워째 딱 맞추는 거 보니께 너 죄가 많은 가 부다." "죄 안 짓고 사는 놈 있건냐만 나 같은 놈만 있으믄 시상 참 살만 할 거시다." "너 잡으러 온 게 아니니께 근심 마라. 죄 많은 눔 만나려니께 복잡하구나." "니가 여긔 온 거 보니께 당분간 시끄러운 일 생길랑가 부다." "그게 아니라 진짜루다 조용히 해결될 일이다." "뜸 들이지 마라. 그러다 설게 되믄 어쩌냐?" "비밀이다." "으스스하네." "니가 믿을 만한 경찰관 한 사람 잡아 줘야겠다. 진짜루다 믿을만 해야 한다." "일 저질렀냐?"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내 성질에 어떤 일이 있어도 경찰관을 찾지 않는다는 걸 아는 녀석이었고 평소에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종성이 성이 여긔서 문어발 아니냐. 한 이태 됐다." 종성이라면 경찰에 투신한 학교 선배로 꽤 맨발장이 호령하며 재주 부리던 사람이었다. 고향 가까운 곳에서 경찰관 생활을 하면서도 늘 고향 사람들과 밀접한 인연을 믿는 성실성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와서 유능한 경찰관 노릇을 하는 선배였다. "그럼 불러내라." "그야 쉽지. 니가 왔다믄 구두 거꾸로 신고라두 달려올 거다." 우리는 정말 오랜만에 네거리 찻집 구석자리에 앉았다. 해수욕장의 안전 요원처럼 검게 탄 얼굴과 딴딴한 체격이 종성이 형의 굳건한 의지를 엿볼 수 되었지만 엊그제까지 같이 뒹굴며 놀던 사이 같았다. 내게 선배 대접을 깍듯이 받을 만큼 속 터진 사람이었다. 후배 일이라면 맨날로 쫓아 다니는 성미여서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만큼 매사에 적극적이기도 했다. 집안이 기궁해서 여유 없는 살림인데도 작은 거라도 늘 나누어 주는 그의 심성 때문에 그를 미워하는 사람이 없었다. "낮술이라두 해야 우리 회포를 풀겄다만 내 직분이 이 꼴이라 이해를 해야겄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종성이 형은 아쉬운 듯 이렇게 말했다. "나중에 시간을 내서 한잔 걸치죠 뭐. 우린 언제나 충돌할 소질이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무슨 용건이냐? 궁금하게 하지 "이건 개인적은 부탁이라 형이 비밀을 지켜야 철저하게 해요. 약속할 수 있죠?" "약속 못혀." 의외의 발언이었다. 그동안의 정리를 생각하면 그런 말을 할 수 없는 관계였다. "종성이 성. 무신 섭한 말씸유? 총찬이 부탁인디." 상봉이가 커다란 덩치를 일으키며 말했다. "내가 명색이 나라돈으로 밥을 먹는 눔여. 그러니께 나라돈으루다 목숨 부지하는 한 내 할 짓은 해야잖겄어. 비밀을 지켜두 되는 거라믄 지킬 거시지만 만약에 못 지킬 거라믄 차라리 맘 괴롭게 말구 날 보내 달라 이 말여. 내가 순사질 하면서 되게 잰다구 마르구 닳도록 이 많어. 나두 알지 왜 모르겄어. 엥간한 거 봐 주기 쉬운 겨. 까짓 거 맘 한번 삐그닥 먹으면 그만여. 그나 내 신세는 내가 아는 거구 내 직분두 내가 해야는 겨. 그런다구 융통성 없는 눔은 아녀. 나두 사람새깽이니께 말여. 못할 말이믄 아예 하덜 말구 가 봐. 날 원망해두 벨 수 없지 워찌겄어." 종성이 형이 말하고 있는 사이에 상봉이는 계속 몸둘 바를 몰라 했다. 나는 종성이 형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만한 뚝심 없이 경찰관을 하고 있다면 오히려 내가 미워할지도 모른다. "형 말은 알아요. 형이 그런 사람이라는 건 기분 좋구요." "미안하다. 어떤 때는 증말 옷을 활활 사람덜이 나더러 사람새깽이두 아니랄 때 말여." "형 나는 그 반대요. 기분이 좋아요. 째질 만큼." "그게 뭔 말여?" "그렇게 사는 게 진짜 아뇨?" "증말루다 하는 말여?" "그래요. 사람 사는 게 뭡니까? 어렵더라도 형처럼 사는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고맙다." 종성이 형이 이렇게 말하고 씨익 웃었다. "고마운 건 납니다. 이번 일은 비밀을 지켜 줘도 될 일 같애서 부담이 없어요." "그럼 말혀 봐." 옆에 앉아 있던 상봉이 녀석도 얼굴이 "혹시 며칠 전에 산골이나 그 근처 어디에서 뺑소니 신고가 들어오지 않았나요? 농부일 것 같은데, 사람이 자동차에 치여 죽은 채 발견됐을 텐데요." "그걸 어떻게 알았냐?" "바로 그 얘깁니다." "얼래, 서울서 그 소식 들었남?" "그래요." "우리 관내에서 그런 사건은 첨여. 사람을 치구 뺑소니 놓은 놈 잡으라구 지금 난리여." "결정적인 단서는 없지만 그때 상황을 아는 사람이 있어요." "본 사람여?" "그 택시 안에 타고 있었던 사람인데 여잡니다." "그래요. 그 여자가 위험해요. 운전사가 젊은 사람인데 얼굴을 알아보고 만약에 신고하면 가족을 몰살시킨다고 했어요. 어디 사는 누구라는 것까지 아니까 그 여자가 신고를 못한 겁니다. 우연찮게 내게 말하게 됐는데 문제는 그 여자가 증언할 게 하나도 없다는 겁니다. 얼굴을 보면 알 것 같기도 하다는 정도 뿐이지요." "어디서 택시를 탄 겨?" "산골 근처인데 밤였대요. 앞으로 친 뒤에 다시 치고 또 앞으로 쳤다니까 즉사했을 거라고 하던데." "맞어. 현장에 갔다 온 순경 말로는 여러 번 궁글렸댜. 독한 눔이네. 우덜이 택시허구 여긔 차들은 죄 조사를 했는디두 오리무중였어." "여긔 택시랴?" "그러니까 어디 사는 누군지를 알지요." "그러네. 그 여자가 누구여?" "아랫장터에 사는 여잔데 지금은 말 못해요. 정말 그 여자는 내 얘기 이상은 모르는 여자예요. 그때 상황이 하두 다급해서 기억나는 게 전혀 없어요. 차가 다리목 지나서 새 신작로 쪽 서비스 공장 쪽으로 가는 걸 얼핏 보았대요." "그 공장엔 나두 갔었는디." "신고를 바로 할 수가 없었던 이유가 있어요." 나는 순딩이 엄니가 겪었던 전후 사정을 들은대로 남김 없이 얘기해 주었다. 그런 지경이 되면 웬만한 남자라도 신고하기는 어려우리라는 걸 종성이 형도 대번에 "문제는 그 여자를 보호허면서 그 운전사 녀석을 잡아야 헌다 이거구나." "그렇죠. 내가 형한테 비밀로 해 달라는 건 바로 그 점입니다." "그거야 내가 헐 일이지. 마땅히 지켜 줘야지." "내가 도울 테니 형이 수완 좋게 일을 좀 시켜 줘요." "어떤 놈인지는 모르겄다만 지능적인 눔이다. 그렇게 조사를 했는디도 잡을 수 없었다면 말이다. 트럭이나 지프차는 아녔구 택시나 소형 승용차라는 건 조사 결과 밝혀진 거였어. 다른 지역의 자동차가 치고 달아난 것 같았는디 말여. 이렇게 되면 얘기가 단순해지기두 허구 복잡해 지기두 허겄다." "여긔 택시가 기껏해야 오십 대 정도고 군내 택시까지 다 합해봐야 백 대가 좀 넘는디 워째서 그동안 그 택시들을 조사해서 이상이 없었나 이거다." "정밀 조사를 해 보면 되잖아요?" "글쎄다." "경찰관이 모르면 누가 알아요." "생각 좀 하자.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그렇게 무자비하게 깔아뭉겠으면 차체에 흠집이 생겼을 거 아니냐. 그런디 이상이 없었다 이거다." "새로 도색하거나 수리한 차두 없었단 말여유?" 상봉이가 이렇게 거들었다. "그랬으니께 못 잡았지." "그거 이상허네요. 그 여자 신고대루라믄 "그런 셈이지." "그렇다믄 다시 조사하믄 되잖아유." "해 보믄 알겄지. 그라믄 그 여자는 워쩌냐? 그눔이 눈치 채구 식구덜 쥑일지두 모르잖여." "그건 내가 알아서 맡을게요. 서울서 똘똘한 애를 데리고 왔으니까 잘 지켜 줄 거예요." "그러다 우덜 같은 경찰관덜 밥 빌어먹겄다." "그게 아니고 내가 직접 잡아 보려고 벼른 탓예요." "우선은 네 힘 좀 빌리자." 우리들은 장소를 옮겨서 어디서부터 손을 쓰기 시작할 것인가를 차근차근 따져 나갔다. 조사한다는 걸 눈치 채게 되면 증거도 없으면 잡아 놓고도 창피를 당할 염려가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주 신중하게 대처해야만 했다. 자동차를 수리하고 도색할 수 있는 공장이 두 군데가 있지만 범인이 과연 이 좁은 바닥에서 수리를 했을까 하는 문제였다. 조금만 머리가 돌아가는 운전사라면 다른 지역에 가서 감쪽같이 고쳤을 것이다. 설사 사고가 나던 날이나 그 이튿날에 수리를 한 자동차라도 유일한 목격자인 순딩 엄니의 불확실한 판단에 따라서 증거가 확실해질 수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범인의 자백이 없으면 현재로는 범인이라고 단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셈이었다. "공장은 내가 맡어야 되겄지. 그 사이 수리한 택시가 있는지도 알아보고 어느 사이에 너는 그 여자나 잘 지켜 주라." "그것밖에 내가 할 일이 없나요?" "현재루는 그 수밖에 뭐가 있냐? 택시 운전사마다 멱살을 옭아쥐고 실토를 받아낼 수도 없구 그렇다고 그 여자를 데리구 다니며 얼굴을 하나씩 대조할 수도 없잖냐." "그거야 그렇죠." "서비스 공장이사 나두 한몫 할 수 있겄슈. 거긔 책임자가 진영이네 사둔이니께유." "우선 내가 들어가 보구서 나중에 니가 나서든지 하는 게 상수겄다. 일을 복작하게 하다가 눈치래두 채믄 도로아미타불이다." "사고당한 사람네는 엉망이겠죠?" "그렁개벼. 물고 보러 갔다가 시체 집이 아니라는디 말여. 졸망졸망한 애덜두 있구 늙은이두 뫼시는 사람인 모양여. 저 지경이믄 여러 목심 잡은 겨. 가장이 죽고 나믄 뼈골이 쑤시는 거니께." 종성이 형은 저녁 때 만나자면서 서둘러 나갔다. 두 군데의 서비스 공장을 돌고 택시 운전사들의 동태를 대충이라도 살펴보아야만 직성이 풀릴 것 같다는 거였다. 사고를 당한 농부는 의외로 젊은 사람이었다. 이제 갓 서른이 넘은 장정으로 마을 사람들이 퍽 아쉬워하는 일꾼이었다.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데도 마을에서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는 진짜 농사꾼이었다. 안팎이 성실해서 마을 사람들에게 사랑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위로는 늙은 어머니와 아래로는 세 명의 자녀가 있었다. 부지런하고 성실해서 해마다 농토를 늘이는 대신 그 흔한 텔레비전 하나 집 안에 들이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서 김규식이란 사람 집을 묻자 이 사람 저 사람이 나서서 들려 준 말은 정말 아까운 사람이 죽었구나 하는 것이었다. 배를 졸라매고 가난의 한을 벗어나려고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 겨우 먹고 살 만하니까 그 지경을 당한 거라고 아쉬워했다. 마을의 ㄱ은 일은 내외가 모두 발벗고 나서서 어른들의 귀여움을 받았고 지독하리만큼 알뜰하면서도 마을 일에는 서슴없이 쌀가마를 내놓는 인정으로 칭송받던 초상 치른 집 분위기는 썰렁하고 음울했다. 망자를 떠나 보낸 부인의 얼굴은 짙은 슬픔과 한이 서려 있어서 뭐라고 말 붙이기가 죄스러웠다. 수더분하고 착한 표정 속에 여러가지 번민이 스며 있는 것 같았다. 찾아온 용건을 말하러 들마루에 앉았다. "늦도록 안 오시길래 찾으러 나갔슈. 그렇게 늦도록 안 들어오신 적이 없는 양반였으니께유. 누군지 모르지만유, 베락을 맞을 거여유. 순경 아자씨 말 들으니께 죽일라구 작정한 사람인 게벼유. 시상이 아무리 험악하다구 해두 그럴 수가 있는지 모르겄슈. 나 같은 년은 살지두 말란 말인가유? 저 자식새끼덜은 으째야 한대유? 그 고생을 하구선...... 밥술이나 먹을랑가 싶으니께 황천객이 웬 말이래유." 울먹이며 하는 말이었다. 멀쩡한 사람이 시체가 되었다는 그 당시의 상황을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지 앞뒤 말이 엉키어 갔다. 부인의 입으로 그 상황에 대한 단서를 한 마디도 들을 수 없을 거라는 걸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날벼락처럼 사고를 당한 사람들 심정을 알 것 같았다. "혹시 봤다는 사람은 있었나요?" "없슈. 깜깜한 밤이라 봤어두 쌩쌩 달리는 찬디 누가 알았겄슈? 마을 사람들이 죄 수소문하고 다녔지만...... 하늘이 참 무심하대유...... 자석새끼덜 델구 살 생각하믄 아득하구유. 우덜이 착하게 산 것밖에 무신 죄가 있겄슈. 증말 너무하구만유." 아무한테나 푸념할 수 있는 여자였다. 누구든지 그녀의 푸념을 받아 줄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초상 치른 집이어서 세간살이가 정리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집안 분위기로 보아 알뜰하다는 걸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울먹이며 하는 이런저런 푸념을 듣고 있자니 뺑소니 친 운전사 녀석을 잡으면 요절을 낼 것 같았다. "서울서 왔으니께 그 베락 맞을 사람을 꼭 잡겄쥬?" 부인네가 주섬주섬 일어나서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예, 꼭 잡게 됩니다." 나는 대책 없이 이렇게 대꾸했다.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라믄 꼭 델구 와야 해유. 지눈으루다 상판때기 줌 보게유." "그럼요." 말ㅆ인디유, 우덜 보험 좀 타게 해 줘유." "보험이라뇨?" "애덜 아버지가 나중 생각한다구 살림 쪼개서 보험 들었는디......" "그런데요?" "그 사람덜 참 이상해유. 법이 워떻구 계약이 워쩌구 하믄서 신청 서류두 안 받구 그래유. 우덜은 못 먹구 못 입구 피 빼서 모다논 건디 그 사람덜은 여귈 와 보구두 자꾸 발뺌만 한다니께유. 보험들 때는 사고가 나든 다치든 죽든간에 약조대루다 돈두 주구 애덜 학비두 준다더니 이제 와선 생판 다르잖유. 우덜같이 심 없는 사람덜은 이래 죽구 저래 죽구 뭘 믿구 산대유." "서류 같은 거 있어요?" "일부는 그 사람덜이 가져갔구...... "한번 보여 주시죠." "지발 줌 해결해 주셔유. 서울 양반들이니께 우덜처럼 까막눈은 아니시겄쥬." 그녀가 내미는 보험증서와 약관과 복사해 놓은 다른 서류를 상봉이가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보험회사의 횡포가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어리숙한 사람들에게 까다로운 정관을 들어 횡포를 부린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었다. 보험증서와 서류를 한참이나 살피던 상봉이가 히죽 웃었다. "이 자식덜 수작 부리게 생겼구먼." "왜?" "이리 붙이믄 이렇구 저리 붙이믄 저렇게 생겼으니께 하는 말이지." "모르는게 상수여. 내가 한때 보험회사서 심부름해 주구 밥 얻어먹은 적 있으니께 하는 소린디 그눔덜이 재주 부릴라믄 얼마든히 부릴 수가 있는 겨." "잘 되겄냐?" "가만 뒀다가 막판에 멱살잽이 할 일이구만." 서류를 넘겨 주는 상봉이의 얼굴은 재미있어 하는 표정이었다. 정관을 얼핏 읽었지만 전문용어와 복잡한 법규정이 많고 단서조항이 까다로워 쉽게 이해하기기 어려운 것이었다. 증서에 기재되어 있는 약관만 가지고는 이 부인네가 말하는 보험금을 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보험이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들어 두는 것으로 사고가 생기면 마땅히 것이다. 부인네가 가지고 있는 것은 연생보험과 교육보험 두 종류였다. "아주머니, 우선은 저쪽에서 어떻게 처리해 주는지 기다려야 합니다. 나중에 일이 잘 안되면 그때 저희들이 나서 드릴께요." "증말여유?" "예." 부인네의 어두운 얼굴이 잠시 환해졌다. 아마 이것저것 답답한 심정이었다가 조그만 지푸라기라도 하나 잡은 심정이 된 것 같았다. 액수 큰 보험은 아니지만 다달이 알뜰하게 모아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저축하는 마음으로 든 것인데 갑자기 남편이 죽고 나자 더 아까운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약속을 지키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부인네는 소복단장한 채 문 밖까지 나와 공손하게 인사를 하면서도 꼭 잊지 말라는 말과 남편을 그 지경으로 만든 사람을 꼭 잡아 달라고 부탁했다. 상봉이 녀석이 주먹을 쥐고 마치 형사라도 된 것처럼 대꾸를 해 주었다. "임마, 그러다가 못 잡으면 어쩔래?" "십 년이 걸리더라두 잡고 말 거시다." 사연을 듣고 더는 못 참겠는지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저렇게 느닷없이 어려워지고 형편없이 당하는 삶이 많다. 그런데도 세상은 남의 슬픔 쯤은 알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남의 슬픔을 겉으로는 안쓰러워하면서 속으로 즐기는 사람도 많은 꼴 보고 어디 참겠냐? 더 기가 막힌 사연을 안고 끙끙 앓는 사람 생각을 해 봐라. 속 뒤집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게 장하지. 너두 저런 꼴 보거든 제발 참지 마라." "나두 승질 못된 눔으루다 살았지만 그렇다구 남 속 아프게는 안했다구. 이러다가 시상이 무신 난리나는 거 아니냐? 죄다 눈깔이 시뻘게 가지구 지들 잘살 생각만 한다 말이다." "그래두 옳게 사는 사람이 훨씬 많은 법이다. 그러니까 살아지는거 아니겠냐." "그렇기사 하지만......" 논둑 길을 걸어나오며 우리들 심사는 착잡했다. 범인을 잡는다고 해도 그 부인네의 인생이 원상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 앞에 우리는 숙연해질 수밖에 피해자들이 돈이나 다른 물질로 보상을 받기는 하겠지만 피해자가 되기 전 같은 개인의 행복은 돌아오기 어려운 것이었다. 생활이 나아지고 사회가 발전하면 범죄가 증가한다는 걸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잘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모르지만 잘사는 것이 결코 행복은 아닐 것이다. 부인네의 남편이 살아 돌아올 수 있다면 부인네가 달리 큰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 길을 선택할 게 뻔했다. 그녀의 불행이 사고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앞으로 계속 이어질 거라는 가정을 하면 뺑소니 친 운전사, 아예 죽여서 해결하려는 그 괘씸한 행위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나님. 당신 생각은 어떠십니까? 어떻게 보상받아야 합니까? 이 다음에 천당에 가면 그 보상을 해 주시렵니까? 그렇게 해서 그녀의 인생이 보상받아지는 겁니까? 애초 그런 사연이 생기지 않게 해 주실 수는 정말 없는 것입니까? 아니면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죽는다는 걸 미리 예정해서 세상에 내보낸 겁니까? 더 많은 사람은 더 아픈 사연을 말 한 마디 못한 채, 아니 말을 해도 소용없게 당하며 살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알고 있으면서 방관하고 있는 겁니다. 그건 비겁한 겁니다. 그건 정의가 아니잖습니까? 제 말이 틀렸습니까? 시련이란 회생의 가능성이 전제되어야 사용할 수 있는 겁니다. 하나님. 제발 딛고 설 수 있는 있는 마지막 것만은 빼앗아 가지 마세요. 이젠 그만한 인정을 베풀 때도 됐잖습니까? 약속시간보다 늦게 찻집에 들어선 종성이 형은 굳은 표정으로 담배부터 피워 물었다. "뭐가 잘못 됐어요?" "예감이 이상하다. 뭐가 안 맞아. 공장을 샅샅이 뒤지고 ㅎ었는디 이상이 없다 말이다. 그동안 수리한 택시들도 이상이 없고, 그 여자가 잘못 짚어 준 거 아닌지 모르겄다." "사실 그때 택시에 타고 있던 여자는 아랫장터 바느질집 순딩이 엄닌데 너무 놀래서 병이 날 지경이예요. 아마 뺑소니 친 녀석이 지능적인 게 아닐까요?" "그래두 그렇지. 그 사이에 접촉 사고는 받은 것 뿐이고......" "내 생각인디...... 그눔이 아무리 멍청한 눔이라구 해두 여긔서 수리를 하던 않았을 거시다. 니가 당사자래두 안 그렇겄냐?" "그렇긴 해요." "이럴 수도 있잖아요. 처음에 칠 때만 택시에 흠집이 있을 수도 있으니 가까운 사람과 짜고 일부러 접촉사고를 내거나 아니면 사건을 위장하기 위해서 일부러 아무 차나 받아 놓고 보험금으로 처리를 하는 방법 말입니다." "내가 명색이 수사관여. 그만한 것쯤은 다 계산에 넣고 있다구. 처음부터 여러가지 상황을 놓고 그 무렵에 일 나오지 않은 운전사와 운행을 하지 않은 택시까정 "다른 지역에 가서 수리를 했다면 쉽게 알 수 없었겠죠." "그러니까 오리무중이지. 여긔 택시가 확실하기만 하믄......" 하루 종일 뛰어 다니며 갖가지 상황에 대비하여 조사를 했지만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완전 범죄는 없다고 하지만 유일한 목격자의 증언이 도움을 준 것은 이 지역 운전사일 거라는 것 뿐이었다. "우덜 머리통이 안 돌아가서 그럴 수도 있잖겄슈?" "옳은 소리다." 종상이 형이 경찰관답게 말했다. "지가 한번 캐 보겠슈. 금방 눈 앞에 범인이 있을 것 같은디 이러구 있으니께 화덕증이 나서 못 참겠네유." "조심해야 된다구. 눈치 채구 튀믄 내 신세가 처량해진다." "알아요." "이런 때 차라리 소문을 내서 그녀석이 아랫장터 바느질집 근처에 어슬렁거리게 만드는게 어때요?" 내가 이런 제안을 했다. "별루다. 가장 나쁜 방법이구 또 치사스럽잖냐." "그렇긴 하지만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잖아요." "일단 우덜이 침착해지자구. 승질 급하믄 사단이 나는 벱이다. 메칠이 걸리구 멧 달이 걸리구 해두 끈기가 있어야 하는 거시다." 우리들에게 어떤 결론이 있을 수 없다는 근처에 오기만 하면 열심히 망을 보고 있는 녀석이 덜미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종성이 형 말처럼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날이 어둑어둑해질 무렵이었다. 상봉이 녀석이 서비스 공장 근처에 가서 분위기를 한번 봐 두자고 졸랐다. "가 봤자 별수가 있겠냐?" "그래두 하는디까정은 해 봐야잖겠냐. 그 부인네 얼굴 생각하믄 밥알이 곤두선다." "뭐가 잡히냐?" "일단 가 보자. 나는 아무래도 범인이 지능적인 눔 아니믄 그물망을 뚫고 댕길 눔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령 어떤?" "종성이 성이 죄 조사할 건 했다잖여. 운전사가 아니거나 훔쳐 탔거나 공장에 맡겨 놓은 택시루다 잠깐 용돈을 벌라구 사고난 눔이거나...... 서비스 공장하구 절친한 눔여서 은폐시킬 수 있었거나...... 아니믄 직접 차를 고쳐서 감쪽같이 해 놓을 수 있는 눔일 수도 있구 말이다. 그렇잖으믄 칠 때 택시에 표가 하나두 안 났거나 말이다. 그것이 아니라믄 진짜 오리무중인 거 아니겄냐. 우덜은 죽어두 여긔 택시라구 믿는 수 밖에 ㅇ잖냐. 다른디 차라믄 우덜은 쑥 빠져야지만 여긔 차라믄 까짓 못 잡겄냐?" "네 얘기도 일리가 있다." 망자의 부인을 만나고 나서 상봉이의 마음이 그렇게 변했다. 너무 가엾다고 느낀 탓도 있지만 평소 남 ㄱ은 일에 마음 깊이 쓰는 것 같았다. 상봉이의 판단이 맞을지 틀릴지는 알 수 없지만 상봉이의 말에 관심을 가질 필요는 있었다. 아무리 조사를 해도 단서가 없다면 상봉이가 생각하듯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새롭게 생각해 볼 가치가 있었다. 정말 범인이 그런 식으로 머리를 쓸 수 있거나 그런 상황으로 유도해서 사건을 흐릴 수 있었다면 웬만한 방법으로 추적해서는 범인을 찾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러니께 가 보자 이거다. 뭐가 짚이든지 짚이지 않겄냐. 범인이 뭔가 자신이 있으니께 순딩이 엄니를 살려 뒀을 꺼 아니겄냐. 순간적인 판단이겄지만 순딩이 엄마가 그눔 자식을 얼굴은 모를 거구 만약에 조사를 하더라두 감쪽같이 한번 거슬러 생각해 보자. 만약 니가 그런 상황이었다믄 순딩이 엄니를 살려 뒀겄냐 하는 거 말이다." "말 다했냐?" 내가 얼굴을 짜푸리며 말했다. ""네 얘기는...... 니가 그렇게 나뿐 놈일 경우에 말이다. 이왕 사람 쥑였으니께 아주 증거 ㅇ앨라믄 호젓하겄다. 순딩이 엄마는 건들기만 해두 기철초풍했을 거니께 아주 쉬웠을 거 아니겄냐? 그런디두 살려 준 거 보믄 그눔이 휘까닥 착해졌을 턱두 ㅇ구...... 내 생각인디 아무래도 그눔이 뭐신가 모르지만 자신이 있었다 이거다. 내갈 대갈통 좋은 눔은 아니다만 이랄 때 눈치 하나 빠를 수 있다는 건 믿어 주라." "그래. 네 말이 맞을지두 모르겠다." 생각하는 게 어린애 같다구 욕먹을 거 같았는디...... 이러다 내가 탐정으로 전업하믄 워쩌냐?" "네눔이 엉뚱한 데가 있어서 종종 히트를 쳤으니까......" 우리는 순딩이네 집을 지키는 녀석에게 각별히 조심하라고 이르고는 다리목 근처의 공장께로 갔다. 굳게 닫힌 철문 사이로 불빛이 새어나왔다. 일거리가 없어서 일찍 문을 닫고 당번이나 두어 사람 공장을 지키는 눈치였다. "들어가 보자." "핑계가 있어얄 테니께 이 차를 무조건 봐 달라고 조르자." "그 수밖에 더 있냐." 소년에게 사정을 해야만 했다. 돈은 더 얹어 주겠다는 우리의 간청과 상봉이의 너스레에 기름복 입은 소년은 문을 열어 주었다. 스무 살 남짓한 사내가 귀찮다는 듯히 수돗가에 가서 머리를 북북 감았다. 기름때가 꾀죄죄한 소년은 문 열어 준 탓인지 공구를 내다놓고 보닛을 열었다. 이상이 없는 자동차지만 장거리를 뛸 참이고 어디선가 덜덜거리며 기분 나쁜 소리가 나서 끌고 왔다고 사정을 했다. 열 댓 살쯤 먹어 보이는 소년은 불빛을 비춰 가며 이곳 저곳을 들여다보았다. "이봐, 나 알겄냐?" 상봉이가 넌지시 물었다. "양조장집 아저씨잖아유." 허연 이빨을 내밀며 웃었다. 상봉이의 생겼다고 녀석도 믿는 것 같았다. 조수일을 배워 나중에 자격증을 따겠다는 열의를 가지고 일하는 착한 녀석 같았다. "니가, 쬐그만 게 뭘 볼 줄 아냐?" "에헤, 이라덜 마유. 기름밥 먹은 지 나두 어언 일 년이니께유. 식당개두 삼 년이믄 풍얼 읊는다잖아유." 소년 녀석은 농도 할 줄 알았다. "임마, 이거는 먹구 싶은 거 사먹으라구 별도루다 주는 거다." 상봉이가 천 원짜리 세 장을 소년에게 내밀었다. "안돼유. 저 성이 알믄 작살나유." 머리 감고 대형 선풍기 앞에 웃통 벗은 채 누워 있는 사내를 가르켰다. "괜찮아 임마. 니가 이뻐서 주는 거니께. 성의 무시하믄 죄받는겨." 상봉이가 억지로 찔러넣자 겸연쩍은 눈초리로 사방을 휘둘러보았다. "저, 이 자동차 이상이 없내빈데유." 이것 저것 꼼꼼하게 살펴보더니 씨익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옛날 얘기 하나 해 주랴." "하세유." 녀석은 이것 저곳을 살펴 가며 건성으로 대꾸했다. "혹시 느이 아부지 계시냐?" "옛날에 가셨대유. 얼굴두 몰라유." "엄니는?" "집에 기시구유." "아부지 ㅇ는 애덜 맴은 씨리겠다. 그치?" "눈물나는 소리 그만 하시구 얘기나 해 주세요." "내가 아는 사람이 요 근자에 죽었다. 애덜 셋이나 냄겨 놓구 말이다. 그것두 자동차가 치구 도망가서......" "그런 사람은 잡아 쥑여야 돼유." "말해서 뭣하냐. 그란디 그눔을 영 잡을 수가 ㅇ잖냐. 여긔서 차를 고쳤다는 얘기가 있는디 말이다." "나는 몰라유. 순경 아자씨덜이 수두 ㅇ이 들랑거려서 조살 죄 해갔는 걸요." 모르는 체 시치미를 떼고 말했다. "그라구 보니께 아자씨들 그거 알라구 왔내비쥬?" "그래." "내가 알 턱이 ㅇ잖여유." "니가 맨날 여긔서 자니께 혹시나 해서 묻는 겨." "몰라유, 증말여유. 순경 아자씨가 나더러두 솔직하게 말하라구 윽박질렀는디 지가 멀 알겠어유." "혹시나 해서지 머. 왜 그런 거 있잖냐. 고칠라구 갔다 놨던 차를 끌구 나가서......" "참 벨소릴 다하시네유. 우덜은 손님 차를 건들두 못해유. 사장님이 알믄 클나유." "여기서 맨날 자는 사람이 누구냐?" "저 민수 성하구 종철이 성하구 교대루 자유." "하루씩 걸러서 말이냐?" "야." "가끔 차를 끌구 나가지?" "아뉴." 너무 강하게 말하면서 당황하는 눈치가 모른다는 생각을 그 순간에 했다. "생각해 봐라. 아버지 잃고 너처럼 공부도 못할 어린애들을...... 우린 다 알고 왔어. 거짓말해서 너처럼 착하고 너처럼 이쁜 녀석이 감옥에 가면 어쩌나 싶어서 온 거다. 그러니까 귀뜸만 해 주면된다." "지는 증말 몰러유. 암것두 몰러유. 증말여유."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소년은 당황한 눈빛을 감추느라고 괜히 이곳 저곳을 손 대고 있었다. "우린 널 구하고 싶다. 이미 다 조사해서 모두 알고 왔다. 여기 차가 없어졌던 것두 알고 차를 수리할 때 어떻게 됐었는지두 알구. 만약 네가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어머니도 못 보고 감옥에 간다. 내 말을 못 믿으면 다른 사람에게 물어 봐라. 네가 이쁘고 착해서 그란다." "지는...... 그라믄 죽어유." "임마, 비밀은 꼭 지켜 준단 말이다. 순경 아저씨가 지금 저 밖에서 지키구 있어. 너만은 틀림없이 지켜 준다니까 그래." "그라믄...... 있다가 지가 집에 댕겨온다구 나가서 말ㅆ 디릴게유." "널 살릴라구 그런다. 내가 양조장집 아들이다. 나를 믿겄지?"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눈치 채지 않게 큰소리로 인사를 하고 나왔다. 소년은 반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조심스럽게 걸어왔다.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아자씨는 누구세유?" 녀석이 먼저 물었다. "그건 알 거 없다. 널 도와 줄 사람이라는 것만 알아라." "진짜루 책임지는 거쥬?" "그래, 약속한다." 소년은 손가락을 내밀었다. 때가 덜 빠진 새끼손가락에 내 새끼 손가락을 걸었다. "그날 종철이 성이 밤새 택시 고쳤슈." "어떤 택시냐?" "오거리 박씨 아자씨 거유." "박씨가 차 갖고 온 거냐?" "아뉴, 고치라구 ㅁ겨논 건디 종철이 성이 끌구 나갔었다가 뭘 받았내벼유. 박씨 아자씨가 알믄 안되니께 밤새 고치구 도색한 거쥬." "어딜 받쳤냐?" "몰라유. 지가 나가니께 세차 준비하라구 하구선 들어가 자라구 했으니께유." "평소에도 밤일 안 시켰냐?" "왜유, 지가 신바람은 다했는디 그날은 얼씬두 못하게 해서 이상하다구 생각했어슈. 담날 순경 아자씨가 왔지만 우덜이 입 다물믄 알 재간이 ㅇ쥬." "왜 감췄냐? 사람 쥑인 걸 알믄서 말여." "첨엔 증말 몰랐슈. 나중에 알았는디 종철이 성이 입만 뻥긋하면 쥑인다구 해서......" "아는 사람이 또 있냐?" "ㅇ유." "종철네 집이 워디여?" "아랫장터유." "아랫장터!" 나는 비로소 순딩이 엄니가 살아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랫장터 어디냐?" "떡전 골목장이에서 몰어 보믄 돼유." "네 생각에도 종철이가 사고친 것 같냐?" "확실히는 모르지만유 아무래두 수상하다구 생각은 했슈. 날 새서 차 고치구 시키지두 않았는디 도색까정 했거든유. 그라구 순경 아자씨덜이 들랑대니께 지더러 괜히 말나믄 밥줄 끊기니께 입 닥치구 있으라대유. 괜히 빵 사 묵으라구 돈두 주구유." 사건은 의외로 매듭이 풀려지고 있었다. 택시나 자가용이 공장에 들어오면 더러 숙직하는 기술자가 차를 끌고 나가는 수가 있다고 했다. 차 주인에게 들키지 않기 쪽으로 차를 몰고 나갔다가 늦은 시간에 들어오곤 하는데 그날은 종철이가 택시를 끌고 나가 용돈을 벌어 온다더니 다른 날보다 일찍 들어와 밤새 차를 손질했다는 것이다. "지가 이 말 했다믄 클나유. 지도 죽어유." 소년은 겁이 났는지 이렇게 말했다. 친동생처럼 대해 주던 종철이 형을 제 입으로 고발한 셈이어서 괴로운 모양이었다. 여태 말을 못한 것도 그렇게 착한 형이 그런 끔찍한 사고를 저질렀다는 게 거짓말 같기도 했지만 매사에 형처럼 자상하게 돌봐 준 공을 갚기 위해서였다고 솔직하게 말하기도 했다. "그런 걱정은 마라. 무슨 일이 있어도 네 얘긴 않겠다. 우릴 믿어라." "종철이 성은 착해유. 증말 착한 사람여유." 소년은 힘 없이 말했다. 녀석의 얼굴엔 쓸쓸함이 가득했다. |
첫댓글 즐감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