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례 감독(52)이 참가자가 데려온 애완거북이 ‘순둥이’를 안고 사진을 찍었다. Ⓒ 이민진 기자
영화 감독 임순례가 지난 20일 울산 동구 대송시장에 있는 ‘더불어 숲’ 북카페에서 ‘인간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세상’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임감독은 영화감독이 아니라 동물보호 시민단체 카라(Korea Animal Rights Advocates)의 대표로 와 우리 주변에서 고통 받고 있는 동물 이야기를 들려줬다.
카라에선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을 유기동물과 농장동물, 실험동물, 사람에서 볼거리를 제공하는 오락동물로 나눈다. 임씨는 각 동물이 겪는 고통과 그들을 위하는 길을 알려줬다.
2002년 5000여명의 회원이 모여 활동하던 동물보호단체 ‘아름품’이 2006년 ‘카라’로 이름을 바꿨다. 임대표는 2009년부터 카라와 함께해왔다.
임감독은 강연에 앞서 2 년전 제작한 EBS 프로그램 지식 채널 e '누렁이를 위하여'를 보여줬다.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동물을 좋아했던 임씨의 동물사랑에 카라에서 대표제의가 왔고 고민 끝에 받아들였다. 임씨는 “처음엔 거절을 했지만 달라이 라마의 강연을 듣던 중 ‘모든 깨달음의 완성은 실천’이라는 말이 마음이 움직였다” 고
밝혔다.
카라는 지난 15일 서울에서 ‘입양의 날’ 행사를 했다. ‘사지마세요 유기동물을 입양 하세요’라는 내용의 행사다. 유기동물이 년 간 10만 마리 발생하지만 입양률은 30%가 되지 않는다. 울산에도 ‘울산유기동물보호센터’가 있지만 주인이 찾아가거나 입양되는 확률은 반이 안 된다.
유기동물 입양은 신중해야한다. 임씨는 유기동물은 한번 이상 버림을 받거나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어 상처가 많다며 가족이 모두 동의하고 신중하게 받아들여야한다고 설명했다. 청소년이 반려동물을 들여도 다른 가족이 돌보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가족의 동의가 없으면 동물을 키우는 건 힘들다.
가수 이효리가 채식선언을 했다. 이씨가 채식을 시작하고 살이 빠지자 임씨는 “효리씨 보다 오래 채식한 난 왜 살이 안 빠지지?” 라고 물었다. 이씨는 “감독님 코끼리나 소도 풀 많이 먹어요”라며 재치 있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임씨나 이씨는 건강을 위해 채식을 하는 게 아니다. 농장동물이 당하는 비인권적 대우와 유통과정에 대한 저항이다. 임씨는 강연을 듣는 참가자들에게 “모든 사람이 채식을 하는 건 불가능 하니 육류를 먹는 양을 조금만 줄여 달라”고 당부했다.
영국은 1997년부터 양계장 환경 개선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 영국엔 닭이 어둡고 좁은 우리에 갇혀 하루에도 서너 번씩 알을 낳아야하는 폭력적인 양계장이 사라졌다. 영국의 닭이 마당으로 나오는 동안 한국의 닭들은 더 깜깜하고 좁은 양계장에 대량으로 키워지고 있다.
강연이 끝나고 질문시간엔 임감독이 영화감독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고등학교를 가지않고 2년을 쉰 임씨는 “그 때가 가던 길을 멈추고 내가 좋아하는게 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고 말했다.
임순례 감독의 작품은 세친구(1996)와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남쪽으로 튀어(2013), 동물영화로 미안해, 고마워(2011)가 있다.
이민진 기자 ghdudalsw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