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인 살림집짓기를 위한 연구
민가라고도 불리는 살림집은 전문화된 건축가가 없는 건축이다. 마을 단위에서 공동체의 자연발생적인 경험에 의해 지어졌다. 보통 서민이 사는 집, 民家는 건축에 대해 뛰어난 기술을 가진 도편수가 아닌 대강의 기술을 익힌 ‘조장목수’라고 불리는 목수를 데려다가 그 사람의 지도를 받아 가면서 동네사람들이 품앗이로 동원되어 집을 지었다. 조장목수와 함께 마을 사람들이 집을 지어가면서 그 중 눈썰미 있는 젊은이가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마을의 조장목수가 되었다. 당연히 재료도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집이 지어졌다. 나무와 점토를 많이 사용하고 냇가를 끼고 있는 지역에서는 돌을 많이 사용한다. 산간지방에서는 나무를 쉽게 구할 수 있어 귀틀집을 많이 지었다. 그때에는 생태적인 건축을 생각할 필요도 없이 자연스럽게 생태적인 건축이 이루어졌다. 건축에 사용된 모든 부재가 내구연수가 다하면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환원되는 체계였다.
그러나 산업화가 진행되고 마을 공동체가 무너지면서 살림집건축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마을에서 조장목수라는 존재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건축업자라는 사람들이 대신하기 시작하면서 살림집 건축은 더 이상 마을공동체의 일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 되었다. 건축업자들의 목적은 이윤추구에 있다.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공기의 단축이 가장 핵심이 된다. 공기의 단축을 위해서는 규격화된 자재를 사용해야되고 규격화된 자재는 대부분 공업화된 건축자재들이다. 공업화된 건축자재는 보통 반 생태적인 형태를 띄게 된다. 현대에 가장 많이 지어지고 있는 콘크리트 슬라브 벽돌집이 대표적인 형태이다. 건축은 기본적으로 생태적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현대의 일반적인 방법으로 건축을 하는 행위 중에 발생하는 폐기물의 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조금마한 집을 한 채 짓는 동안에 발생하는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서도 많은 고심을 하여야 한다. 원칙은 모두 허가 받은 폐기물처리업자에게 처리를 의뢰하여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부분은 현장에서 아침, 저녁으로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시간을 택해 태우게 된다. 저녁에는 연기와 불꽃 때문에 잘 태우지 않고 아침 일찍 소각하는 경우가 많다. 소각하지 못하는 폐기물은 건축현장에 묻거나 건물을 지을 때 노출되지 않는 천장 속에 집어 넣어버린다. 이미 만들어지어 소비되는 과정에서도 이렇지만 건축소재로서 만들어지기 전까지의 과정도 반 생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살림집 건축의 현실에 대한 한가지 대안으로 스스로 집짓기라는 테마가 호소력을 가지게 되었다. 생태마을과 같은 큰 단위의 건축이 아닌 개인의 살림집을 생태적인 집을 지으려고 생각하면 스스로 집짓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 현재의 건축실정이다. 생태적인 살림집을 지을 수 있는 전문 건축업자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생태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일반 건축업자에게 생태적인 관점을 납득시켜 가면서 자신이 지향하는 생태적인 건축을 실현시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과거와 같은 마을공동체가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라면 보다 쉽게 생태적인 건축이 이루어 질 수 있겠지만 지금은 스스로가 조장목수가 되지 않으면 생태적인 살림집의 실현은 어렵다. 자신이 직접 짓지 않고 건축업자에게 의뢰하는 경우에도 반은 목수가 되어야 한다. 건축주가 자신이 살고 있는 건물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자연소재를 이용해서 지은 살림집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게 된다. 생태적인 살림집을 짓기 위해서는 사용되는 공법과 재료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생태적인 살림집을 짓기 위해 사용되는 재료들은 나무, 흙, 돌과 같은 자연소재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건축자재 중 흙과 나무와 같은 자연소재가 비교적 생태적인 소재라고 할 수 있다. 흙과 나무는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내구수명이 다한 다음에도 특별한 폐기 과정을 걸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환원된다. 그러나 흙과 나무가 아무리 자연소재라고 해도 건축소재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인간에게 유익한 집은 지을 수 있어도 자연에는 해가 된다. 흙이 사람의 건강에 유익하다고 농약과 비료가 포함되지 않은 좋은 흙을 찾아서 전국을 헤집고 다니면서 어디에 좋은 흙이 나온다고 하면 모두들 먼 곳 도 마다 않고 찾아가서 흙을 채취해서 온다. 식물이 자라는 표토층을 제거한 후 땅속깊이 묻혀있는 흙을 파내고는 다시 표토층을 덮어두지도 않고 그냥 떠나 버린다. 어떤 곳에서는 좋은 흙이 나온다는 소문이 난 후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어서 흙을 채취하여 그 후에 산사태가 난 일도 있었다고 한다. 나무를 이용해서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경우는 일반 공업자재를 생산할 때보다도 에너지 소비가 1/10로 가능하다. 더욱이 나무는 자연상태에서 유일하게 재생 가능한 소재이다. 나무를 폐기 처분할 때는 어떤 유해성분도 발생하지 않는다. 나무는 보통 30년 생 이하를 어린 나무로 보고 80년 생 이상이 되면 늙은 나무로 분류한다. 나무가 가장 활발한 광합성작용을 하는 시기도 30년에서 80년 사이의 나이이다. 80년이 넘어서면 나무가 본래 가지고 있는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건축에 사용하는 나무는 30년 생 이전에 나무의 원활한 성장을 위해 간벌한 간벌 목이나 성장이 끝난 80년 생 이상의 나무를 사용하고 적절한 식목을 통해 산림을 유지하면 지속적으로 건축소재를 생산할 수 있다. 집을 한 채 지을 때 장식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 불필요하게 많은 나무를 사용하거나 좋은 흙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행위는 생태적인 살림집이 인간만을 위한 집이 되고 만다.
일반적으로 생태적인 건축에 이용되는 공법은 재료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사용되는 재료가 그 집을 특징짓는 명칭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무로 지으면 나무 집, 흙으로 지으면 흙집, 돌로 지으면 돌집이 된다. 이중 우리 나라에서는 나무와 흙이 가장 보편적인 소재이다. 돌은 흙과 같이 부분적으로 사용되었다. 우리의 전통건축 대부분 나무와 흙이라는 두 가지 소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두 가지 소재를 조합하는 방식에 따라 명칭이 결정되었다.
나무로 목구조 뼈대를 구성하고 벽을 흙으로 막으면 뼈대집(목 구조 집)이 되고 삼면은 담으로 쌓고 전면과 지붕 틀만을 나무로 가구하면 담집이 된다. 담집의 담을 어떤 재료와 방법으로 쌓는가에 따라 다시 둑집과 토담집으로 나누어진다. 둑집은 거푸집을 세우고 생흙을 다져 넣어 벽체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집트 구루나마을에서 사용되는 방법이 둑집 방식이다. 토담집은 벽체를 담장쌓는 방법과 같이 돌과 흙을 교대로 쌓아 올라가는 방식이다. 돌이 풍부한 냇가나 제주도에서 많이 지어졌다. 요즘은 둑집방식을 담틀집이라고도 부르고 토담집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나무를 옆으로 쌓아서 벽체를 구성하고 빈 공간을 흙으로 메우면 강원도 산간 지방의 귀틀집이 된다. 현대의 서양식 통나무집과 유사한 방법이다.
이상과 같은 재료에 따른 공법의 장단점에 대해서 말해보자.
뼈대집은 전통적으로 가장 보편적인 한옥의 형식이다. 목조로 가구한 한옥중에서 살림집으로서는 보통 민도리집을 많이 지었다. 익공이나, 공포구조와 같이 장식미가 튀어난 가구방식은 사원이나 궁궐에서 사용되고 일반민가는 민도리집이 일반적이다. 짓기도 쉽고 실용적인 민도리집이지만 전문적인 수련을 쌓은 전문목수들은 민도리집을 잘 지으려고 하지 않는다. 기술자로서의 자존심이라고 할까, 대부분 높은 기술지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민도리집과 같은 민가는 잘 지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민도리집은 중급정도의 목수들이 많이 짓게된다. 요즘은 민도리집 수준의 민가는 집 짓는 법을 배워서 스스로 집을 지으려고 하는 시도가 많은 편이다. 민도리집 뿐만 아니라 한옥을 지을 때는 기둥과 도리, 보까지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기술로 가능한데 지붕가구를 전통건축의 장점이기도 한 날아갈 듯한 지붕선을 표현하려고 하면 많은 나무와 노력과 기술을 요하게 된다. 특히 부연을 달고 우진각이나 팔작지붕으로 처리하면 전체공사의 반 이상이 생활공간으로서는 별 쓸모도 없는 지붕가구에 소요된다. 만일 스스로 집짓기를 생각한다면 지붕가구에서 전형적인 한옥지붕의 선을 일정부분 포기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실용적이다. 목구조집의 벽체로 옛날에는 맞벽(심벽)을 많이 쳤다. 맞벽을 치기 위해서는 기둥에 수장(기둥과 기둥사이에 건너 지르는 나무)을 지르고 수장에 의지해 중깃을 세우고 외를 엮는다. 외는 물푸레나무가지나 싸리가지, 시누대를 가로지르고 새끼로 묶는다. 여기에다 안 밖으로 흙을 바른다. 흙은 보통 진흙을 쓰는데 진흙은 점력이 강하기 때문에 마르면서 갈라지게 된다. 갈라짐을 방지하기 위해 흙을 이낄 때 짚을 짤게 썰어 넣는다. 맞벽은 보통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초벽친 뒤에 다시 한번 흙으로 바르는 재사작업을 걸치게 된다. 맞벽은 작업을 잘못하면 벽이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맞벽치는 일이 힘들고 벽이 무너지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벽체가 부서지는 현상이 있어서 요즘에는 흙벽돌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흙벽돌을 사용하면 맞벽보다도 작업의 양이 상당히 줄어 들고 시간이 경과하면서 흙이 갈라져서 떨어지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흙으로 벽돌을 만들어 사용하는 방식은 옛날부터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사용되기는 일제시대 때 벽돌찍는 기계가 도입되고서부터이다. 지금도 시골에서는 흙벽돌로 만든 담배 건조장을 쉽게 볼 수 있다. 흙벽돌은 틀을 만들어 손으로 찍기도 하고 기계를 이용해서 유압으로 압축성형하기도 한다 초창기에는 흙벽돌 기계가 가격이 고가였지만 요즘은 그다지 부담이 되지 않는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보급되고 있다. 전래의 심벽 구조는 벽체 두께가 10cm정도밖에 되지 않아 단열에 문제가 많았다. 어린 시절 흙집에서 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흙집이라고 하면 추웠다는 기억밖에 없다고 한다. 흙벽돌은 찍는 틀의 크기에 따라 벽체의 두께를 조정할 수 있어 단열이 충분히 되는 정도의 두께로 벽체를 쌓을 수 있다. 흙벽돌을 찍거나 기성품을 구입해서 사용할 때는 소성시키지 않은 흙벽돌을 사용하여야 한다. 흙벽돌을 구워서 소성시키면 흙이 가지고 있는 통기성을 읽어 버리게 되고 유효한 박테리아가 모두 사멸하게 된다.
목재로 골조를 가구하지 않고 순수하게 흙벽돌만으로도 집을 짓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흙벽돌집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흙벽돌집의 장점은 수직과 수평만 맞추어 흙벽돌로 벽체를 쌓기만 하면 되는 단순성에 있다. 창문과 문은 따로 만들어 미리 세워 놓고 흙벽돌을 쌓으면 된다. 흙벽돌 조적에 자신이 없으면 조적공에게 의뢰하면 쉽게 쌓을 수 있다. 흙을 벽돌로 찍지 않고 생흙을 그냥 사용해서 순수하게 흙으로만 벽체를 구성하는 둑집도 조금씩 지어지고 있다. 이집트 구루나마을 이야기가 소개된 후로 전통적인 둑집이 다시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목조를 골격을 가구하지 않고 흙이나 흙벽돌만으로 벽체를 구성한 경우에는 외부벽체가 꺽인 부분이 약해서 잘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흙만을 사용해서 벽체를 구성할 때는 습기로부터 완전히 보호받기 위해서 처마를 길게 내어야 한다. 흙집의 사소한 단점은 실내에 못을 박을 수 없다는 점이다. 옷걸이를 걸 못을 하나도 박을 수 없어서 생활방식을 조금 바꾸어야 한다.
돌집에 대해서 스코트 니어링은 그의 저서 ‘조화로운 삶’에서 돌집은 땅과 가장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집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돌집은 지진이 발생하는 지진대에서는 아주 위험한 공법이다. 돌집이 많이 지어지고 있는 이란과 같은 곳은 다른 곳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 진도 5정도에서 수만명의 사상자가 나는 대규모 참사가 일어나는 이유는 돌집 때문이다. 돌집은 지진이 일어나면 바로 돌무덤으로 변할 수 잇다. 우리 나라도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돌만으로 벽을 구성하는 돌집은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돌을 이용해서 벽체를 구성할 경우는 제주도의 토담집처럼 나무로 집의 골조를 가구한 다음에 돌과 흙을 교대로 쌓아서 벽체를 구성하는 것이 안전하다. 전통적으로 돌만으로 집을 짓는 경우는 드물다. 근래에 시멘트를 접합제로 사용하게 되면서부터 돌만으로 집을 짓는 돌집이 간혹 지어지고 있다.
귀틀집은 공법의 단순성으로 인해 건축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초보자들이 많이 도전하는 방식이다. 단순하게 나무를 옆으로 눕혀서 귀틀 홈을 파서 엎고 나무와 나무사이를 흙으로 메우는 방식이기 때문에 목구조처럼 미리 치수를 정해서 마름질을 해야할 필요성이 없다. 귀틀집은 짓기는 쉬운 반면 괸리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 나무와 흙의 수축율이 달라 나무와 흙이 결합된 부분이 지속적으로 격리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귀틀집은 생활하면서 계속적으로 보수를 해주어야하는 단점이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귀틀집은 강원도 산간의 화전민들이 주로 짓는 집으로 한정되었다. 요즘에는 서양의 통나무건축기법과 장비를 이용해서 보다 정밀한 귀틀집이 지어지고 있다. 서양의 통나무건축기법중에서 귀틀집과 유사한 칭크공법을 귀틀집건축에 응용하고 있다. 칭크공법은 귀틀집에서 통나무와 통나무의 사이를 흙으로 메우는 것을 칭크제라고 하는 전용의 충전제를 사용해서 메우는 공법이다.
전통적인 공법은 아니지만 최근에 도입된 서양의 목조주택기법을 응용해서 짓는 집들도 종종 볼 수 있게 되었다. 통나무를 한자 정도되게 토막을 내어서 토담 쌓듯이 한단 한단 쌓는 통나무토막집이 있다. 통나무토막집은 벽체 단순한 직선이 아닌 둥근 원형으로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건조되지 않은 통나무를 사용하면 통나무가 건조되는 과정에서 수축을 일으켜 통나무가 갈라지게 된다. 통나무가 갈라진 틈새로 내부와 외부가 통하게 되기 때문에 통나무가 완전히 수축을 멈추는 몇 년동안 계속적으로 갈라진 틈새를 메워야한다. 그리고 나무로 골조를 가구하지 않고 통나무토막과 흙만으로 지붕의 하중을 지탱하는 구조내력벽으로 구성할 경우에는 통나무가 수축하면서 벽체에 균열이 생겨 집이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벽체를 구성한 다음에는 지붕가구를 만들게 되는데 지붕가구는 목구조집이나 흙벽돌집이나 모두 동일하게 목재를 사용하게 된다. 이집트나 터키에서는 흙이나 흙벽돌로 지붕을 돔형으로 구성하는 기법이 있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그런 기법이 전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흙벽돌로 지은 집이나 흙만을 다져서 지은 둑집도 목구조뼈대집처럼 목재를 사용해서 지붕가구를 해야한다.
지붕가구는 전통적인 방법은 도리위에 서까래를 걸고 적심을 채워 넣은 다음에 흙으로 앙토를 올려 기와나 짚과 같은 재료로 마감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지붕에 기와를 올린 기와집은 기와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을 정도로 목구조가 튼튼해야 하기 때문에 목재를 풍부하게 쓸 수 있는 중, 상류주택에서 많이 사용하였다. 요즘에 새롭게 지어지는 살림집에서는 적심과 앙토와 같은 과정을 대부분 생략하고 서까래 위에 합판을 치고 방수지를 바른 다음에 초가나 너와와 같은 재료를 지붕재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살림집의 분류는 벽체에 사용한 재료와 벽체를 쌓는 방식에 의해 구분할 수도 있지만 지붕에 사용한 재료에 의해서도 명칭이 달라진다.
지붕재료로는 서민들의 일반 살림집에서는 기와보다는 초가를 많이 사용하였다. 일년 농사를 지은 다음에 볏집으로 이엉을 이었다. 볏집은 속이 비어 있어 그 안의 공기가 여름에는 햇볕을 차단하고 겨울에는 집안의 온기가 빠져 나가는 것을 막아 주었다. 초가는 일년에 한번씩 갈아 주어야 하기 때문에 언제나 새로운 느낌을 주지만 지금은 이엉을 이을 수 있는 볏집도 구하기 어렵고 이을 기술자들도 구하기 어렵게 되었다. 초가는 매년 이어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더해서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해안지방에서는 볏집 대신에 갈대를 사용하고 억새가 많이 나는 지역에서는 억새를 많이 사용하였지만 모두가 몇 년이 지나지 않아서 다시 재시공해야 하는 문제 때문에 현재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송판을 도끼로 쪼개서 만든 너와지붕은 내구성이 초가보다는 뛰어나고 단열성도 좋아서 최근에 지어지고 있는 살림집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지붕재료이다. 너와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도끼로 쪼갠 것을 사용하여야 한다. 제재소에서 제재기로 켠 판자를 사용하면 나무 골이 살아 있지 않아서 배수가 되지 않아 금방 썩게 된다. 너와와 비슷한 재료로 참나무의 껍질을 벗겨서 만든 굴피가 있다. 굴피집은 20년쯤 자란 상수리나무 밑둥에서 떼어낸 껍질로 지붕을 이는데 보통 두껍으로 지붕을 잇는다. 굴피는 건조되면 군데군데 하늘이 보일 정도가 되고 비가 와서 습기가 높아지면 팽창해서 비를 막아 준다.
점판암계통의 돌이 많이 나는 지역에서는 돌기와를 사용하기도 한다. 지금은 생산되는 돌기와보다는 철거하는 고가옥에 나오는 돌기와를 재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의 생태건축기법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지붕녹화를 시도한 집들도 간혹 볼 수 있게 되었다. 지붕녹화의 경우는 방수문제만 해결된다면 단열성의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지만 방수처리가 어렵다. 우리 나라와 같이 여름에는 장마철이 있어서 다습하고 겨울에는 눈이 많이 쌓이는 기후조건에서는 누수의 가능성이 높다. 건조한 지역에서는 별도의 방수 처리 없이도 지붕에 흙만을 올리고도 누수가 되지 않는다. 또 지붕녹화는 잘못 관리를 하면 무덤과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우리 나라의 정서에는 맞지 않는 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상과 같이 집을 짓는데 사용되는 재료와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분류할 수 있는 몇 가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 해보았다. 다음은 공법과 재료에 관계없이 기초와 난방과 같이 공통적으로 시행하는 작업에 대해서 몇 가지 알아보기로 한다.
기초는 보통 적심석 기초를 많이 사용한다. 성토하지 않은 생 땅이 나올 때까지 땅을 판 다음에 잔자갈을 층층이 쌓고 사이사이에 생석회와 석비레(화강암이 풍화되어서 생긴 산모래, 백토)를 섞어서 다진다. 그 위에 자연석이나 모양을 다듬은 기초석을 놓는다. 현대적인 방법으로 기초를 하게 되면 집이 클 경우에는 레미콘을 사용하게 되는데 레미콘을 사용할 경우에는 레미콘에 물이 첨가되는지 잘 확인을 하여야 한다. 레미콘회사에서 레미콘을 받은 다음에 나오면서 레미콘 주입구에 묻은 레미콘을 물로 씻게 되는데 이 때 레미콘탱크안으로 물이 들어가게 된다. 이런 일을 ‘가수’라고하는데 가수를 하게 되면 레미콘의 수명이 급격하게 떨어지게 된다. 처음 만들어진 레미콘이 40~50년이상의 수명을 유지한다라고 하면 가수한 레미콘은 10~20년정도로 떨어 진다. 한 때 레미콘차들이 ‘가수하면 불실의 원인’이라는 프랜카드를 붙이고 다닌 적이 있는데 이 것을 말하는 것이다. 부득이하게 기초에 시멘트를 사용할 일이 있으면 많은 양이 아니라면 직접 손비빔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멘트를 사용한 기초에 비해 재래의 적심석기초는 수명이 수백년동안 유지가 된다. 몇 십 년밖에 가지 않는 콘크리트로 기초를 한 위에 자연재료로 지은 나무 집이나 흙집을 짓고 그 집이 수 백년 이상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난방은 바닥난방을 사용한다. 강원도 지방에서는 코클이라는 벽난로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온돌이나 온수보일러와 같은 바닥난방이 대부분이다. 온돌은 구들을 놓고 아궁이에 불을 때 구들돌을 데워서 난방하는 방식이고 온수 보일러 방식은 보일러로 물을 데워서 바닥에 설치한 파이프를 통해 난방을 하는 방식이다. 온수난방방식은 일본의 제국호텔을 설계한 미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프랑크 로이드 라이트가 우리 나라를 방문했을 때 온돌난방 방식을 접하고는 온돌을 현대화시켜서 만든 방법이다. 라이트가 개량한 온수난방 방식을 바닥난방방식의 원조인 우리가 역수입한 것이다. 흙이나 나무를 사용해서 지은 집에 온수파이프를 이용한 난방을 하게 되면 바닥에 묻힌 나무부분이 심하게 부식하게 된다. 구들을 사용하다가 요즘에 와서 온수난방으로 개조한 집들을 보면 대부분 기둥 밑둥이 썩어 있다. 옛날에 허술하게 지은 민가가 지금 잘 지은 기와집보다도 오래 유지되는 것은 아궁이에서 불을 땔 때 나는 연기가 목재에 서식하는 해충과 곰팡이를 제거해주고 바닥에는 습기가 머물지 못하게 하는 구들구조 덕분이다. 구들을 시공하는 경우에는 환기에 주의하여야 한다. 창문중 일부는 재래의 창호지를 발라서 자연 환기가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바닥 난방을 재래의 구들 방식으로 시공한 후 단열효과를 높이기 위해 창문을 모두 단열성이 뛰어난 이중창으로 시공할 경우에는 가스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갈라진 바닥 틈새로 불완전 연소된 가스가 방안에 스며드는 경우에는 자연환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주 위험하다. 화로를 방안에 들어 놓을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자연소재를 사용하여 내구성이 뛰어난 집을 짓기 위해서는 기초와 난방을 전통적인 방법으로 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들 난방의 경우는 불을 때기 위한 장작의 준비와 불을 때는 수고가 기름보일러의 스윗치를 켜는 것보다는 더 들지만 집과 사람을 위해서는 전통적인 구들이 더 좋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집의 전체에 구들을 놓지는 못하더라도 안방과 같은 방의 일부에 구들과 온수보일러를 이중으로 설치해서 필요에 따라 적적하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생태적인 살림집을 생각한다면 건축의 소재를 생태적인 자연소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자연소재는 공업화되고 규격화된 건축소재들과는 달리 건축 후에도 계속적으로 관리, 보수를 해주어야 만이 집이 유지될 수 있다. 흙이나 나무와 같은 자연소재는 사용해서 집을 지으면 소재가 안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소재가 수축과 갈라짐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지속적으로 보수를 해 주어야한다. 안정된 다음에도 생활하면서 계속 관리를 잘 해주어야 집으로써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다. 이런 유지와 보수를 다른 사람에게 맡겨서 처리하기에는 너무나 장기간에 걸쳐서 일어난다. 만일 건축업자에게 맡겨서 지은 집이라면 대부분의 건축업자는 건물이 완성된 후에는 별도의 계약이 없는 이상은 몇 년 동안이나 유지, 보수를 해주지는 않는다. 생태적이고 건강한 살림집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지으려는 집의 소재와 공법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일상적인 보수는 스스로 할 수 있을 정도의 기능과 지식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런 지식과 기능을 익히기 위해서라도 건축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정 직상(삼농생활문화연구소 생활건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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