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주식시장: 사후적으로 볼 때 내우외환(內憂外患) 또는 사면초가(四面楚歌) 투자자에게 고통을 안겨줬던 2008년 주식시장이 거래일 기준으로 불과 17일만에 남지 않았다. 2007년 11월에 2080p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주가는 이후 조정국면에 들어섰다. 필자 또한 올해 주식시장이 굴곡과 기복을 동반할 것으로 전망했고 연초에 올해 주식시장의 사자성어로 욕속부달(欲速不達)을 제시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욕속부달은 빨리 작은 이익을 탐하기 보다는 느긋하게 큰 이익을 생각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논어(論語) 자로(子路)편에는 공자의 제자인 자하(子夏)가 거보라는 고을의 지방관이 되어 공자 를 찾아와서 정치에 관하여 묻는 대목이 실려 있다. 공자는 자하의 물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을 빨리 하려 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돌보지 말아라. 빨리 하려고 들면 일이 잘 이루 어지지 않고(欲速則不達), 작은 이익을 돌보면 큰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欲速’이란 빠르게 행 동하는 것이 아니라 얼른 성과를 올리려는 성급한 마음을 말한 것이며, ‘欲速不達’이란 서두르면 도리어 목적에 도달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당시 조심스럽게 시장에 접근하자고 했던 몇 가지 이유를 다시 한 번 정리해 본다 (2008년 주 식시장의 사자성어는?, 2008년 1월 2일, Daily 증시전망, 오현석). “1)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 성, 2) 글로벌 인플레이션 리스크, 3) 신흥시장 주가 버블 논쟁, 4) 국내 시장금리 상승”을 경계 해야 할 리스크로 선별했었다. 올해를 거의 마무리하는 현 시점에서 주가 흐름을 복기해 보면, 몇 가지 아쉬움이 든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초래한 일련의 리스크가 생각보다 심각했다. 또 미국 경제가 후퇴한다 하 더라도 아시아 경제는 중국의 탄탄한 성장에 힘입어 디커플링이 가능할 것 같다는 전망도 과도 한 낙관에 근거했다 (그림 1과 2). 반성은 개인적 이슈이고 어찌됐던 사후적으로 판단할 때 올 해 주식시장은 내우외환(內憂外患) 또는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사자성어가 적절한 것 같다.
2009년 주식시장의 사자성어는? 이제 관심은 내년 시장 전망에 모아진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고통의 연장선에서 출발할 것 같다. 첫째, 실물경기 침체와 실적 악화. 실물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훨씬 심하다 (그림 3). “설비/건설투 자, 소비지출과 수출” 공히 일순간에 침체에 빠져드는 상황인데, 문제는 단기간에 돌파구를 찾 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은 현금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올라 온지 오래됐고 가계는 외환위기에 버금갈 정도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다. “자산가치 하락, 고용여건 불안, 대출금리 상승”으로 지 갑을 닫고 있다. 수출은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서 2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이처럼 실물경기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는 바, 이는 실적악화로 표출될 것이다. 실적악화는 큰 폭의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밸류에이션 매력을 희석시킨다. 즉, 주가가 크게 하락했지만, 뒤 따라서 실적이 악화되며 주가 하락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꼴이다. 또 하나 걱정스러운 점은 애널 리스트의 이익추정이 좀더 떨어질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림 4). 지금은 수익가치에 근거한 저평가 주장이 왠지 궁색해 보인다.
둘째, 산적한 구조조정과 부실처리. 신용 리스크가 완화되지 않고 시장을 괴롭히는 양상인데, 여 기에는 부실 우려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기 때문이다. 1) 미분양 아파트, PF대출과 지급 보증으로 대변되는 건설과 저축은행 부실, 2) 자산가치 하락과 이자비용 증가에 내몰린 가계부 실, 3) 자금압박과 KIKO 손실로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 부실이 그것이다. 이들 잠재 부실이 현실화될 경우, 은행이 최종 부실의 당사자로 몰리게 된다. 정부가 생각하는 해법은 1) 생존기업과 한계기업의 옥석 가리기, 2) 부실정리와 자본확충을 통한 은행 자체의 자 구 노력, 3) 자산관리공사를 통한 부실 흡수와 예금보험공사를 통한 자본투입으로 정리된다. 구 조조정을 통해 일련의 부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인 충격을 동반할 수 있다.
셋째, 글로벌 디레버리징(Deleveraging)과 자산 디플레이션. 글로벌 금융기관의 신용축소가 한창이 다 (그림 5). 자기 몸을 추스리는 과정에서 이유 불문하고 일단 현금을 확보하겠다는 의미이다. 또 보유자산을 처분하기 때문에 자산가격은 약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 몇 차례 반복되면 하락은 새로운 하락으로 이어지는데, 결국 글로벌 디레버리징이 자산 디플레이션으로 연결된다.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약점이 크게 부풀려지 게 된다. 원화약세가 지속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 7위의 외환보유고를 유지하고 있어도 외국인이 한꺼번에 자금을 빼 나가면 견딜 재간이 없는 것이다 (그림 6).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를 통해 외국인 자금이탈을 완충하지 못하는 이상, 달러 유동성 이슈가 시장을 압박할 수 있다.
이들 세 가지 굵직굵직한 변수가 시장을 괴롭힐 것이며,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다. 험난한 행보 를 예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반토막 이상 하락한 현 주가에선 생각을 달리해 서 접근할 필요도 있다. 가능성을 살펴보자! 첫째, 경기침체 이후 회복은 강하고 주가는 V자형 상승패턴. 멀게만 느껴지는 이야기이지만, 내년 상반기가 최악의 상황이라면, 역설적으로 내년 하반기에는 의외로 패가 쉽게 풀릴 수 있다. 적 어도 주가는 그럴 수 있다 (그림 7). 둘째, 구조조정은 감내 가능한 수준. 구조조정 얘기만 나오면 아픈 기억을 회상하는 투자자가 많 다. 그렇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 OECD 자료에 따르면, OECD의 평균 국가채무/GDP 비율은 75.4%인 반면,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보증채무를 포함해도 34.1%에 그치고 있다 (그림 8). 현 재정상태는 내수경기 침체를 흡수하고 기업/금융 구조조정에 공적자금 투입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셋째, 강력한 글로벌 공조와 시장개입. 글로벌 디레버리징과 디플레이션 환경을 차단하기 위해 각 국 정부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과 시장개입이 정교하게 맞물리고 있다. 미국 연준은 중앙은행 역 할과 더불어 상업은행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고 중국 인민은행은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금 리를 인하하면서 디플레 투사로 나섰다 (그림 9). 디플레이션과 리플레이션, 시장은 궁극적으로 어느 손을 들어줄까? (그림 10)
이처럼 생각을 달리해서 보면 2009년 주식시장은 반전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다. 시기적으로 구 분한다면 먼저 고통이 이어지고 이후 기회가 부각될 것이다. 이를 고려할 때 필자는 2009년 주 식시장의 사자성어로 권토중래(捲土重來)를 생각하고 있다.
권토중래. 땅을 말아 일으킬 것 같은 기세로 다시 온다는 뜻으로, 한 번 실패하였으나 힘을 회복 하여 다시 쳐들어옴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 당나라 두목의 〈오강정시(烏江亭詩)〉에 나오는 말 로, 항우가 유방과의 결전에서 패하여 오강(烏江) 근처에서 자결한 것을 탄식한 말에서 유래한 다. 어떤 일에 실패한 뒤에 힘을 가다듬어 다시 그 일에 착수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물론 상반기에는 실적쇼크로 인해 1~2 차례 충격이 올 수 있다. 당사 기술적 분석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는 이를 항복을 넘어 막바지 실망 단계로 표현하고 있는데, 빠르면 1분기 실적발표 시점에서 현실로 표출될 것이다. 막바지 충격이 나타나기 전까지 투자전략은 “일정한 현금보유, 방어주 비중유지와 낙폭과대주 단기 트레이딩”이다. “방어주는 내수주”라는 등식에서 벗어나 시장성 있는 자산가치 대비 주가 를 체크해야 한다. 낙폭과대주에 대한 단기 트레이딩은 BOX권 매매를 구사해야 하는데, 지금처 럼 20일선의 저항이 확인된 경우 트레이딩 매수는 1,000포인트 이하 가격에서 타이밍을 잡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