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고짓는 살림] 21년 푸른숲 한 해 갈무리
13개의 날적이는 학림 푸른이들이 21년 돌림병 때를 겪으며 배운 씨알들을 갈무리하는 글이다.
나에게 와닿은 학림 푸른이들의 씨알들을 정리해보면
- 돌림병이라는 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정황들이 자칫 피해로만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배운 뜻과 결부시켜 오히려 기회의 때로 설정했다. 움터 구성원들 간에 관계가 깊어질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살림역량을 길렀다.
- ‘왁자지껄한 밝은 기운’과 ‘쓴 소리를 주고 받는 기운’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중용을 찾기 위해 애썼다. 전략으로 밝은 기운은 참 나눔, 모임, 한데놀이, 즐거운 울력으로 찾았고, 서로 나눈 쓴 소리는 서로에게 예의없이 대할 때 잘 일깨워주거나, 인깨주(인터넷 앞에 깨어 주인되기), 5분 일찍 모이기 운동 등을 실천하며 서로를 비춰주었다.
- 모두다 한 마음이 되기란 쉽지 않았다.(마음이 모였다 하더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그 정도가 다 다르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되 강요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었다. - 운동을 실천하는데 구체적인 전략이 중요하다. 얼라 푸른이들은 그 전략을 두레/울력/품앗이로 정했다. |
그들의 배움씨알을 나에게 적용해보았다.
첫째는 “빛알찬도 돌림병 위기를 기회로 삼아 태어난 생명사건이었다.(빛알찬은 얼라의 쌍둥이 동생이다)”
학림 푸른이들과 같은 상황을 겪었고 서로 다른 양태이지만 큰 뜻이 다르지 않게 빛알찬이 태어났다. 학림 푸른이들이 이 사건을 배움삼아 얼라를 꽃피웠다면, 빛알찬도 그 사건을 배움 삼는 갈무리를 할 수 있다면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귀한 경험을 몸에 들일 수 있다는 씨알이 우리 안에 움트고 있다고 믿게 되었다.
나 스스로도 얼마 전 새롭게 인생길 이야기를 짚어볼 기회가 있었다. 이번에는 한몸살이에 와서 지낸 삶에 대해서 주목하여 정리하였는데, 변곡점으로 짚이는 시점이 22년 고은이 공부로 빛알찬이 태어난 역사를 정리하게 된 때였다.
그 공부를 갈무리 삼아 비로소 나는 내가 펼쳐가야할 운동의 전망을 알게 되었고(푸른이들이 살아갈 마을 생태계를 여는 일로서 교육운동) 운동 방법을 깨달았다.(더불어 살아가는 구체적인 전략. 예를들면 함께 기운 만들기, 일상에서 작용하는 미세한 폭력을 알아차리기, 대안이 되는 문화 세워가기 등)
이전까지 배움터에서의 내 태도는 선배 선생님들이 제시하는 방향을 더듬더듬 따라가는 것이었다면 내 안에 담겨있는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들을 중등 푸른이들과 펼쳐보는 장으로 빛알찬을 바라보게 되었다.
둘째는 장에서 피어나는 기운을 감지하고 흘러가듯 기운에 이끌려가는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기운을 전환해보자 마음 먹게 되었다.
최근 배움터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기운이 있었다. 조금씩 약속 시간에 지각하기도 하고, 또 서로에게 도를 넘는 장난을 쳐서 되려 마음이 상하는 때도 있었다.
학림 푸른이들의 인깨주, 5분 일찍 모이기 운동 펼쳐간 역사를 살펴보며 우리도 위기를 기회로 삼아보자 마음 먹게 되었다.
최근 2~3학년 학생들과 사회역사 수업의 장에서 각자가 새로워지고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깊어져가고 있다는 걸 나누었다. 그럼에도 서로가 의지가 되기보다는 서로의 어떤 모습에서 기운 빠지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운동의 구심이 필요하구나 느꼈다.
2가지 전략(방법)이 떠오르더라. 하나는 학생들을 계속 일깨워서 누군가 구심 역할을 해보도록 세워주는 방법이었다. 다른 하나는 내가 본이 되어서 운동을 펼쳐가는 방법을 보여주는 법이었다.
전자의 방법이 경험의 질을 본다면 휠씬 깊이있는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명확한 경험없이 중등 푸른이가 구심의 몫을 맡아보기엔 버거운 짐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 기운 속에서 마음앓이 하는 푸른이들도 있었다. 그들의 때를 살펴보니 서두르는게 좋겠다 싶었다. 중등 푸른이들의 아직은 풋풋한 서로 관계 맺는 방법을 보았을 때 조금 더 너른품으로 품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느끼기도 하였다.
두 전략이 꼭 상충하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오늘 우리가 겪어갈 경험들이 훗날 다른 장에서 주체로 꽃피우는 양분이 되리라 믿는다.
그래서 “기운 세워주는 우리”라는 운동을 열었다.
“기운 세워주는 우리”를 소개해요.
요즘 우리 안에 자연스레 여러 기운들이 생겨나고 있지요. 서로 사귀어가고 즐거운 기운도 있지만, 어떤 기운은 서로에게 기운 빠지게 하기도 하고 마음 아프게도 해요. 그러한 기운을 보며 누군가를 책망하는 마음이 들거나, 스스로를 자책하는 마음에 머문다면 우리 안에 스며든 부정적인 기운을 오히려 이겨낼 힘을 점점 잃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오히려 위기를 기회 삼아 다같이 우리 안에 깃든 연약한 기운을 이겨보는 경험을 해보자! 제안해보아요. 기세우리 운동에 함께할 벗들을 모십니다 ^_____^
기세우리 실천은 하나. 약속한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애씁니다. - 약속 시간에 딱 맞춰 오기보단 3~5분 정도 일찍 모여요. - 혹시 약속시간에 늦었다면 약속한 이들이 들을 수 있게 눈 마주치고 또박또박 정성껏 사과해요. - 그리고 미안하고 책임지는 마음으로 이후 활동에 정성껏 참여해요.
둘. 도를 넘는 장난을 삼가고 서로에게 예의바르게 행동해요. - 장난을 치다가도 문득문득 ‘지금 때에 어울리게 지내고 있나?’ ‘상대방 안색이 나쁘진 않은가?’ 살펴요. - 지켜보는 이들이 해주는 “그만해!” “때에 어울리지 않아” “상대가 불편해잖아”라는 말을 흘려듣지 말고 그런 말을 들으면 하던 장난을 멈추어요. - 아드님 따님 간 서로 몸을 만지는 장난을 조심해요.
사소한 말 한 마디, 작은 장난 하나하나 쌓여서 우리들이 지내는 기운을 만드는구나 싶어요. 거꾸로 작은 실천, 애쓰는 순간들이 쌓여서 새로운 기운을 만들 수 있다고 믿어요.
기세우리 운동에는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어요. 하나. 재원 선생님에게 “저도 기세우리에 함께하고 싶어요.”라고 말해주세요. - 그럼 실수하거나 넘어졌을 때 서로 지켜줄 수 있어요. 혹시 기세우리 다모임이 필요하겠다 싶으면 다모임을 열 수 있겠어요.
둘. 자기 정황으로 선생님께 알리진 않지만 스스로 지켜갈 수도 있어요. - 결코 강요하거나, 말로 고백하지 않았다하여 함부로 판단하지 않기 위해 조심할거에요. 모든 생명은 스스로의 때가 있다는 걸 믿어요. 우리가 경계해야할 가장 큰 위험은 다른 이를 평가, 비판하고 편 가르는 마음입니다. -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렇지만 선생님과 동지들에게 다짐을 말로 고백할 때 스스로가 받을 수 있는 힘이 있을거라 믿어요. 새로워지자 마음먹었다면 용기내어 보세요.
기세우리 실천은 대단히 특별한게 아니지요. 서로 살아가며 지켜가야할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고, 또 우리가 학교에서 길러가야할 성품이기도 해요. 꼭 기세우리가 아니더라도 이번 기회를 공부삼아 스스로를 닦아가는 빛알찬이 되어요!^^ |
운동 안에는 학림 푸른이들 날적이를 보며 배운 깨달음들이 담겨있다.
- 위기를 수동적으로 맞이하지 말고 적극적인 기회로 여기자.
- 자책하고 책망하는 부정적인 마음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갈무리해두기 보다는 99번의 실패 속에서 있었던 1번의 성공을 주목하자.
- 큰 기운은 작은 실천과 마음가짐이 쌓여서 만들어진다.
당위로 운동을 강요하지 말자. 결국 바꾸는 힘은 스스로 마음 먹은 주체성에서 나온다.
설득하는 힘은 실천하는 모습에서 나온다.
운동에 함께하지 않는 이들을 쉬이 판단하지 말자. 운동의 열매가 평가와 분열을 맺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자.
학림 푸른이들이 겪어온 역사는 곧 ‘기세 운동’(내 마음대로 이름 붙여 보았다.)을 펼쳐가는 우리에게 배움책이고 이정표가 되어주리라 소망한다. 빛알찬 푸른이들을 떠올리며 간절한 마음과 책임감으로 정성껏 공부해가고 싶다.
첫댓글 기세 운동! 반가워요. 함께 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