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4 장. 진짜 神劍.
과연, 아니나 다를까 백검운은 즉시 남궁혜의 손에서 남궁현상의 몸을 받아들었다.
그러자, 순간 남궁현상은 갑자기 전신의 막혔던 혈도가 풀리어 신형을 자유로이 움직일 수가 있게 되는 것이 아닌가?
즉시 그간 흐리멍텅해졌던 그의 눈빛도 원래의 뇌전 같은 광망을 발하기 시작하고 처음과 별로 다르지 않는 몸이 되었다.
이것을 보고 제갈청청은 다소 곤혹해 하며 두려움을 품었다.
그러나, 그때였다.
갑자기 남궁현상은 위지려하를 향해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으며 몸을 엎드리는 것이 아닌가?
이어, 그의 입에서는 거의 쥐어짜는 듯한 괴로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공주께서는 이 노구를 용서해 주시오!"
그 말에, 모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놀랐을 뿐만 아니라 위지려하의 안색 역시 창백하게 변하고 말았다.
그녀는 곧 그를 내려다보며 싸늘하게 대꾸했다.
"나는 당신을 처음 보는데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죠?"
남궁현상은 그 말에 무슨 소리냐는 듯이 말했다.
"우리는 이미 평안루의 뒷간에서 서로 마주쳤고 노구는 공주의 뛰어난 손속에 놀라 하마터면 일을 그르칠 뻔 하기도 했는데 어찌 노구를 모른다고 하시오?"
그렇다.
사실 위지려하는 자신을 납치한 사람을 모르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모험심이 강했고 다소 오만했지만 경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영악했다.
그녀는 이곳 청운장에서 며칠을 묵는 동안 모든 상황을 스스로 헤아릴 수가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더더욱 자신을 묶어놓은 백검운의 행위가 미웠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일단 밖으로 나가려다 백검운의 말에 뭔가 기이한 여운이 담겨져 있음을 알고 그와 일종의 기이한 협상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녀는 이미 백검운이 비범한 인물라는 것을 잘 알았다.
때문에 모험심이 강한 그녀는 한순간에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였는데, 그 기이한 협상이란 바로 백검운이 그녀의 이러한 사건을 그대로 눈감아주면서 그녀를 아내로 맞아들이는 일이었다.
백검운은 오직 이러한 그녀의 마음을 알아내고는 그녀와 더불어 기이한 협상을 하게 되었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제갈청청은 당연히 괴이한 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위지려하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거의 애원에 차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일순간 이 모든 사실을 알 수가 있었던 것이다.
사실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어떻게 위지려하의 속마음을 잘 알수가 있었을까?
그녀가 백검운을 만난 것은 이렇게 하여 또 하나의 천생연분인 셈이었다.
예로부터 중국에는 사촌끼리의 혼인은 허용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만일 백검운이 위지검운이라고 할지라도, 그가 위지려하와 무려 육촌이라는 거리가 있으니 혼인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백검운이 그렇지 않다면 더욱 말할 나위가 없이 혼인이 가한 것이다.
이렇게, 위지려하는 겨우 자신의 이 쓰라린 기억을 잊을 수가 있었는데 다시 남궁현상이 무릎을 꿇으며 애걸을 하지 그녀는 다시 마음이 괴로워졌다.
그러나, 지금의 그녀는 전과는 조금 달라졌다.
어떤 종류의 고통은 인간을 아주 성숙하게 한다.
그녀는 잠시 마음을 가다듬더니 말하는 것이었다.
"음, 나는 그날 뒷간에 들렸다가 잠시 심심해서 몰래 도망을 쳤다가 산중에서 이상한 약초를 먹었더니 계속해서 닷새간이나 쓰러져 잠을 자게 되었어요. 그래서 나는 감히 무황성을 찾아갈 용기가 없었던 거지요. 당신과 나는 이미 모르는 사이인데 어째서 나에게 지금 절을 하고 있죠? 아아! 혹시 당신은 남궁동생의 조부님이 아닌가요? 그렇다면 당연히 내가 당신에게 절을 해야지 왜 당신이 그러고 있죠?"
이어, 그녀는 즉시 몸을 굽혀서 남궁현상의 몸을 직접 잡아서 일으켜 세워주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남궁현상은 그녀가 자신을 용서할 뿐만 아니라 여태까지의 모든 일을 백지화시키겠다는 의도임을 알아차렸다.
그리하여 내심 크게 감격한 남궁현상은 선 채로 위지려하를 바라보며 계속해서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체 그가 무엇 때문에 그런 이상한 짓을 벌였는지 알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이때, 제갈청청을 중심으로 남궁혜와 위지려하는 오랜만이 청운장을 정리하고 식사를 준비하는 등의 부산을 떨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얼마 전까지 있었던 그 삭막하고 어두운 먹구름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 * *
청운장에 그러한 이변이 일어나고 있을 즈음, 강호에는 한 가지 놀라운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느닷없이 신검이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강호인들은 그 소문을 듣고 하나같이 기이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날 분명히 하나의 신검이 옛 성터의 마른 우물 속에서 발견되어 만인의 이목을 모은 바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절반으로 동강이가 나서 못쓰게 되어버린 후였다.
그것은 바로 동방노인이 남겼다는 바로 그 지존검이었다.
그런데, 요사이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바로 지금에야 나타난 신검이야말로 그 동방노인이 남겼다는 진짜 지존신검이라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직접 그 신검을 보고 만지고 돌아온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사림들은 하나같이 그 얘기에 반신반의하고 믿을 수도 없고 또한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진짜와 가짜, 이 두 가지의 사이에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 것일까?
강호인들은 모두 기이함과 경악과 충격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어쨌든, 그들은 일제히 그 신검이 나타났다는 장소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것이야말로 당금무림에서 가장 중대한 사건이라고 말할 수가 있으므로
* * *
풍운주루 -
그것은 금릉성의 남문밖에 있었다.
원래 그곳은 남궁세가에서 장용이란 자를 고용해서 대리경영을 맡기고 정보 수집처로 삼아왔던 곳이었는데, 어느 날 그곳은 주인 없는 집이 되어버렸다.
남궁세가에서는 영웅대회가 무산되고 일시 금릉전체가 시끄럽게 되자 그 주루를 일거에 철수해 버렸던 것이다.
따라서, 과거 금릉성을 떠나면서 아쉬운 마음으로 이곳에 들러 술 한 잔을 하곤 하던 주객들이나 나그네들은 절로 섭섭함을 금할 길이 없었다.
풍운주루가 과연 정보수집에 이용되건 말던 간에 어쨌든 그곳은 그들이 즐겨 찾던 곳이요, 전날 금릉성에 채 이르기도 전에 우선 그곳에 앉아서 술 한 잔을 하노라면 얼마나 마음이 흐뭇하고 풍요로왔던가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쨌든 풍운주루는 빈 집만 남기고 사라졌다.
사람들은 더 이상 그곳에 머무르지 않고 그곳에 앉아서 풍류를 즐기는 경우가 없었으며, 그곳 부근은 은연중 스산하고 인적이 없는 황량한 곳으로 변해갔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실로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실로 무수한 사람들이 이 풍운주루로 몰려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들은 결코 한때의 주객이나 금릉성을 오가는 나그네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대부분 장정들이었는데, 각기 허리춤에는 날이 시퍼렇게 번쩍번쩍 윤기를 발하는 예리한 병장기들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즉, 무림인들인 것이다.
그들은 이미 사오일 전부터 이곳 풍운주루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금릉성에는 들어가지도 않고 풍운주루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각기 천막이나 움막 등을 짓고는 아예 들러붙어 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들의 시선은 모조리 한곳으로 쏠리고 있었다.
그곳은 바로 풍운주루였다.
이것은 실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대체 이 낡아빠진 일개 주루가 가히 그들의 관심거리가 될 수가 있다는 말인가?
그럴 리는 없었다.
분명 이유는 딴 곳에 있는 것이다.
즉, 그들의 관심은 바로 풍운주루가 아니라 풍운주루의 다소 널찍한 마당 한복판에 있는 거대한 암반의 중앙에 꽂혀있는 한 자루의 검에 있었던 것이었다.
- 검,
그것은 일견하기로도 아주 특이하게 생긴 것이었다.
검날은 괴이하게도 이미 절반이나 암반 속으로 파고들어가 있었는데, 그 검신의 빛깔은 아주 어둡고 칙칙한 빛깔이었다.
그런 가운데 검날은 기이하도록 예리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실로 가슴을 서늘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검기가 느껴져서 그냥 보기만 해도 혼백을 빼앗고 피를 부르는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이 검신의 주위에는 마치 태양빛이 스며들지 못하는듯 매우 음울한 기운이 감돌았다.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이 괴이한 검신자체가 태양빛을 흡수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따라서, 그저 보자니 그 검은 악마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허나, 그 검신의 중앙에는 정자체로 아주 정교하게 지존이라는 검명이 새겨져 있었으니, 바로 이 검이야말로 근내에 떠들썩하게 소문이 나버린 신검, 지존검인 것이다.
즉, 무림인들이 일제히 이곳 부근에 몰려들어 진을 치고 있는 것은 모두가 이 신비하기 이를 데 없는 신검 지존검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동방노인의 유물이라고 알려졌다.
그것이 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곳에 거꾸로 박혀 있는지 정녕 알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헌데, 이 지존검에는 이상한 일이 그 외에도 더 있었다.
지존검이 처음 이곳에서 발견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대략 사오일 전부터였다.
자연 이것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검이 실로 보통이 아님을 한눈에 알아보고 즉시 검을 뽑아들려고 했다.
그런데 실로 이상한 일이었다.
이 검은 비록 만질 수는 있으나 결코 뽑히지는 않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대체 무엇 때문인지는 알수가 없으나, 세살 먹은 아이부터 심지어 초절한 무공을 연성한 무림고수라고 해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체 이 지존검에는 어떠한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하여, 어떤 사람은 자신이 못 먹는 떡은 남도 못 먹게 한다는 식으로 자신이 자랑하는 보검을 들어 이 신검을 후려치기도 했다.
그런데 웬걸, 이 지존검은 그대로 있는데 자신들의 보검이 마치 무처럼 전혀 소리도 나지 않고 잘려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심지어 두터운 무기인 도끼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무림인들은 크게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이 검이 비단 그 강도가 대단히 강할 뿐만 아니라 그 예리함이 가히 불가사의하다고 생각하여 검신의 중앙에 있는 이름을 보게 되었고 신검의 소문은 즉시 사방에 퍼졌던 것이다.
그리하여 사방에서 무수한 사람들이 찾아들어 한 번씩 자신의 운을 시험해 보기도 하고 마치 전설의 시현을 구경하듯 신비로운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거의 이 신검에 손을 대는 사람은 없었다.
이미 이 부근에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나타나 있기에, 혹시 자신이 운이 좋아서 검을 뽑아들기라도 하면 모든 사람들로부터 살수를 받을 것을 크게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사람들은 비록 신검의 근처에 가지는 않아도 잠시도 쉬지 않고 신검을 주시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만일 모든 사람들의 시선에 어떠한 기운이 작용하여 열기가 전해졌다면, 아마 지금쯤 어떠한 병기라도 그 열기에 못 이겨 흐물흐물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신검은 여전히 멀쩡하게 모든 사람들을 비웃듯이 그 자리에 있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이 신검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계속 붙박여 있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신기하게도 매일 저녁때만 되면 이 신검은 마치 땅속으로 사라져 버리듯이 순간적으로 없어져서 다시 다음날 아침에야 다시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무림인들은 이러한 광경을 보고 매우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분명 무수한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건만 대체 그 신검은 어디로 사라졌다가 어디에서 다시 나타나는 것일까?
물론 정말로 그 신검이 암반 속에 들어가 버리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리하여, 일부의 사람들은 이 일의 흑막을 풀어헤치기 위해 풍운주루에 접근하기도 했다.
그런데, 일단 신검이 꽂혀있을 때는 아무도 풍운주루에 들어갈 수가 없는 것이 아닌가?
비록 아무도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그 풍운주루의 주위에는 실로 불가사의한 거대한 무형의 벽이 설치되어 있어서 설사 초절정의 무림고수들이라고 할지라도 결코 한발자국도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에,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필시 지금 이 풍운주루의 안에는 한명의 검을 수호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며, 매일 신검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은 바로 그의 소행이라고,
그리고, 그 수검자의 무공은 불가사의하여 가히 고금제일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러다가, 소문은 다시 변모하여 그 수검자가 다름 아닌 동방노인의 제자이며 과거 고금제일의 인물들로 이어져 내려온 만우문의 제 육대 문주일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얘기가 확산되기 시작하자 일시 천하는 크게 뒤집혀서 그간 강호의 심산유곡에 은거하고 있던 기사고인들을 한꺼번에 몰려들게 했다.
그러나, 아직 그 사실의 진위는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
다만, 전날의 신검에 비해 이번의 신검은 더욱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한 가치가 인정되어 진정한 신검이라는 결말이 내려졌을 뿐이었다.
그럼 대체, 지금 풍운주루의 안에 들어앉아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 * *
비록 주위에는 무수한 군웅들이 진을 치고 있었어도 장내는 아주 조용했다.
게다가, 아주 살벌한 느낌을 주는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헌데 그때였다.
이 조용하던 장내에 문득 거의 기척도 없이 세 사람이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듯 나타났다.
그런데 그들은 바로 좌자묵과 그의 자녀들인 좌비홍과 좌운비가 아닌가?
그들은 군웅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지 장내에 나타나자마자 즉시 신검이 꽂혀있는 암반으로 다가갔다.
그때, 나이 십오 세 가량의 좌운비가 들리는 소문의 사실여부를 알아볼 셈인지 자신의 허리에 차고 있던 장검을 들어 거꾸로 꽂혀있는 지존검의 검날을 향해 빠르게 후려쳤다.
그러자,
슥!
지극히 미미한 음향과 함께 그의 장검은 그만 두 동강이로 변해버리고 마는 것이 아닌가?
이에 그들의 안색은 일제히 크게 변했다.
그것은 그들의 장검이 어이없게 잘려졌기 때문이 아니라 이 신검의 가공할 예리함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좌운비가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아버지인 좌자묵을 향해 물었다.
"아버지, 정말 이것은 전설의 그 진짜 지존검인가요?"
전날, 좌자묵은 다른 지존검을 본 적이 있었다.
그리하여 이번의 지존검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특별히 예리했고 유심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다가 그는 문득 길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그렇구나, 운비야! 이것은 그야말로 진짜 지존검이다. 나는 정말로 이러한 검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구나! 전날의 그 검에 비하면 이것의 위력은 그것의 수십 배....... 아니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가 그렇게 말하자 좌운비와 소녀 좌비홍의 안색은 흠칫하여 즉시 굳어졌다.
좌비홍이 놀라 물었다.
"그렇다면, 저 안에는 정말로 그 만우문의 후인이 숨어있다는 말인가요?"
좌자묵은 그 말에 다소 눈빛을 기이하게 빛냈다.
그의 딸인 좌비홍의 말은 지금 뒤쪽의 주루안의 사람을 말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귀에는 전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으므로 그는 잠시 주저하다가 지존검의 앞으로 바싹 다가섰다.
그리고는 두 눈 가득 예리한 한망을 발하면서 소리쳤다.
"나는 믿지 않겠다! 그리고 과연 이 검이 나를 어찌할 수가 있다는 것을 나는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
그 말은 자시의 자식들을 향해 한 말인 것 같기도 하고 주위의 군웅들을 향해 말한 것 같기도 했으며 또는 스스로의 독백 같기도 했다.
아무튼, 그는 즉시 손을 내뻗어서 지존검의 자루에 양손을 부여잡고 진력을 최대한으로 돋구웠다.
그리하여 힘을 쓰자, 웬걸 그 신검은 물론이요 암반마저도 전혀 움직일 기색을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좌자묵은 이것을 보고 내심 크게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는 불신의 감정이 가득 치밀어 올랐다.
그의 내공력이라는 것은 가히 상상도 할 수가 없는데 이렇게 겨우 장검 하나를 뽑을 수가 없다니 이건 대체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재차 진력을 돋우려고 했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어디선가 한줄기 싸늘한 냉갈이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흥! 신검문의 소문주가 그런 일개 검을 뽑지 못하고 쩔쩔매서야 일이 되겠소?"
그 말에, 좌자묵은 일시 안색이 흙빛이 되어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누구냐?"
바로 그때, 장내에는 어느새 다시 세 명의 인물들이 더 늘어나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바로 귀서생 모용호와 옥사갈 모용전 그리고 무적장 염소천이 아닌가?
좌자묵은 그들을 향해 싸늘하게 소리쳤다.
"네놈들이 감히 나를 놀릴 수가 있단 말이냐?"
그 말에, 모용호가 일순 그에게 포권을 하며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단지 서로 간에 협조를 하자는 것이니 소문주께서는 노하지 마십시오."
이어, 그는 염소천을 향해 은밀하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염소천은 고개를 꾸벅하더니 즉시 소리 없이 신법을 날려서 주루 쪽으로 몸을 날려 가는 것이 아닌가?
이것을 보고 주위의 군웅들은 일시 그들의 생각을 눈치 챘다.
그들은 이른바 양동작전을 구사하려고 하는 것이다.
염소천의 별호는 무적장이다.
그가 주루를 향해 공격을 퍼붓는 순간 모용호는 빠르게 신검을 뽑아들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과연 천하에서 두뇌가 좋다고 소문난 천기보의 공자다운 훌륭한 착상이 아닐 수가 없었다.
주루안의 사람이 제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일시 염소천의 공력을 받다보면 신검을 지탱하는 힘이 느슨해져서 모용호에게 기회를 줄지도 모르는 일인 것이다.
그리하여 군웅들의 시선은 자연 그들을 향해 긴장되어 집중되었다.
펑!
염소천의 장력은 과연 고강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가 일단 기습적으로 장력을 퍼붓기 시작하자, 일순 좌우의 거칠은 나뭇잎들이 갈가리 찢겨져서 날아가고 흡사 태풍같은 압력이 그대로 주루를 휘몰아치는 것이 아닌가?
만일 평소였으면 그 주루는 단 일장에 전혀 흔적도 남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바로 그 순간, 모용호는 예상대로 빠르게 신법을 날려서 신검 앞에 서더니 내력을 극한까지 돋구어서 검 자루를 잡아 올렸다.
그러나, 군웅들은 즉시 다시 실망과 조소의 표정을 짓고 말았다.
일순 무참하게 주루를 날려버릴 듯이 날아가던 염소천의 장력도 흡사 거짓말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모용호 역시 얼굴만 시뻘겋게 물들였을 뿐 전혀 검을 움직이지도 못했던 것이다.
군웅들의 시선은 실망의 빛이었으나 그것은 곧 안도의 기색으로 바뀌었다.
그것은 일단 그들이 검을 뽑지 못함으로 인해 자신들에게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일종의 기대심리인 것이다.
헌데 그때, 모용호가 다시 이를 악물고 검을 뽑으려고 할 때였다.
돌연 어디선가 다시 냉랭한 음성이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흥! 겨우 그따위 능력으로 신검을 얻으려고 하다니 어이가 다 없을 지경이로군!"
그것은 물론 조소와 비방의 기색이 가득 어려 있는 가시 돋친 말이었다.
그 말에 모용호는 자연 즉시 대노하여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두 눈에 쌍심지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순간 그의 눈빛은 일순 멍청하게 변하는 것이 아닌가?
한 사람의 홍포청년,
그는 바로 그의 뒷쪽에 이르러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위지신운이었다.
그런데, 모용호가 놀란 것은 겨우 위지신운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지금 위지신운의 뒤에는 실로 거대하기 이를 데 없는 화려한 행렬이 언제부터인가 기척도 없이 나타나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는 놀랍게도 무림오대세가의 수뇌들인 창궁검 남궁수나, 혼원도 팽대홍, 신기자 제갈통 등을 위시한 오대세가의 모든 인물들이 좌우로 버티고 서 있었고, 게다가 좀처럼 강호에 모습을 보이지 않던 소림사의 고해방장이나 무당파의 현허장문인, 아미파의 일진방장 등의 구파일방의 거의 모든 수뇌들이 제자들을 거느리고 그 안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부근에 무산신녀문이나 천산검문, 해남검파 따위의 거의 모든 문파의 수뇌들이 역시 뒤를 받치고 있었으니 이는 가히 중원무림의 전체라고 말할 수가 있지 않은가?
모용호는 즉시 이 모든 행렬의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모든 인물들의 중앙, 거기에는 한명의 금포를 걸친 청수한 용모의 중년인과 또 한명의 비단용포를 걸친 초로인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헌데, 그중에서 비단용포를 걸친 초로인은 비록 머리칼은 희끗희끗하게 희어져 있었지만 안색은 그야말로 불그레한 동안과도 같은 것이 가히 무상의 위엄이 전신에 어리고 있지 않은가?
당금무림에 이러한 사람이 결코 둘이 있을 수가 없다.
그는 바로 당금의 무림황제 위지룡화이며, 그 옆에 금포를 걸친 중년인은 황태자인 위지옥헌인 것이다.
모용호는 매우 견문이 넓은 사람이기에 일시에 이러한 모든 사랑을 알수가 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무림황제가 이 모든 사람들을 거느리고 이렇게 나타날 줄은 그로서는 전혀 상상도 못해보던 일이었다.
그때, 무림황제인 위지룡화가 그를 향해 조용한 음성으로 물었다.
"너의 할아버지는 안녕하시냐?"
모용호의 할아버지는 바로 천기보의 보주인 천기신뇌를 말하는 것이었다.
모용호는 감히 더 이상 모른 체 할 수가 없어서 즉시 몸을 일으켜서 그를 향해 공손히 포권하며 대답했다.
"저의 할아버지께서는 비록 몸은 편안하시지만 마음은 불편하시다고 합니다."
그 말에, 위지룡화는 일순 눈살을 다소 찌푸리며 가늘게 물었다.
"그건 대체 무슨 뜻이지?"
헌데, 비록 가늘게 물은 것이라고는 하나 이때 모용호의 귓전에는 천둥소리보다도 더욱 크게 울려서 그는 하마터면 고막이 터져나갈 뻔 하여 안색이 대변했다.
그러나, 그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의도한 바를 끝까지 말해버렸다.
"그것은 바로 지금의 무림이 어지럽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비록 편안하기를 바라시지만 무림의 혼란은 두고 볼 수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에,
"흥!"
위지룡화는 싸늘하게 코웃음을 치며 앞으로 한걸음 나섰다.
동시에 그의 입에서는 은은한 노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본좌가 마음이 너그러워서 오패의 하는 양을 그냥 보고만 있었더니 이런 어린 녀석까지 정말 형편없이 구는 구나?"
그 순간, 실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위지룡화는 달리 손을 쓰는 것 같지가 않은데 갑자기 모용호는 칠공에서 피를 마구 흘리며 전신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보아하니 그는 지금 극도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 같았다.
허나, 결코 신음소리를 발하지 않으려는 듯 그는 이빨을 있는 힘을 다해서 짓깨물고 있었다.
헌데 그때였다.
"호호! 무림황제가 일개 어린아이를 그토록이나 핍박을 하다니, 대체 체면이나 서는 일인가요?"
한줄기 맑고 서늘한 옥음이 들려옴과 동시에 돌연 하늘에서 무려 십삼 명의 아름다운 여인들이 새처럼 너울너울 날아서 내려서는 것이 아닌가?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