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쓰려면 2024.7.1.
짧은 시가 좋은 명시가 되는 첫 번째 비결은 반전의 미학이다!
어떻게 하면 짧으면서도 감동적인 시를 쓸 수 있을까. 이 비법을 터득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에게 익숙한 짧은 명시를 통해 그 원리를 찾아보겠습니다. 제일 먼저 만나 볼 시는 요즘 국민적 사랑을 크게 받고 있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1>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굉장히 단순하고 명쾌한 시다. 눈에 잘 띄지 않는 풀꽃이지만, 자세히 보고, 또 오래 보아야 진정한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는 어쩌면 너무나도 평범한 내용이다. 그렇다면 이 시가 이러한 울림과 여운을 창출하는 원리는 무엇일까? 이 시를 감동적인 시로 만드는 작동 원리는 무엇일까?
그렇습니다. 바로 마지막 구절 “너도 그렇다”에 있다. “너도 그렇다”라는 이 반전 구절이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앞 구절의 어쩌면 평범한 진술이 마치 정중앙의 과녁을 맞히듯 독자의 의표를 찌르면서 큰 울림과 여운을 만들어 냅니다.
커피 / 윤보영
커피에 설탕을 넣고
크림을 넣었는데
맛이 싱겁네요
아~ 그대 생각을 빠뜨렸군요
커피 시인으로 유명한 윤보영 시인의 <커피>라는 시다. 이 시도 앞의 두 구절, “커피에 설탕을 넣고 / 크림을 넣었는데// 맛이 싱겁”다고 하는 구절은 너무나도 평범한 진술입니다. 싱거운 이유는 설탕을 적게 넣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시인은 설탕 대신 ‘그대’를 상상합니다. 그러니까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딴 생각을 하면서 커피를 마시니 커피 맛이 없다는 이야기겠죠.
이 시도 마지막 구절 “아~ / 그대 생각을 빠뜨렸군요”가 없다면 좋은 시가 될 수 없습니다. 이 시에서도 ‘감동’이라는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 코드가 마지막 구절의 반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짧은 시로 알려진 일본의 하이쿠 작품을 한 편 만나 봅니다. 우리나라에도 류시화 시인이 <한 줄도 너무 길다>라는 제목으로 하이쿠 선집을 펴내 ‘하이쿠’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꽃잎 하나가 떨어지네
어,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모리다케의 하이쿠입니다. 꽃잎이 흩날리는 봄날에 흔히 만날 수 이 있는 장면이 이 시의 앞 구절 ‘5/7음절’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하이쿠가 좋은 시로 뽑히는 것은 왜일까요? 이 시 또한 꽃마지막 구절의 반전에서 시적 묘미가 살아납니다. 반전의 미학이 없다면 이 시는 좋은 시가 될 수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