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도 성인은 기름을 물이나 포도주로 잘못 알고 마셔 고생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일부러 쓴 풀을 섞은 물을 마시는 것보다 더 훌륭한 고행입니다. 왜냐하면 성인이 마실 것에 연연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먹고 마시느냐에 대한 무관심이야말로 "차려주는 음식을 먹어라."라고 하신 주님의 거룩한 말씀을 완전하게 실천하는 것이 됩니다. 다만 나는 몸에 해롭거나 정신을 둔하게 하는 음식, 예를 들면, 너무 맵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있습니다. 또한 하느님께 영광이 되는 일을 하고자 기운을 차려야만 할 경우에는 음식을 가려 먹고 있습니다.
정도에 맞게 습관을 계속 조절하는 것이 일시적이고 과도한 금식이나 금식 뒤 영양 보충을 이유로 과식을 하면서 금식과 과식을 번갈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신심 수행입니다.
그리스도의 수난에 대한 동참하겠다는 마음으로 하는 고행은 적당히만 하면 경건한 신심을 각성시키는 데 놀랄 만한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육체적으로 상당히 지치게 하므로 허약한 사람이나 결혼한 사람들에게는 올바른 수행 방법이 아닙니다. 그리고 보속을 목적으로 이러한 고생을 할 때에는 고해 사제의 지도에 따라 특정한 날짜를 정해서 하는 것이 바람직 합니다. |
낮에 주어진 일을 하고자 필요한 체력을 유지하려면 밤에 충분히 자야 합니다. 성경에서는 아침이 하루 중 가장 유익한 시간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한 자연의 이치로나 성인들의 행적, 그리고 주님께서 스스로를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태양으로, 성모님을 샛별로 비유한 것을 보아도 아침이 하루 중 가장 귀중하고 유익한 시간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자 저녁에 일찍 자는 것이 현명합니다. 이른 아침 시간은 가장 상쾌하고 즐거우며 고요하여 기도하기가 제일 좋을 때 입니다. 일찍 일어나면 건강에도 좋고 영적으로도 좋습니다. |
발라암이 마음속에 부정한 생각을 품으며 나귀를 타고 발락에게 가고 있을 때 주님의 천사가 칼을 빼어 들고 길을 막았습니다. 나귀는 천사의 모습을 보자 세 번이나 뒤로 물러났는데, 발라암은 그것도 모르고 지팡이고 나귀를 때렸습니다.
세 번째 얻어맞은 나귀는 발라암을 태운 채 주저앉았습니다. 그때 하느님께서 나귀의 입을 열어 주시니, 나귀는 발라암에게 "내가 당신께 어쨌기에, 나를 이렇게 세 번씩이나 때리십니까?" 하고 말했습니다.
그때 하느님께서 발라암의 눈을 열어 주시자, 그는 칼을 빼어 들고 있는 천사를 보았습니다. 주님의 천사가 그에게 "너는 어찌하여 너의 나귀를 이렇게 세 번씩이나 때렸느냐? 나귀가 나를 보고 세 번이나 내 앞에서 비켜았으니 망정이지, 내 앞에서 비켜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나귀는 살려주고 너는 이미 죽였을 것이다."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발라암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는 당신께서 저의 길을 막고 서 계신 줄을 몰랐습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민수 22장 참조). |
필로테아 님, 발라암은 자신이 잘못을 하고도 아무 죄 없는 나귀를 때렸던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일들이 우리에게도 흔히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부인이 자기 남편과 사랑하는 아이가 병들었을 때, 단식하며 방바닥에 누워 밤을 지새웠던 다윗처럼 (2사무 12,16 참조), 고복을 입고 자신을 매질하는 것은 가련한 나귀를 때리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행위입니다.
그녀가 자신의 육체를 괴롭히기만 한다면, 하느님께서 분노의 칼을 빼신 이유를 모르는 것입니다. 그녀는 남편을 신주처럼 떠받들어 그를 교만과 허세가 가득한 야심가가 되게 한 죄, 아이들을 버릇없는 사람으로 기른 죄를 뉘우쳐야 합니다. |
또 다른 예로, 음란죄를 저지르다가 양심의 가책을 느낀 남자가 자기 육체에 모든 탓을 돌리고 단식을 하며 몸에 심한 매질을 가하고 고복을 착용하는 등 자신의 몸을 괴롭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만일 그의 육체가 발람의 나귀처럼 입을 열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왜 나를 때리느냐? 하느님께서 분노하신 것은 너의 마음 때문이다. 너야말로 죄인니다. 왜 너는 악한 자들의 모임에 나를 데리고 갔느냐?
왜 손과 발, 눈과 입을 불의하게 사용했느냐? 왜 악한 공상으로 나를 괴롭혔느냐? 이제는 좋은 생각만 하거라. 그러면 악한 일을 꿈꾸지 않게 될 것 아니냐? 경건한 사람들과 다쉬어라. 그러면 네 마음에 사악한 생각이 싹트지 않을 것이다.
너는 육체인 나를 불 속으로 끌고 가서는 내가 불에 탄 것을 책망하고, 내 눈을 불꽃으로 채우고는 화상을 입지 않도록 하라니 도대체 말이 되느냐? 내 영혼아, 먼저 너의 더러워진 마음에 매질하여 그 죄를 없애 버려라. 하느님께서 진노하신 것은 바로 너의 마음 때문이다." |
피부병 때문에 고생할 때 목욕을 하여 피부를 깨끗하게 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안 됩니다. 피를 맑게 해야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죄를 씻으려면 육체적 고행을 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감정을 정화하고 마음을 새롭게 다져야 합니다.
그러므로 영적 지도 신부의 지시가 있을 때 외에는 육체적 고행을 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