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예는 오늘도 어김없이 법회를 열어 자신을 미륵불이라고 하고, 모든 신하들에게 참선을 하라고 강요했다. 궁예는 준비된 옥좌에 단정히 앉아 금색 모자를 쓰고 몸에 방포를 둘렀다. 그리고 손에는 열화에 달군 쇠방망이를 들어, 자신이 미륵이라고 다시 한번 외쳐댔다. 궁예의 곁에는 신훤, 김대검, 장귀평, 모흔, 장일등이 호위해 나갔고, 분위기는 매우 엄숙했다. 궁예는 모든 만조백관을 둘러 보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그의 설교가 시작된 것이다. 신하들은 가시방석에 앉은 듯이, 불편해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궁예의 설교중에 방해되는 행동을 한다면 그 즉시, 처단을 당하기 때문이다. 계속 되던 설교가 마침내, 끝이 나게 되었다. 어떤 신하가 앉아있다가 발에 쥐가 나서 꿈틀거렸는데, 이를 본 궁예는 "용서할 수 없도다. 이는 결코 용납못할 행위다. 저 자를 처단하라." 하고 명했다. 그 신하는 비참하게 처형당하고 말았다. 궁예의 광기의 연속이었다. 궁예는 "짐은 보았노라. 다 보았다. 방금 일어난 신하는 짐을 거역하려고 한 자중의 하나이다. 분명히 역모를 꾀했을 법한 신하란 말이다." 하며 신하들에게 말하니, 신하들은 기가 막혀 할말을 잃었다. 이 즈음, 궁예의 황후인 강씨는 궁예에게 깊은 반감을 가지게 되었다. 자신을 미륵이라 지칭하며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으로 많은 신하들을 죽여가는 제왕이자, 사사로이는 남편인 궁예를 보며, 이를 갈게 되었다. 그 옛날 자신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던 자상한 궁예는 온데간데 없고, 주름살 끼고 머리엔 새치가 낀 미친 늙은이일 뿐이다. 강씨는 점점 궁예를 미워해갔다. 궁예도 강씨를 점점 꺼려해가며, 그녀의 침소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어느 날, 궁예가 황후의 궁실을 지날 때, 궁실을 잠시 보며, "참으로 낡아 빠진 것 같구나. 화려했던 기둥의 빛깔이 빛 바랜 것 같다. 덧칠하도록 하라." 하며 아랫사람에게 명령하니, 대신들은 궁예의 명을 받고 기둥을 덧칠하였다. 그러나 이 기둥은 곧 황후 강씨를 비유하는 말일 것이리라.. 강씨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강씨는 궁예를 점점 증오하게 되어, 아들인 청광과 신광에게 일러두었다. "너희들은 절대로 폐하의 대전에 들어서는 안되느니라. 폐하는 미치셨다. 너희까지 화를 당할 수 있으니, 폐하를 피해야 한다."
이때 이 말을 들은 사람이 소판 종간에게 이를 고하였고, 종간은 이를 궁예에게 알렸다. 궁예는 격분하였다.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 황후로써의 체통을 저버린 일이로다!" 궁예는 황후 강씨를 부르게 했다. 황후 강씨는 마지못해 대전으로 들었고, 궁예는 강씨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강씨는 두려움을 느꼈으나, 그러나 어깨를 쳐들고, 당당하게 궁예 면전에 섰다. 궁예는 "황후. 날이 갈수록 황후와 내가 멀어지는 것 같소이다. 황후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소?" 하며 물었다. 황후 강씨는 "소첩도 그렇게 생각하옵니다. 폐하." 하며 대답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정적이 흐르더니, 궁예가 다시 말을 했다. "그런데 말이요. 우리 둘이 이렇게 멀어지는 게 누구 탓이라고 생각하시오?" 황후 강씨는 당황하여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궁예는 "우리 둘이 멀어진게 누구 탓이냐고 물어봤소이다!" 하며 소리쳤다. 궁예는 둘이 멀어진게 자신의 탓도 있지만, 황후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국사를 돌보는 제왕의 신분이라서 황후전에 들 시간이 없지만, 황후는 제왕에 비해선 여유있는 신분이라서, 충분히 대전에 들수 있다. 헌데 황후는 이제까지 자신을 찾아온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날 두 사람의 만남은 작은 다툼으로 끝이 나고 말았다.
황후 강씨의 공격.
궁예가 연이어 법회를 열고, 자신이 미륵임을 강조하자, 궁예는 이번엔 법회때 두 아들인 청광과 신광을 좌우에 앉혀놓고 "두 태자는 짐의 왼팔과 오른팔로서, 보살들이니라. 경들은 이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궁예는 금색 모자를 쓰고 방포를 두르며, 손에 쇠방망이를 들고 있었다. 그는 쇠방망이를 번쩍 쳐들며, "이 쇠방망이는 미륵의 징표이다. 어느 누구라도 이 미륵을 거역하는 자가 있다면 이 쇠방망이가 그 자를 저승으로 보낼 것이니라. 경들은 이 점을 각별히 기억하도록 하라. 알겠느냐?" 황후 강씨는 이에 격분하였다. "왜 우리 태자들까지 끌어들여서, 골치아프게 하시는고!" 황후 강씨는 궁예의 행동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사람일 수밖에 없는 분이 미륵이 되야하고, 왜 태자들이 보살이 되야하는지를 말이다. 비록 제왕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수단이라는 것을 알긴 알지만, 이미 이런 방법은 구식적인 방법이었다. 이제는 새로운 왕권강화의 수단을 강구해야 할 시대였는데, 궁예는 시대를 거스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부처에 대한 깊은 반항이었던 것이다. 강씨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직언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강씨는 궁예왕의 대전으로 향했다. 이때 궁예는 대전에서 측근 보좌관들인 허월, 종간, 은부, 김대검등과 함께 국사를 의논하고 있었다. 궁예는 국사를 논하면서도 자신이 지은 불경을 수불석권하였다. 궁예는 "이번에 짐은 더 큰 법회단을 만들어 위엄을 더욱 더 보여주려고 하오. 더 화려하게 꾸미려 한단 말이오." 하며 측근대신들에게 일렀다. 그때 내원 허월은 눈살을 찌푸렸다. 궁예는 그 표정을 금새 알아차리고, "헌데 내원은 왜 표정이 그렇소?" 하며 물어보았다. 허월은 "폐하. 미륵은 화려함을 좇지 않는 것입니다. 미륵일수록 백성들과 함께 해야하며, 검소하고 무욕적인 생활을 더욱더 모범으로 해야 할것이온데, 지금 폐하께서는 너무 그전같지 않으시옵니다." 하며 충언하였다. 궁예는 "내원마저 짐에게 바른말을 하다니, 기특하구려." 하며 껄걸 웃고, 아예 무시해 버렸다. 허월은 하도 기가 막혀 할말을 잃어버렸다. 궁예는 "이번에 짐의 충직한 신하이자 내원의 아들인 명주태수 김순식도 이번 법회때 부르시구려. 아시겠소?" 하며 허월에게 말했다. 허월은 "예. 폐하. 알겠사옵니다." 허월은 그날 즉시, 명주로 향했다. 종간과 은부는 "폐하. 최근 내원이 폐하의 정책을 심히 비판해왔사옵니다." 하며 허월을 헐뜯기 시작했다. 궁예는 "알고 있소이다. 내가 관심법으로 봤는데, 그 사람은 내원을 맡기엔 너무 연로했고, 승려출신이긴 하나, 나와 너무 어긋나는 게 있었소. 음, 일단 그를 일단 해임시켜야 겠군. 음.." 하며 말하였다.
궁예는 허월을 해임시키는 동시에, 왕건을 소환하기로 결심했다. 나주에 있는 왕건은 백선장군이라는 중책을 맡으며, 그 지방을 선정으로 다스려나가고 있었다. 백제의 견훤도 이 나주를 함부로 공습하지 못하였다. 지방내정이 왕건에 의해 튼튼히 다져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주지방은 태봉의 땅이긴 했지만, 사실상 왕건의 땅이라고 할 수 있었다. 궁예는 이 사실을 종간과 은부등의 위해 듣게 되고, 불안한 나머지, 왕건을 다시 소환하는 것이다. 왕건은 궁예의 소환명령을 받고 철원으로 가기 위해 관복을 차리고 있었다. 왕건의 둘째부인인 오씨가 왕건의 머리에 사모관대를 씌워주며, "서방님. 왠지 느낌이 좋지 않사옵니다. 이번에 대왕 폐하께오서 또 서방님을 관심법인가 뭔가로 의심할지 모르는 일이옵니다." 하며 걱정하였다. 오씨의 이 걱정에 왕건은 부인을 애써 타이르며, "나는 느낌이 좋소이다. 폐하께오서 나를 중용하실 것 같소이다." "아니, 왜 그러시옵니까?" "내가 한동안 이 나주에서 선정을 베풀고 있음을 폐하께오서 아시고, 나를 소환하려는 것이오. 헌데 내 기반인 나주가 튼튼해진 것은 이미 당연한 일이오. 아마 폐하께서는 나를 죽이려고 하실 것이오. 그러나 나의 기반인 나주와 패서도의 사람들이 이 때문에 악감정을 품을까봐 나를 죽이지 못하시는 것이오. 아마도 이런 것 때문에 폐하께서는 나를 중용하시려고 부르시는 것일게요." 왕건의 이런 선견지명에 휘하 부장들은 모두 감탄하였다. 왕건은 서둘러 배를 타고, 철원으로 떠났다. 한편 대전에선 제왕 궁예와 황후 강씨가 맞닥뜨리고 있었다. 강씨는 직언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폐하의 행동은 납득이 가질 않사옵니다. 부처에 대한 모독이옵니다. 아시겠사옵니까?" 궁예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금 나에게 설교하는 것이오!" 궁예는 내인들을 시켜 황후를 끌어내게 했다. 황후 강씨는 대전에서 쫓겨나고, 이를 갈았다. 강씨는 그날부터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다. 지금의 제왕을 몰아내고, 새로운 제왕을 새우려는 음모이다.
황후를 죽이는 궁예. 그리고 시중이 된 왕건.
그러나 이러한 음모는 종간과 은부가 눈치를 차리고, 두 사람은 재빨리 궁예에게 고하였다. 궁예는 "황후가 실성하였군. 황후를 당장 부르라하라!" 하며 좌우에 명령하였다. 신훤등의 심복들이 황후전으로 달려가, 황후 강씨를 끌어왔다. 강씨는 대항해봤으나, 신훤등의 굵은 팔뚝에 붙잡혀 꼼짝달싹 못하고 조당에 왔다. 궁예는 조당의 중앙에 있는 옥좌에 앉아, 황후를 노려보았다. "황후가 이럴수가 있는가? 한나라의 국모란 사람이 감히 미륵을 어기려고 했는가!" 황후 강씨는 "폐하는 미치셨습니다! 예전의 폐하가 아니십니다. 지금의 폐하는 천년묵은 시랑보다도 더 못한 존재같사옵니다!" 하며 욕설을 하였다. 궁예는 분노하여, "감히 짐에게 시랑보다 못한 존재라고 했는가? 이런 괘씸한 한나라의 국모로서 어찌 그런 더러운 말을 할수있단 말이냐!" 황후는 "폐하는 부처를 모독하면서 자신을 미륵이라 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기는커녕, 많은 무고한 신하들을 도륙하고, 백성들의 피를 빨았사옵니다. 지금 이 철원거리는 온통 시체투성이고, 굶주린 자들이 지금도 죽어가고 있사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폐하는 화려한 법회를 열 생각만 하시니, 참으로 한심스럽사옵니다!" 하며 궁예에게 다시 소리쳤다. 궁예는 "더 이상 안되겠구나. 내가 관심법으로 너의 마음을 다 읽어 보았는데, 넌 지금 온통 간통을 할 생각만 하고 있구나. 괘씸한지고. 죽을 준비나 하라. 마지막으로 할말은 없느냐!" 하며 황후에게 시간을 주었다. 황후는 "할말이 없소이다. 이미 갈 몸 빨리 죽여주시오!" 하며 외쳤다. "오냐. 소원이라면 들어주마." 궁예는 말을 마치자 마자, 쇠방망이를 열화에 달구기 시작했다. 그리고 쇠방망이로 후려치니, 황후는 절명하고 말았다. 궁예는 "이번 역모계획에는 두 보살인 청광과 신광이도 연루될 가능성이 크니라. 그 두 태자도 죽이도록 하여라!" 하며 청천벽력같은 명령을 하니, 궁예의 영을 받은 장수들은 동궁으로 달려가, 청광과 신광의 목을 효수하였고, 태자들의 스승인 박유는 이 광경을 보고 충격을 받고 말았다. 제왕이 황후와 태자들을 죽였다는 소식은 태봉국 전체에 알려졌고, 궁예는 민심을 더욱더 잃고 말았다. 박유는 궁예에게 더욱더 실망하고, 산속으로 은거해버렸다. 궁예의 측근들인 많은 신하들도 궁예에게서 더욱더 멀어져갔다. 종간과 은부등도 궁예를 두려워 하기 시작했다. 허월은 황후와 태자들의 소식을 듣고 통곡을 하며, "지금의 제왕은 할 일을 다 한 사람 같다. 이제 끝이로구나. 난세로다. 태봉국은 이제 얼마 안가 멸망할 것이다."
며칠 후, 왕건은 철원에 도착하였고, 궁예는 왕건에게 시중에 임명한다는 교지를 주며, "경을 다시 시중에 임명하니, 최선을 다하여, 직무를 다하도록 하라." 하며 당부했다. 왕건은 무릎을 꿇고 두손으로 교지를 받고, "망극하옵니다. 폐하." 하며 대답하였다. 궁예는 조당의 중앙옥좌에 앉아, 밑에서 자신을 보좌하고 있는 왕건을 손으로 가리키며, 문무백관들에게 말하였다. "이제부터 모든 정사의 중심은 바로 시중인 왕건이니라. 경들은 앞으로 시중의 말을 짐의 말과 같이 여기도록 할지어다." 궁예의 당부에 문무백관들은 모두 "그리하겠나이다. 폐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왕건이 시중이 된 그 날, 궁예와 왕건은 대전에서 적지 않게 국사에 대해 논의를 하였다.
왕건의 혁명
때는 918년. 태봉의 수도 철원에서는 혁명의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이미 궁예는 가망이 없었다. 이제 백성들은 새로운 지도자를 갈구하고 있었다. 궁예의 4대 기병장군인 홍유, 배현경, 삼능산, 복지겸은 서로 모여, 의논하였다. 홍유는 "이제 더 이상 가망이 없소이다. 지금의 제왕은 포학하지 그지없고, 백성들의 삶은 피폐되고 있으니, 갈아버려야 합니다." 배현경도 같은 말을 하였다. 그리고 "시중 어른(왕건)을 추대하십시다. 그분은 덕망이 높고, 인정이 많으시고, 여러 가지로 지도자적인 자질이 있는 분이십니다." 삼능산은 "아무렴요. 시중 어른은 나의 주군이시기도 합니다. 가까이서 자꾸 보면 그분의 뛰어난 인품에 매료되곤 합니다." 하며 왕건을 칭찬하였다. 복지겸은 "그분은 수많은 전투에서도 뛰어난 통솔력을 발휘하여, 양길, 견훤등을 격파시키기도 했습니다. 또 내정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여, 실로 제왕감이라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영웅이십니다. 지금의 제왕인 궁예도 영웅이지만, 시중 어른도 영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삼능산은 세 장수들에게 "홍유장군은 견권과 연주, 호의 세 장군에게 일러, 거사를 도모하자고 하십시오. 배현경장군은 궁예왕의 측근인 장군 환선길을 꼬드겨 우리의 거사에 동참하도록 설득해 주십시오. 복지겸 장군은 사병들을 모두 집합시켜, 거사 준비를 해주십시오." 하며 각자의 역할을 말해주었다. 네 장군이 각자의 역할을 마치고, 거사준비를 마쳤다. 환선길은 "언제면 거사가 시작되오이까?" 하며 물었다. 홍유가 말하였다. "거사는 곧 시작되오이다. 시중 어른의 허락만 받으면 되오." 견권, 연주, 호의, 환선길 그리고 환선길의 동생 환향식등은 군사를 대기시켰고, 홍유, 배현경, 삼능산, 복지겸 네 장수는 시중 왕건의 가택으로 향했다. 왕건은 이 밤중에 뜻밖에 네명의 기병대장들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황급히 대문으로 나아가, 네 장수를 반겨주었다. "아니, 여기까지 무슨 일들이십니까?" 왕건이 묻자, 네 명의 장수들은 각오를 한 표정으로 "시중 어르신.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죠." "어허, 그것참,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자, 안으로 드십시다. 부인." 왕건은 첫째부인인 유씨를 불러 차를 들이라고 명했다. 유씨는 몸종과 함께 차를 달이려고 들어갔다. 왕건과 홍유, 배현경, 삼능산, 복지겸 네 사람은 사랑방 안채에 들었고, 왕건은 좌석에 앉아, "무슨 일들이시오. 말씀하시구려." 하고 말하였다. 홍유가 물었다. "시중 어르신. 시중 어르신께서는 지금의 대왕에 대해서 어찌 생각하시나이까?" 왕건은 홍유의 물음에, 한숨을 쉬며 대답하였다. "이를 말이겠소이까? 그전의 폐하가 아니십니다. 내가 스무살 적쯔음때의 가까이서 본 그때의 폐하의 모습과는 딴판이시죠." 배현경이 나서며, "지금 이 태봉국은 흔들리고 있사옵니다. 주상(主上)인 대왕 궁예는 형벌을 남용하여, 관심이란 해괴망측한 무기로 많은 신하들을 죽이고, 부녀자들을 강음했으며, 부처를 욕되게 했고, 심지어는 황후마마와 두 태자분들의 목숨까지 앗아가게 했습니다. 그리고 철원황궁 공역과 많은 이유등으로 백성들이 도탄에 빠져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며 말하였다. 삼능산이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삼한의 통일을 이룰 수 없을 것이옵니다. 주군. 생각해보소서. 남쪽의 백제 견훤왕이 우리 태봉국을 치기위해, 벼르고 있사옵고, 북쪽으로는 많은 이민족들이 언제라도 우리 북쪽 국경을 침탈할 듯이 노려보고 있으니, 이젠 주상을 바꿔하 할때가 아니겠습니까?"
이번엔 복지겸이 나섰다. "나는 예전 김순식 휘하에 있다가 지금의 주상의 휘하에 들어와, 기병대장을 역임하기까지 시중 어르신의 모습을 뵈어 왔사옵니다. 그리고 시중 어르신의 뛰어난 덕망을 보았사옵니다. 우리의 윗자리에 서주십시오." 왕건은 복지겸의 말에 대경실색하며, 어쩔줄을 몰라했다. 삼능산이 나서며, "주군. 폭군을 멸하고 명군을 세우는 것은 천하의 대의입니다. 청컨대, 주군께서는 탕왕과 무왕의 일을 본받아야 하옵니다." 하며 말하였다. 왕건은 "아, 이를 어찌하리요." 하며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 있기만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안색을 바꾸며, 거절하기를 "내가 충성과 순직으로 자허하여 왔는데, 지금의 폐하께오서 포학하다고 하지만 감히 두 마음을 가질 수 없소이다. 불사이군이라 했소이다. 대저 신하로서 그 주인을 교체하는 것을 흔히 혁명이라고 하는데, 이 부덕한 내가 어찌 은, 주의 일을 본받을 수 있겠소이까? 난 못하겠소이다. 물러들 가시오." 왕건이 딱잡아 거절하자, 홍유, 배현경, 삼능산, 복지겸등은 애원하다 시피 하여 "때는 두 번 오지 아니하므로, 만나기는 어렵고 잃기는 쉽습니다. 하늘이 주는 것을 취하지 않으면, 도리어 그 벌을 받게됩니다. 지금 정치는 어지럽고 나라는 누란지위인데, 백성들이 모두 지금의 제왕을 미워하기를 원수와 같히 합니다. 지금의 있어 덕성이 주군의 미칠 자가 없습니다. 지금의 기회를 놓친다면 궁예에게 화를 입을 수 있사옵니다." 그래도 왕건이 아무 대답도 아니하자, 밖에 이를 엿듣고 있던 부인 유씨가 갑옷과 투구를 왕건에게 바치더니, "서방님. 인으로서 불인을 치는 것은 예로부터 그러하옵니다. 지금 네 장군의 의견을 들으니, 첩으로서도 분심이 일어나는데, 더구나 대장부에 있어서이겠습니까? 지금 여러 사람의 마음이 갑자기 변하는 것은 천명이 돌아왔기 때문이옵니다. 자, 받으소서. 서방님. 서방님의 혁명을 위한 갑옷과 투구입니다. 시간이 없사옵니다. 서방님. 받으소서. 어서요!" 부인 유씨마저 그러한데, 어찌 왕건이 거절할 수 있겠는가...
"부인마저 그러하니, 어쩔 도리가 없구려. 알겠소이다. 내 혁명을 하겠소이다. 자, 나가십시다. 곧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왕건이 허락하자, 네 명의 기병대장과 부인 유씨는 감격의 눈으로 왕건을 바라보았다.
왕건과 네 기병대장 그리고 부인 유씨가 준비된 혁명군 앞에 섰다. 그들은 모두 복지겸이 소집한 군대였다. 약 1만의 군대같았다. 왕건이 혁명군 앞을 바라보니, 장군 환선길도 있었다. 이것 참으로 뜻밖이었다. 환선길은 궁예의 둘도 없는 충복인데, 이번 혁명군에 동참하니, 왕건이 생각하기를 "이제 주상은 정말로 끝이로구나."
많은 군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삼능산이 군사들 앞에 나서며, 이렇게 외쳤다. "시중 어르신께서 의기를 드셨다!" 왕건은 삼능산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미소를 지어보이고, 병사들 앞에 나아가, 외쳤다. "장졸들은 들으라! 이 태봉국은 국정이 혼란하며, 지금의 대왕은 황후와 많은 신하를 도륙하는 걸주를 본받는 악행을 저질렀느니라! 이러하니 어찌 내가 일어서지 않을수 있으랴! 대저 인으로 불인을 치는 것은 마땅한 일인즉, 나는 곧 황궁으로 쳐들어가, 황궁을 접수하고, 대왕을 찾아 처형하여, 주상에 의해 주살된 많은 혼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새로운 세상을 열것이니 모든 장졸들은 나를 따르라!" 왕건의 힘찬 웅변이 끝나자, 많은 장졸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왕건을 따르기 시작했다. 왕건의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이때 황궁의 궁예는 조당 옥좌에 앉아, 석회(夕會)를 열고 있었다. 양쪽에는 많은 태봉의 신하들이 있었다. 종간, 은부, 김대검, 장귀평, 장일, 모흔, 박술희, 박지윤, 박수경, 박수문 삼부자와 유천궁, 오다련, 그리고 장군 김언과 종희, 또 유금필, 금용등이 그들이었다. 궁예는 오늘도 어김없이 금색 모자를 쓰고 용포위에 방포를 둘르며, 손에 염주를 만지작 거렸다. "짐은 새로운 태자를 뽑으려 하오. 전의 두 보살인 청광과 신광은 짐을 거역한 나찰들이었소이다. 그래서 짐은 그들을 미륵의 힘으로 처단한 것이오. 그들이 심판됨에 따라, 짐의 후계자 자리가 비었소이다. 경들이 추천해보오." "폐하. 폐하의 세 번째 아드님이신 동광 태자분을 후계자로 하심이 마땅한 것으로 아뢰오." 신하들이 모두 그리 말하자, 궁예는 "알겠소. 경들의 뜻이 그러하니, 짐의 후계자는..." 궁예가 막 말을 끝내려 할 때, 밖에서 군사가 뛰쳐나오더니, "폐하! 큰일이 터졌사옵니다!" 모두 놀라 그 군사를 바라보았다. 궁예는 "무슨 일이더냐?" 군사가 말하니, "시중인 왕건이 반역을 일으켰사옵니다! 어서 피하시오소서!" 궁예는 그말에 충격을 받았다. "뭐라? 시중이 반역을! 왜? 도대체 왜 반역을 일으켰다더냐?" 군사는 "자세한건 모르겠사옵니다. 피하십시오!" 종간과 은부, 김대검등 측근 보좌관들이 "폐하. 어서 피하소서." 하니 궁예는 분을 억누르며, "아!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이냐! 내가 언젠가 시중에게 관심법으로 다그친 일이 있었는데, 그때 죽이지 못하여 오늘날의 화근을 낳고 말았구나." 궁예는 신훤과 김대검, 장귀평의 호위를 받으며 변복 차림을 하고 빠져나갔고, 종간, 은부, 모흔, 장일등은 포박될 결심을 하고, 궁실에 남았으며, 장주 최응은 왕건을 맞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많은 신하들이 서로 의논하기를, "지금의 주상은 이제 끝입니다. 시중인 왕건이 이제 새로운 주인이 될것같으니, 왕건에게 항복하십시다." 모두 만장일치를 하였고, 최응과 함께 왕건을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 궁예와 세 신하는 황궁을 빠져나와, 부양으로 달아났다. 궁예는 "왕건이 이럴수가 있느냐? 어찌 이럴수가!" 하며 이를 부드득 갈았다. 한편 왕건의 혁명군은 손쉽게 황궁을 장악했고, 최응이 왕건을 반겨주었다. 최응은 "새로운 주인이시여. 어서오소서. 저희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며 조당의 중앙 옥좌를 가리키며, "자, 폐하. 오르소서." 하며 권하였다. 왕건은 사양하였다. "아직 전왕이 죽지 않았는데, 어찌 감히 옥좌에 앉을 수 있겠소? 자, 그것보다도 우선 전왕을 찾아야 합니다. 어서요." 왕건은 이렇게 말하며, 장군 호의와 견권, 연주, 김락을 불렀다. "김락장군은 호의, 견권, 연주 세 부장들을 이끌고 나가 북쪽의 영흥으로 가서 전왕을 찾으시오." 김락등이 명을 받고 나가자, 왕건은 다시 궁예휘하의 기병장군 박술희를 불렀다. "박술희장군은 북쪽의 평강쪽으로 가서 전왕을 찾도록 하오." 박술희는 영을 받고 급히 나갔다. 두 장수들이 모두 나가고, 왕건은 "전왕이 평강이나 영흥쪽으로 가지 않을수도 있소이다. 지금 즉시 북쪽 영토 전역에 방을 띄워 전왕인 궁예왕을 수배하도록 하오." 하며 다시 명령하니, 많은 장수들은 명을 받고 나갔다. 최응이 다시 권하였다. 왕건은 사양하였다. 그러자 이번엔 많은 신하들이 엎드려 간곡하게 청하니, 왕건은 "알겠소이다. 앉겠소이다." 하며 옥좌에 나아가, 앉아 보였다. 그 모습은 전왕인 궁예 못지않는 제왕의 풍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