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금요일 밤 9시반에 집을 나서서 막힘없는 영동고속도로를 내달리며 문막휴게소에 잠깐 들른후, 차항리 숙소에 도착하니 정각 자정이다.네덜란드산 김치치즈를 안주삼아 비어켄 두어개를 들며 일가족 셋이서 TV 프로그램을 잠시 시청한뒤 새벽 한시반경 눈을 붙인다. 앞베란다 창틈 사이로는 다음날의 심한 황사를 예고하듯 바람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2.토요일 아침7시에 일어나 조식후 아이는 밀린 공부를 하며 숙소에서 쉬겠다고 하여, 스텔라와 둘이서 보현사~선자령을 오르기 위해 구 대관령을 넘어 강릉방면으로 내려섰다.허나 앞이 안보일 정도로 심한 황사가 몰아쳐 산행을 포기하기로 한다.맑은 공기 마시며 건강을 위해 산을 오르려 했으나 외려 건강을 해칠것 같아서이다.
다시 대관령을 올라 능경봉 초입의 샘터에 들러 샘물을 길은후 3,8 장날인 진부장을 구경키로 하고 싸리재를 넘어 진부땅으로 들어섰다.북적거림과 여기저기서 들리는 흥정의 목소리 그리고 호떡이며 풀빵,구수한 오뎅내음과 즉석 양념칼국수등 눈과 입맛을 당기는 그런 시골장터 그대로이다.싸리로 엮어 만든 원형발(산나물을 데친후 건조키 위해)과 짚으로 만든 청소용 빗자루를 셈한후, 이날따라 유난히 많이 눈에 띄는 각종 묘목이며 화초를 구경한다.
오후2시경에는 다시 횡계 용산리 정을0씨 집에 들러 보일러 점검등 집안을 한바퀴 둘러보았다.쥔장은 한달 이상 집을 비운 상태며, 이날도 금강산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횡계시내의 농협마트에 들러 목살을 끊은후, 숙소에서 상추쌈에 고기를 얹어 황사먼지를 가라앉히듯 입을 크게 벌리며 맥주로 입가심까지 하니 비로소 목이 개운해(?) 지는듯 하다.
3.일요일 아침6시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밤새 비가 내린듯 포도에 물기가 고여있고 베란다 창문에 물방울이 주루룩 흐른다.뒷베란다 구릉으로는 얕은 춘설이 은빛으로 반짝이고...
조식후 아직도 옅은 황사와 안개비로 맘속에 간직한 산행대상지를 되돌려 백일평으로 오르기로 한다.J군도 아직 못가봤으니 일가족 셋이서 등산이라기보다 가벼운 산책 정도로 생각하고서...
이날이 연속 삼주째의 백일평 산행인 셈이다.춘두목 초입부터 새하얀 눈을 뒤집어쓴 춘설이 이국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조그만 재(고개)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다음 기회에는 이고개 왼쪽 즉 남쪽 싸리재 방면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길을 가보리라 머리속에 미리 그려본다.그리고 우측 북쪽 능선길로 하여 황병산 서녁골을 연결하는 코스도...
잠시뒤에는 백일평에 닿을 수 있었고 우리의 걸음걸이는 부드러운 흙의 기운을 한껏 느끼며 위부터 아래까지 길게 한바퀴 휘돈다.간간히 푸른하늘이 터지며 밝은 햇살이 부채살 마냥 낙엽송 가지 사이로 드넓은 초지위로 내려 앉는듯 하다.물가 양지녁에는 샛노란 산괭이눈 군락이 장관을 이룬다.이곳 백일평에서 처음 맞이하는 봄꽃이다.켐코더로 봄의 색감을 빨아들이듯 줌인해 본다.개울가 옆 평탄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들며 지저귀는듯한 청아한 새소리를 들으며, 해발 천여미터 고지위에서 다가오는 봄을 나름대로 느껴본다.
오륙년전 약 삼년간을 화악산을 중심으로 강원도 화천지역을 돌며 나름대로 오지산행등을 하며 한때를 보낸적이 있었다.허나 아무래도 수도권과 가까운 때문인지 해를 거듭할수록 계곡이며 산에 몰려드는 인파에 식상하던 차에 이곳 강원 중부권에 지금 잠시 정착한 셈이다.아무래도 수도권에서 비교하면 화천권 보다는 거리가 멀어서인지 인적이 한결 드물다.
열한시경 백일평을 뒤로한채 다시 고개길을 오른다.이제는 어엿히 자라 스텔라와 장난치며 걷는 다정스런 두모자의 뒷모습을 켐코더에 담는데, 그 광경을 시샘하듯 아침녁 소나무에 얹힌 눈이 빗물이 되어 주루륵 흐르며 렌즈를 얼룩지게 하는 4월 둘째주 춘설을 밟으며 산책한 백일평 산행이었다.
4.참석인원;고동0,고성0,고준0등 일가족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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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산맥회 원문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