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유에서든 갑자기 젖을 끊는 것은 아이와 엄마 모두에게 힘들다. 엄마는 젖이 심하게 불고, 심하면 유선염이 생길 수도 있다. 호르몬 변화 때문에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아이로서도 ‘모유 중단’은 대단한 사건이다. 아이의 소화기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모유 끊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심할 때는 특정한 물건에 대한 집착·야경증·복통·변비·분리불안증 등의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모유를 잘 끊는 것은 모유 수유를 시작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모유, 언제 끊는 게 좋을까?
엄마들이 젖 떼는 시기로 많이 선택하는 때는 워킹맘이 출산휴가를 끝내고 직장에 복귀하는 생후 3개월, 월령에 맞게 철분이 풍부한 이유식을 충분히 먹지 않고 젖만 빨려고 해서 성장 장애가 염려되는 생후 6개월, ‘다 큰 아이에게 빈 젖을 물린다’, ‘이젠 충분히 먹인 것 같다’고 생각하는 생후 12개월 전후다.
그렇다면 모유를 떼는 가장 적당한 시기는 언제일까.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에서 권장하는 모우 슈유 기간은 2년 이상 아이가 원할 때까지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하면 생후 12개월 이후 아기가 스스로 원할 때 끊는 것이 적당하다. 생후 6개월부터는 이유식을 시작해 여러 가지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젖 먹는 것보다 다른 것들에 더 흥미를 느끼면 자연스레 아이 스스로 젖을 멀리하게 된다. 아이가 원하지 않는데 돌 전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모유를 끊어야 한다면 젖 끊는 과정이 좀더 어려워진다. 이때는 아이와 엄마의 컨디션을 잘 살피면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유 잘 끊는 기본 원칙
1 요구할 때만 젖을 준다 | 습관처럼 젖을 물리고 있다면 모유 끊기가 더욱 어렵다. 아이에게 적극적으로 젖을 주지 말고, 먹겠다고 할 때만 젖을 준다. 분유나 우유, 이유식 먹는 양을 서서히 늘리면서 모유에 대한 관심을 줄여나가는 것이 모유 끊기의 기본 원칙이다.
2 평소 수유 패턴을 바꿔본다 | 평소 모유 수유 패턴을 바꾼다. 특히 아이가 수유하기 좋아하는 특정 시간이나 장소가 있으면 반드시 피한다. 젖 먹던 분위기를 연상시켜주는 상황도 만들지 않는다. 아기가 깨자마자 젖을 찾는 습관이 있다면 다른 음식을 대체해서 먹이는 등 젖 먹던 패턴을 잊게 하는 것이 좋다.
3 아이의 컨디션을 고려한다 | 가능한 한 여름과 겨울철, 아기가 아프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시도하지 않는다. 모유를 끊는 자체가 아이에게 스트레스다. 또 여름이나 겨울철은 다른 계절에 비해 탈이 많이 나고, 감기 등의 질병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 엄마 유방도 부작용 없는 젖떼기
아이뿐 아니라 엄마의 몸 상태도 고려하는 젖떼기를 해야 한다. 젖을 말리는 동안 젖이 너무 불어서 아프면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약간만 짜준다. 너무 많이 짜내면 오히려 젖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냉찜질도 젖 분비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젖을 뗄 때는 뜨거운 것이 유방에 닿지 않도록 한다. 모유는 피로 만들어지는데, 뜨거운 것이 닿으면 몸 안의 혈액순환이 활발해져 모유가 더 많이 생성된다. 너무 꽉 끼는 브래지어 대신 평소보다 한 사이즈 큰 것을 착용한다. 젖을 동여매면 젖을 말리는 효과가 없고, 오히려 유관이 막히거나 유선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수분 섭취를 제한할 필요는 없고, 수유 때와 마찬가지로 갈증이 나면 마음껏 물을 마셔도 된다. 단, 염분이 높은 음식은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워킹맘, 출산 휴가를 끝내다
>> 생후 3개월 이내에 모유 떼기
1 우유병으로 먹는 연습을 한다 | 생후 3개월 이내의 아이라면 젖을 뗀 후 분유를 먹여야 한다. 젖을 끊기 전 우유병으로 먹는 연습을 충분히 하고, 소아과 의사와도 분유 먹이는 문제를 미리 상의하는 것이 좋다.
2 모유 끊기 스케줄을 작성한다 | 수유 횟수를 서서히 줄여나간다. 예를 들어 만약 5일 이내에 젖을 끊어야 하는데, 지금 아기가 하루에 10번 모유 수유를 하고 있다면, 매일 2회 분량의 모유 수유를 분유 수유로 대체해서 5일 후에는 모유를 완전히 끊을 계획을 세운다.
3 젖 말리는 약은 쓰지 않는다 | 직장에 복귀하기 위해 단시간에 젖을 떼야 하는 경우 많은 엄마들이 젖 말리는 약을 찾는다. 하지만 모유 수유 전문가들은 젖 끊는 약을 절대 권장하지 않는다. 이런 약을 복용하면 엄마에게 뇌졸중이나 구토, 경련 등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다. 1994년 이후 미국 FDA에서 더 이상 젖 말리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은 약도 있을 정도다. 약보다는 엿기름, 식혜 등 민간요법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엄마, 아이 모두 마음의 준비가 됐다
>> 생후 12개월 전후 모유 떼기
1 아이에게 충분한 애정을 보여준다 | 무엇보다 아이는 젖을 끊음으로써 엄마와의 사랑도 끊겼다고 생각할 수 있다. 모유 수유를 중단할 때는 아이에게 이전보다 더 많은 관심과 스킨십으로 ‘엄마의 사랑’을 재확인시켜주는 일이 필요하다. 슬링이나 캐리어, 아기띠 등을 사용하면 아이와의 친밀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애정 표현을 한다고 해도 아이에게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은 정확히 구분한다.
2 수유 횟수를 줄인다 | 수유 시간을 짧게 하고 수유 횟수를 줄이는 것이 좋다. 하루를 기준으로 한 번을 줄이면 3∼4일간 엄마와 아이가 적응할 시간을 두고, 잘 적응이 되면 다음 한 번을 더 줄인다. 처음에는 이유식이나 밥, 생우유, 주스 같은 음식을 먹는 낮 시간의 수유를 먼저 중단한다. 잠자기 직전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먹는 젖은 끊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가장 나중으로 미룬다. 젖을 끊고나서는 분유가 아니라 밥과 반찬이 주식이 되어야 한다.
3 다른 쪽으로 관심을 유도한다 | 배고파서 젖을 찾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될 때는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조금 먹이거나 장난감이나 책을 이용해 아이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는 것도 좋다.
아직도 간식으로 젖을 문다
>> 두 돌 넘어 모유 떼기
1 젖 먹는 시간을 연기한다 | 수유 횟수를 줄이기 전에 한 번의 수유 시간을 줄이는 것을 시도해본다. 또 아이가 젖 먹는 것을 미룰 수 있을 만큼 미룬다. 특히 모유를 불규칙하게 먹는 경우 특정 시간의 수유를 중지하는 것보다, 젖 먹는 시간을 연기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다.
2 우유병 수유도 중단한다 | 아직까지 젖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은 생우유도 우유병에 담아 먹는 경우가 많다. 우유는 우유병이 아니라 컵에 따라 먹이는 것이 좋다. 젖을 완전히 끊기 전에 철분이 풍부한 이유식, 밥과 반찬을 충분히 먹고, 컵에 우유를 먹는 연습을 미리 해둔다.
3 아이와 타협한다 | 만 2세 정도가 넘으면 아이는 엄마 말귀를 어느 정도 알아듣는다. 아이에게 “더 이상 젖을 먹으면 안 돼” 하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기보다는 충분한 설명으로 아이를 설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젖은 아가가 먹는 거야. 우리 민준이는 이제 형아니까 엄마 젖은 더 안 먹어도 되지?” 하는 식으로 아이의 자존감을 세워주면, 스스로 모유를 끊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 step by step 젖말리기 스케줄
Step 1 젖을 끊기로 결정한 날 아침까지 충분히 젖을 빨려 유방 안의 젖을 비운다.
↓ 3 ~ 4일간
Step 2 하루 3∼4번 또는 젖이 불어 불편할 때마다 50cc 이하로 유방의 젖을 짜낸다. 하루 한 번은 유방 안의 젖을 완전히 짜낼 것. 유방은 냉찜질한다. 모유량이 많을 경우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 2 ~ 3일간
Step 3 젖이 불어도 불편하지 않으면 짜내지 말고, 하루 한 번만 완전히 젖을 짠다. 이때쯤이면 유방의 통증은 거의 사라진다.
↓ 1 ~ 2주일 후
Step 4 유방의 젖을 완전히 한 번 비운다. 이때는 젖이 오래되어 황색을 띠거나 끈끈한 젖이 나올 수도 있다.
↓ 1 ~ 2개월 후
Step 5 한 번 완전히 유방의 젖을 비운다.
* 현재 모유 수유 중인 엄마들에 맞춘 스케줄로, 엄마들의 가슴 상태에 따라 기간이 줄거나 연장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