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답사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인근 지역 몇몇 석탑재 때문에 동선이 길어지고 꼬였다. 동선 잡기가 쉽지 않았는데 해미 송덕암에서 고북 쪽으로 돌아갔다 다시 홍성 갈산 가곡리로 가는 게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차라리 가곡리를 먼저 가고 보령으로 내려가 천북과 오천을 들른 뒤 다시 북상해 고북면을 돌아보기로 했다.
그렇더라도 해미 송덕암에서 홍성군 갈산면 가곡리까지 가는 길이 짧지는 않다. 가곡리에는 서산 고북과의 경계를 이루는 삼준산이라는 산이 있다. 현재는 삼준산이라고 부르지만 어느 시대에는 삼존산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사지총람 자료에는 이곳에 있는 절터를 삼존사지라고 부르고 있다. 아무튼 이 사지에 석탑재가 있다기에 보러 가는 길이다.
40번 국도에서 우회전해 동막마을 지나니 이윽고 가곡저수지가 보인다. 저수지 왼쪽으로는 음식점들이 간간이 보이는데 이 길을 따라 끝까지 가기 직전 왼쪽으로 시멘트길이 나타난다. 첫눈에 보기에도 상당한 경사를 이루며 산으로 오르는 길임을 알 수 있다. 이 길을 놓치더라도 직진할 수 있는 길은 곧 민가에 막혀서 끝나니 되돌아가면 된다.
비포장과 시멘트포장길이 번갈아 이어지고, 어느 곳에서는 차를 한번 돌려야 진행할 수 있는 길이다. 승용차로는 안 될 것은 없겠지만, 상당한 각오를 하고 올라야할 것 같다. 임도는 계속 이어지는데 가다보면 오른쪽에 삼준암 500m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차는 여기에 세우고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길지 않으니 10분이면 족하지만 길은 가팔라 꽤 힘이 들고 내려올 때는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대신 높은 곳이다 보니 전망은 좋아서 답답한 마음을 열어 준다.
이곳에는 민간신앙인에 의한-내가 직접 알아본 것은 아니고 접한 자료들에 그렇게 표현되어 있다- 건물들이 있는데, 석탑은 건물 바로 옆에 서 있다. 이 석탑은 사찰 주지스님이 모아서 맞춘 것이라고 하는데 석탑이라고 부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다. 탑 바로 옆에는 다른 하나의 옥개석이 더 있다.
가곡리에서 나와 보령으로 향한다. 천북초등학교에 사호리 절골사지에서 이안된 석탑재가 있다기에 확인하러 가기로 한 것이다. 한국사지총람에는 ‘2층의 옥개석만 남았’다고 되어 있는데, 옥개석 둘이라는 이야기인지, 석탑 2층에 놓였던 옥개석이란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학교에 들어서니 아무래도 校舍 앞 화단에 있을 것 같다.
탑재는 화단 중앙쯤에 두 개의 옥개석이 포개진 채 놓여 있었다. 위에 놓인 옥개석의 3단의 층급받침은 분명하게 보이지만 아래 옥개석은 흙에 박혀 있어 확인할 수 없었다.
이번에는 보령 방조제를 건너 보령 교성리 사지로 향한다. 사지에는 석탑과 석불이 있다는 것이다. 주소는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교성리 834번지다. 이 길은 오천향교를 가느라 전에도 두 번이나 오갔던 길이건만 그때는 이런 곳이 있다는 것조차 알 수 없었으니 찾아볼 생각도 못했다. 한국사지총람 자료에 따르면 김신마을 민가의 창고 같은 건물 안에 위치한다고 되어 있는데 다른 자료에 보니까 ‘곽00’씨 집이라고 한다.
내비는 인근까지 잘 안내했지만 어디가 그 집인지 알 수 없어 집집마다 들어가 사람을 찾아보지만 바쁜 시절인지 사람을 만날 수 없다. 그래도 세 번째만에 그 집을 찾았다. 밖에는 없었지만 마루 기둥에 문패가 있었다. 창고는 대문 들어가자마자 오른쪽에 있는 작은 건물이었다.
문을 열고 보니 기단 없이 3층의 탑신부만 있는 석탑(1m) 위에 석불이 앉아 있다. 석불은 이 집안에서 신앙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창고가 매우 작아서 옥개석만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석탑의 전모를 담기가 쉽지 않았다.
[문화재설명문 출처: 한국사지총람]
첫댓글 참 경이롭습니다. 삼준산에서 내려오는 길이 만만찮은데 잘 견디셨고, 꼼꼼하게 확인하신 걸 보니 경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브라보.
출발 전에 검색해보니 청매님께서 이미 우리 카페에 올려놓으셨더라고요.
길이 험악해도 차로 갈 수 있다는 취지로 써놓으셔서 차를 몰고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삼준암에서 차 세워둔 임도까지 내려오다 한번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했지요 ^^^
홍성에는 잘 알려지지 않고 밝혀지지도 않은 탑재가 또 있습니다. 어느 사찰 샘 옆인데 이 자료가 어디로 숨었는지 도대체 찾을 길이 없어서 자신 있게 전해 드릴 수 없어 죄송, 또 죄송합니다.
석조 유물이 많은 경주 정도라면 싹 무시해도 좋은 허술한 유물인데 홍성에는 석조 유물이 다른 곳에 비해 많지 않은 편이라서 깊은 관심을 가졌는데, 이 생각이 잘못되었는지 숨바꼭질을 오래 하자고 덤비는군요.
청매님의 열정이시라면 언젠가... 아마도 그리 오래지 않아 찾아내실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우물 옆이면...
용봉사 아닌가요?
한악어님 말씀이 맞습니다. 홍성 용봉사입니다. 사찰 입구가 온통 위락 시설이고 차를 마땅히 세울 곳도 없어서 되돌아온 사실이 있습니다.
자료에 의하면 몸돌 3. 옥개석 2이라는데 이 갯수가 과연 맞은지 확인하지 못했씁니다. 언젠가는 다시 도전할 작정입니다.
열정에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탑재는 집은 비어 있었지만 개인 소유인지라 많이 조심스러웠습니다...
모다 첨 보는 탑재들이네요....ㅎ
잘봤습니다.
그야말로 탑재.... 들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