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궁은 경주 보문단지의 신라 밀레니엄 파크의 일부라 할 수 있다. 1987년 삼부토건에 의해 계획이 이루어졌다가 중단된 후 2006년에 재개되어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가장 먼저 차량이 진입할 수 있는 솟을대문을 만주하게 된다. 중앙의 칸을 넓게 늘였으며 양쪽에 벽이나 방을 둔 것이 아니라 조경과 경계석으로만 영역을 구분하였다. 실제 주차공간으로 진입하는 동선이 옆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어쩌면 형식적인 문일 수도 있으나, 영역성을 확실히 하는 의미를 갖는다.
진입부의 캐노피 아래에 차량이 정차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한옥에 이러한 사례가 없지 않았을까 싶은 재미있는 구성이다. 창덕궁 희정당에서도 처마 아래에서 마차나 차량에서 내릴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도로 위로 캐노피가 나오는 사례는 보기 힘들다. 이 캐노피는 상당한 층고를 갖는 ㅁ자 회랑과, 복층으로 구성된 건물로 연결되어 있다.
건물은 가장 전면 기둥열을 외부공간으로 내어주고 한켜 뒤에 유리입면을 갖는다. 외부에서 기단위로 사람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하며, 한옥의 퇴칸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가장 전면 기둥에 유리입면이 있다면 수직적으로 높은 기둥과 함께 건물이 너무 웅장하게 보였을 것이다. 기둥의 길이에 비해 초석이 조금 작아보여서 초석의 높이가 조금만 높았더라면 어땟을까 싶다.
건물의 내부는 한옥 호텔답게 한국적인 느낌으로 꾸며져 있다. ㅁ자형 건물 중앙의 중정은 일반적인 한옥의 마당과는 달리 연못을 두고 나무를 심어서 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이곳에서 천장을 바라보면 앞서 설명했듯 바깥기둥이 있으며, 창호가 있는 면은 종도리의 약간 바깥으로 위치해 있다.
중정과 외부를 향해 큰 유리면들이 뿌옇게 보이는데, 외부를 조망하기 쉽게 만들었으나, 유리를 청소하기는 약간 번거로울 듯 싶다.
2층 식당으로 오르는 계단의 디테일도 인상적이다. 한옥의 복층구조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례가 아니며, 간혹 다락이 있는 집에서 볼 수 있는 계단은 방에서 문을 열고 부엌이나 창고 상부를 지나 다락으로 오르기 때문에, 계단 자체가 아름답게 드러나는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챌판 측면과 난간을 곡선으로 조각해서 만든 계단이 인상적이다.
객실부는 전면에 연못을 두고 여러 방들이 이어져 있다. 각실 진입부의 ㅁ자형 마당에는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야외욕조가 마련되어 있다. 깨끗하고 전통미를 가진 객실에서 바라보는 연못에는 큼직한 잉어들이 헤엄쳐야 어울릴 것이다.
라궁은 공사완료 시한이 너무 짧아서 전통방식으로 흙을 발라서 마감하는 벽을 시공하지 못하고, 단열과 방음 등 성능을 갖춘 건식 블럭을 기둥사이에 홈을 파서 끼워넣는 방식을 사용해 지어졌다. 장단점이 있겠으나, 기술이 발달한만큼 현대적인 재료와 기술을 접목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객식들을 연결하고 있는 회랑에서 바라본 서비스동(로비, 식당)은 좌측은 팔작지붕으로, 우측은 맞배지붕으로 되어 있다. 복층과 단층, 목조와 유리창, 다양한 지붕의 형태 등을 한 건물에 게획해보려 하는 건축가의 위트가 느껴졌다. 석축 위로 오르면 전통가옥이 위치하고 있어서 호텔과 잘 어우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