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팬데믹 시대. 종교개혁이 주는 의미를 말하다
크리스찬투데이 | 기사입력 2022/11/01 [15:43]
▲ 포스트 팬데믹 시대. 종교개혁이 가진 의미를 세 명 목회자로부터 듣는다 © 크리스찬투데이 |
1571년 10월 31일,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는 당시 면죄부 판매, 공로사상 등 교황 중심 교회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95개조 반박문을 꺼내 들었다. 이를 시작으로 부패한 교황제도 중심의 교회와 제도를 개혁하자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일어났다. 당시 종교개혁자들의 주장은 ‘오직 성경’을 강조했다.
그들은 성경의 권위를 교황을 비롯한 모든 직제, 전통보다 더 높게 두었다. 이후로 해마다 10월이 되면 개신교에서 이를 되새기며 당시 종교개혁가들의 사상을 교회의 방향과 비전을 다시 잡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은 지난 3년간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지난 몇 년은 10월 종교개혁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도 힘든 시간이었다. 그리고 교회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여기는 포스트 팬데믹이라는 시대 중심에 섰다. 언택트, Z세대, 메타버스 등 생소한 세계가 기다리는 팬데믹 이후의 교회. 이런 시대에 종교개혁의 의미는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까? 이에 관한 견해를 세 명의 목회자를 통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진다. (순서는 이름 가나다 순)
“포스트 팬데믹, 순교적 각오 다지는 교회 돼야!”
심상은 목사(갈보리선교교회)
매년 10월 31일 종교개혁 기념의 날이 다가오면 교회 바로 옆에 knott's berry farm 놀이공원이 Knott's Scary Farm (무서운 농장)으로 이름이 바뀐다. 그리고 그곳에 수많은 사람이 찾아간다. 거리에는 온갖 귀신 모양의 네온사인이 반짝이고, 호박에 째진 눈을 새겨서 유령 모습으로 만든다. 귀신들에게 빨려 들어가는 그들에게 오늘이 종교개혁이 일어난 날이라고 말하면 아무도 관심이 없다. 이렇게 종교개혁 기념일이 귀신 놀이 (Halloween) 기념일로 이름이 바뀐 지는 이미 오래됐다.
시대의 형편에 맞춰서 문화라는 이름으로 아무런 여과 없이 그 사탄의 문화가 그냥 교회 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교회 안에 교묘하게 침투해 들어온 사탄적 문화들은 결국 교회의 거룩성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교회 안에서 구원의 기쁨을 감격하고 감사하고 찬양하는 교회다움의 강력한 모습은 점점 약해져 간다. 이러한 영적 분위기에서 교회는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았다. 마켓은 문을 닫은 적이 없는데, 교회에는 모이지 말라, 예배당 안에서 예배드리지 말라, 그리고 모여서 기도도 하지도 말라고 했다. 정부의 방침 앞에서 교회는 어떻게 이겨 나가야 하는지 평소 영적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속절없이 이리저리 끌려다니다가 이제 팬데믹 마지막까지 왔다.
교회가 전혀 영적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그저 세상이 시키는 대로 이렇게 잘 따라 하는 것은 교회 역사상 처음이 아닐까 싶다. 교회가 이렇게 약해져 본적도 지금까지 없었다. 교회가 세상과 동조해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을 때 종교개혁은 일어났다. 종교개혁자들은 성경적인 바른 교회로 되돌려 놓기 위하여 루터는 오직 성경으로, 오직 믿음으로, 오직 은혜로라는 원리를 붙잡고 종교개혁을 시작했다. 교회가 가진 믿음은 바로 그런 믿음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다른 이름은 ‘프로테스탄트(Protestant)’다. 즉 저항하는 자다. 종교개혁의 정신은 바로 이 '저항(Resistance)'이라는 말속에 담겨있다.
교회가 타락하는 것에 대한 저항이요, 불합리한 국가적 권위와 제도적 시스템에 대한 저항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믿음에 대한 저항이다. 저항자의 믿음은 약하지 않고 겁내지 않는다. 그런데 팬데믹 기간 동안 프로테스탄트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이제 우리 교회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했다.
온라인 예배도 중요하고, 전략도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회는 종교 개혁적 정신을 회복하고, 순교적 각오를 단단히 다지는 것이 제일 급선무다. 순교적 각오를 가질 때 지금 보다 더 큰 팬데믹이 온다고 할지라도 교회가 먼저 몸을 사리고 피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으로 뛰어 들어가서 죽어가는 영혼들 살려내는 교회다움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교회는 조용히 이 시대의 새로운 종교개혁은 어떻게 시작되어야 하는지 깊이 묵상해 보아야 한다.
“말을 실천하는 현장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여승훈 목사(남가주보배로운교회)
2020년 초에 시작된 팬데믹은 온 세상을 뒤흔들어 놓았다. 이전에 행하던 통상적인 삶의 방식이 바뀌고 이전에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가 사회 각 영역에서 나타났다. 그야말로 혼돈의 시대가 들이닥쳤다. 그런 혼돈의 시대를 겪으면서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팬데믹으로 인해서 교회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경험해 보지 못했던 온라인 예배가 보편화됐고, 이전에는 대면으로 만나서 가지던 소그룹 성경 공부가 zoom으로 바뀌고, 주일에 내가 속한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의식이 약화됐다. 여차하면 내가 원하는 교회의 온라인 예배에 들어가서 주일 예배를 드리기도 한다.
예배당에서의 대면 예배가 전면적으로 허용됐지만 대체로 교회들마다 교인들의 주일예배 출석률은 팬데믹 전과 비교했을때 약 30~40% 정도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아무런 준비 없이 맞이하게 된 갑작스러운 변화들로 인해서 사람들의 마음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분위기다. 이런 혼돈의 시기를 지나면서 종교 개혁 당시에 제기되었던 교회란 무엇인가? 의 질문 앞에 현대 교회들이 진지하게 서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교회란 무엇인가의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하기 위해서 종교 개혁의 핵심 신앙 원리가 되었던 다섯 가지 솔라(Sola)를 되짚어 본다. 다섯 가지 솔라(Sola)는 오직 믿음(Fide), 두 번째는 오직 은혜(Sola Gratia), 세 번째는 오직 성경(Sola scriptura), 네 번째는 오직 하나님께 영광(Soli Deo gloria), 다섯 번째는 오직 예수(Solus Christus)다. 다섯 가지 솔라(Sola)를 짜내면 남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다. 이것이 팬데믹의 혼란한 시기에 교회란 무엇인가에 대한 명확한 대답이다.
교회의 기초, 머리와 몸이 예수 그리스도다. 영적으로 혼란스러움을 겪었던 골로새 교회에 대한 사도 바울의 짧은 한마디 진단은 현대 교회들이 깊이 주목해야 할 말씀이다. 사도 바울은 “머리를 붙들지 아니하는지라(not holding fast to the head)”였다. 이 말씀은 골로새 교회가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붙들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붙들기는 붙들었는데 살짝 붙들었다(not holding fast)는 의미다.
그리스도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닌, 그리스도를 언급은 하는데 사활을 걸 만큼 그리스도께 절대 가치를 두지 않았다는 뜻이다. 교회란 무엇이며 교회가 무엇을 하는 곳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은 그리스도가 가장 원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바라보면 명확하게 나온다. 그리스도가 명령하신 대사명의 말씀(마태복음 28:18~20) 속에 잘 나타나 있다. 그것은 ‘전도’와 ‘양육’을 통하여 모든 민족을 제자 삼으라는 것이다. 그것을 공동으로 목표를 삼을때, ‘내 교회’라는 이기적인 카테고리에 빠지지 않고 그리스도의 대사명을 이루어가는 동지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된다.
교회들이 대사명을 목표로 한다고 말은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말’을 실천하는 ‘현장’을 가진 교회는 매우 드물다. 오늘의 교회들에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말’을 실천하는 ‘현장’이다. 이제는 개혁에 관한 더 보충적이며 추가적인 이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말’을 실천하는 ‘현장’이 필요하다. 이것이 포스트 팬데믹 시대 현대 교회들에 필요한 개혁의 필수 요소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긍휼을 중시하는 것이 종교개혁을 되새기는 일”
정승호 목사(희망친구 미주기아대책(KAFHI) 사무총장)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가 COVID 19로 인한 팬데믹 종식을 선언했다. 삼 년에 가까운 긴 터널을 지나왔다. 그동안 교회는 갈팡질팡했다. 많은 통계는 교회가 줄고 약화하고 양극화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세계 인구 78억의 8%인 6억 3천여 명이 감염됐고 6백5십만 명이 사망했다. 치명률 1.04% 바이러스 때문에 온 세계는 공포에 떨며 지난 3년을 지내왔다.
그러나 다른 한 편 더욱 치명적인 치사율이 보고되었다. 2021기아 지수(Hunger Index)가 보고 되었다. 그 내용은 처참하다. 분쟁, 기후변화, 코로나 팬데믹의 삼중고는 기아 문제를 후퇴시키고 있고, 그동안 노력한 것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려는 위협에 직면하게 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던 방역과 백신 보급과 검사는 저개발 국가의 취약한 빈곤층들에겐 그보다 무서운 기아로 인한 죽음의 그림자가 일상을 다스리고 있었다.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의 기아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들 지역의 아동 발육 부진, 영양 결핍 그로 인한 아동 사망률은 세계 최고다. 소말리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차드, 콩고민주공화국, 마다가스카르, 예멘, 부룬디, 코로르, 남수단, 시리아 등 기아 문제가 심각하고 극히 위험한 나라가 50여 개국이다.
영양실조의 세계 인구는 2020년에 7억 7천만으로 보고됐다. 전 인류의 10% 수준이다. 옥스팜의 보고에 의하면 코로나 사망자가 분당 7명이지만, 기아로 인한 사망자는 분당 11명이었다고 보고됐다. 이런 가운데 종교개혁 운동의 본질적인 요청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성경으로 돌아가자, 복음으로 돌아가자…, 그것일 것이다. 코로나 지원금으로 교회 수리하고, 주차장을 공사한다. 이런 걸 넘어, 종교개혁은 관념이 아니라 삶의 운동이어야 한다.
다시 종교개혁의 계절에 수많은 학술대회가 열린다. 그러나 그것보다 복음을 간절히 기다리는 가난하고 굶주린 지구촌 취약한 이웃들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중요하다. 지금도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수많은 난민촌에서 구호품을 기다린다. 전쟁과 재난으로 집을 잃은 사람들, 기아로 죽어가는 아이들. 이들에게 추운 겨울은 너무나 가혹하다. 이럴 때 캠프에 따스한 손을 내밀어주고, 이불 한 채라도 보내는 교회가 늘길 바란다. 이것이 진정한 종교개혁을 기억하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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