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파의 해학
중국 고대의 대시인이며 대문장인 소동파의 천재성의 매력은 후세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린다.
그는 무엇보다도 중국어로 재자라고 하는 제일의 천재였다.
소동파의 기지는 천하가 아는 일품이다. 그 일화는 오늘날까지 전해오는 것이
적지 않다.
그는 응수가 제 마음대로이며, 재빠르게 해학이 튀어나오며, 상대에게 양보함
이 없었다. 그가 풍자하는 붓대는 당시 재상 왕안석을 야유하여 세번이나 귀양
죄를 얻었던 것이다. 한 번은 황주, 다음은 혜주 마지막은 해남도로 갔다.
가장 재미있는 일화는, 귀양살이를 하면서 남을 야유할 수가 없었으므로 자기
자신을 야유하는 방법을 발견한 일이다.
그는 외딴 섬에서 의사도 약도 없는데 지쳐서, 수도에서 의사의 손에 죽은 인
간의 수를 세어봄으로써 스스로 답답함을 면했다는 것이다.
어느날, 곽이라는 성의 문인이 항주로 소동파를 방문하였다. 그리고 자작의 시
한편을 꺼내어 소리 높이 읽어보이는 것이었다. 다 읽고 나서 곽은 어떠냐고 물
었다. 동파는,
「백점이외다.」
하고 대답하였다. 곽은 자못 만열하여 다시 상세한 비평을 원했다. 그런즉 동파
는 대답하기를,
「나는 그대의 좋은 목소리에 70점을 줍니다. 시는 30점이오. 그러니까 백점이
되는 셈이지요.」
어느날, 소동파는 천자에 배알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식사를 마친 후 한
손으로 배를 어루만지며 방 안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다가, 이윽고 그 첩들에
게,
「내 뱃속에 무엇이 들었다고 생각하는가?」
하고 물었다.
젊은 첩 중의 하나는, 영감의 배에는 좋은 글이 가득 들었다고 대답하였다. 또
한 사람의 첩은 좋은 사상이 가득차 있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소동파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조운이라는 첩의 차례가 오니까, 이렇게 말했다.
「영감의 배에는 깨끗지 못한 생각이 하나 가득 들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소동파는 자기 배를 다시 한 번 어루만지더니 가가대소 하였다.
전이란 성을 가진 동파의 친구가 동파를 골려주고자 생각하였다. 언젠가 저녁
에 ()이란 것을 먹으러 오라는 초대를 했다. 백자를 셋을 합친 이 글자는 옥편에
도 없는 글자이기 때문에 동파는 그 뜻을 알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만찬에 가 본즉 전씨는 「흰 것」만 세 가지를 내어놓았다. 한 주발
의 백밥, 한 접시의 백삼, 그리고 흰 국 한 그릇이었다. 동파는 그에게 골탕 먹
었음을 알았다.
그 후 2,3일이 지나서 이번에는 동파로부터 전씨에게 무를 먹으러 오라는 청
첩이 도달되었다. 전이 동파의 집에 갔다. 낮부터 저녁때까지 기다렸으나 아무런
음식이 나오지 않으므로 전은 배가 고파 못견딜 지경이었다. 그런즉 동파는 말
하였다.
「사실은 자네를 오라고 한 것은 (밥 없는 주발) (인삼 없는 접시) (국 없는
국그룻)을 대접하려던 거네.」
소동파는 이렇게 하여 복수를 하였다.
어느때 소동파는 누라는 성을 가진 몹시 뚱뚱한 사람을 찾아갔다. 누는 마침
낮잠을 자고 있는 중이었는데, 동파는 너무 오래 기다려서 화가 났다.
가까스로 누씨가 잠을 깨어 동파를 대접하였다. 동파는 거기 질그릇 속에 거
북 한 마리가 있고, 거북 잔등에 푸른 이끼가 끼어 있는 것을 보았다.
「녹구는 진기하지 못합니다. 찾아내기 어려운 건 아무래도 육안의 거북이겠
지요.」
이 말을 들은 누씨는 「육안의 거북」이란 대체 어떤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
니까 소동파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당의 장종시대의 어느날, 임금은 신하로부터 눈이 여섯 달린 거북의 진상을
받으셨습니다.」
「눈이 여섯 있는 거북에겐 어떤 별다른 성질이 있는가」하고 물으셨더니, 그
대답이 「거북은 보통 눈이 한쌍인데 이 거북은 세쌍입니다. 그러므로 눈 여섯
달린 거북이 낮잠을 자면, 그 낮잠은 세 마리의 거북이 낮잠 자는 시간을 합친
것만큼 긴 동안을 잡니다.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소동파가 봉상부 첨판이란 벼슬에 있을때에, 우인의 문인 장호가 동파의 집에
묵은 일이 있었다. 이 장호는 굉장한 호인이었다. 어느날, 두 사람이 산으로 산
책을 나간즉 이윽고 어느 낭떠러지 앞에 다다랐다. 그곳은 깊은 연못에 가로 막
혀서, 한 개의 나무를 걸쳐놓은 좁은 다리를 건너지 않으면 대안으로 당도할 수
가 없었다. 장은 대안의 암벽에다 큰 글씨로 휘호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동파에
게 권하였으나, 동파는 건너려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장은 혼자서 대안으로 가
서, 가장 굵은 붓으로 「소동파와 장호 여기에 오다」라는 뜻의 글씨를 썼다. 장
호가 다시 건너오니까 동파는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자네는 나를 죽였군. 자네가 살기 싫다 한들 나까지 그렇게는 안돼.」
왜 그런 위험한 짓을 하는가, 라고 타이르면서, 남이 보면 자기도 그런 짓에
목숨을 던졌다는 인상을 남에게 준다는 것을 경계한 말이다.
소동파에게 둘도 없는 양붕은 황산곡이었다. 어느때 두 사람의 화제는 우연히
왕희지에 미쳤다. 왕희지는 글씨로 첫 손가락을 꼽는 명필이다. 그의 작품은 붕
우지기 사이에 몹시 귀하게 여겨졌다.
그들 중의 한 사람은 양의 고기가 몹시 좋았으나 주머니는 항상 비어서, 친구
인 왕희지의 편지를 받을 적마다 이것을 고위현관에게 바치고 그 대신 양의 고
기 한두 근씩을 받았다.
소동파의 글씨도 또한 세상의 평판이 매우 좋아서 우인들은 그 편지나 필적을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날의 일인데, 소동파는 임금곁에 있어서 궁정을 떠날
수가 없었다. 여러 장이나 편지를 받았으나 답장은 아무데도 내지 않았다. 마침
내 하인을 시켜서, 즉시 자필의 답장을 보내달라고 한 사람이 있었다. 동파는 하
는 수 없이 그 하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주인어른께 말씀드려라. 오늘은 양고기 장수가 쉬는 날이라고.」
소동파는 그의 친구 황산곡을 놀려주는 것이 큰 재미였다. 동파가 광동으로
귀양을 갔을 당시, 병들어 죽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날 동파는 귀양살이가 풀
려서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어떤 벼슬아치가 말했다.
「선생께서는 역시 살아계셨습니다 그려. 돌아가셨다는 소문이 있었는데요.」
그러니까 동파는 파안일소하며, 대답하였다.
「음, 죽었던 것은 참말이었지만요, 나는 지옥에 가다가 중도에서 황산곡이란
친구를 만났으므로 거기는 있을 데가 못된다고 하여 되돌아 오기로 결심을 했지
요.」
소동파는 그 친구인 불인화상과 농담을 하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조라는 말
은 한문에서는 야비한 의미가 있고, 남을 야유할 경우에 흔히 쓴다.
그래서 송동파는 어느 때 불인에게 말했다.
「옛날 사람 시 속에 중승자와 새조자라는 말을 갖다대는 것이 나는 좋아. 이
를테면 이런 시가 있지.」
새는 묵노니 연못가의 나무요
중은 두드리노니 달 아래 문이로다.
「나는 이 시를 무척 좋아하네.」
그런즉 불인이 서슴지 않고 얼른 대답하였다.
「그야 그렇지, 나 같은 중이 시재인 자네와 얼굴을 대하고 있으니까 말일세.
」
소동파는 누워서 침뱉는 격이 되고 말았다. 중과 함께 있는 것으로 말하면 동
파 자신이 새가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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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集산문집
[유현민] 너에게 마음 편한 사람 하나 없거든 51. 소동파의 해학
해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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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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