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의 법정스님 청정도량, 길상사 [좋은절 #18 / 서울사찰/ 성북가볼만한곳]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길상사는 대중이 너무나 존경하는 법정스님의 발자취가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사찰입니다. 길상사 경내에는 종교간의 화합에 관심이 많으셨던 스님의 행적이 곳곳에 남아있는데 특히 천주교신자인 조각가 최종태님이 만들어 봉안하신 설법전앞의 관세음보살상은 길상사를 대표하는 너무나 훌륭한 작품입니다. 도심과 친화적인 지리적 여건에 아름드리 큰나무와 시각적 심상을 끌어내는 불교적인 오브제도 많아서 휴식과 힐링의 장소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무여스님과 함께 하는 사찰여행 – 길상사(서울 성북), Gilsangsa Temple[4k]
반갑습니다. 얼마 전 입춘이 지났습니다. 봄의 기운이 느껴지시는지요? 아직까지는 날씨가 많이 쌀쌀하니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입춘에는 대문 앞에 “입춘대길 건양다경”이라는 문구를 써서 붙이지요. 그 뜻은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입니다. 대문을 활짝 열어서 재앙은 가고 모든 복이 들어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작년이 법정스님 열반 10주년이었습니다. 법정스님께서는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무소유마저 소유하지 않으신 평생 청빈하신 법정스님을 생각하면서 아름다운 사찰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사찰은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에 있는 삼각산 길상사입니다. 저와 함께 법정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미소를 생각하면서 길상사를 참배해 보실까요? 즐겁게 보시고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복을 짓고 복을 나누시는 맑고 향기로운 나날 되시기 바랍니다. *길상사 사찰 정보 주소: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동 선잠로5길 68 연락처: 02-3672-5945
[김유식의 펜화로 찾아가는 사찰기행] <19> 서울 성북동 길상사
법정스님 ‘무소유 정신’ 깃든 아름다운 도량
공덕주 김영한씨가 법정스님에게 보시해
‘대원각’이라는 고급요정이 사찰로 변모
‘맑고 향기롭게’ 근본도량으로 자리잡아
서울 길상사 입구에서 그린 겨울 설경. 54x35cm, Pen drawing on paper.
근래에 세워진 사찰임에도 참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서울의 유명한 절 길상사.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곳으로 가을에는 꽃무릇이 절정이며 삼각산이 바라보이는 언덕에 자리잡아 주변과 어우러져 있다. 공덕주 길상화 보살로 알려진 김영한 씨의 백석에 대한 사랑 이야기와 무소유를 실천하신 법정스님의 발자취가 숨쉬는 곳이라서 찾는 이가 참으로 많은 곳이다.
주차장에서 바로 2층 전각 형식의 출입문에는 ‘삼각산 길상사’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데 일주문인 셈이다. 메인 그림은 눈이 많이 왔던 겨울에 담은 장면으로 길상사의 첫 인상을 주는 매력이 있는 곳이기에 입구에 자리한 다원에서 바라본 장면을 펜화로 담았다.
길상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1교구본사 송광사의 말사이다.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의 근본도량으로써 여러 가지 사회사업을 펼치고 있다. 절 이름은 ‘길하고 상서로운 절’이란 의미로, 묘길상(妙吉祥) 곧 문수보살의 별칭에서 인용된 불교용어이며, 승보종찰 송광사의 옛 이름이기도 하다. 본래는 ‘대원각’이라는 이름의 고급 요정이었으나 요정의 주인이었던 고 김영한 씨가 법정스님에게 자신이 소유한 요정 부지를 시주하여 사찰로 탈바꿈하게 되어 전각들이 사찰 건축과는 다른 고유한 한옥의 모습이 많다.
김영한 씨는 일제강점기 시인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 등장하는 나타샤로 알려져 있으며, 백석은 연인이었던 그녀에게 자야(子夜)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자야는 그를 잊지 않았으나 백석은 월북한 이후 그녀를 끝내 찾지 않았다. 상사화의 꽃말처럼 서로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안타까움이 세상에 널리 회자된 아름다운 이야기다. 세워진 안내문의 시를 읽으니 애절함과 숭고한 뜻이 뜨겁게 느껴진다.
이렇듯 창건에 대한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무소유 정신에 깊이 감화된 김영한 씨로부터 1985년에 자신의 재산을 기증해 절을 짓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법정스님은 이를 간곡히 사양하였다고 하며 10년 후에도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이를 수락하겠다고 한다. 김영한 씨는 10년 가까이 법정스님을 찾아와 끈질기게 부탁했고 이에 법정스님도 이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한다. 1995년 대법사로 등록한 후 1997년에 ‘맑고 향기롭게’ 근본도량 길상사로 이름을 바꾸어 재등록했다.
공덕주 김영한 씨는 평생 백석의 생일에는 식사를 하지 않았고, 길상사에 기부된 대원각 재산이 어마어마했는데 “그 많은 재산이 아깝지 않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1000억은 그 사람의 시 한 줄만 못하다”고 대답했다고 할 정도로 백석의 시를 사랑했다고 한다.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의 유해를 눈이 오는 날 길상사 경내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극락보전과 종각이 보이는 풍경. 54x40cm, Pen drawing on paper.
길상사 경내에는 법정스님의 영정과 그 생전 유품들을 전시한 기념관 진영각이 있다. 법정스님은 불자가 아니어도 알 정도로 저술활동을 하신 분으로 남긴 저서로는 <영혼의 모음>, <무소유>, <버리고 떠나기>, <물소리 바람소리> 등 수십 권이 있다. 한국전쟁 후 진리를 찾아서 출가해 해인사에서 정진한 이후 불교사전 편찬, 불교경전 역경에 매진하다가 강원도 산골에서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셨는데 2010년 길상사 행지실에서 원적에 들었다.
‘법정스님의 유골을 모신 곳’이란 팻말이 있는 장소에는 부도탑도 없다. 무소유를 실천한 고귀한 뜻이다. 영각의 왼편에는 앉아서 쉬셨다는 나무로 만든 의자가 있는데 한 켠에 스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는 공책이 있다. 진정한 무소유에 대해 여쭈어보고 싶은 생각에 몇 자 적었다.
길상사의 주법당은 극락보전이며 양반가의 본채 같은 팔작지붕의 ‘ㄷ자형’ 건물로 단청이 없는 검소한 모습이다. 경내에 있는 관음보살 석상은 조각가 최종태씨의 작품으로 성모 마리아를 닮았다. 이는 법정스님의 생각에 따라 종교간의 화합을 도모한 상징적인 작품인 듯하다. 설법전 앞의 관음상과 극락전 그리고 종각이 보이는 풍경을 펜화에 담았다.
길상사 경내 요사는 참선을 위한 시민선방과 스님들의 요사채로 쓰이고 있는 육바라밀채가 지형에 맞게 옹기종기 시설되어 있는데 원래부터 사찰을 위해 지어진 건물들이 아닌데 용도를 변경하다보니 화려함보다는 단아하고 소박한 모습들이다. 나무들이 즐비하여 여름에는 그늘을 제공하고 가을에는 단풍진 운치를 제공하여 사시사철 언제 들러도 좋은 곳이다. 법정스님이 자주 어록에 남긴 말을 되뇌이며 꽃 향기를 그득 안고 서울의 저녁을 음미해 본다.
“아무리 사랑스럽고 빛이 고울지라도 향기없는 꽃이 있는 것처럼 실천이 따르지 않는 사람의 말은 번드르르할지라도 알맹이가 없다” <법구경>
usikim@naver.com
[불교신문 3740호/2022년11월1일자]
김유식 / 펜화가 usikim@naver.com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