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통 정통 검사로 알려진 김호삼 검사 사의 표명...춘천지검 원주지청장으로 마무리
“20여 년간의 검사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
김호삼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 지청장이 최근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5월 30일 사의를 표명했다. 전날 단행된 중간간부(차장.부장검사) 인사 이후 박찬록 서울고검 공판부장(차장검사, 사법연수원 30기)에 이어진 사직이다. 김호삼(30기) 춘천지검 원주지청장이 사의를 전하면서 사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오후 검찰 내부 망 이프로스에 사직의 글을 올렸다.
강력통인 김 검사는 이날 오전 이프로스에 “훌륭하신 선후배 검사님, 수사관님, 실무관님 덕분에 대한민국 검사 중 가장 행복한 검사라고 자부할 정도로 매일매일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며 사직 인사를 남겼다.
김 부장검사는 전남 영암 출신(미암 신한리)으로 광주 서창초등학교 3학년 때 서울로 전학해 서울 우신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제41회 사밥시험에 합격한 뒤 제31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하여 2018년 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 검사를 시작으로 2019년 광주지방검찰청 강력부 강력부장검사, 2019년 인천지방검찰청 강력부 강력부장검사, 2020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강력부 강력부장감사를 지냈다. 2020년 9월부터는 대전지방검찰청 형사1부 부장검사와 2021년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인권보호관, 2022년 서울동부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 2023년 9월부터 춘천비장검찰청 원주지청 지청장 등을 거쳤다. 그는 2022년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장을 역임하는 등 강력 수사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검찰 인사 여파가 심해지고 있다. 박찬록 공판부장이 신호탄을 쏴 31~32기 중간간부도 사의를 표명하는 등 추가 시작이 나올 듯하다.
현재 2022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수사한바가 있는 박찬록(54. 사법연수원 30기) 서울고검 공판부장(차장검사) 사표를 낸데 이어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장을 맡은바가 있는 김호삼 춘천지검 원주지청정(57. 31기)도 사의를 표명했다. 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을 수사한 서원익(35기) 남부지검 형사3부 검사도 사의를 표명했다. 또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특별수를 맡았던 권찬혁(35기)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장검사도 30~40대를 다 바친 검찰과 이별하기로 결심, 검사의 직을 내려놨다. 강대권 수원지검 안양지청장(54. 31기), 인천지검 형사2부에서 이은혜 계곡 살인 사건을 수사한 바 있는 김창수 부산지검 부장검사(51. 33기)도 사직 의사를 밝혔다. 또한 박양호(35기) 법무부 법무과장도 사의를 표명했으며, 태양광 사업비리 의혹을 수사했던 유진승(33기) 부산지검 인권보호부장과 여성 검사로 대검 마약과장과 중앙지검 강력범죄형사부장 등을 역임한 원지애(32기) 서산지청정도 사직서를 제출했다. 무자본으로 오피스텔 사들여 26억대 전세사기를 수사했던 오기찬(34기) 인천지검 형사1부장, 아파트 단지에서 흉기를 휘두른 20대 남성을 사했던 이선녀(35기) 부천지청 형사2부장 등도 사직의사를 전하는 등 잇따라 사의를 표명했다.
한편 검찰 중간간부 인사 전후로 차장.부장검사들의 시작이 이어지고 있다. 6월 3일 인사 발령에도 사의 표명이 계속됐다.
“20여 년간의 검사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
박찬록 차장검사는 29일 인사가 나자마자 검찰 내부 망 이프로스에 “공직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려 합니다” 는 글을 썼다.
이어서 김호삼 부장검사도 이프로스에 “이제 행복했던 20여 년간의 검사생활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는 글을 올리고 그만 20년 동안 머물렀던 공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이번 검찰 간부급(검사장.자창.부장) 인사 앞뒤로 지금까지 검사 30여 명이 사표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9월 중간간부 인사와 비교하면 사직 인사는 줄었지만, 큰 폭의 사직이 있는 만큼 법무부가 공석을 채우기 위해 추가 인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인사를 두고 부장검사 승진이 어려워지고, 검사장 승진은 밟아지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률신문에 따르며 지나날 두 차례 검찰간부 인사가 발표된 이후 사직한 검사는 총 34명이다. 지난달 29일 차장.부장급 인사 전후 사표가 수리된 검사는 26명이다. 앞서 13일 검사장 인사 당시엔 8명이 사직했다.
이번 간부급 인사의 사직 규모는 지난해보다 10명이상 적다. 1년 주기인 간부급 인사가 8개월로 짧아진 것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이태원 참사 수사를 이끈 김창수 부장검사, 보이스피싱 범죄합동수사단을 이끌었던 김호삼 춘천지검 원주지청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주임 검사와 하께 기소한 원지애 서산지청정 등을 비롯해 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을 수사한 서원익 부장, 박진석 부장 등 중간간부들이 검찰을 떠났다. 사직한 검사 중에는 형사통, 강력통, 특수통 등이 두루 포함된다.
변호사 개업 고민하는 검사 늘어
부장 승진 오래걸리고 검사장 승진까진 짧아
검찰 안팎에서는 이전보다 부장 승진까지 오래 걸리고, 검사장 승진까지는 짧아진 점이 특징이라고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17년 서울지검검사장에 임명되면서 시작돤 검사장 기수 하향화ㅣ가 이어진 반면, 중간간부인 부장검사가 되기 위한 승진 기간은 길어지고, 폭도 줄어 검사들이 부장승진을 앞두고 사직을 고민하는 경향도 생겨났다.
지난달 검사장 인사에서, 가장 기수가 낮은 검사장들은 31기다. 이들은 대체로 차장검사를 2~3차례 지낸 뒤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2017년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승진한 뒤 검사장 승진 기간이 짧아지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23기로, 18기인 이영렬 직전 중앙지검장보다 5기수나 낮았다. 일각에서는 검사장 승진의 기수 하향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한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차장을 2번 정도 한 뒤 검사장으로 승진하는 것이 평범한 인사가 됐다” 며 현실을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 조직이 저(低)연령화된다는 것인데 부족한 경험에 대한 걱정이 자연스레 뒤따르게 된다” 고 심정을 드러냈다.
검사장 승진까지 기수 낮지만
중간간부 부장검사 승진 기수 높아
검사장 승진까지 기수는 낮아졌지만, 중간 간부인 부장검사 승진까지는 기수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흐름이다. 현재 부장급 승진은 사법연수원 37기까지 진행된 상태다. 2008년에 사법연수원을 수료해 같은 해 검사로 임관했다면 17년가량 근무한 것이다. 12~15년 정도의 경력으로 부장검사로 승진한 과거와 비교하면, 부장검사 승진까지 재직기간이 더 길어졌다. 또 부장검사 승진에서 누락되는 경우도 이전보다 더 많아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때문에 과거 차장검사나 검사장 승진을 앞두고 사의를 표하던 관례에서 이제는 ‘부장급 승진’ 을 앞두고 사직을 고민하는 검사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한 부부장 검사는 “이제는 부장검사를 달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하는 때인 것 같다” 며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장 승진을 앞두고 변호사 개업을 고민하는 검사들이 늘고 있다” 고 말했다.
김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