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어둠에 깔릴 무렵. 태양은 아직까지 아쉬움을 남기며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유흥가와 멋들어진 커피숍들이 즐비한 강남의 어느 카페. 하늘거리는 피아노 선율과 조용하고 분위기 좋은 실내장식, 그리고 예쁘게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 순간 그런 좋은 분위기를 유리창 깨듯 산산히 부셔버리려는 듯한 굵은 목소리가 사방을 쩌렁쩌렁 하게 울렀다.
"야! 술 좀 같이 마시자는 것뿐인데 왜 그리 튕겨!"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하나가, 피아노 치던 여자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다. 겨우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일까? 아마 아르바이트 학생인 듯 했다. 피아노 치던 여자 애는 겁에 질려서 인지, 그 자리에서 일어나 부들부들 떨고 있다. 소리지르던 남자 일행 중 한 명이 여자에게 다가가서 느끼한 눈빛으로 말했다.
"오빠들이 너, 동생 같아서 술 한잔 같이 하자는 건데... 왜 그리 튕겨? 좋게 말할 때 같이 가서 술 한잔만 해... 자."
남자는 여자 등을 두터운 손으로 스윽 쓰다듬으며 떠밀기 시작했다. 그러자 피아노 치던 여자애는 몸을 피하며 울면서 사정하듯 말했다.
"저... 고등학생이라서 술 못마셔요... 제발 이러지 마세요..."
하지만 남자는 그 말에 아랑곳하지도 않고 계속 여자에게 능글맞은 목소리로 강요하고 있었다. 카페 주인인 듯한 중년 여자는 못 본 척 하면서 딴짓만 하고 있었고, 카페안 손님들도 다들 구경만 하고 있다. 남자의 일행들은 자리에 앉은 채로 소리를 지르며 환호하고 있었다. 모두 7명... 그중 3명은 팔뚝에 용문신을 하고 머리를 대머리처럼 바짝 자른 모습이었다. 나도 병신 같은 손님들과 함께 그 상황을 구경하고 있다. 술에 약간 취한 채로... 남자는 손님들이 그리고 주인이 모두 모른척 하자 주위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 고등학교 1학년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여자아이의 몸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악, 이거 놔요!"
"이게 어디서 소리를 질러?"
남자는 여자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한 후 입에 담배 하나 물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피아노 치던 여자에게로 다가갔다. 옷이 찢겨있고, 입가에서는 피가 흐르며 흐느끼고 있었다. 남자가 다가오던 나를 발견하고 소리를 지른다.
"넌 뭐야 쌔끼야! 저리 빨랑 안꺼져?"
쓰레기 일행들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카페 주인여자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쓰레기가 다시 소리쳤다.
난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쓰레기 같은 놈들을 모두 사형대에 세울 수 있을지. 쓰레기가 나에게 어설픈 주먹을 휘둘렀다. 난 주먹 같지도 않은 주먹을 피하며 왼손으로 그 놈의 멱살을 쥐고 오른손으로 몇 차례 그놈의 얼굴을 짓이겨 놓았다. 특히 코뼈가 완전히 납작해 질 때까지 짓이겨 놓았다.
퍽!
쓰레기의 일행들이 깜짝 놀라며 나를 붙잡았다. 대머리들이 나의 양팔과 허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내 복부를 가격하기 시작했다.
퍽!퍽!
내장이 다 짓이겨 지는 듯한 통증과 함께 기침이 나왔다.
"으윽, 쿨럭~"
"죽어! 죽어 쌔꺄!!"
나를 치던 쓰레기가 분이 안 풀렸는지 옆에 있던 맥주병으로 내 머리 쳤다. 이마가 찢어 졌는지 붉은 피가 내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구경하던 쓰레기 일행 중 한명이 의자를 들어 다리와 옆구리를 내리 찍었다.
"윽~"
시큰한 통증에 나는 신음을 흘렸다. 피아노 치던 여자는 도와달라고 여기저기 소리치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감히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개중에는 오히려 좋은 구경거리 만났다는 듯 이죽거리며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실 난 싸움을 잘 못한다. 그렇다고 영웅심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피아노 치는 여자애의 옷이 찢기는 순간... 내 여동생이 생각났다. 이젠 세상에 없는 가여운 내 여동생이... 그래서 더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때, 경찰들이 들어왔다. 2명의 검사, 5명의 형사, 그리고 12명의 경찰들이. 하지만 그 쓰레기와 쓰레기 친구놈 들은 별로 놀래지도 않고 피식 피식 웃었다. 쓰레기 일행 중 한명이 나에게 다가와 손가락으로 머리를 톡!톡! 치며 말했다.
"야 쌔끼, 넌 이제 죽었어... 오늘 있었던 일 니가 다 뒤집어 쓸 준비나 해, 이 씹팔놈아. 흐흐..."
그 쓰레기가 비웃으며 이어서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우리 아빠가 국회의원 이병길이고 엄마가 상현그룹 사장이야! 알겠냐, 이 씹쌔야? 히히 너같이 힘없는 놈들에게 좃 같은게 이 세상이야 씹새꺄. 알았으면 무릎꿇고 빨리 빌어봐. 히히."
[http://www.underfree.com]
난 씁쓸히 웃으며 말했다.
"그러냐? 힘 없는 놈에겐 좃같은 세상이라고? 말 잘했다. 좃같은 세상이 어떤 건지 너희들에게 보여줄게."
난 땅에 주저앉아 머리에서 흐르는 피를 닦으며 외쳤다.
"김 검사!"
깔끔한 검은 양복에 호리호리한 김시헌 검사가 대답한다.
"네에."
"여기 구경하던 놈들 다 공범일지 모르니까 24시간 경찰서에 가둬 놔. 그리고 상현그룹 금년에 세무조사 한 놈들 다 소환하고, 다시 세무조사 나갈 수 있게 서류 준비해."
난 잠시 머리를 문지르며 다시 말을 이었다.
"박검사는 이병길 국회의원 뒷조사해서 꼬투리 될만한거 한 10개정도 찾아서 서류 준비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서류 준비해!"
나의 말에 쓰레기와 그 일행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였다. 쓰레기를 보며 난 말했다.
"너! 그리고 너희 식구! 모두 끝장이야. 이 쌔끼야."
난 말을 마치며 쓰레기의 부러진 코를 한번 더 주먹으로 눌으며 말했다.
"내가 누구냐면 대한민국 최연소 검찰 총장이다! 이 쌔끼들아! 그리고 이 까페 현장 조사해야 하니깐 일주일 동안 압류 수사하고, 이 까페 여주인 공범일지 모르니까 잡아 놓고 심문해."
그때 앞머리가 약간 까진 아저씨 하나가 난동을 부렸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어? 엉? 놔 이거..."
조금 전 까지만 해도 딸 같은 어린 소녀가 추행 당할 때 가장 신나게 구경하던 역겨운 중년 남자였다. 나는 천천히 왼손에 맥주병 하나들고 다가가서 말했다.
"아까 못들었나? 힘없는 놈에게 좃같은게 이 세상이라고 이 새끼야!!"
나는 맥주병을 그 중년 남자를 향해 힘껏 던졌다. 맥주병은 아슬아슬하게 그의 머리를 지나 벽에 부딪혀 산산히 부서졌다. 그것의 파편으로 중년남자의 얼굴에 생채기가 몇 개 생겼다. 그러자 남자는 고목나무가 쓰러지듯 풀썩 주저앉아 얼굴을 감싸며 나를 두려운 눈으로 쳐다봤다.
"또, 불만 있는 새끼 있나?"
나는 잠시 카페를 둘러봤다. 모두 잠잠했다. 그리고는 저쪽에서 상황을 정리 중이던 젊은형사 하나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