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카미조와 카시와기는 곧 미코토와 인덱스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토우마, 크레이프는?"
하고 묻는 인덱스의 입에 크레이프를 하나 물려준 카미조는 곧 미코토에게 입을 연다.
".......상황이 참 웃기게 돌아가고 있는것 같아."
"응?"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던 미코토에게 크레이프를 건낸 카시와기는 한숨을 포옥 내쉬고 입을 연다.
"아무래도..........전쟁이 날 듯해. 무슨 전쟁인진 몰라도...."
"으에에?!"
미코토는 대경실색하며 크레이프를 떨어뜨릴 뻔했다. 간신히 헛도는 손을 진정시켜 크레이프를 붙잡은 미코토는 카시와기에게 묻는다.
".......갑자기 왠 전쟁...?"
"모르겠어....여하튼 카미조가 말하는 걸로 봐서는 마코토가 전쟁 얘기를 꺼냈고..."
....그 말에 류우야와 켄이치가 제제를 가한 걸로 봐서는 그냥 빈말이 아닌 듯해. 하고 카시와기는 미코토에게 말해준다.
"으에........."
미코토도 얼빠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요즘 이메진스피어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인줄은 몰랐어..."
"하아...."
카시와기도 한숨을 쉰다.
무법이 판치는 이 이메진스피어에서 이제는 전쟁이라고?
대체 누구랑?
"여하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카미조가 입을 연다. "역시 수확이 있었어. 마총연본부라는 곳에 가면 전 12선인 카르를 만날 수 있대."
"카르.........크리슈드 카르페디엠이네."
카시와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자 인덱스는 크레이프를 문 입을 오물거리며 대꾸한다.
"근데 어떻게 히카리는 이메진스피어에 대한 걸 그렇게 잘 알아?"
"난 지구인이니까."
카시와기는 대충 얼버무린다. 사실은 '이메진스피어 길라잡이'가 있기 때문이지만.
"뭐 그렇다면 갈곳은 정해졌네."
미코토는 크레이프를 한입 베어물고는 입을 연다.
".......우린 영국행 비행기를 타야 해."
"───작전명, 오퍼레이션 토네이도."
교장실. 모두를 모아놓은 데스크 앞에서 사후 세계 전선의 대장인 유리는 언제나 하는 말을 다시 꺼낸다.
"저어, 유리?"
"왜?"
소파에 앉아있던 오토나시가 뒤통수를 긁적이며 입을 연다.
"이제 그냥 식권은 사먹는 게 낫겠는데..."
"어쩔 수 없잖아."
그 말을 들은 유리도 팔짱을 끼고는 입을 연다.
"마에스트로가 돈까지 주지는 않았는걸."
"아."
그러고보니 사후 세계의 메커니즘은 바뀌었지만 자신들의 상황은 크게 바뀐게 없었다.
성불조건 달성하고 성불 안된다는 것만 미묘하게 바뀌었을 뿐이다.
그 말인즉슨───이 사람들이 살아가던 방식이 바뀌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말이였다.
우선 돈이 없으니 식권 구매는 무리.
"나머지 학생들도 아직 NPC인지는 모르겠지만....만약 NPC가 아니라면 그것도 꽤나 민폐라고?"
"우음........"
유리가 고뇌하자 옆의 벽에 기대고 있던 거구의 남학생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건 맞는 말이야. 더이상 움직이기만 할 뿐인 존재가 아니니까..."
"───오토나시 이 자식! 또 유릿페의 말에 태클을........!!"
그때 교장실 문이 벌컥 열리며 도끼가 달린 창(?)을 어께에 맨 남학생이,
콰앙!!
───곧바로 옆으로 떨어진 대망치에 의해 멋지게 날아간다.
".......저거 아직 안 치웠어?"
"어."
유리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생각해보니 저런 거 있으면 큰일나겠네. 저번처럼 대항하는 상대가 있는것도 아니고."
"생각난김에 치워야겠다. 도와주겠어? 마츠시타 5단."
"물론이다. 가서 공구좀 가져오지."
"Right. let's go!"
마츠시타 5단이라 불린 거구의 남학생이 자리를 뜨자 머리에 밴드를 감은 정체불명의 남학생도 이해불가의 말을 중얼거리고는 그 뒤를 따른다.
그리고,
2
"망치가 내려와 있네......"
느긋한 소릴 하며 열린 문으로 은발의 소녀, 타치바나 카나데가 들어온다.
"아, 어서와. 카나데."
"무슨 일이야?"
유리가 반갑게 맞아주자 카나데는 그런 질문을 하며 소파에 앉는다.
"오퍼레이션 토네이도를 실행하려는데. 그 뭐랄까....약간의 도덕적 문제가 있어서."
오토나시가 대신 대답해주자 '흐음~' 하고 카나데는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녀도 오퍼레이션 토네이도가 뭔지 모르는 건 아니다. 저번 차원에서는 식당만 가면 어김없이 콘서트가 진행되었고 자신에게는 총알세례가 날아왔으니.
....그렇지만 언제서부터인가, 자신도 그 맴버의 일원이 되었고 그 후에서야 카나데는 그 작전의 의미가 뭔지 알아채게 되었다.
그냥 까놓고 말해서 식권 강탈.
"....몬스터 스트림은 어때?"
살짝 고민한듯한 카나데의 해답.
"무리야."
유리의 답변. "......안그래도 요새 그쪽 강이 이상해졌어. 삼도천에서나 볼수 있는 기괴한 물고기들이 판을 쳐서...."
"사후세계 통합으로 인해 삼도천의 줄기가 연결되어 버린 탓이야."
푸른색 머리카락의 남학생이 입을 연다.
"편하게 생각하라고. 우리라고 그냥 강탈을 하는 게 아니라 콘서트를 보여주는 거잖아? 이와사와가 애써주고 있다고."
"히나타 너....."
"좋은게 좋은거잖아. 안그래? 오토나시."
히나타라고 불린 푸른머리 남학생은 씨익 웃는다. "표값 대신 식권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편하다니까?"
"어리석긴."
왠 닌자풍의 여학생이 중얼거리지만 무시하고,
"오, 그거 좋은 발상이다."
유리가 손뼉을 치고는 입을 연다.
"이걸로 죄책감은 사라졌어. 그럼 예정대로 오퍼레이션 토네이도를 실행하자!"
어이어이어이.
오토나시는 뭔가 태클을 걸고 싶었지만,
'뭐, 상관없겠지.'
하고는 피식 웃는다.
아직까지는 좀더 다른 학생들의 식권이 필요하니까.
시간은 어느새 저녁.
카시와기 일행은 현재 런던 히드로 공항에 와있었다. 오다이바에서 나리타 공항까지 간 후 곧바로 런던행 비행기를 타고 온 것이다.
돈 문제는 카미조와 미코토가 어떻게든 해결했다. 애시당초 런던까지 비행기 타고 올 이유는 없었지만 카시와기가 이변을 해결해야 한다지 않은가?
더군다나 이변 해결후의 일도 있고.
"그나저나 이제 마총연까지 어떻게 가지?"
"──마총연은 내가 알고있어!"
인덱스가 한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오오, 인덱스. 가끔은 네가 도움이 되는구나.
"므읏, 처음 보는 사람에게 무시당했다?!"
처음 보는건 아니지만.
뭐 어쨌든 카시와기는 물어본다. 그래서 마총연에 어떻게 가야 하는데?
"우선 웨일즈에 가야 해. 마총연본부가 그곳에 있거든."
웨일즈라.......
카시와기는 생각한다. 뭐 그렇다면 여기서 서쪽으로 가면 되는데....아마 지도상에서는 그랬거든.
"그런데........"
카미조는 주변을 둘러보며 좌절한다. "나는 영어 울렁증인데, 혹시 영어 잘 하지는 않겠지요? 카시와기 양반."
"내게 뭘 기대하는 거야?"
카시와기도 주춤거린다. 영어의 영자도 모르는 내게 무슨 소리를.
"아하하, 그것도 걱정없어."
인덱스가 브이를 그려보이며 입을 연다.
"나는 완전기억능력자니까. 세계의 모든 국어를 통달하고 있거든 ♪"
우옷────?!
갑자기 인덱스의 등에서 후광이 크게 비친다.
"그, 그럼 어서 길을 안내해 주시옵소서..!"
"알았어."
인덱스는 방긋 웃고는 지나가는 사람 한명을 잡아 영어로 뭔가를 물어보기 시작했다.
인덱스에게 붙잡힌 사람은 곧 인덱스와 함께 솰라솰라거리기 시작한다.
"..........도 영어는 좀 하는데..."
"응? 뭐라고 했어, 미사카."
"웃, 아니. 아무 말도 안 했어!"
뭐라 궁시렁거리던 미코토는 카미조가 입을 열자 화들짝 놀라 얼버무린다.
그 모습을 보던 카시와기는 쿡쿡거렸지만.
"알아왔어~!"
이윽고 인덱스가 뛰어오자 카시와기는 묻는다. "그래, 어떻게 가야 한대?"
"응. 저어~기에 맛있는 집이 하나 있대!"
.....................
동문서답이였다.
정색을 한 카시와기에게 인덱스는 자신의 수녀복 소매를 잘근잘근 깨물며 입을 연다.
"히카리. 슬슬 배고플지도."
"...................."
3
"후아......."
긴 케이블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오토나시와 히나타는 거대 쿨링팬과 전원장치를 잇는 케이블을 따라 거꾸로 움직이고 있었다.
"딱히 문제는 없어 보이네."
오토나시가 입을 열자,
"으응. 정말 없어 보이는 거야?"
히나타는 무거워보이는 팔을 끌며 대꾸했다.
"...무슨 말이 하고싶은 거야? 히나타."
"아, 무슨 말인가 하면......내 팔에 달려있는 이 생물이 문제다. 라고 말하고 싶은푸억컥!!"
말 끝나기 무섭게 히나타의 왼쪽 팔에 달라붙어있던 생물(?)이 히나타를 공격했다.
"우와.........."
"정말이지,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을 아직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니까요. 히나타 선배는."
그 생물이 입을 연다.
"...........저기, 유이...."
그제서야 오토나시도 입을 연다.
"여긴 왜 따라온 거야?"
히나타의 팔에 달라붙어있던 생물은,
───분홍색의 긴 생머리, 양 옆을 검은 끈으로 묶어 짧게 애교머리를 내린, 덧니가 인상적인 여학생이였다.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던전 탐험!"
".........아직도 하고싶은게 남은 거야?"
꺄아! 하고 한쪽 손을 척 들고 외친 분홍생머리 소녀 유이의 말을 한귀로 흘리며 오토나시는 대꾸한다.
"게다가 던전이라고 해봐야 그냥 케이블 얼킨 통로일 뿐이고. 그보다 유이는 보컬으로 안뛰어?"
"후에?"
"슬슬 걸데모는 준비를 끝냈을 텐데."
본래 차원에선 이와사와가 성불한 후, 유이가 보컬을 맡았지만 모두가 성불되지 않는 이 곳에서는 이와사와와 유이가 더블 보컬을 맡고 있었다.
랄까, 더블 보컬이라는 것서부터 뭔가 이상하긴 하지만.
"오늘은 이와사와 선배의 싱글 곡이라서 상관없어요~"
태평하게 웃어보인 유이는 이미 침몰한 히나타를 일으켜세우며 대꾸한다.
"그보다 오토나시 선배."
"엉?"
"선배는 타치바나 선배랑 진전 없어요?"
풉컥.
오토나시마저도 장렬하게 침몰시키는 유이였다.
"......그, 그건 왜....?"
"아무리 봐도 러브러브인걸요. 맨날 같이 밥먹고......"
유이의 말에 오토나시는 머리를 긁적인다. 하기야 그런 적이 한두번이래야지.
최근에도 유이가 본 모양이다. 그때는 아마 히나타를 닦달하던 때였을 건데....그걸 또 봤네.
"글쎄......."
"에이, 사귀어 버려요~! 어차피 이젠 성불도 안되는데."
유이는 덧니를 드러내며 방긋 웃는다. 어쩐지 침울한데 그래? 성불도 안된다니....
"아, 이번엔 제가 도와 드려요? 저번 차원에서도 많이 도움받아서 언젠가는 은혜갚기라도 하려고 생각했는데...."
.......오옷, 그 유이가 기특한 말도 하....
".......라고 말할것 같냐, 이 바보야!!"
딱콩.
"잘 들어요, 오토나시 선배."
뒤통수 한대 맞고 버엉 해진 오토나시에게 유이는 난데없이 설교 모드에 돌입.
".....자고로 프로포즈라는 건,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게 예의라고욧."
".......그 말 할려고 이런 퍼포먼스를 보여준 거냐....?"
"아뇨, 더 중요한 건 적극성이에요."
유이는 손가락을 까닥까닥거린다.
"그냥 미적지근 뻐기지 말고 댓쉬하세요! 안그래도 타치바나 선배 성격에 선배가 프로포즈 받기는 좀 그렇고. 그게 안된다면 역시 선배가 댓쉬하는게 빠르다니까요?"
히나타 선배를 보세요. 하고 유이는 입을 연다. "그렇게 제게 당해 놓고도 제가 '결혼하고 싶어' 라고 하니까 바로 응답했잖아요?"
"......그때 내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지."
히나타가 부활했지만 다시 유이의 공격을 맞고 침몰.
"하아, 어쨌든! 지금의 오토나시 선배는 답답해욧."
유이는 한숨을 폭 내쉬며 중얼거리는데,
────그때 대식당 쪽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슬슬 시작한 모양이네."
오토나시는 중얼거린다.
"나가자, 어차피 케이블에는 문제가 없으니까."
"네 ♪"
유이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몰한 히나타를 질질 끌고 오토나시를 따른다.
".......아직 죽어있네."
식당으로 들어가기 전, 유리는 방금전에 날아갔을 노다를 찾으러 운동장으로 나왔다.
운동장 한가운데에 노다가 뻗어있었다. 거참 멀리도 날아왔네.
"언제까지 죽어있을 거야? 노다."
뻥.
유리가 쓰러져있는 노다를 냅다 걷어차자 대굴대굴 구른 노다는 벌떡 일어난다.
"오오, 유릿페! 네가 날 직접 깨우러 오다니......"
"바보같은 소리 그만하고, 식당으로 가자."
감격에 젖은 듯한 한 바보의 말을 그대로 흘리고 유리는 입을 연다. "이제 슬슬 공연도 시작했을 거고...."
4
────곧 유리는 운동장에 서 있는 새로운 존재를 보게 되었다.
"..........응?"
"신입인가?"
노다도 그것을 눈치챘는지 뒤를 돌아본다.
그 자리에는,
"...........하우, 저...죄송하지만 여기가 사후 세계....인가요?"
우물쭈물하며 몸을 비비적거리는, 분홍색 계열의 메이드복 차림의 연갈색 생머리 소녀였다.
아니, 메이드복이라기보단....웨이트리스 복이 더 적당할까?
"........일단 그런데?"
유리는 그렇게 말하고 씨익 웃는다. "뭐 어쨌든, 여기 온걸 보니 너도 죽었나 보네. 전선에 온걸 환영해."
그 말에 웨이트리스복 소녀는 움찔.
"에? 아, 아뇨...! 전 안 죽었는데요오....."
흠칫.
"어....음....그러니까요. 저는 사후 세계에 볼일이 있어서.....클랜에서 왔어요."
소녀는 주저하며 입을 연다.
그보다 클랜이라니....? 대체 무슨 클랜을 말하는 거야?
아니, 무엇보다도 살아있는 사람이 여길 온다는 것서부터 이상하다고!
유리는 식은땀을 주륵 흘리며 그 소녀를 쳐다보는데,
"우왓, 소개부터 할게요~"
소녀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입을 연다.
"......제 이름은 아사히나 미쿠루. 현 이메진스피어 라퓨타의 12 선. 마에스트로의 명으로 '천사'를 데리러 왔는데, 혹시 아시나요? '천사'에 대해서."
"푸하~"
저녁을 해결한 카시와기 일행은 인덱스의 안내에 따라 웨일즈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했다.
우선 인덱스의 입을 열게 하려면 배를 채워야 한다는 카시와기의 의견에 모두가 동의한 것이다. 특히 카미조는 그 의견에 백배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었다.
"카시와기."
"응?"
"......역시 넌 희대의 오타쿠인 모양이다."
"시끄럿."
미코토와 인덱스가 안들리게, 그 둘은 수군거린다. 뭐 안그래도 미코토와 인덱스는 자신들의 앞자리에 탔으니까.
그 와중에도 두 소녀는 자꾸 카미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역시 고서대로의 설정에 충실한 두 소녀였다.
"잠이나 자야겠다."
카시와기는 한숨을 폭 내쉬며 등받이에 몸을 누이고 잠을 청한다. 오늘 하루는 정신없이 돌아다녔기 때문에 피로가 장난이 아니였으니까.
웨일즈의 수도인 카디프에 도착하려면 다섯 시간 가량은 가야 한다고 들었으니.
아무래도 마총연 본부까지 가는건 내일로 미뤄야 할듯 했다. 카디프에 간다 해도 마총연본부를 찾는 건 시간이 또 걸릴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다가 카시와기는 어느새 잠이 들었는데,
"후에에~그거 먹는거 아니야, 진아키이~"
"!!"
뒤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고 카시와기는 잠에서 깬다.
그 바람에 카미조도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몸을 뒤척인다. 잠결에 한 소녀의 음성이 계속해서 들려온다.
"?"
"....이건 말이지, PSP라고 해서 게임기의 일종인데....이렇게 갖고 노는 거야."
"....."
"배고픈거야? 진아키. 먹을거 꺼내줄까...?"
"!"
"우으....카르 오빠는 왜 우리를 오라 그런거지....?"
.......................
절대로 흘려들어선 안 되는 단어들이 뒷자석의 소녀에게서 나오자 카미조는 잠에서 확 깬다.
진아키라면 들었었다.
저번에 히메가미를 구하러 갔을 때, 마코토를 데리고 나왔던 것이 진아키였다.
그리고........그때 아우레올루스가 한 말.
────진아키는 12선의 일원. 이라고 했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카미조는 고개를 돌려 뒷좌석을 바라보는데,
"..........저기, 카르가 있는 곳을 알아?"
"후에?"
이미 카시와기가 소녀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5
뒷좌석에 있던 소녀는,
────곱슬곱슬거리는 금발의 머리카락을 치렁거리는, 고딕 로리타 드레스 차림을 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나이도 끽해봐야 10살 정도밖에 되지 않는, 무척이나 귀여운 소녀였다.
그리고,
그 소녀의 옆자리에 앉아있는, 마치 티셔츠만을 걸친 듯한 흑발의 소녀가 두 가닥으로 나뉘어있는 더듬이 머리카락을 흔들거리고 있었다.
카미조의 시선이 자동으로 아래로 돌아가지만 흑발소녀의 티셔츠 끝자락의 허벅지에 보이는 검은색으로 보아 스패즈를 착용하는 듯 싶다.
5살 정도로 보이는 그 흑발소녀가 더듬이를 흔들거리며 조그마한 손으로 금발소녀의 옷자락을 살짝살짝 잡아당긴다.
"알았어, 진아키."
그러자 금발소녀는 빙긋 웃더니 한쪽 손을 내민다.
그러자,
"........?!"
소녀의 손 앞에 육망성이 그려지더니 소녀는 그 육망성 안에 손을 집어넣더니 빵 하나를 꺼낸다.
곧 그 빵은 흑발소녀에게 돌아갔고 소녀는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그 빵을 순식간에 먹어치운다.
그 소녀를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던 금발소녀는 '아참' 하며 카시와기에게 고개를 돌린다.
"에또, 뭐 물어보려고 했었어?"
"아니.....그게......"
카시와기는 버벅거리며 입을 연다. 아까 질문을 했었지만 소녀는 유심하게 듣지 않았던 모양이다. 뭐 그렇지 않아도 소녀는 옆에 앉은 흑발소녀에게 먹을 것을 주려고 했던 모양이니.
그나저나,
'........이 두 소녀는....분명 12 선이야....!'
카시와기는 생각했다.
일단 흑발소녀 쪽은 몰라도 저 금발소녀는 공간을 열어서 무언가를 마음대로 꺼냈다. 한쪽에 놓여있는 PSP도 아까전 얘기에 따르면 그 공간에서 꺼낸 거고.
"그 전에 이름부터 물어볼게. 넌 이름이...?"
그때 흑발소녀가 더듬이를 까닥거리며 금발소녀의 손을 간질였고,
"......아. 카시와기 히카리라고?"
알아냈다?!
저 흑발소녀도 보통내기가 아니야! 하고 카시와기는 기겁하는데,
"그럼 우리 소개도 해야겠지?"
소녀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내 이름은 에리카라고 하고.....주변에선 [육망성의 에리카]라고 불러. 그리고 이쪽은 진아키."
"!!"
"아, 보다시피......진아키는 말을 하지 않아. 따라서 진아키의 말은 나 아니면 카르 오빠만이 해독할수 있어."
뜸을 들이고 에리카라는 소녀는 방긋 웃으며 말을 잇는다. ".......방금 진아키의 말은, '난 진아키고 [시공의 소녀]라는 호칭이 있어요 알아모셔라 바보자식.' 이래."
.....................
저 [!!] 안에 그런 심오한 뜻이 담겨있는거냐?!
카시와기는 혀를 내두르다가,
"아,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말을 잇는다. "......우리 역시 그 카르라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건데, 같이 갈수 있을까 해서 말이야."
"카르 오빠를?"
에리카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나야 별로 상관은 없는데. 무슨 일이야?"
두 눈망울을 굴리며 묻는다.
[Alchemy-Girls Dead Monster]
無限に生きたい 無限に生きられたら 全て叶う
무한하게 살고 싶어 무한하게 살 수 있다면 모두 이룰 수 있을 텐데
でもいろんなものがあたしを追い込んでく
하지만 많은 것들이 나를 구석으로 몰아넣어갔어
"아, 시작됐다."
오토나시와 히나타, 유이는 북적이는 대식당 내를 비집고 들어가서 자리를 잡는다.
"하아, 콘서트를 제대로 감상하는건 이번이 처음이구만."
히나타는 씨익 웃으며 입을 연다. "저번 차원에서의 콘서트는 어디까지나 양동이였으니까. 감상할 틈이 없었지, 안그래? 오토나시."
"뭐 그렇네."
씨익 웃고 오토나시는 무대를 본다.
물론 무대라고 해봐야 층계참일 뿐이지만. 그래도 지금은 훌륭한 무대였다.
무대 위에 올라와 있는 건, 한때는 양동부대로 불렸던 밴드그룹, [Girls Dead Monster].
그 그룹의 보컬─────이와사와가 기타를 매고 열창하고 있었다.
生きる残り時間 夢の座標 行方
남아있는 삶의 시간, 꿈의 좌표의 행방은 짐작 할 수 없어
全部大事なものなのに
전부 소중한 것인데도...
"아, 여기 있었군요. 오토나시씨!"
그때 반가운 듯한 음성과 함께 멀리서 사람들의 틈을 비집고 검은색 계열 생도회 복장 차림의 소년이 나타난다.
"또 왔네, 저 녀석."
히나타가 그것을 보고 표정을 찡그린다. 그것을 눈치챘는지 그 소년도 정색.
"......뭐야, 이 자식. 질리지도 않게 또 오토나시씨 옆에 붙어있는 거냐?"
"자아, 둘 다 그만해."
오토나시가 피식 웃으며 손을 휘젓자 생도회 복장의 소년은 금방 미소를 지으며 회답한다.
"오토나시씨 분부라면요."
그런 소년을 보며 유이는 히나타에게 속삭인다.
"....저게 말로만 듣던 게X에요?"
"쉿, 듣겠어."
히나타는 유이의 입을 틀어막는다. 그러고보니 유이는 저 녀석에 대해 잘 모르나?
6
"그보다 일은 끝났어? 나오이."
"물론이지요."
생도회 복장의 소년, 나오이 아야토는 빙긋 웃으며 브이를 그려보인다.
"학생회 맴버들에게 떠넘기고 왔어요. 최면까지 걸었으니 확실해요."
"네가 햇."
딱콩.
"우우읏.....저, 저는 오토나시씨를 보려고 온 건데......!"
웅얼웅얼대는 나오이에게서 시선을 애써 피한 오토나시는 무전기를 든다.
"타케야마. 쿨링팬 상태는 어때?"
[좋습니다. 전원 모두 이상없어요.]
무전기에서 남학생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저를 크라이스트라고.....]
"준비는 완벽하네."
오토나시는 무전기를 끄고 히나타에게 입을 연다. "좀 있다가 팬을 작동시키면 되겠어."
いいさここらでちょっと甘いもの食べていこ
좋아 여기서 잠깐 달콤한 걸 먹고 가자
そういう思考停止ばかり得意になった
그러한 사고정지들만이 익숙해졌어
슬슬 노래는 클라이막스에 접어든다.
일단 유리가 작전 명령권을 오토나시에게 쥐어줬기에 쿨링팬의 작동명령은 오토나시가 내리게 되어 있었다.
뭐, 보통의 경우에도 클라이막스에서 쿨링팬을 작동시켰으니 이번에도 그렇게 하면 되겠지.
오토나시는 그렇게 생각하고 지시를 내릴 타이밍을 기다리는데,
[치칙......오....토나시 군...칙, 치칙......]
"??"
유이가 귀를 쫑긋거리더니 오토나시를 잡아당긴다.
"수신 왔는데요? 오토나시 선배."
"어라?"
목소리를 들어보니 유리인 것 같다.
오토나시는 무전기를 귀에 대고 입을 열었다.
"나야. 무슨 일이야? 유리."
[양동을....좀더 진행시켜줘....치칙.]
무전기에서 나오는 음성 상태가 좋지 않았다. 대체 어디서 송신하고 있는 거야?
그런 오토나시의 생각을 유리의 다음 말이 산산히 부순다.
[......전원....무장 취하고......운동장 쪽의.....웨이트리스복 소녀를...공격해.....!]
──────?!
"유리....방금 뭐라고....?"
오토나시는 그 말에 잠깐 얼이 빠졌다가 다시 묻지만,
[오토....나시군....]
여전히 치직거리는 무전기에서 유리의 음성이 들린다.
[.......카나데를 데리고......도망쳐....빨리.....!]
───까강!!
핼버드가 빙글빙글 돌며 땅에 꽂혔고 핼버드와 함께 날아온 노다가 같이 땅바닥을 구른다.
"노다!"
"큭.....유릿페....버틸 수가 없다....!"
노다는 입가의 피를 탁 뱉고 정면을 응시한다.
그 앞에는,
"으에.....괘, 괜찮아요....?"
라는 소릴 하며 웨이트리스복 소녀가 주춤거리며 서 있었다.
"크큭.....내 스타일이긴 하지만.....그래도 유릿페의 명령이니 어쩔 수 없지."
노다는 간신히 몸을 일으킨 후 땅에 꽂힌 핼버드를 움켜잡는다.
도대체 저 소녀가 왜 카나데를 데리고 갈려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좋지 않다.
유리는 알고 있었다.
분명 12 선들 중에 저런 소녀는 없었다. 그런데....갑자기 자신을 12 선이라 소개하며 나타났다는 것은.....결국 한가지 경우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마에스트로의 교체.
분명 마에스트로가 바뀌었기 때문에 그 주변의 12 선도 새로운 마에스트로의 측근으로 바뀐 것이다.
"히, 히잉. 다가오지 말아요....!"
소녀는 몸을 움츠리지만 유리가 외쳤다.
"그렇다면 말해."
그 소녀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어째서 너희들에게 카나데가 필요한 건지. 그 이유를 말하란 말야!"
"말 못해요....."
소녀, 즉 아사히나 미쿠루는 입을 연다.
"마에스트로의 지시에요. '천사'를 데려오라고......!"
"이유를 듣지 못하면 우리도 카나데를 내줄 이유는 없어."
유리는 그렇게 말하며 권총을 빼든다.
"노다. 인정사정 봐주지 마!"
"라져!"
그 말을 끝으로 노다는 핼버드를 겨누고 미쿠루에게 쏘아진다.
그렇지만,
7
"후, 후에에엥~미....미미, 미쿠루 비이이이임─────!!"
미쿠루가 두 손을 눈가에 대고 브이를 그리며 외친다.
그 순간,
───푸콰아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후폭풍과 함께 눈에서 생성된, 직경 5미터의 분홍색 빔이 곧바로 노다를 강타한다.
"─────!!"
그 무식한 파괴력에는 그만 유리도 할 말을 잃고 만다.
대체 저 소녀는 뭐야.....?!
빔포의 흔적이 운동장에 그대로 남았고 노다의 흔적은 찾을 수 없게 되자 유리의 손에 들린 권총이 떨린다.
저 소녀를 권총으로 막을 수 있을까?
"자아, 부탁이에요......"
미쿠루는 애걸한다.
"제가.....'천사' 를 데리고 갈수 있게 해주세요오.....!"
크윽.....!
유리는 입술을 까득 깨문다.
저들에게 왜 카나데가 필요한 건지는 모르겠지만....이번에 저들이 카나데를 데려가 버리면 영영 못 만날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12 선이라는 저 소녀가 무력을 행사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보내줄 것 같아.....?"
유리는 미쿠루를 노려보며 입을 연다.
"무력으로 나온다면....우리도 무력으로 나올 수밖에 없지....!"
그렇게 외치며 유리는 땅에 떨어진 무전기를 쥐고 외친다.
"지금이야, 쏴!"
그 말이 떨어지자,
곧 하늘을 울리는 총성 소리와 함께 수백 발의 탄환이 미쿠루에게 쏘아진다.
방향을 보아하니 전부 식당의 위쪽 창문에서 날아온 듯했다.
그러나 미쿠루는 곧바로 포즈를 잡더니,
푸와아아아아앗!!!
미쿠루 빔을 쏘아 탄환들을 전부 상쇄시킨다.
무식한 굵기의 빛줄기는 그대로 식당의 윗부분을 향해 쇄도했고,
쿠콰콰콰콰콰콰쾅!!!
빛줄기는 대식당의 벽을 뚫고 건물의 윗부분을 긁는다.
"우, 우와아아!!"
"꺄아악!"
순식간에 학생들이 소란을 피우며 바깥으로 몰려나가기 시작했다. 포격을 받은 천장이 점차적으로 무너지며 낙석들이 떨어졌고 학생들은 우왕좌왕하며 피하기에 바빴다.
"으엑?! 어, 어떻게 된 거야?"
"........"
히나타가 바들바들 떠는 유이를 감싸안으며 묻지만 오토나시는 입술을 까득 깨문다.
도대체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거지.....?!
"일단 히나타, 너는 유이를 데리고 도망가. 그리고 나오이. 걸데모들을 챙겨줘."
"이봐, 오토나시....!"
"그렇게 하죠. 오토나시씨!"
히나타가 다그치지만 나오이는 곧바로 몸을 돌려 걸데모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간다.
"뭔지 모르겠어."
오토나시는 다그치는 히나타를 보고 내뱉는다. "무슨 상황인지 나도 모르겠다고! 하지만 일단은 모두 피해야 해. 아무래도 천장을 뚫어버린 녀석이 유리와 대치하고 있는 모양이야."
"으엑?"
"녀석의 목적은 아무래도......카나데인 것 같아."
오토나시는 중얼거렸다.
"난 카나데를 찾아 피신시킨 후 합류하겠어. 히나타 너도 일단은 유이를 피신시켜!"
"자, 잠깐. 오토나시!"
그 말을 남기고,
오토나시는 히나타의 외침을 무시한 채 앞으로 내달린다.
'제길......!'
오토나시는 입술을 깨문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없이 평화롭게 지내왔는데, 그 일상이 이런 식으로 갑작스럽게 깨져버리다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제기랄.....!'
아무리 생각해도 알수 없었다.
이곳은 이제 이메진스피어. 전혀 앞을 분간할수 없는 신세계이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든 간에,
────카나데가 위험하다는 것만은, 사실인 듯했다.
분명히 유리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카나데를 데리고 도망쳐라. 라고....
"제길, 카나데......!!"
오토나시는 외치며 카나데를 찾기 시작했다.
혼란의 밤은 이제 막 시작하였다.
Part 5.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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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음 일부러 일부 이름을 안 드러냈던 거였군. 음악이 막혀서 안 들리는 게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