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역에서 출발한 남측 열차를 개성과 신의주까지 운행하는 방식을 통해 북측 철도 공동조사를 진행하려던 계획이 유엔군사령부(United Nationn Command)의 불허로 무산된 가운데,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유엔사 해체가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와 참여연대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긴급토론회 '유엔군 사령부, 무엇이 문제인가'를 열었다.
책 '유엔군사령부'의 저자인 평화운동가 이시우 씨는 발제를 통해 "유엔사는 미국통합사령부의 가짜 이름"이라며 "유엔사의 주권은 한국의 것이 아니라 미국의 것이다. 여기에서 모든 문제가 비롯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엔사는 지난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7월 7일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설립됐고, 다국적군의 작전통제권을 행사했다. 이후 1957년 유엔사가 서울로 이전한 뒤로는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을 겸직하기 시작했으며,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 창설 이후에는 한미연합사령관까지 동시에 맡고 있다. 참고로, 유엔은 1994년 유엔사가 유엔 산하기관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씨는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된다면 유엔사의 존립 근거가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화협정이 정전협정과 외양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일 수 있으나, 평화협정이 필요한 것은 (유엔사의) 정치적·법적인 문제를 매듭짓기 위한 것"이라며 "평화협정을 체결한 뒤에도 유엔사를 유지해야 한다면 뭐하러 평화협정을 체결하느냐"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교수는 "한반도가 평화체제로 가는 데에 가장 핵심적인 문제가 바로 유엔사 문제다. 유엔사는 전쟁을 위해 만들어졌고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조직"이라며 "평화체제의 핵심은 유엔사 해체"라고 주장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전·평시 유엔사의 '관할권'은 주권과 충돌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며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유엔사는 해체될 운명이기 때문에 비무장지대 관할권 이양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진석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장은 "정전협정에 근거한 유엔사의 권한은 어디까지나 '군사적' 성질에 한정되는 것이다. 평화에 기여하는 '비군사적' 사항에 대해 유엔사는 어떤 권한도 가질 수 없다"며 "최근 유엔사의 남한 당국에 대한 방북 불승인은 명백한 월권행위이며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만용"이라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