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석화 김영욱
서재에서 글을 읽고 있는데 앞집의 젊은이가 “와- 저 달보라”고 외친다. 빨리나가서 보고 싶었으나 글을 읽고 있는터라 나가지 못했다. 한참이나 지나서 글을 쓰고 있는데 지인으로부터 온 카톡이 울린다. 하던 일을 멈추고서 카톡을 열어보니 본촌동 호수공원에 보름달이 떴다며 영상으로 보내왔다.
때마침 루비(강아지)가 급하게 끙끙거린다. 똥이 마려운 것이구나. 하고 밖에나가서 목줄을 풀어주니 나무와 풀을 헤치고 자신만이 알고 있는 똥간으로 줄 다름 친다. 그리고 하늘을 보니 9시 반을 가리키는 하늘에 둥근 달이 천지를 비추고 있다.
그 달을 보는 순간 말 못하고 인격이 없는 저 달은 세상을 비추는 큰 등불인데 나는 반딧불도 못되었다며 자책을 한다. 사실 하늘을 무지개처럼 나는 반딧불을 보면서 자신도 세상을 비추는 반딧불이라도 되려고 한 때는 애를 쓰기도 했다. 그런데 반딧불이 아직도 못되었다.
요즘 무엇에 쫓기는지는 몰라도 밤하늘을 보지 못한 지가 여러 달이 된 듯하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는 말이 있는데. 하늘을 못 본 탓에 별도 달도 잊고 살았다. 허나 옅은 망사구름을 제치고 떠오른 영롱한 달은 그 달은 마음의 어두운 그늘을 헤치고 두둥실 떠오른다.
달은 그리움이다. 특히 보름달은 어머님을 그리게 하고 고향을 그리게 하고 옛 친구들을 그리게 한다. 그리고 수많은 지인들을 그리워하게 한다. 저 달은 세계각지에서 떠올라 시인들을 생산하게 하는 곱고도 위대한 달이다.
보름달을 마음의 창에 매달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