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 있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설레발'이다. 초반 몇경기만 놓고 "올해는 다르다"고 선포했다간 시즌 막바지 때 민망한 상황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중순엔 한 유명 야구 칼럼니스트가 '기아는 어떻게 강팀이 되었나'라는 칼럼을 썼다가 기아가 8위로 시즌을 마치는 바람에 야구 팬들의 놀림을 받아야 했다.
이는 류현진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기 어렵게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류현진은 지난해보다도 훨씬 잘 던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류현진은 5번의 선발 등판 경기에서 무려 4경기나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지난해 무실점 경기가 완봉승을 기록했던 LA 에인절스전을 제외하곤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좋아진 셈이다.
비록 '설레발'이 될 수 있을지언정, 류현진의 달라진 점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 무너졌던 지난 5일 샌프란시스코전을 포함시킨다고 해도 평균자책점 1.93으로 수준급의 피칭을 펼치고 있어서다. 지난 5경기의 기록을 놓고 류현진의 달라진 점 3가지를 꼽아본다.
① 커브
일단 많이 알려진대로 류현진의 커브를 얘기 안할 수가 없다.
이는 류현진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기 어렵게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류현진은 지난해보다도 훨씬 잘 던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류현진은 5번의 선발 등판 경기에서 무려 4경기나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지난해 무실점 경기가 완봉승을 기록했던 LA 에인절스전을 제외하곤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좋아진 셈이다.
비록 '설레발'이 될 수 있을지언정, 류현진의 달라진 점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 무너졌던 지난 5일 샌프란시스코전을 포함시킨다고 해도 평균자책점 1.93으로 수준급의 피칭을 펼치고 있어서다. 지난 5경기의 기록을 놓고 류현진의 달라진 점 3가지를 꼽아본다.
① 커브
일단 많이 알려진대로 류현진의 커브를 얘기 안할 수가 없다.
- 류현진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특히 올초 2경기에서 류현진이 던진 커브는 비율로 14.9%나 된다. 슬라이더(13.8%)보다 높은 것이다. 결정구로서도 커브를 꽤 자주 사용했는데, 류현진의 두번째 경기에서는 커브를 통한 헛스윙 삼진이 두차례 있었다.
사실 커브는 류현진이 미국 진출을 앞두고 연마한 구종이긴 하다. 국내 마지막 시즌에선 경기의 20% 이상이 커브인 날도 많았다. 비장의 무기로 커브를 선택했던 것이다. 그리고 국내리그 타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커브는 녹록치 않았다. 지난해 류현진이 던진 커브의 피안타율은 무려 0.307이었다. 스트라이크 코스로 들어가는 커브는 피안타율이 0.366까지 치솟았다. 가끔 뜬금 없이 스트라이크를 잡는 용도로만 쓸 수 있었지, 주무기로는 불안했다.
그렇다면 올해 커브를 자주 구사할 수 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PFX(Pitch F/X)에 따르면, 류현진의 시즌 두번째 경기에서 던진 커브는 지난해보다 평균 5cm 정도 밑으로 더 떨어졌다. 낙차가 더 커진 것이다. 한국 언론들은 "류현진이 호주에서 구대성을 만났을 때 구대성의 커브를 배웠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ESPN과 트루블루LA에 따르면 류현진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투수코치와 커브 연마에 힘을 쏟았다고 한다. 무협지에서 나오는 것처럼 스승을 잘 만나 하루 아침에 필살기를 배우는 경우는 없다.
물론 류현진이 2이닝 8실점으로 무너졌던 지난 5일 샌프란시스코의 악몽은 '잘 휘지 않는 커브' 때문에 일어난 참사였다. 커브만 믿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아직까지 류현진에게 있어 커브는 조금 더 가다듬어야 하는 필살기다.
② 빠른 승부
또 하나 주목할만한 것이 빠른 승부다.
류현진은 지난해 평균 소화 이닝이 6이닝 정도였는데도 거의 매번 투구수가 110개를 오르내렸다. 이는 잦은 풀카운트 승부 때문이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타자가 속지 않는 유인구를 던져 체력을 낭비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소 다르다. 일단 적극적인 피칭을 하고 있다.
류현진은 호주 개막전에서 67개의 투구수로 5이닝을 틀어막았고, 두번째 경기에서 88개의 공으로 7이닝을 막았다.
두번째 경기는 1, 2회 흔들렸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적은 투구수였다. 특히 1회는 21개의 공을 던졌었다. 1회만 빼놓고 보면 이닝당 평균 투구수는 11.2개로, 만약 완투를 한다고 해도 100개의 공만 던지면 되는 아주 좋은 수치다.
실제 류현진은 이날 완봉이 가능한 페이스였다. 류현진이 지난해 기록했던 완봉 당시 투구수는 113개. 7회까지 던진 공은 83개였다. 비록 이보다는 많은 투구수를 기록했었지만, 이닝당 투구수를 봤을 때 충분히 완봉을 노려봄직했다.
올 들어 5번의 경기 중 류현진이 100개 이상 던진 경기는 18일 샌프란시스코전 뿐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류현진이 가장 어려워하는 상대이고, 더구나 이날 경기가 낮경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112개의 투구수는 그래도 꽤 무난한 편이었다. 무엇보다 7이닝을 소화하며 불펜의 부담을 줄여줬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올 시즌 들어 빠른 승부가 가능한 것은 구사 가능한 변화구 구종이 3개로 늘며 타자들이 혼란스러웠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상대 타자들의 조급증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류현진이 자신감을 가졌기에 나올 수 있는 기록이다.
- LA의 악동들 - 류현진(왼쪽·LA 다저스)이 2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벌인 경기에 앞서 야시엘 푸이그(오른쪽)와 함께 후안 유리베(가운데)의 멱살을 잡는 장난을 치고 있다. /AP 뉴시스
③ 떨어진 스피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이 류현진의 올 시즌 경기에서 거의 매번 최고 구속이 150㎞(93마일)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류현진은 잘던진 경기에선 매번 153km의 구속이 나왔었다. 평균 구속은 145km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는 스피드가 오히려 떨어졌고, 그런데도 좋은 결과물이 이어지고 있다.
구속이 떨어진 것이 어떻게 '긍정적인 변화'가 될 수 있을까.
사실 류현진은 지난해 거의 매 투구마다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던지는 인상이었다. 매 투구마다 구속이 비슷하게 나온 것이 이를 설명한다.
매팅리 감독을 포함해 류현진 투구를 지켜보는 모든 이는 구속이 떨어질 때마다 조바심을 냈다. 특히 잘 못던진 날 구속이 떨어질 때면 '메이저리그의 원정 거리에 따른 피로감 때문'이라느니 하는 해석이 이어졌다. 류현진 스스로에게도 꽤나 스트레스였을 것임이 분명하다.
솔직히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거대한 체구의 외국인들은 동양인 투수를 평가하는데 있어 구속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긴 한다. 임창용 또한 국내 리그로 유턴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가 생각 외로 오르지 않는 구속 때문이었다. 그들은 다소 왜소해보이는 동양인을 판단하는 근거로 구속을 꼽는 것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지난해 이미 성적을 냈고, 올해는 다소 편안한 마음으로 투구할 수 있다. 성적만 나오면 구속을 가지고 딴지가 걸릴 리는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류현진은 140km대의 느린 공을 던지며 타자를 농락하고 있다. 분명히 좋은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