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어디에서도 한눈에 보이는 1,000m가 넘는 산, 거대하고 웅장하나 완만하고 부드러워서 주변에 너른 평야를 거느린 산, 호남의 명산 무등산이다. 예부터 상서로운 돌산은 모습 그대로 차별과 분별이 사라진 무등의 불국토로 여겨졌다.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했으며 보조국사 지눌 스님과 그의 제자인 진각을 비롯한 여러 국사스님이 도를 이루는 곳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이후로도 지공과 나옹스님이 거쳐 가며 그 자취를 남겼습니다.
광주 무등산에 있는 규봉암과 석불암을 여행한 영상입니다. 규봉암은 주상절리가 병풍처럼 둘러쌓여있는 암자입니다. 무등산하면 입석대와 서석대가 유명한데요, 입석대 서석대 반대편에 있어서 잘 찾지 않는 암자입니다. 그리고, 지나가시더라도 바위에 꽁꽁 숨겨져 잘 보이지 않는 암자이기도합니다 암자여행으로 규봉암과 석불암을 가기위해서는 화순에 있는 도원마을에서 출발하시는것이 제일 좋습니다. 도원마을에서 규봉암까지는 빠르신분들은 1시간 10분내외. 보통이신분들은 1시간 30분내외. 느리신분들은 2시간정도가 소요됩니다. 하산은 보통 1시간 정도가 걸립니다. 규봉암에서 10분거리에는 석불암이 있는데 , 석불암에는 마애여래좌상이 조각되어있습니다. 마애여래좌상은 전각으로 보호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석불암가기바로전에는 지공너덜이라고 하는 너덜지대가 있는데 여기서 바로보는 풍경도 참 멋집니다. 시간되시면 꼭 한번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김유식의 펜화로 찾아가는 사찰기행] <22> 화순 규봉암
금샘 물 마르지 않은 곳에 지은 상서로운 절
주상절리로 이루어진 무등산
규봉 광석대 아래 관음기도도량
수행자들의 수도 도량으로
한치의 부족함이 없는 곳
화순 규봉암 전경. 53x38cm, Pen drawing on paper.
빛고을 광주에는 1000m가 넘는 높은 산이 버티고 있는데 여기가 바로 상징처럼 여겨지는 남도의 명산 무등산이다. 옛날 이름이 ‘무돌뫼’인데 무지개가 나오는 산이란 뜻으로 한자를 차음하여 무등산(無等山)이라 부르고 서석산이라고도 한다. 산의 정상은 완만하여 푸근한 인상을 주는 곳이다. 무등산은 무등산 옛길로 가는 방법과 꼬막재를 지나 규봉암을 거쳐 서석대를 가는 방법이 있다.
규봉암은 화순군 이서면 영평마을 상상수목원에서 출발하여 올라가는 무돌길이 최단 코스로 1시간 정도면 되니 매우 짧은 편이라 영평마을 방면에서 오르기로 했다. 도원탐방지원센타에서 오르면 억새평전을 구경하며 규봉암에 올 수 있지만 약간 길다.
수목원 입구에 주차후 상상수목원 좌측길로 등산로가 보이며 국립공원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규봉암까지는 2km가 조금 못 미치지만 줄 곳 오르막길로 계단이 촘촘하여 초반부터 지치게 만든다. 어느 분이 세어 본 결과 목재로 조성한 계단 수는 무려 860개 정도라 한다.
경사가 심해 난간을 잡고 조심해서 올라가야 한다. 계단이 끝나기를 속으로 되새기기를 반복하지만 좀처럼 끝나지는 않고 굵직한 바위들이 보일 즈음 위에서 예불 소리가 들려온다. 바위들이 널브러진 돌강을 지나 한참을 가면 돌계단 위에 높게 지어진 ‘무등산 규봉암’ 이라는 현판이 달린 일주문이 나타난다.
한참 계단을 무심히 오르다 보면 해발 885m나 되는 곳에 지어진 암자의 전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입구에 있는 커다란 돌기둥이 문바위라고 하는데 임진왜란 때 성리학자이자 팔도 의병 총사령관으로 활약한 김덕령 장군의 전투에 관한 일화가 서린 곳이라 한다. 이곳의 경치가 예사롭지 않아 눈온 날의 일주문 풍광을 펜화로 담았다.
규봉암은 대한불교 조계종 승보종찰 송광사의 말사로서 유서깊은 고찰이다.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서석과 규봉을 보고 정사(精舍)를 세운 것이 효시라 하는데 금샘에 물이 마르지 않음을 상서로이 여겨 절을 지었다는 설화가 전해 온다.
신라 말기 도선국사가 은선대에서 조계사 터를 살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기도 하며, 보조국사 지눌과 화순 출신 진각국사 혜심, 나옹 혜근화상도 이곳에서 수도하며 득도하였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고승들의 수도 도량으로서 한치의 부족함이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다.
일주문은 출입구에 일원상을 통해 들어가게 되어 있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일원의 근본을 찾는 참선의 마음으로 정진하라는 뜻이리라. 약 2시간 동안 땀을 흘렸으니 이제는 암자로 들어가 본다. 무등산의 입석대와 서석대와 더불어 3대 중 하나인 광석대를 병풍 삼아 이렇게 멋진 암자가 지어지다니 정말 힘들게 올라온 보람이 있다.
규봉암 일주문 설경. 53X33cm, Pen drawing onpaper hanji.
규봉암은 무등산의 동편의 광석대 이외에도 은신대, 삼존석, 설법대, 풍혈대, 송하대 등으로 이름 붙여진 열 개의 주상절리 바위군이 사찰 주변을 감싸고 있어 가히 절경이다. 규봉암을 가보지 않고 무등산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주상절리는 고온의 용암이 분출 후 지표에서 냉각되는 과정에서 수축해 다각형의 돌기둥으로 갈라지며 형성된 다각형의 각진 기둥을 말한다.
관음전 뒤편에 펼쳐진 광석대는 입석대 다음으로 멋진 기암괴석에 속한다. 조화로운 풍광은 그야말로 신선이 사는 곳이거나 관세음보살님이 상주하고 계실법한 그런 곳이다. 솟아있는 기둥들이 마치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있는 군중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광석대를 배경으로 자리한 관음전이 참 아름답다.
화려한 단청과 문살도 아름다움을 더한다. 내부에는 화관을 쓴 관세음보살좌상과 붉은 바탕에 금색으로 그린 단아한 후불탱화가 보인다. 관세음보살은 오른손에는 버들잎을 왼손에는 정병을 들고 있는 양류지수관음보살의 모습이다. 늘 세간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중생의 발원이 있는 곳이면 나투어 구원의 손길을 보내는 분이시니 엎드려 기도를 드리고 나서 우측을 보니 부처님과 네 분의 보살과 오백의 부처님을 그린 오백불화가 눈에 띈다.
밖으로 나가 관음전 전각의 왼편에는 삼성각이 자리하고 마당에 관세음보살과 남순동자, 해상용왕이 협시하는 조각상이 너른 하늘을 배경으로 그림처럼 자리한다. 광석대와 관음전, 삼성각 그리고 저 멀리 관세음보살상을 배경으로 펼쳐진 풍광을 다음 펜화로 담아 보았다. 관음전 뒷편에는 정겨운 장독대가 보인다. 이왕 온 김에 광석대에 힘들게 오르니 평온한 마을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절을 나서며 규봉암 일주문 주련을 다시 한번 읽어본다.
입차문래막존지해 (入此門來莫存知解)
이 문에 들어오거든 안다는 것을 버려라
무해공기대도성만 (無解空器大道成滿)
빈 그릇에 큰 도가 가득 차리라
그동안 보아온 주련 글귀이지만 특별히 마음에 와 닿았다. 문 너머로 들어서게 되면 속세가 아닌 진리의 영역에 들어섬을 나타낸다는 말이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말이나 글에 의하지 않고 바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여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봄에 온다면 진달래꽃이 만발할테고 가을에는 단풍을 겨울에는 설경을 즐기는 참으로 아름다운 곳 규봉암, 다른 계절에 다시 오리라 다짐하며 산길을 내려왔다.usikim@naver.com
[불교신문 3746호/2022년12월13일자]
펜화가 usiki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