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소설은 기독교인들이 심하게 박해받았던 17세기 일본.
언제나 불굴의 신념으로 많은 사람의 신뢰를 얻으며 선교활동을 펴던 포르투갈 예수회의
페레이라 라는 관구장 신부의 배교 사실이 교황청에 알려진다. 세 명의 젊은 성직자들은
옛 수도원에서 신학을 가르쳤던 그들의 스승이 장엄한 순교를 했다면 몰라도 배교를 했다고는
좀처럼 믿을 수가 없어 그 사건의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수도회의 승인하에 일본에 잠복한다.
주인공 로드리고 신부는 마침내 체포되고 나중에 배교한 스승을 만났을 때 비굴해보이는
그 스승을 패자로 보며 순교의 열정이 커간다.
그러나 그가 옥중에 있을 때 간수가 태평스럽게 코고는 소리라고 착각했던 그 소리는....
“저건 코고는 소리가 아니오. 구덩이에 거꾸로 매달린 신자들이 신음하고 있는 소리요.”
“내가 배교한 것은 말이다. 잘 듣게나. 그뒤 이곳에 같혀서 들은 저 소리에도 하느님께서
아무것도 하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필사적으로 기도를 드렸지만 하느님은 아무 일도
하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히 그리스도는 그들을 위해 배교했을 것이다. 사랑을 위해서, 자기의 모든 것을 희생
시키더라도.”라는 한 때는 스승이었던 페레이라 신부의 그 말과 함께 내면에서 들려오는
또 하나의 소리....
‘밟아도 괜찮다. 너의 발은 지금 아플테지. 오늘날까지 나의 얼굴을 밟은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아플 것이다. 하지만 그 발의 아픔만으로 이제는 충분하다. 나는 너희들의 그 아픔과 고통을
나누어 갖겠다. 그 때문에 나는 존재하니까.’
‘주님, 당신이 언제나 침묵하고 계시는 것을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침묵하고 있었던 게 아니다. 함께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그러나 당신은 유다에게 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가서 네가 하려는 일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유다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지금 너에게 성화판을 밟아도 괜찮다고 말한 거와 같이 유다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말한 것이다. 너의 발이 아픈 것처럼 유다의 마음도 아팠으니까.’
그때 그는성화판에 피와 먼지로 더럽혀진 발을 올려놓았다. 다섯 발가락은 사랑하는 분의 얼굴
바로 위를 덮었다.
“강한 자도 약한 자도 없다. 강한 자보다 약한 자가 괴로워하지 않았다고 그 누가 단언할 수 있을까.”
하느님은 어찌하여 수많은 이들을 외면한 채 침묵하고만 있는 것인가?
추천글
이 책은 신앙을 부인해야만 살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고민하는 인물들의 내면 묘사를 통해
"고난의 순간에 하느님은 어디 계신가?"란 신학적 문제를 조용하지만 가슴 뜨겁게 그려낸다.
역사적 사실에 소설적 재미가 곁들여져 진지하면서도 생동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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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고통을 당하는 자리에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사실은 얼마나
큰 감동이고 위로인가.
순교를 하든 배교를 하든 하느님은 우리의 진실을 다 알고 계신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고통
스러워 할 때 우리만 있게 하지 않고 우리와 함께, 우리보다 더 괴로워하신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 이승우(소설가)
<침묵>에는 엔도 특유의 재능인 인상적인 발단, 대담한 역사적 상황 설정, 신학으로 해결하기
난해난 문제, 거리낌 없는 성격 묘사 등이 잘 나타난다. 절제된 고전 기법으로 묘사된 등장인물들의
시련, 일본 문화와 지극히 서양적인 종교 양식의 미묘한 대립 등이 엔도가 이 책에서 그려낸 업적이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엔도 슈사쿠는 매우 탁월한 소설가이다. ..평이하면서도 신앙을 부인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고뇌하는
신앙인 묘사가 강한 인상을 준다. 우리가 진지하게 묵상하고 소중히 여겨야 할 책이다.
- 샌프란시스코 리뷰 오브 북스
저자 : 엔도 슈사쿠
•수상 : 1980년 노마문예상, 1979년 요미우리문학상, 1966년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1955년 아쿠타가와상
•최근작 : <위대한 몰락>,<침묵>,<나를 사랑하는 법> … 총 111종
•소개 : 1923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3세 때 아버지를 따라 만주 다롄으로 떠났다가 7년 후
부모가 이혼하면서 일본으로 돌아온 후 형과 함께 가톨릭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다. 게이오 대학
문학부에 입학했다가 1950년에는 일본 전후 최초의 유학생으로 프랑스 리옹 가톨릭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이 무렵부터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건강이 좋지 않아 1953년에 귀국했으며 이듬해에 첫 평론집과 첫 소설을 발표했다. 1955년에는
「하얀 사람」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받았고 첫 단편집 <하얀 사람.노란 사람>을 출간했다.
<바다와 독약>(1958)으로 신초 문학상, 마이니치 출판문화상을 받았다. 1960년에 폐결핵이
재발하여 세 번의 대수술을 받았다.
장편 <침묵>(1966)으로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받으면서 명실 공히 일본의 대표 작가로 입지를 굳혔다.
1971년에 로마 교황청에서 기사 훈장을 받았다. <예수의 생애>(1978)로 국제 다그 함마르셸드 상을,
<그리스도의 탄생>(1979)으로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했다. 1981년부터 고혈압과 당뇨병 등으로
건강이 악화되어 이후부터 투병 생활이 이어졌음에도 <여자의 일생>(1982), <스캔들>(1986) 등을
꾸준히 출간했다.
1992년에 <깊은 강> 초고를 완성했으나 이듬해에 신장병으로 복막 투석 수술을 받으면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한 후, 1993년에 마지막 장편소설이 된 <깊은 강>을 발표했다. 이 작품으로 마이니치 예술상을
수상하고 영국 등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1996년 폐렴에 의한 호흡부전으로 사망했으며 생전의
뜻에 따라 <침묵>과 <깊은 강> 두 권이 관 속에 넣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