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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첫사랑이라는 생각에 일기장에 눈물을 적시며 그와의 이상한 인연과 우연과 처지들을 토로하며 ... 그냥.. 이렇게나 지독하고 우울하고 음울한 마음을 반으로 쪼개 나눈 듯한 인연을 아파했지요.
가정폭력에 있어서는 잃어버린 쌍둥이를 찾은 듯, 서로 끔찍한 기억들을 나눴죠. 그 이전까지는 그런 이야기를 누구와 공유해 본적이 없었어요. 부모의 성스러운 자격에 대해 감히 도전할 수 없는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는, 겉보기에 쾌활하고 능력있는 엄친아, 전교회장같은 생활을 했지만, 사실 내면은 상처로 문드러져있었고 그 부분을 오직 저와공유하고 있었던고로 늘 저와의 만남은 아픔과 눈물의 부흥회장같은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좀 이상하긴했네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데, 손 한번 잡아본 적 없이, 편안하게 어깨에 기대본 일 없이 가시밭길 사지로 기어가는 듯 울며 불며 누가누가 더 불행한가 배틀하듯 마음을 토로하고 이야기가 끝나면 멀찍이서 '앞으로의 생은 나아질거야. 나는 부모와 다른 삶을 살거야'를 외치고 헤어지는 기묘한 관계.
매번 만날때면 음울한 고백들로 정신이 없었던 그와, 만나고 나면 상쾌한 마음으로 시간가는 줄 몰랐던 S.
내 마음도 모르고 그의 마음도 모르고 S의 마음도 모르고... 모든 마음이 오리무중이던 나날 중에 '그 일'이 발생합니다.
그와 S의 싸움이었지요.
S에게 전해듣기로는, 둘이 조금 다투다가 손목을 다쳤다고 했어요.
그냥 티격태격, 남자들이 할 법한 일로 다투다가 다쳤다고 했지만, S는 그와의 다툼때문에 생긴 큰 상처로, 오랜 꿈이던 파일럿을 포기하고 해양대 입학을 준비했대요.
그는 그 일로 괴로워하다 일종의 잠수를 탔고, S는 아무 내색 없이 쉬는 날이면 종종 저와 시간을 보냈고, 저는 아무것도 모른채 살다가 서로 각각 다른 지역으로 대학에 진학하게 됐지요.
네 뭐. 애초에 징징거리는 것 외에 딱히 같이 시간을 보내던 '그'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줄 모르고 있었어요.
나중에 생각하니 너무 웃겨요. 좋아한다고, 첫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손 한번 잡았냐, 껴안기를 한 번 했냐, 서로 뭐... 기억남을 이벤트가 있었냐 하면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냥 서로 내밀하다고 생각하는 이야기 까뒤집고 한 자리에서 엉엉 운 게 다에요.
(아..딱 하나.. 생일 기념 편지 1000통 받아봤습니다....... 솔직히... 다 못 읽음..-_- 정말 미안한데...천통....하아... 질려서 못읽고 결국결혼 직전 화형당함)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에 제 3자에게 들은 건, 그가 S에게 '왜 대체 니가 후추숲 옆에서 남친 행세를 하고 있느냐'고 다투다가 사고로 유리창에 손목을 베였다는 내용이었어요.
대학에 진학해 생활을 하다가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된 뒤에, 저는 앞뒤 생각 없이 S가 있는 부산으로 가서 그를 만나 '왜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느냐'라고 물었죠.
그 친구는 아무 대답하지 않았어요. 싱긋 웃는 S. 그리고 그냥, 늘 그렇듯 시간을 보냈어요.
그 친구가 다니는 교정을 거닐고, 맥주를 한잔하고, 그때 유행하던 스티커 사진을 찍었지요. 밤이 깊어갔지만, 우리는 어디 방 하나 잡지 못했어요. 둘 다 그런 말을 꺼내지 않아서..ㅎㅎㅎ..못해서...ㅎㅎㅎㅎ 그저 건물 계단에 앉아 기대 쪽잠을 자다가 날이 밝고 부산 터미널로 가 헤어지곤 그길로는 다시 만나지 못했답니다.
저는, 부끄럽지만, 그 친구가 절 좋아한다는 건 어렴풋이 알았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전 어릴적에 대해 기억할 때, 풋사랑은 '그'라고 생각하고 이후 첫사랑의 '건(다음 이야기의 주인공. 가능하다면)'에 대해 생각했지, S에 대한 생각은 진짜 단 한번도 안했거든요.
그러다 얼마전 옛 짐을 정리하다 CD뭉텅이를 보고 약 30년만에 처음 깨달았네요.
그 시절에 내가 누군가를 좋아했다면, 그가 아니라 S였겠구나....라는 걸요.
너무나 숨쉬듯 자연스레 곁에 있어서 몰랐구나... 나는 '그'를 좋아했고, S는 정말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첫 연애의 모든 건 그녀석과 다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세상에 이런 바보 멍충이가 있을까요.ㅎㅎㅎㅎ
뭐, 사실 결국 '그'도 '첫사랑' 축에는 못끼고 '풋사랑'으로 강등됐지요. 몇 년 후 저는 진짜 찐 첫사랑으로 목숨을 내놓고 살았...ㅋㅋㅋㅋㅋㅋㅋ
걍 뭐.
제목 그대로, 첫사랑인 줄 알았던 열병을 앓으며 첫연애는 다른 사람이랑 했던 질풍노도 고딩이의 스토리입니다. ^^
허섭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신 호응이 좋으면 남편이랑 삽질이야기를 더 길게 풀.....
달곰님, 게시판을 잘 찾으셨나요??
여기는 달콤씁쓸 응접실입니다.
살롱 / 글작성 완료 전 확인!!
첫댓글 필력이 너무 좋으셔서 너무 잘 읽었습니다 남편분은 벚꽃엔딩 아니셨건가요? 가물가물… 기다릴게요~~~
아니 걔는 벗고 엔...... 아닙니다........``)
사랑은 타이밍인건가요~~~
아 이런 답답쓰들을 보았나
하긴 저도 흥선대원군
쇄국정책이라
몸뚱이가 가히 철옹성이었지만요
근데 전 상대도 없었거든요;;;
있었으면
희대의 요부였을수도 있어요 ㅋㅋㅋㅋㅋ
뚠부~
ㅋㅋㅋ 타이밍이 맞나봐요. 결국은 둘 다 제 타이밍은 아니었네요. 나중에 열병을 앓게 한 놈도 타이밍은 아니고....결국 윈은 제 남펴.....아우..씨....
남자 둘이 달곰님 놓고 싸우다 우정이고 애정이고 산산히 날아가는 상상을 했는데…정작 곰님은 먼훗날 사랑이었구나…하셨다니!!
그래도 그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오늘의 달곰님이 계신거고, 나나도 있는거고…ㅎ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이 싸우긴 했다는데 너무 시시하게 싸워서 저는 좀 서운하구요.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말하자니 S군은 꿈을 포기했으니 미안한건가..... 근데 뭐.. 정말 먼 훗날에 새롭게 제 마음을 알게되서 좀 놀라긴 했어요. 진짜 그땐 너무 아무 생각 없었던 친구였는데.....
앗 너무 영화같잖아요!!!!다음 첫사랑 기다립니다!!!
너무 좀 시시하긴 해요. 저희때는 좀 순진했잖아요 ^^
고등학교 시절 이런 추억이 있으시다니 너무 너무 부러워요♡
심지어 저는 남녀공학이었는데 ㅋㅋㅋ 학교에선 별 일 없고 학교 밖에서 이런 짓들을^^ㅋㅋㅋㅋㅋㅋ
ㅎㅎ 완결 기다렸습니다.
자, 다음 첫사랑 이야기 풀어주세요!!
아이콩... ^^ 재밋게 봐주셔서 넘 감사해요 달곰님때문에 서둘러썼어용...ㅋㅋ.
하아 몽글몽글.. 너무 재밌다아.. 계속 써주세요!!
남의 연애 이야기는 재밌는 것같은데.. 저는 막상 써놓고 재미 없는 것 같아서 지울까 계속 고민했어요.ㅋㅋ
다음글도 기대돼요ㅎㅎ
달곰님글보니 저도 어린 시절의 사랑이 생각나네요
달곰님의 어린시절 사랑이야기도 궁금해지네요
흉터가 있어도 파일럿 가능하다고 들은 거 같은데 흉터 수준이 아닌 꽤 큰 부상이었나봐요 아고 제가 다 안타깝네요
S소년과 만날 당시 S에 대한 달곰님의 마음이 그 정도의 마음이었다면 그렇게 아쉽게 끝났기 때문에 더욱 아련히 기억에 남은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그 S소년 말고 회장오빠와는 그냥 그렇게 부흥회만 하다 끝난거예요? 대학 가서 뭔가 진전되고 이런 것 없이? (편지 1000통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스멀스멀.....)
암튼 달곰님 이제 풋사랑 얘기 끝났으니 어여 본격 첫사랑 얘기로 갑시다 빨리요 ㅎㅎ
흉터도 컸지만,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안된다고 했던가... 뭐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아요. 저한테는 이야기 직접 이야기하지 않아서... 뭐....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랬다...였지 S를 그다지 안좋아했으니 편하게 놀았겠죠.ㅋㅋ
회장오빠와는 나중에 사소한 에피소드는 있었지만, 뭐 제 인생의 엑스트라라는 걸 깨달으니 아무 임펙트도 없네요.
풋풋한 글 설레임으로 읽었습니다 ... 삽질이야기 기다리겠습니다 ㅎ
ㅋㅋㅋ 삽이 좀 큰데....... 괜찮으시죠? ㅋㅋ
어므나 단숨에 다 읽었네요
달곰님 항상 느끼지만 글이 너무 좋으세요 😻
다음글 유도를 위한 아부는 아닙니당!
어유~ 늘 절 춤추게 하는 칭찬을 잘 아시는 곰님^^ㅋㅋㅋ
싸웠다는 얘기에서부터 이건.. 나 때문에 싸우지 마! 이건데? 하고 읽어내려가니 역시였네요 ㅎㅎㅎ 하여간 남자들이란.. S가 너무 안타깝네요 ㅠㅠ “그”는 생일 편지 1000통에서 찐 도른자의 느낌이.. (죄송) 인생의 그 시절에만 가능했던 광기였겠지요. 그도 S도 이제는 달곰님처럼 예쁜 가정 이루고 평온하게 살고 있으면 좋겠네요. 진짜 첫사랑 이야기랑 남편분 이야기 기다릴게요!
도른자 도른자 찐도른자였어요. 쌩으로 다 천통은 아니고 엽서에 간단한 문구도 좀 많긴 했어요.
싸운 건 나중에 알게되서 S에게 좀 연민을 느꼈지만, 너무 담담해서 별 일 없이 넘어갔나봐요. 그걸로 잠수탄 걸 계기로 제 인생에서 사라진 '그'가 좀 웃길뿐.
콩닥콩닥 잘 읽었어요.
나만없어첫사랑….ㅜㅜ
설마..요;
잘 읽었어요. 각자가 생각한 사랑이 달랐나봅니다. 그 시대만의 감성이 애틋하네요. 진짜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어릴때 울고불고 한 게 부끄러워서 '이게 무슨사랑이야' 하고 지워버렸는데, '그'는 제가 아직도 아련한 첫사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요. 각자 생각한게 다르다는 말씀이 딱이에요.
어릴 땐 편안함은 사랑일 수 없어!! 하는 마음이 크죠. 그 S에겐 달곰님이 영원한 첫사랑일 것 같아요. 이런 추억이 있는 달곰님이 부럽습니당!!
되게 사소하고, 아무렇지도 않아서 그런줄도 몰랐는데... 마흔 넘고나서 과거의 일들이 가끔 새롭게 다가오기도 하더라구요
50넘으니 첫사랑이 언제였나 기억도 없어요 아니 첫사랑은 없었는지도ㅎㅎ
그럴리가요 ^^ 저도 저게 그런 풋풋한 스토리라는 걸 너무 나중에 알게 됐거든요.
제 수준에서 고딩 때 그 정도면 연애, 첫사랑 맞습니다! 이제 찐사랑을 풀어주세요. 꼭이요~~
ㅋㅋㅋ 그런가요. 손도 못잡고! 억울해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