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직업에 뛰어든 지 어느새 3개월이 지났다. 일을 시작하고 처음 두어 달가량은 물불을 안 가리고 아침 늦은 시각까지 했더니 수입이 꽤 들어와 재미나게 하긴 했는데 몇 시간 눈 붙이고 나면 바로 다시 일을 시작할 때가 되는 바람에 쉬는 시간이 거의 없다 보니 책 한 권 볼 여유도 없기에 안 되겠다 싶어 일하는 시간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즉, 좀 더 이른 시각에 시작하고 새벽 두 시 정도까지 피크 시간에 집중적으로 하고 귀가하는 방식으로 변경해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수입이 좀 줄어들긴 했지만, 아침 늦은 시각까지 할 때와 비교하여 아주 큰 차이가 나는 편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어제는 내가 거주하는 아파트(남양주 진접 택지개발지구) 방에서 반경 2㎞에 네트워크위치사용으로 설정하고 오후 다섯 시부터 프로그램을 켜 놓았더니 17:37 오더가 하나 떴다.
금곡리 가마솥골 골짜기에 있는 식당에서 인접한 오남리까지 15k에 가자는 오더이기에 일단 캐치하고 보니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만 하는 거리에 있다. 택시요금을 제하고 나면 결국 10K에 가는 셈이지만 기왕 잡은 콜이니 응하기로 하고 택시를 이용하여 출발장소에 도착하니 다른 기사 한 명이 먼저 와 있었다.
출발하면서 정확한 목적지를 물어보니 내각리에 있는 아파트로 가자고 한다. 오남리가 아니었느냐고 하니 그제야 오남리로 가는 오더하고 기사가 바뀌었다고 한다. 비슷한 거리에 같은 금액이기에 이의 제기 없이 그대로 수행하여 완료 처리했다.
내각리에서 잠시 대기하다가 구리시 방향 버스에 올라 퇴계원에 이르렀을 때 장안평행 오더가 뜨기에 얼른 잡고 버스에서 내렸다. 출발지가 반대방향으로 약 800미터 거리에 있어 다시 버스에 올라 두 정거장을 이동하여 손님과 만나고 보니 식당 주인에게 택시를 불러달라고 했는데 주인이 잘못 알아듣고 대리기사를 부른 것이란다. 그래도 마음씨 좋은 손님은 지갑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 준다. 아쉽긴 했지만 짧은 시간에 그만한 수입이면 헛고생은 아니었다.
다시 버스에 올라 구리시 돌다리에서 내려 시장 구경을 하면서 수택동 사거리 방향으로 걸어가 자주 이용하는 하나은행에서 충전금을 입금하고 어슬렁거리는데 다시 금곡리행 오더가 20k에 뜬다. 출발하는 위치도 불과 100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있어 어렵지 않게 목적지인 진접택지개발지구 24단지까지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
아파트단지라서 대기할 만한 지역은 아니기에 다시 버스에 올라 금곡리 롯데시네마쯤 이르렀을 때 또 금곡리행 오더가 뜬다. 같은 동네라서 10k밖에 안 되는 것이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생각에 캐치하였다. 출발지에서 차에 올라 이동하는데 손님이 내비게이션을 켜는데 화면을 보니 거리가 13㎞로 나온다. 헉!!! 이게 먼가? 목적지가 금곡리 아니었느냐고 하니 금곡리가 아니고 금곡동이란다. '이 동네가 금곡리라서 만 원에 잡은 것이고 거기까지는 그 금액에 갈 수 없는 거리입니다.'라고 하니 '아. 그래요, 전 이 동네는 잘 모르고, 아무튼 저는 금곡동에 간다고 했거든요. 그러면 오천 원 더 주면 될까요?'라고 하기에 그리하라고 하고 완료하였다.
손님과 헤어져 큰길 쪽으로 나오는 중에 이번에는 호평동행 오더가 10k에 뜬다. 5㎞ 거리에 1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므로 망설이지 않고 잡아 완수하고는 상가가 밀집된 이마트 쪽으로 이동하여 대기할 곳을 찾다가 아예 이마트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자정까지 영업하는 이곳 이마트는 1층 도로 쪽으로 난 창가에 의자까지 몇 개 마련되어 있어서 대기하기에 아주 그만이었다.
잠시 앉아 있자니 22:45에 평내호평역에서 가곡리행 오더가 15K에 뜬다. 가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곳은 늦은 시각에 떨어져 막차가 끊어지기라도 하면 아주 곤란해질 수 있어서 선뜻 내키지 않은 동네이긴 한데 여동생이 살고 있기에 마음 놓고 일단 가보기로 했다. 일행은 세 명이었다. 차주는 나에게 "얼마에 가기로 한 것이지요?" 하고 물으니 다른 사람이 "만 오천 원이지"라고 대신 대답해준다. 이에 차주는 다시 "그럼 이 두 명을 가다가 중간에 떨구어 주고 갈 건데 만 원 더 주면 되겠습니까?" 하고 제안하기에 기분 좋게 수락하였다. 두 명 모두 가는 길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서 내렸기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 완료 처리하고 나서 시계를 보니 11:15를 가리키고 있었다.
큰길로 걸어 나오면서 계산해보니 이때까지 올린 오더 실적이 부대 수입 포함하여 95k다. 5시간 30분 동안 일한 대가치고는 괜찮은 성과라고 자평하고는 일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근처에 사는 여동생과 오랜만에 한잔할 것인가? 잠시 고민하다가 후자를 택하기로 했다. 여동생에 전화하여 응수를 타진하니 기분 좋은 목소리로 흔쾌하게 좋다고 답한다.
하여 여동생과 대작하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술을 좋아하는 여동생은 며칠 전 자정쯤 대리 운전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집에 도착하고 보니 운전자가 이렇게 외진 곳이었으면 오지 않았을 거라면서 투덜투덜대기에 오라버니 생각이 나서 팁을 더 주었다고 한다. 얼마를 주었으냐고 하니 만 오천 원에 오기로 한 것이었는데 삼만 원을 주었다고 한다.
나도 예전에 대리 운전을 곧잘 이용하곤 했었는데 돌이켜보면 내가 팁을 준 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앞으로 내가 다시 대리 운전을 이용하게 될 때는 반드시 얼마간이라도 팁을 더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여동생이 이미 그것을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침에 여동생 집을 나와 마석에서 전철을 타고 이동하는 중에 전철이 천마산역에서 정차한다. 경춘선 노선에 천마산역이 있었던가? 뉴스를 검색해보니 3일 전에 개통하였다. 천마산역은 묵현리 한가운데 있으니 앞으로는 묵현리행 오더가 떳을 때 아주 늦은 시각이 아니라면 망설이지 말고 잡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막차 시간을 검색해보니 팽내호평역이 종착인 열차 시각이 평일 24:19, 휴일 24:04로 나온다. 따라서 자정 이전에 도착할 수 있을 거 같으면 묵현리 오더도 괜찮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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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전에 올린 글에서 대리기사를 훌륭한 직업이라고 한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임시방편으로 잠깐 하는 것이므로 결코 직업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어사전에서는 직업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한자 사전은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국제표준직업분류(ISCO-08)에서 직업(Occupation)은 ‘유사한 직무의 집합’으로 정의된다. 여기에서 유사한 직무란 ‘주어진 업무와 과업이 매우 높은 유사성을 갖는 것’을 말한다.
○ 계속성: 직업은 유사성을 갖는 직무를 계속하여 수행하는 계속성을 가져야 하는데, 일의 계속성이란 일시적인 것을 제외한 다음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 경제성: 직업은 또한 경제성을 충족해야 하는 데, 이는 경제적인 거래 관계가 성립하는 활동을 수행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무급 자원봉사와 같은 활동이나 전업 학생의 학습행위는 경제활동 혹은 직업으로 보지 않는다. 직업의 성립에는 비교적 엄격한 경제성의 기준이 적용되는데, 노력이 전제되지 않는 자연 발생적인 이득의 수취나 우연하게 발생하는 경제적인 과실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활동은 직업으로 보지 않는다.
○ 윤리성과 사회성: 직업 활동은 전통적으로 윤리성과 사회성을 충족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윤리성은 비윤리적인 영리행위나 반사회적인 활동을 통한 경제적인 이윤추구는 직업 활동으로 인정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회성은 보다 적극적인 것으로써 모든 직업 활동은 사회 공동체적인 맥락에서 의미 있는 활동 즉 사회적인 기여를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도박, 강도, 절도, 사기, 매춘, 밀수와 같은 불법적인 활동은 경제성이나 계속성의 여부와 상관없이 직업으로 보지 않는다.
통계청 한국표준직업분류표에서는 대리기사를 다음과 같이 분류해놓았다. 분류코드 87394 (세세분류) 8.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종사자 【 직업 예시 】
어느 모로 보나 아무리 자신이 인정하고 싶지 않더라도 대리하여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엄연히 분명한 직업인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이 직업에 자긍심을 가지고 열심히 임하는 사람도 많다. 따라서 설령 자신이 적성에 맞지 않아 얼른 떠나고 싶다 하더라도 이 직업이 오래 해서는 안 될 것처럼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얘기할 것까지는 없다고 본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 또한 이보다 더 좋은 근무조건에 더 높은 소득이 보장되는 다른 직업이 생긴다면 언제라도 옮길 생각이지만, 그래도 내가 몸담고 있을 동안에는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여기며 임하고 있다.
하루 몇 키로씩 뛸 수 있을 만큼 튼튼한 다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밤에도 운전할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좋은 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또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일자리가 없어 끼니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많은 판국에, 아주 높은 금액은 아니지만 그래도 큰 불편 없이 살 수 있을 만큼의 수입이 들어오는 일을 하고 있으니 이 또한 커다란 행운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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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멀쩡한 두다리와 시력좋은 눈.... 정말로 감사하져^^
조금만 생각해보면 세상에는 감사할 것 천지입니다. ^^
3개월되셨다니 적성에만 맞으면 재미있을때죠....대리직업에 대한 강한긍정도 강한부정도 둘다 않좋아보여요...
대리직업에 대한 인식은 사람마다 틀리죠...나이에 따라 과거에 따라 현재처한 상황에 따라.....
썩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지는 않으나 있을 때까지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열심히 임하는게 좋을거 같습니다.^^
@생명의빛 하시는동안 몸 건강히 악착같이 버시길 ^^
@대기에경유 이분참안타까워요
간혹 부정적인 글들이 보여졌는데 님의 긍정적인 글을보니 또다른 힘이생깁니다..정기적으로 일을 할수있다는것에 대리라는 직업에 감사를 합니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긍정적 결과가 생기고
부정적 사고를 하는 사람에게는 부정적 결과가 나타나는 법입니다.
고맙습니다 감사의마음으로오늘도행운이함께하시길
감사합니다. 풀향기 님에게도 향기 있는 일만 생기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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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물이나 공기처럼 가장 소중한 것은 공짜이거나 아주 낮은 가격으로 얻을 수 있고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은 꼭 필요한 것은 아닌 물건이 비싼 법이지요. ^^
대리일이 쉬운일은 아닌듯 합니다
어떤날은 향기나는손 만나 즐겁고
어느날은 손내려주고 뒤도돌아보안고 슁~ 그럴때면 한업이 자신이 처량 함니다~
항 상 주어진 현실 속에 머물지 안고 전진해나가는 당신이 멋짐니다~~홧팅~~
저도 황당한 일을 몇 번 겪었습니다.
돈을 못 받은 적도 한 번 있고요.
그치만 그런 사람은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니까 그러려니 하고 신경쓰지 않는게 마음 편하지요.
긍정적인 생각으로 일하시는 님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일을 하면 간혹 나쁜손이 있지만 좋은손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세상은 살아갈만하다고 봅니다. 3개월 되셨다니 조금더 경험도 쌓으시고 안전운전 하시고 건승하셔요.
간혹 기분을 상하게 하는 손님을 만나면 마음에 상처를 받을 때도 있지만, 그것은 어쩌다가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고 빨리 잊어버리는게 상책입니다.
팁도 주고 좋은 말 해주는 손님이 휠씬 많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