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관내에 있는 여성 복지관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여성 복지관에는 영어는 이외에 서예, 제과제빵, 일본어, 중국어, 그리고 댄스와 기타, 요가 등 프로그램이 다양합니다.
그 중 영어는 초급반과 중급반으로 나누어 있는데, 시간이 내게 맞다는 이유로 중급반에서 수업하고 있습니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강사가 3번 바뀌었는데, 강사님들또한 해외에서 유학을 한 경험이 전무한, 독학으로 공부를 해서인지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우리 초짜들의 마음을 곧잘 헤아려 주어서 공부하는 입장에서 부담이 없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시험의 중압감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ㅎㅎ
두번째 수업을 맏았던 강사님은 통문장 영어라고 해서, 영어 문장을 통째 외우는 것에 중점을 두고 수업을 했었는데,
생활속 상황에 걸맞는 짧은 대화체의 문장을 반복해서 외우는 방식이었습니다.
야, 점심시간이다.
우리 밥 먹으러 갈까?
넌 어떤 음식을 제일 좋아하니?
난 기름진 음식은 싫어.
이처럼 언젠가는 한번쯤 써 먹을 수 있는 상황과 짧은 문장에서
노력하면 나도 할 수 있겠다, 라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우리말과 영어의 단어 배열방식 차이를 어렴풋이 알게 되어서 한번 해봐? 내 안의 도전하고자 하는 열망이 오랫만에 꿈틀거려서 스스로도 놀랐어요.ㅎㅎ
지금의 강의를 하는 분은
[망설이지 말고 영어로 물어봐]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저자이기도 한, 이분의 수업은 도발적(?)이며 또 역동적입니다.
강사님의 수업방식도 그렇지만, 하반기부터 수업에 참여한 분들중 활달하고 유머가 풍부하고, 또 기타를 들고와서 반주를 하는 재주 많은 사람도 있어서 공부를 한다기 보다는 친목을 나누듯 즐겁게 노래도 부르고 간간히 밥도 같이 먹으며 즐겁게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강사님이 쓴 책의 주 내용은,
5가지 공식을 이용해 영어 질문을 만드는 법입니다.
영어로 질문만 할 줄 알아도 영어의 반은 하는 셈(?), 아니 강사님이 주장은 반이 아니라 전부가 되기도 한다, 이죠.
실제 내용이야 어떻든, 질문을 만드는, 즉 의문문을 만드는 공식을 공부하며 영어로 말하는 자신감과 또 문법을 동시에 익히고 있는 셈입니다.
오늘 수업시간에 3분 스피치 하는 시간을 갖었습니다.
숙제를 내주었기 때문에 미리 준비할 시간은 충분했지만,
역시나 저는 학생때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바로 코앞에 다가선 어제야 비로소 숙제를 하느라 진땀을 뺐습니다.
짧은 5줄의 문장을 만드는데, 하루 온 종일 정신이 팔려 있었고, 늦도록 단어를 찾아가며 문장을 만들다가 같이 공부하는 분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기까지 했습니다.
영어문장을 만드는 제가, 마치 아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쓴 일기처럼 짧고 어설픈 문장을 발표하는데 쑥스러워 용기를 필요로 했지만,
그래도 조금씩 알아가고 배워서 진일보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은 좋습니다.
영어하면, 중학교부터 시작해서 대학시절 교양과목으로 오랜 시간 때로는 매도 맞고 구박을 받으며 배웠지만,
실상 내 입을 통해 나오는 제대로된 문장은 몇개 안되는,
생각하면 아주 오래된 연인처럼 실증나고 지긋지긋하기까지 합니다.
또 영어를 잘하기 위해 혀의 일부를 잘라내는 엽기를 저지르는 사람들도 있다는 애기엔 그저 망연자실 해지고,
우리땅의 일부를 외국어 중 하나인 영어에 내어 주겠다는 국가 최고 권력자의 발상에서는 그저 영어는 단순한 언어가 이나라 이땅의 사람들을 왜곡, 오염 시키는 괴물처럼 생각되기도 합니다.
언어는 소통을 위한 말일뿐이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필요한 사람들이 배우는 외국어. 그것이 영어일뿐이죠.
우리나라 사람들의 광적인 영어 사랑때문에 썩 흔쾌한 느낌을 갖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저는 오늘도 영어공부중입니다.
필요로 하기 때문이지요.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는 이유를 전부는 알지는 못하지만 몇몇분의 것은 인상적입니다.
70전후의 죤은 영어 자서전 쓰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고, 60세의 내 짝궁 명숙언니는 치매 예방 차원에서, 그리고 엘리는 이민을 꿈꾸며, 그리고 몇몇 젊은 엄마들은 아이들 교육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또 새로 들어온 역사가이드들은 또 그들대로의 이유로 영어를 배웁니다.
저마다 이유는 각각이나 자신들만의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함께 배움안에 있는, 이런 우리들의 공통점은 강화에서의 삶에서 여유와 즐거움을 찾고 또 얻고 있다는 점입니다.
도시에서는 누리지 못했던 시간적인 여유를 갖게 되면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찾고, 성취해 나가는 과정안에 있는
그들과 함께 하면서 저의 노년의 모습을 그리기도 합니다.
나이와 무관하게 세상 끝날까지 너의 삶을 열정적으로 책임지고 있는가, 그들이 제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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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수업중, 모자 쓴 이가 영어 자서전을 쓰려고 하는 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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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치는 대철님, 목욕탕의 울림을 가진 에버그린, 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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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를 소개하는 상황극을 한 후 <by the rives of babilaon> 을 부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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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티셔츠의 사내가 우리들의 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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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회 공연을 자축하며 함께 식사 하고 난 후.
첫댓글 참으루 보기좋은 모임입니더~부럽습니다~ㅎㅎ~저두 요즘~울 늦둥이 초딩3년 녀석에게 애드거 앨런포우 단편선 읽히는 중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