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 1746-1828), ‘카를로스 4세 가족(La familia de Carlos IV)’,
1800∼1801년, 336x280cm, 캔버스에 유화, 프라도 미술관 소장.
프란시스코 고야는 스페인 왕실의 궁정화가로 평생 4명의 군주를 모셨다. 마흔에 카를로스 3세의 궁정화가가 됐고, 3년 후인 1789년 카를로스 4세가 집권하자 이듬해에 수석 궁정화가 자리를 꿰찼다. 비록 정치적 격변기이기는 했으나 궁정인의 특권과 부를 누릴 수 있었다.
‘카를로스 4세 가족(1800∼1801·사진)’은 국왕의 명으로 그려진 왕실 가족의 초상화다. 큰 그림이 걸린 방 안에 카를로스 4세 부부를 중심으로 왕실 가족들이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들 화려한 옷을 입었고 남자들은 훈장이 여럿 달린 어깨띠를 맸다. 옷도 훈장도 보석도 번쩍번쩍 빛난다. 1800년 여름에 시작된 초상화는 무려 1년에 걸쳐 완성됐다.
권력자의 초상화는 최대한 미화해서 그리기 마련. 그런데 인물들이 그다지 미화됐다고 보기 힘들다. 모델의 실제 모습과 너무 닮아서일까? 오히려 기괴하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백발의 왕은 배가 불룩 나와 있는 데다 흐리멍덩한 표정을 짓고 있어 군주의 위엄이 전혀 없다. 부와 권력에 취해 백성은 안중에도 없는 탐욕스럽고 바보 같은 왕으로 보인다.
왕비와 왼쪽의 나이 든 여성의 표정도 우아하기는커녕 우매해 보인다. 특이한 건 그림 한가운데에 왕비 마리아 루이사를 파격적으로 배치했다는 점이다. 실제로도 당시 국왕은 국정에 관심이 없었고, 왕비가 권력의 중심에 있었다. 게다가 마누엘 고도이 백작과 불륜 관계에 있었다. 화가는 문란과 사치를 일삼는 왕비지만 양쪽에 자녀를 세워 자애로운 어머니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그렇다면 고야는 왕가의 무능과 부도덕함을 꼬집고 싶었던 걸까?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누구든 왕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목숨을 보전하지 못했을 터. 영리했던 고야는 유려한 붓질로 화려하고 빛나는 의복과 훈장, 보석을 강조함으로써 왕족들을 만족시켰고 끝내 속내를 들키지는 않았다.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 1746-1828), ‘자화상 : 광상곡 1‘, 판화, 1797~1798년, 크기 및 소장처 불명.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 1746-1828)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화가이자 판화가이다. 고야는 궁정화가이자 기록화가로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 18세기 스페인 회화의 대표자로 특히 고전적인 경향에서 떠나 인상파의 시초를 보인 스페인 근세의 천재 화가로 알려져 있다. 파괴적이고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과 대담한 붓터치 등은 후세의 화가들, 특히 에두아르 마네와 파블로 피카소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대표 작품으로 벨라스케스풍의 종교화와 초상화 및 민중 생활에서 제재를 취한 사실적 풍속화가 많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초상화 <옷 입은 마하 Maja vestida/The Clothed Maja> <벌거벗은 마하 Maja desnuda/The Naked Maja> <카를로스 4세의 가족 The Family of Charles Ⅳ> <귀 먹은 화가의 자화상> <자화상 : 광상곡 1> <이성이 잠들자 악마가 태어나다> 등과 역사화 <5월 3일 처형>, 그리고 동판화 <투우> 등은 특히 유명하다. 대다수의 작품이 마드리드 왕립 회화관에 보관되어 있다.
프란시스코 고야, ‘귀 먹은 화가의 자화상’, 캔버스에 유채, 1815년, 46×35cm,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박물관.
프란시스코 데 고야(Francisco de Goya, 1746-1828), '옷을 입은 마하(Maja vestida)',
1800-1807년, 캔버스에 유채, 95x190cm,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소장.
프란시스코 데 고야(Francisco de Goya, 1746-1828), ‘옷을 벗은 마하(La maja desnuda)’,
1795-1800년, 캔버스에 유채, 98x191cm,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소장.
프란시스코 고야, ‘이성이 잠들자 악마가 태어나다’, 판화, 1799년, 크기 및 소장처 불명.
프란시스코 고야, ‘1808년 5월 3일, 1814년, 캔버스에 유채, 268×347cm,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프란시스코 고야, ‘투우 The Bullfight’, 재작 연도 미상, 캔버스에 유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미국 뉴욕.
프란시스코 데 고야(Francisco de Goya, 1746-1828) 자화상/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앞 고야 동상.
[자료출처 및 참고문헌: 동아일보 2024년 07월 04일(목) 「이은화의 미술시간(이은화 미술평론가)」/ Daum∙Naver 지식백과/ 이영일 ∙ 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