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제주 마니아” 영화보다 아름다운 제주를 가다!
이현주, 김인숙 편
스크린 속의 제주 5코스 따라잡기
1일: 중식(덤장) → 유리의 성→송악산 → 요트투어 → 석식 해운대가든 → 숙박 팜빌리지
2일: 조식(네거리식당) → 신영영화박물관 → 제주민속박물관 → 중식( 백록회관)→ 우도→
신양해수욕장 섭지코지 → 숙박(펜트하우스)
3일: 거문오름→ 중식 (삼성혈해물탕 )
|
늘 그리워하면서도 선뜻 찾아가지 못했던 제주도. 5년 전에 처음으로 제주도를 갔을 때 '정말 여기가 우리나라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느꼈던 제주도를 드디어 가을여행으로 다시 찾게 되었다.
김포공항에서 한 시간을 날아 도착한 제주도는 늦가을의 서울과는 다르게 햇살이 너무나 눈부셨고, 입고 있는 외투가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따뜻했다. 기대만큼이나 아름다운 제주도를 실제로 보게 되니 한시라도 빨리 이동하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여행을 시작했다.
|
|
제일 처음으로 찾은 곳은 올해 9월에 처음으로 개장을 한 '유리의 성'이다. '유리의 성'은 유리 공예품을 테마로 한 공원으로, 실내에는 이탈리아, 체코, 일본 등 유리공예가 발달한 나라의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야외공원에는 유리로 만든 꽃밭과 거대 조형물 들이 있다.
공원 중간에는 잠시 쉬어 갈 수 있게 카페가 있는데, 카페에 들어서면 테이블과 의자, 심지어는 미닫이문의 손잡이까지 유리로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
'유리의 성'을 주로 찾은 방문객은 대다수가 아이가 있는 가족이며, 데이트를 하고 있는 연인들도 많았다. 그리고 사진촬영을 위해 출사로 나온 사람들도 많았는데, 유리의 성은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도 세심한 손길이 느껴질 정도로 아기자기한 공예품이 많기 때문에, 사진 찍는 장소를 찾는다면 유리의 성은 훌륭한 장소가 될 듯 하다. 유리의 성을 나와서는 '송악산'으로 이동했다.
제주도에서 몇 안 되는 산중에 하나인 송악산으로 가게 되면, 왼쪽으로 산방산이 보이고, 바다 한가운데에는 '형제섬' 이 보이는데 왼쪽에 길게 누운 것이 '형'섬이고 오른쪽의 섬이 바로 '아우섬'이다. 산방산과 형제섬이 있어서 송악산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더욱 절경을 이룬다.
하지만 송악산의 절벽 아래를 보게되면 아픈 역사의 일부분을 발견하게 되는데, 일제시대에 일본군들이 송악산을 그들의 군 기지로 사용하기 위해, 제주도민을 강제 징용하여 굴을 뚫었고, 총 15개의 굴을 만들어 놓았다. 아름다운 송악산에 시커멓게 뚫린 굴은 아픈 역사의 증거로 영원히 남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 굴에서 '대장금'의 마지막 회가 촬영 되었다. 생명이 위급한 임산부를 발견한 장금이가 굴로 들어가게 되고 이때 장금이 뒤로는 바로 형제섬이 나란히 보인다. 장금이는 굴 속에서 수술을 시행 후 산모와 아기를 모두 살리게 되고, 드라마는 끝이 난다. 오래 전에 끝난 드라마 이긴 하지만,
한때 너무나 좋아했던 드라마 촬영지여서 송악산 여행이 더욱더 즐거웠다.
5년 만에 다시 찾은 제주도는 여태까지 내가 알던 제주도와는 많이 달랐다, 천지연 폭포, 주상절리, 제주민속촌, 한라산 정도가 제주여행의 전부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제주도는 이제 관광객을 맞을 모든 준비가 되어 있는 듯, 제주도에서 즐길 것, 체험할 것, 찾아갈 곳이 가득했다. 제주도에서 잊지 못할 독특한 경험을 하나 해 보고 싶었는데, 그 중 선택한 것이 바로 '요트투어'이다.
요트투어는 고급요트를 타고 한시간 동안 항해하게 되는데, 일몰시간에 맞춰서 예약을 하면, 바다 위에서 해가지는 멋진 장면을 볼 수 있다.
무료로 제공 되는 와인과 회를 먹으면서 신혼여행을 온 부부는 뱃머리에서 타이타닉도 연출 해 보고, 젊은 연인들은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각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선장이 불러서 간 곳에는 사람 수만큼 낚시대가 준비 되어 있었다. 제주도의
깨끗한 바다에서 낚시라니! 너무 멋진 일이다.
"어머 어머 고기 잡혔나 봐. 줄이 무거워~" 모두다 초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낚시줄을 드리운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여기저기에서 환호성이 들린다. 작은 물고기가 주로 잡히지만, 더러는 제법 큰 물고기도 잡혔다.
결국 그날 우리 배에서 잡은 건 다금바리 한 마리와 다랑어 몇 마리. 이렇게 잡은 물고기는 선원들이 그 자리에서 바로 회를 떠 준다. 신선도는 물론 최상이고, 바다 위에서 직접 잡은 물고기로 먹은 회는 그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서울에 와서는 아무리 고급 일식점을 간다고 해도 맛 볼 수 없는 그런 맛이었다.
| |
|
|
|
|
아쉽게도 주어진 회를 다 먹기도 전에 배는 육지에 가까워 졌다. 한 시간이 언제 지났나 싶을 정도로 시간은 빨리 지나갔고, 해도 이제 완전히 져 버린 채 요트투어도 끝이 났다. 제주도에서의 이틀째 아침은 맛있는 갈치국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갈치국이 뭐야?' 생전 처음 들어보는 '갈치국'은 생각만 해도 비릴 것 같았고, 어떤 맛일지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배추와 단호박, 청양고추를 넣어 만든 맑은 '갈치국'을 한입 떠 먹은 순간, 바로 갈치국 매니아로 만들어 버리기에 충분하게 맛이 있었다. 뒤이어 나온 갈치구이와 갈치조림은 음식을 내어오신 사장님 말대로 입에서 살살 녹았다.
여행을 가면 맛있는 음식에서 큰 기쁨을 느끼는 나로서는 오늘아침에 먹은 아침상은 정말 멋진 관광지 하나를 발견한 것과 같은 행복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 | |
행복한 아침을 먹고 찾아 간 곳은 '신영영화박물관'.
단일지역으로 제주도 만큼 우리나라에서 영화를 많이 찍은 곳이 있을까? 홍콩에 가면, 찬란했던 홍콩영화의 영광을 기리기 위한 스타의 거리가 있듯이 제주도에는, 우리영화를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한 '신영영화박물관'이 있다. 박물관 내부에서는 영화의 제작원리를 설명 해 주기도 하고 실제 영화제작에 사용되었던 소품들도 전시하고 있다.
어린이가 좋아할 장소도 많은데, 뉴스데스크에 앉아 자신이 카메라에 촬영되는 모습을 보거나, 일기예보처럼 화면이 합성되는 원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있어 아이들이 체험학습을 하기에 좋다. 신영영화박물관을 제대로 즐기려면, 박물관 내부를 즐긴 후 야외정원으로 나가보자. 넓은 야외공원에는 군데군데 쉴 곳이 있고, 영화에 등장했던 각종 조형물과 주인공들의 인형이 있어 기념촬영을 하기에 좋다. 여유가 된다면, 이곳에서 한참을 쉬었다 가도 좋을 듯 하다.
|
|
|
|
다음으로 '제주민속박물관'을 찾아갔다. 이곳 역시 대장금의 많은 부분이 촬영된 장소로서, 실제 제주도의 전통가옥을 그대로 재현 해 두었다. 거의 제주도 마을 하나를 지어 놓은 것과 같고, 마을 안에는 대장간도 있고, 실제로 공예품을 만드는 과정도 볼 수 있다.
각 가옥은 '남부목축인의집', '말총공예방', '전통혼례'와 같이 각각의 특징이 있으며, 집 안에는 제주도의 전통생활상이나, 전통 생활물품에 대해서 설명이 되어 있다.
| |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보아오던 익숙한 장소와 물건이었지만, 설명을 하나하나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새로 알게 된 제주도의 전통문화에 대해 빠져들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우리네 조상님들의 슬기로움에 감탄을 했다.
개인적으로 제주도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 되었던 '우도'에 가기 위해 성산포항으로 이동한다. 우도는 제주도에서도 더욱더 이국적인 장소로 '시월애', '인어공주'등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되었다. 우도 여행은 자가용으로 이동하거나, 우도에 도착해서 이륜자동차 혹은 자전거를 빌려 이동하거나, 우도 선착장 바로 앞에 있는 관광버스를 이용해 우도를 여행 할 수 있다.
지난번에는 버스관광을 했었는데, 버스 기사분이 곧 가이드가 되어서 우도의 곳곳을 다니며 명랑하고 재치있게 설명해서 버스 안의 모든 승객들을 즐겁게 해 주었었다. 이번에는 지난번에 가지 못했던 곳을 둘러보고 싶어서 성산포항에서 차를 함께 실어서 우도에 도착했다. 우도에서 제일 먼저 간 곳은 우도봉. 차를 운전해서 온 일반 관광객이 우도봉에 가려면 버스 관광객과는 다르게 올라가는 중간에 차를 주차시켜놓고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경사가 져서 나이든 어르신들은 조금 힘들 수도 있지만, 바닥이 잔디여서 걷기는 쉬운 편이다. 힘들어도 조금 노력해서 우도봉의 끝까지 올라가면, 우도 전체와 바다가 만들어 내는 멋진 장관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제주도에서 이것보다 더 멋진 경치가 몇이나 있을까? 우도봉을 내려와서는,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 하는 기분으로 달렸다.
에메랄드 바다빛이 아름다운 서빈백사, 하고동해수욕장, 검멀래등을 차례로 돌면서 우도의 아름다움을 맘껏 즐겼다. 이렇게 잠깐씩 머물렀는데도 어느덧 3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4시쯤 되자 관광객이 점점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배에 올릴 수 있는 차의 대수가 제한되어 있으므로, 관광객이 많이 빠지는 시간에는 한 시간에 한대 있는 배를 놓치지 않도록 조심하자. | |
|
|
다음으로는 제주도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섭지코지에 가 보았다. 섭지코지의 진입로에는 신양해수욕장이 있는데, 신양 해수욕장은 사람이 적은 조용한 곳이지만, 바다 뒤로 성산일출봉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어서 멋진 경치를 볼 수 있다. 멋진 경치를 보며 잠깐의 휴식을 가진 후 다시 이정표를 따라 '섭지코지'로 향한다. 섭지코지는 '올인'이 만들어낸 제주도의 관광명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올인'드라마 이후 유명해 졌고, 일본 관광객도 많이 찾는 장소이다.
특히 송혜교가 있었던 예쁜 성당은 '올인하우스'라고 이름 붙여져 있었다. 드라마는 이미 끝난 지 오래 되었지만, 아직도 드라마를 기억하고 찾아오는 국내외 관광객을 위하여, 섭지코지는 제주도 최고의 관광지 중 하나로서 많은 변화를 하고 있었다.
섭지코지에 와 있으니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한 드라마를 다시 찾아봐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넓은 섭지코지를 천천히 걸으면 군데군데 모두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날이 흐린 날이라 먹구름에서 내리는 이슬비를 피해 서둘러서 섭지코지를 나왔다.
제주도에서의 마지막날은 의미 있으면서도 가슴 벅찬 여행으로 마무리 했다. 2007년 6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 되었는데, 한라산천연보호구역과, 성산일출, 거문오름용암동굴계 의 그 3개 지역이다. 이중 거문오름을 트래킹 하는 것을 여행의 마지막 일정으로 잡았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될 만큼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거문오름을 제대로 보려면 하루로도 부족하겠지만, 오늘은 거문오름의 정상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짧은 코스로 다녀왔다.
우리 일행의 가이드를 해 주신 분은 마을 이장님으로, 거문오름에 대해 너무나 많은 지식을 가지고 계셨고, 무엇보다 제주도 시민으로서 거문오름을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이 설명하는 내내 느껴졌다. 어쩌면 다른 산과 똑같다고 느꼈을지 모르는 풀하나, 돌 하나, 나무하나에 모두 중요한 의미가 있었고, '이런 이유로 세계자연유산이 될 수 밖에 없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아직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사람들이 많이 찾진 않지만, 제주시가 홍보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얼마 지나지 않아 내국인은 물론,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거문오름을 보기 위해 외국인도 많이 방문 할 거라 예상된다. 나도 나의 외국인 친구에게 1순위로 거문오름을 소개 해 봐야겠다. 그리고 만약에 그들이 한국에 온다면 당당하게 소개 할 수 있도록 거문오름에 대해 많이 학습해 두어야겠다. 짧은 트래킹 이었지만, 의미있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짧지만 알차게 보낸 제주여행으로 나는 금방 제주 매니아가 되어 버린 것 같다. 내가 모르는 어떤 모습의 제주가 있을지, 어떤 맛있는 음식이 있을지, 모든 게 너무 궁금하다. 소중했던 여행의 기억을 가슴에 안고 다음 제주여행을 계획해 봐야겠다.
▲ 해운대 가든 △팜 빌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