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漢詩 한 수] 경국지색(傾國之色)
北方有佳人(북방유가인),
북방에 사는 아리따운 여인,
絶世而獨立(절세이독립).
세상에 다시없이 저 홀로 우뚝하다오.
一顧傾人城(일고경인성),
한 번 돌아보면 성이 무너지고,
再顧傾人國(재고경인국).
두 번 돌아보면 나라가 기울지요.
寧不知傾城與傾國(녕부지경성여경국),
성 무너지고 나라 기우는 걸 어찌 모르리오만,
佳人難再得(가인재난득).
그래도 미녀는 다시 얻기 어렵다오.
―‘미녀의 노래(가인곡·佳人曲)’ 이연년(李延年· ?∼기원전 101년경)
음악가 이연년이 전한(前漢) 제7대 황제 무제(武帝, 재위 기원전 141~기원전 87) 앞에서 불렀다는 노래. 미녀가 보내는 눈길 한두 번에 온 성, 온 나라의 운명이 좌우된다? 세상 어디에 그런 미녀가 있느냐고 황제가 궁금해하자 곁에 있던 누이 평양(平陽) 공주가 지금 노래하는 저 음악가의 누이가 바로 그 미녀라고 귀띔했다. 후일 황제는 이연년의 누이를 황궁으로 불러들여 부인(夫人)으로 책봉하여 총애했다. ‘경국지색(傾國之色)’이란 말이 여자의 미모를 최대치로 강조한 건 분명한데 시인이 이런 식으로 제 누이를 빗댄 게 묘하긴 묘하다. 하(夏)의 걸왕(桀王), 은(殷)의 주왕(紂王), 그리고 서주(西周)의 유왕(幽王), 이 망국의 군주들이 각각 말희(妺喜), 달기(妲己), 포사(褒姒)라는 미녀에 취해 망국의 비극을 초래했다는 게 엄연한 역사의 진실인데도 말이다.
어쨌든 ‘다시 얻기 어려운 미녀’임을 내세우며 나라 기우는 것도 나 몰라라 식으로 치부할 수 있다니 오빠의 배려가 갸륵하다면 갸륵하다. 후일 이 부인은 아들 하나를 남기고 병사했는데 황제가 병문안을 위해 누차 찾아왔지만 자신의 초췌해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끝까지 만나 주지 않았다는 일화를 남겼다. 황제도 꺾지 못한 미녀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이연년(李延年· ?∼기원전 101년경)은 한(漢)나라 중산(中山) 사람이다. 노래와 춤을 생업으로 하는 집안 출신이었다. 부모와 형제자매가 모두 하나같이 음악에 정통했을 뿐만 아니라 노래와 춤으로써 밥 먹고 사는 광대였다. 그도 광대의 피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노래와 춤뿐만 아니라 노랫말에 곡을 붙이는 데에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다. 젊은 시절, 그는 법을 어긴 죄로 궁형을 받았다. 그가 지은 죄가 무엇인지 사마천은 밝혀 적지 않았다. 단지 궁형을 받은 그가 궁중에서 개를 돌보는 일을 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는 음을 잘 아는 데다 노래와 춤에도 능했기에 황제의 호감을 살 수 있었다.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 〈이준식의 漢詩 한 首(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동아일보 2024년 07월 05일(금)〉, Daum∙Naver 지식백과/ 이영일 ∙ 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