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고혈압 치료는 의사가 아니라 이것이 한다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2/15/2013121501008.html
1974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인턴, 레지던트를 하면서부터 환자 진료를 해왔으니, 올해가 나의 의사 생활 40년째다. 처음 의사가 됐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의사들의 전문성도 높아졌고,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첨단 장비들이 개발돼 진단과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또 좋은 약들도 많이 나와서 예전에는 치료가 힘들었던 질환을 낫게 하거나,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좋은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좋은 약, 좋은 치료법도 많이 나와 있는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질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만성환자들은 더 늘고 있고,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리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의학 과잉 시대, 건강은 누가 지키나?
'의학은 넘치고, 건강관리는 부족하다(Too much medicine, too little care)'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고, 약을 먹는다. 하지만 운동을 하거나, 금연, 절주, 균형잡힌 식사를 하는 등 생활습관을 바꾸라고 하면 잘 듣지 않는다. 심지어 무절제한 식사와 폭음 등으로 몸이 망가진 뒤에 의사한테 고쳐달라고 떼를 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단과 치료를 받고, 필요하면 약을 복용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평소 생활습관을 개선해 질병을 예방하고, 병에 걸린 뒤에는 적극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즉 질병 치료에서 의학과 개인의 노력은 적절하게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지금은 의학의 비중이 너무 높고, 개인 노력의 비중이 너무 낮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획기적인 치료약' '주사 한 방으로 낫는 치료법' 등에 혹한다. 고혈압에 좋다는 표현을 못쓰게 하니까 '높은 혈압'이라는 기묘한 문구를 내세운 식품광고들이 신문, 잡지 지면을 장식하기도 한다. 전 세계 고혈압 환자들이 모두 혈압약을 복용하려면 연간 약값이 100조원쯤 든다고 한다. 이 정도 돈을 들여 혈압약을 먹으면 전 세계인의 평균 혈압은 약 3mmHg 낮아진다. 이 정도 혈압을 낮추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뇌졸중이 약 절반으로 감소한다. 고혈압 관리에 의학의 효과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혈압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뇌출혈 환자가 감소하는 긍정적인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약 복용에 따른 비용과 부작용을 고려한다면 고혈압이 생긴 이후에 약을 복용하기보다는 아예 고혈압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만약 약을 먹지 않고 운동이나 식습관 개선 등을 통해 혈압을 5mmHg만 낮출 수 있다면 엄청난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은행과 WHO는 1991년 국제 질병부담 프로그램(Global burden of Disease)이라는 연구를 발족했다. '뉴 잉글랜드저널 오브 메디신'이란 권위 있는 학술지에 이 연구 결과를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그 곳에 실린 도표는 아래와 같다.
![고혈압 치료는 의사가 아니라 이것이 한다](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age.chosun.com%2Fsitedata%2Fimage%2F201312%2F15%2F2013121500999_1.jpg)
고혈압과 과도한 나트륨 섭취가 수명에 영향을 주는 위험요인 상위 1위와 11위에 올라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고체 연료로 인한 주택 내 공기 오염 문제', ‘어린이 체중미달’ ‘공기 분진 오염 노출’ 등은 대부분 해결된 만큼 이를 제외하면, 한국인의 경우에는 고혈압이 1위,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8위로 뛰어 오른다. 고혈압을 잘 관리하고, 고혈압 원인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 표는 잘 보여준다.
의료 권력, 의사에서 환자로 이동 중
고혈압과 같은 만성 질환 치료의 두 가지 요소는 첫째 생활습관 개선, 둘째가 의학 요소이다. 이중 의학 요소는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의사의 진료를 받고, 필요한 경우 처방을 받아 약물을 복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생활습관 개선은 운동, 식이요법, 체중조절 등을 말한다.
그런데 과거에는 의학적인 요소였지만, 이제는 생활습관 영역으로 넘어온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정기적으로 혈압을 재는 일이다. 예전에는 혈압을 재려면 병원에 가서 의사가 수은혈압계와 청진기를 이용해 측정하는 방법이 사실상 유일했다. 하지만 기술 발달로 성능 좋은 자동혈압계가 개발되면서 이제는 집이나 사무실 등에서도 간편하게 혈압을 잴 수 있게 됐다. 이러다보니 혈압 재는 일이 의료의 몫에서 환자의 몫으로 넘어온 것이다. 이처럼 질병의 치료와 관리에서 의사의 역할이 줄고, 환자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의료 권력의 이동'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예방의학(preventive medicine)의 비중이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며, 나아가 '선제의학(preemptive)' 개념이 도입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흡연자들을 위한 금연활동이 예방의학이라면,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들이 흡연자의 길로 들어서지 못하게 교육하는 활동이 '선제의학'이다. 이 모두가 의사보다 개개인의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앞에서 소개한 상위 25개 위험 요인들의 대부분은 우리가 일상생활의 노력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의사가 수술이나 특별한 치료법으로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요인은 없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들은 아직 완치법이 없다.
결국 예방이 최선이며, 일단 발병한 뒤에는 생활습관 교정이나 약물복용 등의 노력을 하면서 평생 관리해야 한다. 이 관리의 주체는 환자 자신이며, 의사는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뿐이다. 내게 발생한 병을 관리하려면 우선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의료진이나 병원이 권하는 실천사항도 잘 지켜야 한다. 고혈압과의 전쟁을 직접 치르는 사람은 환자 자신이며, 의사는 일종의 유엔군이다. 유엔군이 아무리 도와주어도 정작 당사국의 의지와 노력이 없으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 정확하게 혈압 재려면...
사람들은 병원에서 의사가 팔에 감은 커프스 안에 청진기를 넣고 공기를 주입해서 수은계가 오르내리는 방식으로 측정하는 혈압은 정확하고, 집이나 사무실 등에서 자동혈압계로 측정하는 혈압은 부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초창기에 나온 자동혈압계는 정확도에 좀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 FDA승인을 받은 자동혈압계는 무척 정확하다. 또다른 변수도 있다. 바로 '백의(白衣) 고혈압'이다. 병원에서 의사나 간호사 등 흰색 가운을 입은 사람 앞에서는 평소보다 10~15 정도 혈압이 높게 나오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병원에서 환자 본인이 자동혈압계를 이용해 혈압을 재는 중간 방식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유럽에서는 올해 가이드 라인을 새로 제정했는데, 집에서 자동혈압계로 측정한 혈압을 그 사람의 정확한 혈압으로 본다고 규정했다. 현재 병원이나 보건소 등에서 사용하는 수은 혈압계는 환경오염 등의 이유로 현재 보유 중인 것만 사용하되, 추가 생산은 하지 않는다. 앞으로는 병원에서도 모두 디지털 자동혈압계로 대체될 것이다.
그렇다면 집에서 혈압을 정확하게 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에 다녀오는 등 10분쯤 가볍게 몸을 움직인 뒤에 책상이나 식탁에 편한 옷차림으로 앉아 5분쯤 있다가 자동혈압계로 재는 것이다. 물론 한번 측정한 수치가 본인의 혈압은 아니며, 여러 번 반복 측정한 기록을 보고 판단한다. 가정에서 자주 혈압을 재고, 그 기록을 병원에 갈 때 가져가서 의사와 상의하면 고혈압 관리를 훨씬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3] 소금 많이 먹으면 뇌·심장·신장에 심각한 손상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2/01/2013120102111.html
몸이 아파 병원에 가면 의사의 진료를 하기 전에 대개 혈압을 잰다. 고혈압이나 심혈관 질환 등의 혈압과 관련 있는 병 때문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면 이해가 된다. 그런데 배가 아프거나 어지러워서, 또는 열이 나고 목이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도 혈압을 재라고 하면 의아한 생각이 든다. 환자가 평소에 모르고 살던 고혈압을 발견해주려는 친절한 뜻이 담겨 있는 것일까? 병원에서는 혈압을 왜 재는지 상세히 설명해주지도 않는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환자들은 의례적인 절차려니 생각하고 혈압 측정을 한다. 도대체 병원에서는 왜 혈압을 재는 것일까? 언뜻 보기에 단순해 보이기도 하는 혈압 측정은 사실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혈압은 바이탈 사인(활력 징후)의 필수 요소
TV 의학드라마를 보면 수술하던 중 의사가 "바이탈 사인(vital sign)은?"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그러다 컴퓨터 모니터처럼 생긴 화면에서 움직이는 그래프 모양의 곡선을 보여주다가 기계에서 '삐~'하는 소리가 나고 그래프가 직선으로 바뀌면 환자 상태가 매우 위중하거나, 사망하는 상황이 되곤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바이탈 사인'이라고 하면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중환자들의 몸 상태를 의료진이 판단하기 위한 신호쯤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바이탈 사인'이란 중환자나 수술 환자가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기본적인 생체 신호이다. 바이탈 사인을 직역하면 '활력 징후'라고 할 수 있는데, 호흡, 맥박, 체온, 혈압 등 네 가지로 구성된다. 왜 이 네 가지가 바이탈 사인이 됐는지를 알려면 의학사를 좀 알아야 한다.
사람이 사망했는지 아닌 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영화나 TV드라마 등에 보면 의사가 손가락을 목에 대보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 눈을 열어 보기도 한다. 손가락으로 목을 짚어보는 것은 사망하면 맥박이 뛰지 않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는 것이다. 또 눈의 동공이 열리는 것도 사망의 신호가 된다. 그밖에 병원에서는 항문이 열렸는지를 확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기본적인 것은 숨을 쉬는 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처럼 숨 쉬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수천 년간 사용돼왔다. 과거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코에 창호지를 대봐서 흔들리지 않으면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 즉 숨을 쉬느냐 여부를 삶과 죽음을 가르는 기준으로 삼았다.
서울대병원 내과 가운데 가장 선임과는 소화기 내과
여담(餘談) 하나. 서울대병원 내과는 다시 소화기내과, 호흡기내과, 순환기내과, 신장내과, 감염내과, 내분비내과, 혈액종양내과, 알레르기내과, 류머티스내과 등 9개 세부 전공으로 나뉜다. 그런데 병원 홈페이지의 '진료과/의료진' 소개 코너에 들어가 보면 호흡기내과가 가장 앞에 소개돼 있다. 호흡기내과를 내과 중에서 가장 '선임과'로 대우하는 것은 서울대병원의 오랜 전통이다. 호흡이 기본이면서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반영돼 있다.
오랫 동안 의사들은 호흡과 맥박, 체온 등을 바이탈 사인으로 사용했다. 그러다 1711년 영국 목사이자 과학자였던 스티픈 헤일스가 사상 처음으로 말의 '혈압'을 측정했다.
헤일스는 말의 경동맥를 주사기로 찔러 주사기에 연결된 파이프를 통해 피가 어느 정도 높이까지 상승하는지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혈압을 쟀다. 경동맥을 찔린 말들이 모두 사망하는 바람에 사람에게는 이 방법을 적용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의학기술 발전으로 혈관 치료가 가능해짐에 따라 요즘 병원 중환자실에서도 종종 환자의 동맥을 주사기로 찔러 혈압(동맥압)을 재곤 한다. 중환자 중에는 혈압이 너무 낮아 일반 혈압계로는 측정이 힘든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중세 사람들은 심장에서 내보낸 혈액은 온 몸의 조직에 흡수된다고 생각했다. 동맥과 정맥을 잇는 모세혈관의 역할을 정확히 몰랐기 때문이다. 하비라는 과학자에 의해 심장에서 나온 혈액이 몸을 돌고 다시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되돌아온다는 혈액순환이 증명됐다. 즉 혈액은 심장, 동맥, 정맥, 모세혈관 등 하나의 폐쇄된 혈관 시스템 안을 순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 의학이 점점 발전해 1896년에는 물을 이용해 혈압을 재는 방식, 즉 근대적인 혈압계가 발명됐다. 파이프를 통해 밀려 올라간 물의 높이가 190cm이면 현재의 기준으로 140mmHg, 260cm이면 200mmHg에 해당된다. 혈압계의 발명으로 항상 객관적 수치로 혈압을 잴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생명보험회사들의 질병통계가 혈압기준치 마련에 큰 기여
혈압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미국의 보험회사들이다. 이들 보험회사들은 보험가입자들의 건강과 수명 예측을 위해 혈압을 활용했다. 이 당시만 해도 혈압이 높은 사람들은 거의 속수무책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1930년대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도 고혈압(수축기 200mmHg)에 시달리다 결국 쓰러지기도 했다. 보험회사들의 혈압 데이터를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과정에서 120/80mmHg가 표준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고혈압'이란 개념은 없었고, 고혈압이 위험하다는 것도 잘 몰랐다. 1960년대 들어 제2차 세계대전 참전했던 퇴역 군인들의 혈압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고혈압'이란 개념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여년 전부터 혈압이 바이탈 사인의 하나로 들어왔다.
고혈압의 기준(140/90mmHg)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사람들의 혈압을 재보면 120/80mmHg가 평균 수준이며, 정규 분포를 보인다. 혈압 데이터는 물론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인 뇌혈관, 심혈관 질환이나 망막혈관, 콩팥 혈관 등의 발병 추이에 대한 임상연구가 진행되면서 합병증 발병의 기준선이 정해졌다. 오늘날 사용하는 고혈압의 기준 140/90mmHg는 이렇게 해서 정해진 것이다. 따라서 이 기준보다 조금 낮다고 해서 혈압을 방치해두면 언제든 고혈압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위험한 순간에 처할 수도 있다.
병원에서 바이탈 사인의 하나로 혈압을 잰다고 하면, 왜 호흡이나 맥박, 체온은 측정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맥박은 혈압을 잴 때 주로 함께 확인된다. 호흡은 어떻게 확인할까? 진료실에서 의사를 처음 만나면 의사들이 대화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환자의 호흡 상태를 살펴보고, 숨소리도 듣는다. 또 환자가 말할 때 숨이 가쁜지, 숨을 몰아쉬는 지 등을 살펴본다. 체온은 고열 등의 특별한 증상이 있을 때 잰다. 몸상태가 좋지 않으면 호흡 숫자도 너무 늦거나 빨라진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 간호사가 환자의 분당 호흡수를 확인해서 차트에 기록하기도 한다.
혈압 평균은 120/80mmHg, 고혈압은 140/90mmHg
결국 사소한 병이라도 나서 병원에 가면 의료진은 기본으로 환자의 바이탈 사인을 확인하고, 그 다음 진단을 하게 된다. 호흡과 달리 혈압은 기계로 측정하지 않으면 환자 자신은 물론, 의사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혈압을 재는 것이다. 혈압은 환자의 몸 상태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몸에 이상이 생기면 혈압이 정상 범위를 벗어난다. 예를 들어보자. 복통이 생기면 혈압이 떨어진다. 혈액은 우리 몸의 아픈 곳에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많은 혈액이 배에 몰리면 혈압이 낮아진다. 설사를 해도 맥박은 올라가고, 혈압은 떨어진다.
혈압은 병의 진행 상태를 알려주는 지표가 되기도 하고, 혈압이 높으면 병을 만들기도 한다. 맹장염인데도 맥박이나 혈압에 별로 변동이 없다면 아직 심한 상태로 나빠지지 않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맹장염 환자의 맥박과 체온이 올라가고, 혈압이 떨어진다면 맹장이 터져 복막염으로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콩팥의 기능이 떨어지면 고혈압이 생긴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피를 거르는 시술을 받는 말기신부전 환자의 경우는 대부분 고혈압을 가지고 있다.
몸 안의 혈관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내출혈이라고 하는데, 겉으로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환자 자신도 모를 때가 있다. 하지만 내출혈이 생기면 혈압은 뚝 떨어진다. 물론 다른 질환 때문에 병원에서 혈압을 측정하는 과정에서 고혈압이 발견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질병이 혈압의 변동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나트륨 과다섭취 등으로 혈압이 높아지면 동맥경화증 뿐 아니라, 신장, 심장, 뇌 등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한다. 따라서 혈압을 측정해서 수치를 정확히 안다는 것은 내출혈이나 맹장염과 같은 급성 질환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물론, 고혈압, 콩팥병과 같은 만성질환의 치료와 관리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2012년 국민건강보험 통계에 따르면 단일 병상 기준 진료비 높은 질환 1위가 본태성 고혈압으로 2조2811억원, 2위 만성콩팥기능상실로 1조2722억원, 3위 급성기관지염으로 1조1311억원이었다. 고혈압과 만성콩팥병 진료비를 합친 금액(3조5533억원)은 전체 총진료비 47조8392억원의 7.4%를 차지했다. 혈압을 알고 고혈압과 만성콩팥병을 예방하는 것은 개인의 건강은 물론, 미래 세대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에서도 더 없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본 기소금 안먹어도 안죽는다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1/17/2013111700896.html
생물의 진화 과정과 소금
'싱겁게 먹기 운동'의 전도사가 돼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데, "소금을 먹지 않으면 사람은 죽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왜 사람들이 소금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 혹시 야생 동물이 소금을 먹는 것을 본 사람이 있는가. 만약 동물이 꼭 소금을 먹어야 산다면 바닷가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에 살던 동물들은 다 멸종하고, 바닷가나 소금 호수, 소금 광산 근처에서나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바다로부터 멀리 떨어진 아프리카 대륙 밀림이나 사막 같은 곳에서도 동물들이 수천만년~수억년 간 생존해왔다. 인간도 수백~수십만년 동안 소금이 없는 곳에서도 생존해왔다. 지금도 원시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소금을 따로 먹지 않고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소금을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을까.
진화론에 의하면 현재 지구상의 모든 생물의 시초인 원시생물은 바닷물 속에서 생겼다. 그 생물은 단세포에서 다세포로 점점 커졌고, 오랜 세월이 지나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 등으로 진화해왔다. 인간이 엄마 자궁 속에서 10개월 간 자라는 과정은 생명체가 지구상에서 수억년 간 해온 진화가 압축돼 있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바다에서 처음 생겨난 생명체 중 일부는 강(江)을 거쳐서, 일부는 곧바로 육지로 올라와 자리를 잡았다. 인간도 그 중의 하나이다. 인간이 바다에서 진화해온 생명체의 후손이라는 증거는 사람의 혈액의 구성 성분 비율이 바닷물과 흡사하다는 연구결과로 입증되어 있다. 세포 한 개로 이뤄진 단세포 생명체가 바닷물 속에 떠 있다고 가정해보자. 세포는 생명 유지에 아주 적은 양의 나트륨만 필요하다. 그런데 세포 바깥에는 나트륨 농도가 높은 반면, 세포 안은 낮다. 바닷물 속에 많은 나트륨이 세포 안으로 자꾸 침투해들어 오려고 하면 이를 막아야 한다. 단세포 생물에서 이런 역할은 주로 칼륨이 맡아서 한다. 그런데 강물을 거쳐 육지로 올라왔다고 하면 상황이 바뀐다. 사람의 경우 세포를 둘러싼 혈액이 바로 바닷물과 같은 역할을 한다. 세포는 혈액 속에 든 탄소, 산소, 수소, 질소, 나트륨, 칼륨 등 성분을 가져다 생명 유지활동을 한다.
![소금 안먹어도 안죽는다](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age.chosun.com%2Fsitedata%2Fimage%2F201311%2F17%2F2013111700881_0.jpg)
우리 몸은 생존을 위해 나트륨이 꼭 있어야 한다. 몸의 구성 성분은 많은 순서로 보면 산소(O)가 65%로 가장 많고, 탄소(18%), 수소(10%) 등이 2~3위에 올라 있다. 나트륨은 염소와 함께 공동 9위이다. 즉 인체의 10대 구성 성분의 하나이다. 이런 나트륨은 어디에서 구해야 할까? 단세포 생물이 바닷물 속에 살 때는 너무 많아서 탈이라고 할 정도로 나트륨이 많았다. 나트륨이 세포 안으로 너무 많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훨씬 중요했다. 그런데 생명체가 육지로 올라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나트륨을 구하기가 무척 어려워진 것이다. 그러다보니 생명체는 한 번 몸 안에 들어온 나트륨을 몸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쪽으로 진화했다.
나트륨 적게 섭취해도 콩팥이 재활용해 적정량 유지
그 진화의 산물인 사람도 마찬가지다. 콩팥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콩팥의 기본 기능은 혈액에서 노폐물을 걸러 소변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영양 성분을 몸 밖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회수하는 중요한 역할도 한다. 즉, 몸에 중요한 성분이 몸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붙잡아 주는 능력이 고도로 발달한 기관이 바로 콩팥이다. 콩팥이 기를 쓰고 붙잡아두려는 성분 중의 하나가 바로 나트륨이다. 이처럼 나트륨을 비롯한 대부분의 영양 성분은 우리 몸이 아껴 쓰고, 재활용까지 하므로 적은 양만 있어도 대부분 문제가 없다. 즉 적은 것은 거의 문제가 안된다는 뜻이다.
나트륨이 적은 것이 왜 문제가 되지 않는 지는 모유를 먹는 아기를 보면 알 수 있다. 모유 1L에는 160mg의 나트륨이 함유돼 있다. 아기들은 하루 평균 0.8L의 젖을 먹으므로 하루 섭취하는 나트륨양은 120mg쯤 된다. 3Kg안팎의 작은 아기는 몇 개월간 모유만 먹고도 체중이 2~3배로 늘만큼 성장한다. 하루 120mg의 나트륨만 있어도 성장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연구를 종합하면 성인들의 하루 필요 나트륨양은 460~920mg이다. 이 정도면 건강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데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소금을 따로 섭취하지 않았던 원시인들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약 700mg이었다. 즉, 채소와 과일, 곡물이나 고기 등 음식에 든 나트륨만으로도 꼭 필요한 나트륨 양을 섭취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4800mg이다. 필요량의 5~10배나 되는 많은 양이다.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은 적정량의 5~10배
사람들 중에 "나트륨이 너무 적으면 콩팥에서 재활용하고, 많으면 콩팥에서 걸러서 몸 밖으로 내보내면 되는데 많이 섭취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짧은 기간이라면 그래도 큰 문제가 안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수십 년 간 계속된다면 얘기가 다르다. 소금 섭취로 혈액 속에 나트륨 농도가 올라가면 혈액은 적정 농도(0.9%)를 유지하게 위해 물을 더 많이 찾는다. 짜게 먹으면 물을 찾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동시에 세포 속에 든 물까지 혈관으로 빠져나가고, 세포는 시들시들해진다. 평소보다 많은 물이 혈관 속에 들어가면 혈관을 빵빵하게 만들어 혈압이 높아진다. 이것이 오래 반복되면 고혈압이 된다.
콩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 몸은 소화, 호흡, 심장박동 등 가장 기본적인 생명활동을 하는데 에너지를 쓰는데 이를 '기초대사량'이라고 한다. 성인의 하루 평균 기초대사량은 약 1500kcal이다. 이중 하루 종일 숨쉬는 데, 즉 호흡에 쓰는 에너지는 20kcal에 불과하다. 하지만 콩팥은 하루 기초대사량의 20%인 300kcal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평소에도 그만큼 많은 일을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혈액 속에 과도하게 나트륨이 들어왔다고 하면 이를 최대한 빨리 몸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콩팥에 엄청난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평소에도 과로하는 콩팥에 나트륨 배출 업무까지 추가로 주어지면 묵묵히 임무를 다하던 콩팥도 어느 순간에는 결국 반란을 일으킨다. 이것이 바로 콩팥병(신장병)이다.
![/자료=식약청(국민건강영양조사 2009)](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age.chosun.com%2Fsitedata%2Fimage%2F201311%2F17%2F2013111700881_1.jpg)
/자료=식약청(국민건강영양조사 2009)
지금처럼 먹으면 혈액이 바닷물처럼 짜게 변한다
나트륨과 고혈압, 콩팥병의 문제는 길게 보면 진화와 적응의 문제이다. 생명체는 바닷물을 떠나 육지로 올라온 뒤 적은 양의 나트륨만 있어도 아끼고 재활용해서 사용할 수 있게 진화했다. 그 과정은 수억 년이 걸렸다. 그런데 길어야 수백 년, 짧게는 수십 년 만에 인간은 나트륨 섭취를 엄청나게 늘려왔다. 수억 년 간 진화해온 몸이 미처 적응하기 힘든 정도로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자 우리 몸은 고혈압, 콩팥병과 같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소금을 따로 먹지 않고, 야채나 과일, 고기, 곡물 등을 통해서도 하루 필요한 나트륨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그런데도 현대인들은 소금을 지나치게 섭취한다.
인간은 바닷 속에 사는 생명체가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과도한 나트륨 섭취로 자신들의 혈액을 일시적으로 짜게 만들고, 물을 먹어 적응이 되는 과정에서 몸 안의 세포는 나트륨에 의한 손상을 받고 있다. 실제로 나트륨을 많이 먹는 현대인들의 소변은 혈액보다 짜지고 있으며, 바닷물의 짠맛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사람들에게 바닷물을 먹어보라고 하면 짜서 못 먹겠다고 한다. 그런데 자신의 세포를 둘러싼 혈액을 짜게 해 세포를 병들게 하고 있다. 세포들이 너무나 짠 환경 속에서 언제까지 견뎌줄 것인가? [1] '나트륨 중독' 벗어날 '혁명'이 필요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0/28/2013102803552.html
역사 퀴즈 하나, 중국 당나라 안사의 난, 프랑스대혁명, 간디 불복종운동의 공통점은? 정답을 바로 떠올린다면 당신은 역사에 대한 꽤나 깊이 있는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답은 '소금'이다. 왜 소금이 정답일까?
학창 시절 역사 시간에 배웠던 프랑스, 영국, 미국 혁명의 핵심 의미가 뭘까? 많은 설명이 가능하지만 왕, 또는 국가에 속했던 인권(人權)을 일반 백성들이 쟁취한 것이다. 그 전에는 전제 군주나 귀족들이 절대 권력을 지녔고, 백성들은 그들의 부속물이었다. 하지만 이들 혁명은 인간은 누구나 존엄하고 인격을 갖고 있다는 인권 사상을 세상에 널리 퍼뜨렸다. 그런데 의학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 있다. 바로 인류 역사를 바꾼 중요한 역사적 대사건의 이면에는 인권(人權) 못지않게 중요한 배경이 또 하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소금이다. 나는 역사를 '인권과 소금'을 위한 투쟁의 시간으로 정의한다.
역사는 인권과 소금을 얻기 위한 투쟁
소금이 역사서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BC 6000년 경 중국 산시성(山西省)의 소금 호수에 대한 기록이다. 소금은 중국 고대 정부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었다. 심지어 당나라 때는 국가 예산의 50%를 소금 수입으로 채웠다. 이 때문에 소금은 당연히 국가가 생산과 판매를 독점하는 전매품이었다.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여서, 15~16C 이탈리아 피렌체의 가장 유력한 가문이었던 메디치가는 소금과 향신료 등의 전매권을 통해 엄청난 부(富)를 축적했다. 수천 년 동안 왕이나 귀족, 국가 등 권력이 독점했던 소금의 전매제도는 소금 생산 기술의 발전 등으로 점점 의미가 쇠퇴해 없어졌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20세기까지 남아 있기도 했다.
이처럼 오랫동안 권력이 소금을 독점하다보니 일반 백성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안사의 난이나 프랑스대혁명, 간디의 불복종운동 등에 소금이 중요한 배경이 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인도를 식민 통치했던 영국은 소금에 대한 전매제도로 인도인들을 탄압했고, 간디는 저항운동의 일환으로 바닷가로 가서 소금을 채취해 투옥되기도 했다. 소금을 싼 값에 원하는 만큼 얻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의 오랜 꿈이었다. 그래서 역사적 대사건이나 혁명의 이면에는 소금을 쟁취하려는 욕망이 반영돼 있었다. 소금에 대한 갈망은 혁명을 성사시킨 주요한 동력(動力)으로 작용했다.
인간이 소금을 쟁취하기 위해서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애써 노력해온 이유는 뭘까? 염장(鹽藏)을 위한 소금 수요가 주된 요인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원시 사회가 점점 발달해 생산, 수확량이 늘면서 제기된 중요한 과제가 바로 잉여(剩餘) 농산물이나 고기, 생선 등을 장기 보관하는 것이었다. 말리거나 훈제하는 등의 방법도 나왔지만, 저장 효과나 맛 등을 고려하면 소금에 절이기, 즉 염장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떠올랐다. 더욱이 소금은 염장뿐 아니라 발효에서도 빼놓을 수 없었다.
소금을 이용한 발효의 원리로 만든 전통 식품은 김치나 간장, 고추장, 치즈, 젓갈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무척 많다. 콜럼버스보다 먼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것으로 추정되는 바이킹들이 장거리 항해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생선 대구를 소금에 절여 장기 보관하는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음식들을 오랫동안 먹어오면서 인간의 입맛은 소금에 점점 길들여졌고, 소금을 넣고 조리한 음식을 맛있다고 느끼게 됐다. 그러면서 인간의 삶에서 차지하는 소금의 비중은 점점 커졌다. 소금 없이 살 수 없게 됐고, 권력은 소금 독점으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어렵게 얻은 소금 주권(主權)을 남용하다
오랜 역사 동안 인간은 권력으로부터 '소금 주권(主權)'을 되찾아오기 위한 투쟁을 해왔고, 근세기 들어와 이는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없을 때는 소중했지만 막상 손에 넣고 난 뒤에는 그 가치를 잊어버렸던 것일까? 소금 주권을 쟁취한 데 취한 우리들은 소금을 남용하기 시작했다. 짠맛에 중독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반인들은 중독은 약물이나 알콜, 니코틴 등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나트륨도 중독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져 있다. 인간은 나트륨에 중독돼 반복적으로 탐닉하게 됐다.
- 설렁탕에 소금을 넣는 모습./조선일보DB
가공식품 회사와 외식업계는 전통적인 주식(主食)을 대체할만한 수준의 칼로리를 공급받을 수 있는 히트 상품들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먹을거리를 언제 어디서나 값싸게 구입할 수 있게 함으로써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들이 내놓은 가공식품은 인간의 짠맛 중독에 편승해 현대인들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로 인한 폐해는 비만과 아울러 엄청난 양의 나트륨 섭취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인은 생존에 필수한 양의 약 40~50배에 이르는 엄청난 양의 나트륨을 섭취하고 있는데, 그 상당 부분이 가공식품 섭취에서 비롯된다. 현대인이 식품을 섭취하는 3대 통로인 가정, 가공식품, 외식업 중에서 가정의 비중은 점점 줄고, 가공식품과 외식업의 비중은 점점 늘면서 나트륨 섭취량도 계속 늘고 있다. 가정에서 조리할 경우 나트륨 섭취량을 조절할 수 있지만, 가공식품이나 외식의 경우 소비자가 나트륨 섭취량을 줄일 방법이 거의 없다. 가공식품이나 외식을 먹을 경우 소금을 적게 섭취할 수 있는 권리, 즉 '소금 주권'이 '내'가 아닌 가공식품회사나 식당 주인들이 갖는 셈이 된다. 이제 우리는 '나트륨 혁명'을 해야 한다. '권력'에서 빼앗아왔다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싼값에 편리하게 먹을거리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가공식품 회사들과 외식업에 넘어간 소금 주권을 되찾아오는 것이 나트륨 혁명이다. 미국에서는 이를 '소금 전쟁(Salt War)'이라고 한다. 소금 전쟁이라고 하는 이유는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 뿐 아니라, 가공식품회사나 외식업체들이 소금 사용량을 줄이도록 법적,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술발전으로 과잉 공급되는 소금, 인간의 몸이 적응 못해기술 발전 덕에 소금 제조 원가가 뚝 떨어져 싼값에 공급받을 수 있다. 아울러 가공식품 기술도 급속도로 발달해 값싸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이 쏟아져 나온다. 이 가공식품은 나트륨 함량이 높다. 수억 년간 진화해온 인간은 아주 적은 나트륨만으로도 생존할 게 있게 돼 있다. 그런데 불과 수백~수십 년 사이에 인간의 몸에 공급되는 소금의 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소금이 남용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민물고기가 바닷물에 들어간다고 가정해보자. 짧은 시간 동안은 살 수 있지만, 얼마 못가 견디지 못하고 죽는다. 적은 나트륨에 적응된 인간의 몸에 바닷물과 같은 나트륨이 들어가면 우리 몸은 민물고기와 비슷한 꼴이 된다. 물론 수만 년간 과도한 나트륨에 적응한다면 그에 맞게 진화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살아가야 하는 인간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가정은 물론, 가공식품이나 외식업체에서 음식을 먹을 때도 나트륨 섭취량을 적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환경을 통째로 바꾸어야 한다. 만약 이 혁명에 실패하면 '나트륨 재앙'이 우리와 후손들을 기다리고 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