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기타의 신, 마이클 쉥커 그룹의 라이브는 역시 환상이었습니다. 4년전 대략 300여명의 광전사들과 함께 했던 악스 홀 공연은 굉장히 좋은 분위기에서 이루어지긴 했지만 솔직히 초라했지요. 그 삼백여명의 전사들을 내려다보며 마이클 쉥커는 '난 관대하다. 존나 관대하다.' 이런 흡족한 표정을 머금으며 황홀한 연주를 보여주긴 했지만~~ 그 공연이 끝난후 힘들게 마이클 쉥커를 섭외했던 기획사가 망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로 사실상 참담하기 그지 없는 호러쇼였습니다. 그 공연이 끝난 후 이제 더 이상 이 땅에서 마이클 쉥커를 보지 못할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가 다시 왔습니다. 이번에는 수천명 아니 거의 만 명에 달하는 엄청난 군중이 빽빽히 들어선 대형 아레나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물론 그 만 명에 달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마이클 쉥커가 연주하는 플라잉 브이의 고뇌를 이해할리 만무한 그냥 보통 사람들, 록 음악을 단지 소음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쉥커의 플라잉 브이가 울부짖을때마다 귀를 막으며 괴로워하는, 더러는 떡실신을 하기 도 하는, 말 그대로 그냥 보통 사람들입니다. 엑스포 행사의 하나인 해양 레이저 쇼를 보기 위하여 자리를 잡은 그냥 민간인들이죠 . 이런 사람들에게 호응을 기대하는 것은 솔직히 무리이죠. 앞에서는 귀를 막고 괴로워하고 자빠져 자고 뒤에서는 부채를 휘저으며 더위를 피하는 그들의 모습은 엄청난 대군임과 동시에 그 대군을 이끄는 장수의 힘을 쭉쭉 빨아먹는 당나라 군대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오죽하면 프론트맨 두기 화이트가 공연 중간에 뒤에서 부채를 휘젓고 있는 군중들을 시니컬하게 바라보며 부채 부치는 제스츄어 를 취했겠습니까?? ㅋㅋㅋㅋㅋ 하지만 역시 마이클 쉥커는 관대했습니다. 존나 관대했습니다. 마이클 쉥커는 삼백명의 광전사 앞에서나 일만여명에 달하는 당나라 군대 앞에서나 왕의 모습을 잃지 않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나는 관대하다. 존나 관대하다.' 공연은 템플 오브 락의 서장을 장식하는 인트로로 점화하여 Into the arena로 만개했습니다. 스펙타클하기 그지 없는 해양 야외 무대에 아주 잘 어울리는 곡이었습니다. 쉥커의 플라잉 브이가 울부짖고 거기에 헤르만 레어벨과 프란시스 버크홀츠의 전갈 리듬 섹션이 가세하자 공연장 바로 앞에서 진을 치는 당나라 부대들이 귀를 막고 괴로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이 사람들은 태어나서 이런 음악을 처음 접하는듯 너무나도 괴로워하더군요. 하긴 사운드 자체가 크긴 무지 컸습니다. 경주 엑스포때 엘에이 건즈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크고 웅장하고 시끄러운 사운드였습니다. 저희같은 광전사야 뭐 좋아 죽을 지경이었지만 그냥 수상 레이져 쇼나 보러 온 민간인들에게는 아마도 지옥의 시간이었을 겁니다. 4년전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보이고 말라보이는 쉥커 형님의 몸에서는 여전히 빛이 났습니다. 후반부 감동적인 벤딩 비브라토를 연주하는 부분에서 형님의 몸을 둘러싼 아우라는 벌건 대낮에도 활활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하여 내면의 에너지를 한 방울도 남김없이 쥐어짜내는듯한 형님의 혼신을 다한 벤딩과 비브라토는 역시 끝내줬습니다. 첫 곡 부터 완전히 혼을 앗아갈 정도로 엄청난 전율의 쓰나미가 몰아쳤습니다. 계속해서 보컬리스트 두기 화이트가 등장해서 arm and ready가 연주되었습니다. 두기 화이트는 안보는 몇 년 새에 살이 많이 쪘더군요. 4년전에 보았던 몰라볼 정도로 퉁퉁 부어터진 크리스 글렌이 떠오를 정도로 좀 추하게 쪘더군요. 뮤지션이라기 보다는 그냥 앰프 나르는 스텝에 가까울 정도로~~ 노래도 좀 이상했습니다. 마치 나가수에서 거미를 보는듯~~ 어딘가 막힌듯한 낡은 하수구 배기통을 보는듯한 갑갑한 목소리...... 첫 곡 부터 불안 불안 하더군요. 하지만 불멸의 영웅 쉥커 형님과 저를 메탈의 세계로 인도하신 스콜피언즈 전성 시절의 큰 형님들, 프란시스와 헤르만 형님의 멋진 모습을 보는 내내 두기 화이트의 보컬은 그리 크게 거슬리진 않았습니다. 암 앤 레어디가 끝난 후에 두기 화이트가 프란시스, 헤르만, 마이클을 차례로 지목하며 이 자들은 모두 스콜피언즈 출신이다라고 강조하며 초장부터 화끈하게 스콜피언즈 콤보를 쉐리기 시작했습니다~!!!!!!!! 공연을 보기 전부터 예상되었던 콤보였는데 의외로 빨리 시작되어 흥분되더군요. love drive와 another piece of meat를 연주했는데~~ 굉장히 파워풀하고 익싸이팅한 무대였습니다. 두기 화이트가 아나더 피이스 오브 미트를 부르던 도중 배수구 물 내려가다 막혀 중간에 밑으로 콸콸 쏟아지는 개실수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클라우스 마이네 전성시절의 어려운 곡을 무리 없이 소화 해냈습니다. 클라우스 마이네의 보이스 톤이 꽤나 독특해서 아주 똑같이 부르지 않는 이상 아무리 잘 불러도 어색하기 마련인데~~ 두기 화이트는 자기 목소리에 맞게 잘 흡수해서 어색하지 않게 부르더군요. 예전 레인보우 시절에도 로니 제임스 디오나 그래험 보넷, 데이빗 커버데일, 이언 길런, 조 린 터너, 심지어 글렌 휴즈같은 사람들 의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보이스들을 자신의 목소리에 잘 흡수해서 부르더니만 이 사람은 확실히 이런 능력 하나는 끝내주는것 같 습니다. 다소 평범한듯한 보이스인데 그것을 오히려 강점으로 살려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재해석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습니다. 록을 소음이라 매도하는 당나라 군대 사람들도 쉥커나 다른 멤버들의 연주에 귀를 막고 괴로워할 지언정 두기 화이트의 목소리를 듣고 괴로워하지는 않더군요. 보통 민간인들이라면 록 보컬들의 보이스가 고음으로 올라갈때 으례히 귀를 막고 고통을 호소하기 마련인데~~ 두기 화이트의 목소리는 그런 사람들에게도 그리 거북하게 들리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목소리는 음악을 아는 매니아들이나 음악을 모르는 민간인들 양쪽 모두에게 고통을 주지 않죠. 뭐 좀 고음에서 막히고 삑사리 나고 약간의 삽질이 있긴 했지만 두기 화이트의 보컬은 어색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좋았던 점 중의 하나가 스콜피언즈의 곡들이 많이 연주되었다는것을 들 수 있겠는데요~~ 그것도 스콜피언즈의 전성시절 80년대 멤버였던 헤르만과 프란시스 형님이 직접 연주하는 스콜피언즈의 곡들을 들을수 있었던 점이 매우 행복했습니다. 내일 모레 환갑을 앞두고 계시는 프란시스 형님의 간지는 실로 짱이었습니다. 하늘의 뜻을 아는 오십대가 다 끝나가는 분인데도 불구하고 이십대 젊은이의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얼굴도 꽤 가까운 거리에 서 보았는데 많이 삭지 않으셨더라구요~~ 스콜피언즈 전성 시절 스테이지에서 자주 날려주셨던 샤방샤방한 꽃미소를 지금도 잘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 형님도 머리가 그리 나쁜 것 같지 않아서 광활한 공연장을 가득 채운 만 명의 군중들이 모두 당나라 쌈마이라는 것을 안 순간부터 다소 우울모드로 변하시긴 했지만서리 그래도 초반부에 스콜피언즈의 곡들을 연주할때 즐거워하는 모습은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그것은 정말 제가 10대 시절 열광했던 80년대 잘 나갔던 독일의 전차부대 스콜피언즈의 멋진 모습 그 자체였거든요~~ 러브 드라이브와 아나더 피이스 오브 미트 이외에도 멋진 연주곡 coast to coast과 스콜피언즈를 상징하는 대표곡 Rock you like a hurricane이 연주되었는데 정말 록 유 라이크 어 허리케인이 연주되었을때의 그 쾌감은 굉장했습니다!!!!!!!! 저는 정말 마이클 쉥커가 참여하지 않았던 스콜피언즈 곡까지 연주할 줄은 몰랐습니다. 물론 썩 훌륭한 연주는 아니었습니다. 마이클 쉥커가 애드립 부분을 까먹었는지 솔로 부분에 계속 배킹만 치다가 애드립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이르러 그제서야 솔로 를 하려다가 어색하게 뭉개버리더라구요~~!!!!!!!! 그래도 너무 너무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사실상 스콜피언즈가 해체된 마당에 스콜피언즈 최고의 명곡을 스콜피언즈 출신의 멤버들이 연주하는 것을 이렇게 생생하게 보는 것 하나 만으로도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입죠. 허리케인을 연주할때 헤르만과 프란시스는 무척이나 고양되고 흥분된듯 했습니다. 헤르만은 드럼을 연주하는 도중 두기 화이트의 마이크를 빼앗아서 당나라 부대들을 향해 here i am here i am 이렇게 외쳐대고 시종일관 축 쳐져있던 프랜시스도 이곡을 연주할때는 매우 즐거워보였습니다. 익히 알고 있었지만 temple of rock이라는 이름을 전면으로 내걸은 성격의 투어임에도 불구하고 템플 오브 락 수록곡은 거의 연주하지 않았습니다. 보컬이 달라서 그런가?? 다분히 빈스 닐, 씨제이 스네어틱한 마이클 복스의 보컬을 재현하기 까다로워서인가?? 두기 화이트가 이 앨범에 유일하게 참가하여 노래를 불렀던 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 요거 하나만 연주했습죠. 이 곡을 시발점으로 해서 두기 화이트의 보컬이 서서히 안정감을 찾아가며 특유의 드라마틱 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소리를 들려줬 습니다. 물론 그래험 보넷 시절의 assault attack같은 곡에서는 다시 한번 배수구가 꽉 막혀 물이 밑으로 쏟아지는 엄청난 삽질을 한바탕 벌였지만 보넷의 곡을 두기가 완벽하게 소화해내리라곤 당최 상상하지 않았기에 그리 끔찍하지 않았구요~~ 그 외의 곡들, 즉 게리 바든이 불렀던 마이클 쉥커 그룹 전성시절 곡들과 필 무그가 불렀던 유에프오 전성시절 곡들은 무난하게 잘 하더군요~~ let sleeping dogs lie, On and on, Cry for the nation, Let it roll, shoot shoot, Lights out~~ 셋트 리스트는 실로 환상적이었습니다. 특히 렛 잇 롤과 어슐트 어택 중간에 펼쳐지는, 쉥커 특유의 서정적이고 영롱한 아르페지오 리프 위에서 흘러나오는 애절한 슬로우 연주는 정말 너무나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진짜 쉥커의 진가는 이렇게 빠른 템포에서 갑자기 브레이크가 걸리며 펼쳐지는 슬로우 템포에서 발동되는 애잔한 연주 (벤딩과 비브라토가 실로 예술입니다)인듯 싶습니다. 몇 천번 아니 몇 만번을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직접 연주하는걸 눈 앞에서 바라보니까 눈물이 절로 나더구만요~~ 마이클 쉥커 그룹, 스콜피언즈, 유에프의 명곡들이 정신 없이 쏟아지다가 아레나가 서서히 어둠으로 물들어 갈 무렵...... 드디어 마이클 쉥커 공연의 하일라이트인 불멸의 명곡 Rock bottom이 연주되었습니다. 노래 중간 마이클 쉥커의 장대한 기타 솔로가 시작될 무렵 두기 화이트는 무대 한 가운데를 질주하여 관객석으로 올라가버렸고 마이클 쉥커의 환상적인 기타 연주가 본격적으로 펼쳐졌습니다. 진짜 이 락 바름 라이브 중간에 펼쳐지는 쉥커의 연주는 그 어떤 말로 형용하기 불가할 정도로 영묘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 솔로를 연주할때 쉥커의 모습은 보통 사람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휴거를 통해 하늘 나라로 올라가서 신의 손을 잡고 있는 이 지구상에 몇 안 되는 구원 받은 인간을 보는듯한 기분이 듭니다. 진짜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수많은 인간들이 지은 죄악을 홀로 참회하는듯한 종교적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정도로 거룩하고 숭고함 이 느껴지는 그런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이전에 쏟아부었던 인 투 디 에리너라든가 렛 잇 롤, 어슐트 어택, 렛 슬리핑 닥스 라이같은 곡의 솔로들도 물론 훌륭하지만 이 락 바름 중간에 펼쳐지는 그 장엄하면서도 열정적인 숭고한 연주에 비하면 새발의 피로 느껴질 정도로 이 솔로는 위대합니다. 쉥커가 솔로를 다 끝내고 피크를 든 오른쪽 팔을 하늘 높이 치켜올릴때 완연하게 어둠이 찾아와 스테이지를 검게 물들였습니다. 그때의 쉥커의 모습이란 그야말로 인간의 죄를 신에게 사하여 모든 인류를 구원한 성천사처럼 느껴졌습니다. 한참 동안 사라져있던 두기 화이트가 다시 노래를 부르며 무대로 돌아왔을때 그리 반갑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쉥커의 솔로는 위대하고 또 위대했습니다. '난 위대하다. 존나 위대하다.' 이 무렵의 쉥커는 아직도 귀를 틀어막고 괴로워하며 관객석을 떠나지 않은 당나라 군대들에게 그렇게 말하는것처럼 보였습니다. rock bottom이 끝나고 아련하고 서정적인 멜로디가 어둠 저 편으로부터 들려왔습니다. 그 선율이란 정말 너무나도 많이 들어 귀에 익은 것이지만 들을때마다 가슴을 저미는 아련한 설레임이 있습니다. doctor doctor의 초반부 멜로디는 정말 언제 들어도 순수한 첫 사랑을 떠올리는 아릿아릿함을 머금고 있습니다. 아련한 솔로가 리듬 섹션의 탄력을 받고 본격적으로 달리면서 쉥커는 구도자에서 다시 평상적인 락커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난 관대하다. 존나 관대하다.' 이 곡을 연주할때 마이클 쉥커의 모습은 너무나도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보입니다. 마치 밴드를 처음 하는 소년의 모습처럼 순수한 열정이 보입니다. 그것은 쉥커 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참 이 곡 적어도 수만번은 넘게 라이브에서 연주했을텐데 마치 처음 공연때 연주하는 것처럼 아릿한 순수함이 엿보이더군요. 글로는 존나 길었지만 사실 아주 짧게 느껴졌던 공연이었습니다. 거의 뭐 찰나와 같은 순간처럼~~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듯한 그런 공연이었죠. 하지만 그 찰나와 같은 순간이란 동시에 영겁의 세월처럼 긴 어떤 것을 저의 마음 속에 심어놓고 가버렸습니다. '난 관대하다. 존나 관대하다.' |
첫댓글
'난 관대하다.
존나 관대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 읽다가 울 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다들 여전하네요.
여전히 음악하고. 음악듣고…
나만 딴 세상에
…
아...
저두 40대 초중반때 음악과 약간 거리가 먼 삶을 살기두 했어요...
다시 천천히 돌아오시면 되죠~ ^^
사진 진짜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