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경남 창녕군 창녕스포츠파크 5구장에서 열린 '2020 전국 고등 축구리그 왕중왕전' 32강 삼일공고 전에서 승리하며 16강에 진출한 용인시축구센터U-18덕영 선수단의 모습 ⓒ 사진 이 기 동 기자
마지막까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레이스에 스릴이 넘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32강 8경기 모두 1~2골차 이내로 승부가 종결되는 쫄깃쫄깃함은 때 이른 추위를 뜨겁게 녹여주는 잣대로도 손색없었다. 그런 찰나에 디펜딩 챔피언 금호고(광주 U-18)와 현대고(울산 U-18), 용인시축구센터 U-18덕영(경기), 보인고(서울), 청구고(대구), 강릉문성고(강원), 용인태성FC U-18(경기), 숭실고(서울) 등 프로산하와 학원축구 대표 강자들이 나란히 16강 초대장을 확보하며 강팀의 면모를 입증했다. 집중력 높은 플레이로 기분 좋은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 힘찬 발걸음을 계속 이어갔다.
프로산하 이상의 인프라와 환경을 구축하고 있는 축구사관학교 용인시축구센터U-18덕영이 15일 경남 창녕군 창녕스포츠파크 5구장에서 열린 '2020 전국 고등 축구리그 왕중왕전' 32강에서 삼일공고(경기)에 3-1로 승리했다. 올 시즌 청룡기 준우승과 금강대기 우승팀인 용인시축구센터 U-18덕영은 64강 천안제일고(충남) 전 6-0 대승에 이어 이날 역시 삼일공고를 압도하는 등 일반 클럽팀의 대표 '스나이퍼' 본능을 다시금 일깨웠다. 타 대회와 달리 유독 왕중왕전과 인연이 닿지 않았던 용인시축구센터U-18덕영은 이날 삼일공고 전 승리와 함께 지난 2011년 왕중왕전 우승에 이어 9년 만에 정상탈환을 향한 여정에 더욱더 가속도를 냈다.
‘경기 더비’로 관심을 모은 이날 두 팀의 32강 자존심 대결은 전반 초반부터 강한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 등으로 팽팽한 육탄전을 거듭한 것은 물론, 몸싸움과 파이팅 등에서도 한 치의 물러섬을 보이지 않으며 접전 양상을 이어갔다. 서로 볼을 쟁취하기 위해 기꺼이 한 몸을 내던지는 등 볼에 대한 집념과 집중력 등도 남달랐고, 나란히 일사 분란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볼을 끊어내면서 빠른 공격 전개로 상대 수비 뒷공간 타개를 노리는 등 필승의 의지를 그라운드 안에 고스란히 내포시켰다.
그럼에도 두 팀의 득점 갈증은 좀처럼 해갈되지 않았다. 용인시축구센터U-18덕영은 박승호와 조동재, 홍지민 등 빠르고 기술적인 공격 자원들이 위치를 수시로 바꿔가며 삼일공고의 방어벽에 으름장을 놨지만, 이렇다 할 소득을 거두지 못하면서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이에 삼일공고 역시 장태건과 송경석, 홍찬호, 최민규 등이 포지션체인지를 바탕으로 콤비네이션 창출에 열을 냈지만, 번번이 불발로 그치면서 헛물을 켰다. 경기 내내 두 팀은 용호상박의 혈투를 거듭했음에도 깊어져가는 득점 갈증에 심리적인 조급증이 더해지는 모습이 엿보였다. 이에 승부의 추는 여전히 오리무중으로 향하기에 이르렀다.
팽팽한 혈전 속에 두 팀의 경기균형은 전반 24분 용인시축구센터U-18덕영의 박승호의 발끝에서 갈렸다. 곧바로 반격을 주도한 삼일공고는 전반 29분 최민규의 동점골로 멍군을 치면서 전반을 마무리 했다. 후반 들어 용인시축구센터U-18덕영은 아껴둔 에이스 김지호를 교체투입하면서 승부수를 띄웠다. 적중했다. 김지호는 물 만난 고기마냥 그라운드를 폭넓게 내달리며 후반 23분 추가골과 추가시간 후반 45+4분 쐐기골을 더해 팀 승리를 견인했다. 삼일공고는 영광FC U-18(전남) 전 4-3 승리의 여세를 몰아 이날도 용인시축구센터U-18덕영 전 필승에 올인 했지만, 벽을 넘지 못하면서 씁쓸하게 귀향길에 올랐다.
'디펜딩 챔피언' 금호고는 매탄고(수원 U-18)와 프로산하 유스 맞대결을 펼쳐 2-0으로 승리하며 대회 2연패를 향해 순항했다. 두 팀은 올 시즌 베스트 멤버를 총 출동시키면서 승리에 대한 강한 승부욕을 내비쳤다. 전반전 내내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통해 밀고 밀리는 접전을 이어간 양 팀 이었다. 그런 가운데 문전 부근에서의 마무리부재는 양 팀 모두에게 득점을 안겨주지 못했고, 승부를 후반으로 넘겼다. 후반 들어 금호고가 탄력을 냈다. 에이스 엄지성과 강희수, 정운태 등이 포지션체인지를 통해 매탄고 문전을 압박해 들어갔다. 그런 결과 후반 32분 마침내 엄지성이 경기의 균형을 가르는 선제골을 쏘아 올렸고, 고삐를 늦추지 않으면서 후반 34분 김홍은의 추가골로 순식간에 2골 차이로 달아났다. 반격에 나선 매탄고였다. 하지만 집중력에서 2% 부족함을 나타내며 32강을 끝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현대고는 학성고(울산)와 ‘울산 더비’를 통해 조영광의 해트트릭과 김승환의 멀티골, 손진웅과 신정훈의 1골로 7-0 대승을 거뒀다. 64강 대륜고(대구) 전에서 5-3 승리를 거둔 현대고는 이날 학성고의 기동력과 파이팅 등에 전반전 2골 차의 긴박한 레이스를 이어갔지만, 후반 들어 침착한 경기운영과 높은 타점의 득점력을 뿜어내며 대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금호고에 패해 아쉽게 준우승에 머문 현대고는 이날 저학년과 고학년을 고루 섞는 와중에도 특유의 견고한 팀워크와 파이팅 등을 바탕으로 학성고를 초토화시키며 상위 입상 가능성을 고조시켰다. 학성고는 64강 원주공고(강원) 전 승리(5-2)의 기세를 잇지 못하면서 대패의 쓴잔을 들이켰다.
▲15일 경남 창녕군 창녕스포츠파크 5구장에서 열린 '2020 전국 고등 축구리그 왕중왕전' 32강 경신고 전에서 승리하며 16강에 진출한 보인고 선수단의 모습 ⓒ 사진 이 기 동 기자
고교축구 ‘터줏대감’ 보인고(서울)는 전통의 강호 경신고(서울)와 ‘서울 더비’에서 2-0으로 완승했다. 64강 FCKHT U-18 일동(경기) 전 6-2 대승에 이어 이날 경신고를 맞아 집중력 높은 경기력을 펼친 끝에 16강에 합류했다. 올 시즌 전국대회 대회 때마다 늘 고비를 넘기지 못했던 보인고였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왕중왕전에 임하는 각오는 그 어느 때보다 남달랐다. 하지만 왕중왕전을 앞두고 주축선수들인 이도안과 박장한결, 조영광 등이 U-17 대표팀 소집훈련에 합류하면서 심덕보 감독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 가운데 나머지 선수들을 추스른 결과 불굴의 투지와 파이팅을 불사르며 녹록치 않은 위용을 증명했다. 보인고는 이날 승리와 함께 왕중왕전 상위 입상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끌어올렸다.
청구고의 '미러클'은 이번 왕중왕전의 '신 스틸러'나 다름없다. 64강 JSUNFC U-18(경기) 전 역전승에 이어 이날 32강 역시 무학기 우승팀 마산공고(경남)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하며 16강 초대장을 확보했다. 청구고는 이날 전반전 내리 2골을 내주면서 패색이 짚었으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강한 승부근성으로 반격을 주도한 결과 김석원의 멀티골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는데 성공했고, 이어진 지옥의 룰렛인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최호준의 심리전과 키커들의 집중력 등이 한데 결합되며 끈질긴 생명줄을 이어갔다. 청구고는 이날 승리와 함께 왕중왕전 출전 최고 성적과 함께 대회 상위 입상의 꿈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게 됐고, 마산공고는 64강 프로산하 유스 강릉제일고(강원 U-18) 전 3-1 승리에 이어 이날 역시 청구고 전 필승에 모든 에너지를 다 짜냈지만, 승부차기 집중력에서 청구고에 뒤지면서 진한 아쉬움을 곱씹었다.
이밖에 강릉문성고(강원)는 유경민의 선제골과 박찬민의 결승골로 수원공고(경기)에 2-1로 승리했고, 용인태성FC U-18은 홍천안정환FC U-18(강원)을 상대로 상대 변건에게 먼저 선제골을 내주면서 불안한 출발을 보였으나 양현진과 장현수, 박상혁, 유휘욱의 릴레이 골로 4-2로 승리하며 16강 초대장을 확보했다. 홍천안정환FC U-18은 선제골을 먼저 생산하는 등 '미끼' 투척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으나 용인태성FC U-18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자이언트 킬링'의 뜻을 아쉽게 실현하지 못했다. 숭실고는 목포공고(전남)를 맞아 전반 40분 함태양의 선제골을 결승골로 이어 1-0으로 승리했다. 목포공고는 64강 거제고(경남) 전 3-1 승리의 여세를 몰아 이날 숭실고 전에서도 분투했지만, 상대 함태양의 한 방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보따리를 싸야만했다.
'퐁당퐁당'으로 치러지는 일정에 스릴 넘치는 명승부와 남다른 파이팅, 흥미진진한 레이스 등으로 흥을 돋우고 있는 이번 왕중왕전은 이날 32강전에 이어 내일(16일) 32강전 8경기가 연이어 진행된다. 창녕고(경남)-오산고(FC서울 U-18), 영생고(전북 U-18)-부경고(부산), 신라고(경북)-신평고(충남), 골클럽 U-18(경기)-충주상고(충북), SOLFC U-18(경기)-대신고(서울), 중경고(서울)-서해고(경기), 파주축구센터 U-18(경기)-유성생명과학고(대전), 이리고(전북)-포철고(포항 U-18)가 16강 티켓의 주인공을 가린다.